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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가(訓民歌) 정철
아바님 날 나흐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1] 두분곳 아니시면 이몸이 사라실가 하늘가튼 가업슨 은덕을 어디다혀 갑사오리 뉘손대 타나관대 양자조차 가타슨다 한졋먹고 길러나이셔 닷마음을 먹디마라 디나간 후면 애닯다 엇디하리 평생애 곳텨 못할일이 잇뿐인가 하노라 사람이 되여 나셔 올치옷 못하면 마쇼에 갓곳갈 씌워 밥먹이나 다르랴 나갈데 겨시거든 막대들고 조츠리라 鄕飮酒(향음주) 다 파한 후에 뫼셔가려 하노라 어와 뎌아자바 옷업시 엇디할고 머흔일 다 닐러스라 돌보고져 하노라 내논 다 메여든 네논졈 메여주마 올길에 뽕따다가 누에먹켜 보자스라 나는 졈엇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늘거도 셜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가 ▰ 전문 풀이 [1]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이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었다면 이 몸이 살 수 있었을까? 이 하늘 같은 은혜를 어디에다 갚을까? [3]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그 모양도 같은가?(한 부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한 젖을 먹고 자라나서 어찌 다른 마음을 먹을 수가 있겠느냐?(한 마음 한 뜻으로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라.) [4] 부모님께서 살아 계실 동안에 섬기는 일을 다하여라. 돌아가신 뒷면 아무리 애닲아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거이다. 평생에 다시 할 수 없는 일은 부모 섬기는 일인가 하노라. [8]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을 하자꾸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못하면 말과 소에게 갓이나 고깔을 씌워 놓고 밥이나 먹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11] 아, 저 조카여, 밥 없이 어찌할 것인고? 아, 저 아저씨여, 옷 없이 어찌할 것인고? 궂은 일이 있으면 다 말해 주시오. 돌보아드리고자 합니다. [13]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 메고 들로 가자꾸나. 내 논을 다 매거든 네 논도 좀 매어 주마.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뽕을 따다가 누에도 먹여 보자꾸나. [16] 이고 진 저 노인네 짐 풀어서 나를 주시오 나는 젊었으니 돌이라고 무겁겠소. 늙은 것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셔야 되겠소이까.
▰ 이해와 감상 훈민가(訓民歌)[일명(一名) 경민가(警民歌)]란 선조 13년 (1580년), 작자 나이 45세 때 강원도관찰사로 재직하고 있을 무렵에, 강원도 백성들을 교유(敎諭), 계몽하기 위하여 지은 평시조로 이루어진 16수의 연시조(聯時調)를 말한다. 곧 송강은 관찰사로 있으면서 단순한 명령이나 포고(布告) 따위로 백성들을 다스리기보다는 백성 스스로가 깨달아서 행동하게 하려고 노래를 지어서 널리 불리워지게 한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목적 문학으로서 창의성이나 문학적인 운치는 적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은연중 인정의 기미를 건드리어 감동을 일으키고 있음은 작자의 비범한 문장력 탓일 게다. 송강의 다른 노래도 그렇지만 특히 이 훈민가 16수는 윤리나 도덕에 관한 것으로써 굳어지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여 백성들의 이해와 접근이 용이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끝맺는 말을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하여 백성들을 설득하는 힘이 강함도 주목할 만한 표현이다. [1] 이 시조는 훈민가의 첫 작품으로, '부의모자(父義母慈)'라는 제목으로 된 것이다, 부모는 어린애에 대해서 신(神)과 같은 존재요, 태양과 같은 위치에 있다. 인간의 2대 비극은 부모 없는 고아가 되는 것과 나라 잃은 망국인(亡國人)이 되는 것이라 한다. 어린애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사실 부모 얼는 어린애는 버림받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다. 나를 낳아서 정성으로 키우고 한없이 사랑해 주신 부모의 은혜를 알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효(孝)의 윤리로 표현되었다. 부모의 은혜를 알고(知恩), 느끼고(感恩), 감사하고(謝恩), 보답하려는(報恩) 마음, 그것이 곧 효심(孝心)이요, 효성(孝誠)인 것이다. 결국 부모에 효도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휴머니티'요, 사람의 가장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이라 할 수 있다. [3] '형우제공(兄友弟恭)'이라는 제목이 붙은 시조로, 형제의 우애를 강조한 것이다. 가족은 3대 관계로 구성된다. 첫째는 부부(夫婦)관계요, 둘째는 친자(親子)관계요, 셋째는 형제자매 관계다. 사실 부부는 이혼하면 완전히 남이 된다. 가깝고도 먼 사람이다. 그러나 나머지 두 관계는 피로 얽힌 혈족 관계다. 형제애(兄弟愛)는 인간의 사랑과 정(情)의 가장 깊고 아름다운 것으로 인간 우애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4] '자효(子孝)'라는 제목이 붙은 것으로, 살아 계실 동안에 부모 공경을 열심히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효에는 세 가지가 있다. 가장 큰 효는 부모를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부모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요, 제일 낮은 효는 부모를 의식주로써 잘 봉양(奉養)하는 일이다. 이것은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의 말로, 효의 대중소(大中小)를 갈파한 명언이라 할 수 있겠다. 존친(尊親)이 효의 으뜸가는 것이라 한 것은 곧 부모의 생명과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효의 근본이요 핵심이라는 얘기다. [8] ‘향려유례(鄕閭有禮)’라는 제목이 붙은 것으로, 선행을 주제로 한 것으로,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가운데에서도 떳떳한 행동을 원한 교훈가이다.
