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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 랑탕, 내 영혼의 숨결이 뜨거웠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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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National Park No.1
2014—HIMALAYA LANGTANG-GOSAINKUNDA TREKKING (7)
랑탕계곡의 상류 랑탕히말의 거점 마을, 강진곰파의 이날의 아침풍경
▶ 2014년 9월 16일 (화요일) * [제8일] 강진곰파→ 랑탕빌리지→림체
* [랑탕계곡 ; 다시 강진곰파의 아침] — 랑탕리룽 등 설산의 장관이
☆… 오전 6시,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밖에 나와 보니 하늘이 파랗게 열렸다. 오락가락하는 구름이 걸려 있기는 하지만 원근의 설산(雪山)이 그 진면목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해가 뜨기 전 잠시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산의 중턱에 허연 구름 띠가 걸쳐져 있기는 하지만, 이곳 북쪽의 최고봉 랑탕리룽(Langtang Lirung)이나, 마을 동쪽의 하늘에서 이어지는 창부(6,251m), 킨숭(6,781m), 랑탕유브라(6,048m), 유브라(6,264m) 등의 설상거봉이 신비한 위용을 드러내고, 오른쪽(남쪽)으로는 시선을 압도하는 우르킹 강가리(5,863m)와 샤부 리(5,202m), 판겐 돕쿠 등의 설봉이 검은 산 뒤쪽에서 언뜻언뜻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아침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강진콤파를 떠나는 날, 하늘은 이렇게 대자연의 안복은 내려주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행은 하늘이 허락하고 신이 허락해야 가능하다.
롯지의 남쪽 정면에 보이는 강가리 설봉
롯지의 북쪽, 최고봉 랑탕리룽(7,229m) 정상은 하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그 아래의 암사면만 아침 햇살을 받고 있다.
강진곰파의 동쪽, 창부(6,251m), 킨숭(6,781m), 랑탕유브라(6,048m), 유브라(6,264m) 등의 설상연봉의 장관
순식간에 하얀 구름이 엄습하더니
그 설봉의 자태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랑탕계곡 ; 강진곰파-신둠마을] — 화사한 햇살, 미풍에 흔들리는 야생화
☆… 오늘은 히말라야 트레킹의 5일째 되는 날이다. 이곳 강진곰파를 출발하여 랑탕빌리지—코다타벨라를 경유하여 오늘의 숙소인 림체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3일전에 고도를 높여가며 '이틀' 동안 걸어올라 왔던 길을 오늘 '하루'에 되짚어 내려가는 여정이다. 그리하여 3,800고지에서 2,000m까지 고도를 낮추게 된다.
강진공파의 롯지, <호텔 얄라피크>의 주인 다와 장바(Dawa Jangba)와 카리스돔(Karistom) 부부, 천사(天使)같이 예쁜 아이들!!
☆… 오전 8시 강진곰파의 롯지 <호텔 얄라피크(Hotek Yala Peak)>를 출발했다. 날씨는 화창했다. 간밤에도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어김없이 비가 내렸는데 아침은 파랗게 하늘이 열렸다. 창공에서 맑고 화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원근의 설산(雪山) 연봉에는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하늘을 이고 있는 산의 정상을 보여 주지는 않았다. 고도 3,800m 대지에 쏟아지는 원색의 직사광선(直射光線)이 따갑게 얼굴을 찔렀다. 강진곰파 마을을 넘어서는, 이정표(里程標)가 있는 언덕에 올라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게스트하우스들이 자리 잡은 마을과 그 뒤쪽의 병풍처럼 둘러쳐진 랑탕계곡의 주변의 산들을 둘러보았다. 하얀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고산의 풍경이 화사하고 아름답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린다. 아,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강진곰파를 넘어오는 언덕에서
오늘의 고행이 시작되다
☆… 3일 전, 안개 속에서 숨차게 올라오던 길을, 오늘은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다. 이 구간은 야생화의 천국, 자연이 만든 천국의 화원이다. 3일 전, 안개 속에서 물기에 젖어 있던 초원의 들꽃이, 오늘은 밝은 햇살을 받은 들꽃들이 환하게 빛나고 한들한들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다. 시야가 환하게 열린 초원에는, 고요한 평화가 흐르고 있었다. 그 고즈넉한 안락감이 맑은 기운을 더하고 나의 심신을 신선하게 한다. 울긋불긋 갖가지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지상의 초원, 더욱 깊어진 파란 하늘, 그리고 그 하늘과 대지를 구분하는 하얀 구름의 띠를 바라보면서 이곳 사람들의 신앙의 표상인 타르초를 연상했다.
