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벽화
함민복
바빌론에 공중정원이 있었다지요
그리스인이 손꼽았던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
연와궁륭과 층층의 노대 위에 꾸며진 공원
수목이 드문 지방이라서
멀리서 보면 높은 곳에 녹음이 떠 있는 것처럼 보여
일명 매달린 정원이라고도 불렸다는
공중의 푸른 동산
신바빌로니아왕 느브갓 네살 2세가
왕비 아미티스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건축한 것이라고 전해진다는
왕비가 고향 생각하기에 알맞게 만들어졌다는
왕비의 고향은 산이 많은
바빌로니아에 정복당한 메디아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입구를 지나다가
동양증권 건물의 벽화를 본다
한국의 민화 - <추수>
나락 터는 사내
나락을 곳간에 쌓는 사내
웃통 풀어제낀 토속의 사내들
불온하여라 산업사회의 심장부에 펼쳐진
원시 농경사회
게젤 샤프트가 게마인 샤프트를 추억한,
다산성과 영원불멸의 기원이 아닌
(당대의 기록이나 죽음 이후의 미래에 대한 기록이 아닌)
추억으로서의 벽화, 향수 자극제로서의 벽화를
바빌로니아의 왕비 아미티스가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쓸쓸히 쳐다보듯
바라다 보는
한국의 민화 - <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