[11] '빈궁우환 친척상구(貧窮憂患 親戚相救)'란 제목이 붙은 것으로 어려운 친척을 서로 도와야 함을 말한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친척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서, 마음과 마음 사이를 꿰뚫어 흐르는 마음이 뜨겁다는 것이 인간 정철의 바탕이었던 듯하다. 무쇠같이 굳고 바위같이 단단한 일편단심의 왕권주의자였던 그의 어느 구석에 이같이 따뜻하고도 풍부한 인정미가 넘쳐 흘렀을까 싶을 정도로 이 시조는 인정을 샘물처럼 내뿜고 있다. 정에 약하고, 가난에 마음 아픔을 느낄 줄 아는 송강, 여기서 그의 문학의 생명력과 진실함을 엿볼 수 있을 듯싶다. [13] ‘무타농상(無惰農桑)’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으로, 근면성과 상부 상조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농번기의 농부의 일손은 잠시도 놓을 날이 없다. 한가로이 늦잠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들 한다. 들에 나가 김을 매랴, 뽕을 따다 누에 치랴, 농부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두레’를 만들고 ‘향약’을 조직하여 상부상조의 정신을 길러 왔다. [16]. '반백자불부대(斑白者不負戴)'라는 제목이 붙은 것으로, 노인을 공경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로사상(敬老思想)은 동양인의 가장 아름다운 사상 가운데 하나다. 현실에서 소외당하기 쉬운 늙은이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인성(人性)의 가장 깊은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조는 작자 송강이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원친적인 동심(童心)을 기초로 한 직선형(直線型)의 인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높은 벼슬자리에 앓아서 나라의 경룬을 펴던 그가, 이만큼 평민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계급 의식이 절대적이었던 당시로선 꽤 드문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저에 인간애 정신이 흐르고 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 핵심 정리 ▮작자 : 정 철 ▮출전 : <송강가사> ▮종류 : 연시조(16수) ▮성격 : 교훈적, 유교적 ▮제재 : 유고의 윤리 도덕 ▮주제 : 유교의 윤리 ◩ 훈민가의 나머지 수 ◪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따히로되 [2] 내의 셜운일을 다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 혼자엇디 머그리 한몸 둘헤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5] 이신제 함께 늙고 주그면 한데 간다 어디셔 망녕의 꺼시 눈 흘긔려 하는고 간나히 가는길흘 사나히 에도드시 [6] 사나희 녜난길흘 계집이 츼도드시 제남진 제계집 아니어든 일홈 뭇디 마오려 네아들 孝經(효경)닑더니 어도록 배홧느니 [7] 내아들 小學(소학)은 모레면 마칠로다 어느제 이두글 배화 어딜거든 보려뇨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하랴 [10] 내의 왼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몸이 벗님곳 아니면 사람되기 쉬울가 네 집 상사달은 어도록 찰호산다 [12] 네 딸 셔방은 언제나 마치나산다 내게도 업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비록 못니버도 남의 오슬 앗디마라 [14] 비록 못먹어도 남의 밥을 비디마라 한적곳 때 시른 휘면 고텨 씻기 어려우리 雙六將碁 하지마라 訟事글월 하지마라 [15] 집배야 무슴하며 남의 怨讎 될줄엇지 나라히 法을 세오사 죄잇는줄 모로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