문득 돌아서서 바라보이는 랑탕계곡 상류의 풍경
화창한 날씨가 오늘의 길을 열어 주었다
☆… 타르초의 색깔이 위에서부터 파란색, 흰색, 그리고 붉은 색, 초록색, 노란색이 아닌가. 하늘과 구름 아래 불타는 꽃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지가 그 오색 깃발로 형상화 된 것이다. 지상의 모든 생명(生命)이 신(神)의 가호를 간구하는 타르초(Tarcho), 그렇다. 히말라야의 자연이 곧 그들의 신앙이 된 것이다. 그렇게 들꽃에 취하여 ‘비스또리 비스또리’(느리게 느리게) 걸었다. 문명의 도시에서 늘 조급하던 발걸음이 히말라야에서 유유한 몸짓으로 느림의 미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색의 타르초가 펄럭이는 히말라야 원주민의 돌집
☆… 히말라야 고산지방의 오래된 돌집들이 많이 남아있는 신둠(Sindhum) 마을에 이르기까지 아늑한 초원의 길이 이어졌다. 신둠 마을의 풍경이 참 평화스러웠다. 여기저기에 산재한 나지막한 돌집들이 주변 자연의 풍광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마을 옆에 솟아있는 높은 산 절벽에서 외줄기 폭포가 하얀 금을 그으면서 떨어지고 있다. 좌우의 높은 산에 안긴 마을이 한결 따뜻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을 한 가운데를 지나는 길목에, 고색창연한 예의 마니월 돌담이 있고, 돌담의 아래와 그 주변에도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신둠의 원주민의 마을
* [랑탕계곡 ; 돌아본 풍경] — 하얀 구름 사이 그 진경을 드러낸 설산
☆… 그런데 신둠 마을의 마니월 돌담을 지나다가 문득 뒤를 돌아다보니 랑탕밸리(Langtang Vally)의 상류의 저쪽, 우리가 떠나온 강지곰파 방향의 계곡에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거기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캉첸포(Kangchenpo)의 예리한 설봉(雪峰)이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구름자락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멀리서 보여주는 설봉의 위용, 그 신비한 자태에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떤 정령이 스며오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져 있을 뿐, 산은 늘 거기에 있었다. 눈으로 바라보며 가슴이 전율하는 안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그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은 늘 거기 있었다.
돌판으로 축성한 마니월
가다가 돌아서 바라보니... 저 멀리 강첸포의 설산 거봉이 잠시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산봉은 하얀 구름에 싸이고,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있었다
☆… 성현(聖賢)이 이르기를, ‘참으로 참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몸이라는 형체를 빌려서 태어서 살고 있지만, 기실 우리는 하늘이 내린 천성(天性)을 지니고 있다. 몸이 귀한 것은 이 천성을 담고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천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본연지성(本然之性)이 우리의 몸을 부려 우리를 참다운 생명으로 살게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착한 본성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참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근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착한 본성이 일상의 행동에서 환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닦아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가야할 길이다. 그래서 도(道)라고 한다. 거대한 설봉이 화사하게 밝은 순백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모습이 성현의 아름다운 인격으로 다가오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가. 저 산이 거기서 그것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 [랑탕계곡 ; 다시 랑탕마을-참키-탕샵] — 인생의 짐을 지고 가는 여정
☆… 오전 10시 14분, 우리가 3일 전에 하룻밤을 머물렀던 곳, 랑탕빌리지에 이르렀다. 밝은 햇살이 내리는 산야, 랑탕밸리의 넓은 초원에 자리잡은 랑탕마을의 풍경은 참으로 아늑하고 평화로왔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수돗물이 나오는 곳에서는 아낙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빨래를 하기도 하고 머리를 감기도 하였다. 마을 안쪽에는, 몇몇 남정네는 골목길을 정비하고 있고, 어느 집 문앞을 지날 때 보았다. 마당 한 가운데에서 할아버지가 손자를 발가벗겨 무릎에 앉혀놓고 일광욕을 시키고 있었다. 며칠 전 우리가 유숙했던 롯지(에베레스트 게스트하우스)에는 사람의 자취가 보이지 않고 한낮의 정적이 흘렀다.
랑탕마을
할아버지와 손자
나흘 전 호산아 일행이 하룻밤 머물렀던 롯지 <호텔 에베레스트>
☆… 랑탕마을을 지나는 길목에는 짐을 잔뜩 실은 덩키들이 행렬을 이어가고, 합판이나 양철판을 묶어서 이마에 띠에 매달아 지고 가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히말라야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닌다. 이곳 사람들은 모든 등짐을 이마의 띠에다 연결하여 메고 간다. 우리와 동행하는 네팔 친구[포터]들도 이와 같은 그들의 생활에서 익힌 직업적인 짐꾼이다. 현지 말로 ‘꾸리’라고 한다. 당나귀와 말의 잡종인 덩키나 야크를 이용하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고, 일반 사람들은 늘 이렇게 이마의 띠에 무거운 물건을 매어서 지고 다닌다.
☆… 어디 이들만 그러한가. 우리도 인생이란 짐을 지고, 한 평생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일생이란 누구나 유형·무형의 크고 작은 짐들을 지고 가는 여정이다. 하나의 짐을 벗으면, 또 다른 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의 짐이 있고 다른 날에도 또 다른 짐이 기다리고 있다. 나에게 짐이 있듯이 너에게도 지고 가야할 짐이 있다. 어느 하루도 짐이 없는 날이 없다. 그것이 인간의 사회적인 책임일 수도 있고 인간적이 도리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짐이 언뜻 생각하면 ‘고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짐이 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삶의 보람을 느낀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채워주는 기쁨이다. 인생에서 짐을 완전히 벗는다는 것은 결국 죽음의 문일 것이다. 죽으면 모든 짐을 벗어놓는다. 범박한 말로 하면, 우리 인생은 짐이 있음으로 하여, 사는 보람이 이루어지고 행복의 참맛을 알게 된다.
☆… 랑탕빌리지(Langtang Villege, 3,430m)에서 긴 현수교를 건너면 또 다시 천국의 화원(花園)이 이어진다. 고소(高所)의 묵직한 기분이 아직 뒷골을 당기기도 하지만, 랑탕밸리를 따라서 내려와서 코다타벨라에 이르기까지의 길목의 들꽃들은 은은한 화원의 축제를 벌이며 지나는 길손의 마음을 환하게 열어준다. 나흘 전 올라올 때에는 산야가 온통 안개에 젖어 있었으나 오늘은 맑은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날이다. 길손의 눈길이 머무는 어디에서나 갖가지 형색(形色)으로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무위자연의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먼 데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여운(餘韻)이 되어 올라오고 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이 하얀 구름을 드리우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방인 트레커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이상배 대장
랑탕콜라를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 우리 일행은 참키(Chamkee, 3,230m)의 롯지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포터들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함께 쉬었다. 우리는 햇살이 따사로운 롯지의 야외 식탁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李) 대장은 이곳의 특산품 야크쿠르트(YakCurt)를 주문했다. 야크쿠르트는 야크의 젖을 발효(醱酵)시켜 만든 것으로 우유와 치즈의 중간 단계의 것으로 이곳 히말라야 사람들이 즐겨드는 식품이다. 오늘 식탁에 내온 야크쿠르트는 설탕이 가미 되지 않아 맛이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 신선한 맛, 산뜻한 미감이 입안에 감돈다.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가는 계절, 히말라야의 맑은 햇살은 그렇게 성가시지 않았다. 바람결이 어언 가을의 기미를 느끼게 한다.
참키(Chamkee)의 롯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호산아 대원들과 네팔 친구들
야크투르트
저 멀리 탕샵이 보인다
☆… 다시 또 하나의 긴 현수교를 건너서 야생화 꽃밭 길을 걷는다. 고도(高度)를 점점 낮추어 가는 여정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탕샵(Thyangshyap, 3,140m)을 지나면 거의 평지와 같은 길이 이어진다.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산길은 아주 고즈넉했다. 계곡 주변의 산록에 거대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3,000m가 수목한계선이니 이제 그곳까지 거의 내려온 것이다.
코다타벨라가 가까워 오고 있다
* [랑탕계곡 ; 다시 코다타벨라-림체] — 원시림에 자생하는 히말라야 랑구르원숭이
☆… 오후 1시, 화사한 햇살이 내리는 코다타벨라(Ghodatabela, 3,008m)의 롯지는 조용했다. 바람결이 아주 상쾌했다. 따사롭고 맑은 햇살이 눈부시고, 신선한 바람결이 이마를 스친다. 이제 히말라야에도 가을이 느껴진다.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땀에 젖은 옷을 벗어서 양지바른 돌담에 걸어서 말리고, 야외의 벤치에 앉아 망중한의 해바라기를 즐겼다. 무거운 여정 속에서 맞는 청명한 햇살이 참 좋다. 우리 대원들은 이곳 식당에서 즉석 포포면(강원도 철원의 쌀국수)을 익혀 점심 식사를 했다. 코다타벨라는 아직 3,000고지이므로 은근한 고소의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다. 게스트 하우스 식당 안에서 4일 전에 만났던 독일인 부자(父子)를 또 만났다.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트레킹 코스와 우리와 같기 때문이다. 그들도 오늘 밤 림체에서 자기로 했으므로 오늘 밤 또 만나게 될 것이다.
☆… 오후 2시, 점심식사 후 산행을 계속했다. 코다타벨라(Ghodatabela)에서 라마호텔을 지나 림체(Rimche)까지는 원시림의 밀림지대이다. 서서히 밀림의 숲속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짙은 안개가 드리워지면서 구름이 몰려오고 금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기를 머금은 울창한 수림(樹林)이 싱그럽기 반짝인다. 큰 둥치 거목(巨木)은 파란 이끼의 옷을 껴입고 있다. 거기에는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이 숨쉬고 있었다. 아득한 절벽의 폭포 아래의 길을 지나고 나면, 산길은 계곡과 더욱 가까워진다. 랑탕계곡에는 바위를 치고 쏟아져 내리는 허연 급류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질주하고 있다. 건너편 아득한 산록에는 거대한 히말라야 나무들이 안개 속에 잠겨있다.
천년 거목...세 사람이 팔을 벌려 겨우 안을 수 있었다
직벽의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대한 물줄기
☆… 어느 새 비는 그치고 주위의 산록에 구름과 안개만 자욱했다. 외딴집 롯지가 있는 굼나초크(Gumnachowk)는, 밀림 속의 공간이다. 주위가 온통 밀림으로 싸여 있다.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리버사이드(2,769m) 롯지의 벤치에서 짐을 내려놓고 후미에서 오는 이 대장을 가다리며 한참을 쉬었다. 글자 그대로 롯지의 바로 옆으로 계곡의 물이 세차게 흐른다. 밀림 속의 산곡을 따라 때로는 폭포가 되고 때로는 급류가 되고 거침없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 다시 밀림의 산길을 오르고 내리며 라마호텔(2,505m)에 이르렀다. 이곳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은 곳이다.
굼나초크의 외딴집 롯지
☆…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길, 한참을 걷다보면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지나는 길목에 갑자기 부산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대숲 안쪽의 밀림 속에 무엇인가 휘익 소리를 내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러 마리의 원숭이들이 눈에 띄었다. 히말라야 랑탕지역에서 자생하는 랑구르 원숭이(Langur Monkey)인 것이다. 나흘 전, 아침 이곳을 지나갈 때에는 저들의 존재를 전혀 기미를 채지 못했었다.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니 숲속 안쪽에 부드러운 갈색의 몸통에 까만 얼굴을 하고 있는 원숭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경계를 하고 있는 듯, 숲속의 바닥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놈이 있는가 하면, 높은 나뭇가지 위를 날아다니는 놈도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으나 밀림 속이 어둡고 나무들이 빽빽하여 여의치 않았다. 히말라야 원숭이들이 군집(群集)을 이루어 살고 있었다. 자연의 생명(生命)이 이렇게 곳곳에서 자기의 보금자리를 틀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숲 속에 랑구르원숭이가 뛰놀고 산다
☆… 오후 5시, 림체(Rimche, 2,399m)의 롯지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 1,400m 이상을 내리는 고행의 하루였다. 나흘 전에 유숙한 림체의 롯지,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는 림체의 롯지 식당에서 독일인 부자를 만났다. 트레킹 과정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명함을 건네 주면서 개인적 신상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 의하면, 그는 현재 독일 국세청에 근무하는 아이트 스타펠휄트 박사(Dr. Ait Stapelfeld)였다. 아들과 같이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 위해 정식으로 휴가를 내었다고 했다. 인생에 있어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반추하며 때에 따라서는 근본적으로 자아를 성찰하는 시간 또한 중요한 일이다. 독일인 스타펠휄트를 보면서 서구의 지성인이 가지는 전형적인 교양과 매너가 느껴졌고, 그의 조용하면서도 사려 깊은 풍모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서 아버지의 말을 경청하는 아들, 이제 약관의 나이에 든 준수한 젊은이의 모습 또한 믿음스러웠다.
독일인 스타펠휄트의 아들
<계 속>
첫댓글 야크쿠르트 먹어러 다시 가고 싶습니다...ㅎ
이게 정말 사람몸에 좋다고 ,아니 알피니스트들에게는 더 없는 음식이라고 '청춘의샘'저자 '귀도라머'가 극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