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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12 (은혜恩惠)
**사진설명: 지하철2호선 잠실나루역에서 아산병원으로 오늘 길..아침햇살을 받은 강아지풀 군락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온몸으로 전율이 흐른다.
신은 무한의 능력으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포개어 놓고는 형형색색의 기교를 부려 놓고
휭 하니 사라져 버린다.
뜰 안팎으론 코스모스 꽃이 수를 놓았고 찬 서리가 내리기 시작을 하면 화사한 미소를 띄며 피어나는 노란
야생국화가 가을을 알리지만, 아직은 탐스런 야생국화가 피기는 이른 초가을(늦여름)이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는 가을의 미소가 유혹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을 하기에 하루하루의 삶이 그림속의 세계에서
숨 쉬는 것 같은 황홀함의 연속이다
**사진설명: 묵향의 집에서 바라 본 시골의 맑은 가을하늘
벌써 가을이련가...
入秋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늦여름의 절정이 숨을 막히게 하는 더움이 있으나 절기(節氣)가 오면 여지없이 기온은 바뀐다.
더워서 죽을 것만 같았던 지난여름엔 중부와 영서지방엔 마른장마로 인하여 곡식이 타들어가는 현상으로 가슴을 태우며
하늘을 쳐다 보지만, 무심한 하늘은 구름 몇 조각으로 애간장만 녹이고 있었다.
언제나 이 지겨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도착을 하나 하고 학수고대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지없이 시간은 흘러 슬그머니 가을이 당도를 하고 말았다.
제주도는 태풍 <나크리>로 인하여 1,400 미리리터가 넘는 물사태를 일으키고 호남지역은 바람과 물난리으로 피해가
많으나 내가 사는 강원도 산골짜기엔 목마름의 해소 정도의 비를 뿌리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즐겨 부르는 노래를 MP3에 저장을 하여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는 가을의 등에 업혀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익어버린 빨간 고추를 따며, 나를 잊은 채 고추밭 고랑에 깊숙이 묻혀 잡다한 잡념의 세계를
떨쳐 버리는 행위명상에 빠져들어 있을 즈음 귀에 익은 소리가 명상의 잠을 깨운다.
**사진설명: 고추를 햇볕에 말리기 위하여 건조대에 널어 놓은 모습
“ 할아버지, 저 왔어요, 할아버지~”
고추밭 고랑에 엎드려서는 노래를 부르는데 정신이 팔려 있으면서도 정답게 나를 부르는
작은 소리가 귀에 꽂힌다.
“ 엉? 하하하 네가 오늘도 날 찾아 왔구나? ”
“ 짹짹...쭈삐 쭈삐쭈삐... 할아버지 안녕 하셨지요? 방긋...”
**사진설명: 묵향에게 다가와 재롱을 부리는 박새
어제는 무당새가 오늘은 박새가 찾아왔다.
여느 산새들은 20m 거리만 되어도 포로롱 날아가 버리는데, 이 녀석들은 1.5m ~ 2m 앞
까지 다가와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인사를 한다.
고추 지주 대 끝에 앉아서는 반가운 듯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이야기 하듯 재잘댄다.
“ 오늘도 인사를 왔어? 허허허...예쁜 것...내가 너희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찾아 오는구나. 고맙다 ”
대략 5분여의 대면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조잘조잘 중얼중얼 서로의 말을
하다가 포로롱 날아가 버린다.
두어 차례의 고추밭 주위를 서성이며 조잘 대다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작은 새들이
마치 내 새끼인양 사랑스럽고 앙증맞게 예쁘다.
해해 연년 봄이 되면 어김없이 내 집을 찾아들어 포근하고 안전한 곳에 둥지를 틀고는
대 여섯 개의 알을 부화 시켜 자식들을 키우는 박새와 무당새 그리고 내가 이름을 붙인
노랑 깝쭉 새 등의 작은 새들이다.
**사진설명: 올 봄에 둥지를 틀었던 무당새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
집터가 좋아서 그런지 어쩐지 새들과 벌들이 유난히 가까이 달려들어 삶의 터를 틀고 있다.
벌들은 위험의 요소가 다분하여 될 수 있으면 쫒아 버리지만, 새들은 보호를 해준다.
작년 봄과 금년 봄엔 손자가 보는 앞에서 도둑고양이 놈이 글쎄 노랑 깝쭉새와 무당새의
둥지에서 갓 부화를 한 털도 나지 않은 어린 새끼의 새들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사건이
발생을 했다.
“ 할아버지, 이게 아기 새야? 웅? ”
“ 그래...이 작은 새가 네 동생과 같이 어린 아기 새란다. 크면 어미 새가 되는 거야 알찌? ”
“ 웅...그렇구나. 할아버지 그럼 내가 이 새를 지켜 줄게 응? ”
**사진설명: 2012년 평화의 댐에 데리고 갔던 묵향의 손자
그렇게 손자와 대화를 나누며 작은 새에 대하여 이야기 해준 것이 어제 저녁 무렵인데,
새벽에 일찍 일어난 손자가 궁금증을 참지를 못하곤 새 집이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
가더니만 다급하게 부르는 비명소리가 요란했었다.
“ 할아버지! 할아버지!! 큰 일 났어! 고양이가 아기 새를 다 잡아 먹었어. 얼른 나와 봐! ”
고무줄 새총을 집어 들고는 맨발로 새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고양이는 입맛을
다시며 저만큼 줄행랑을 치고 있었고 어미 새와 아빠 새는 고양이의 머리 위를 날며
울부짖고있었다.
**사진설명: 뭉실 뭉실 피어 오르는 구름이 멋있지요? 낮은 구름의 변화입니다
화가 났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고무줄 새총에 조약돌을 매겨서 고양이를 향하여 조준을 하고는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그렇게 새들의 수난을 내가 당한 수난처럼 흥분을 하며 새와 함께 같은 편이 되었었다.
그 이후로 새들이 둥지를 튼 곳을 알면 생각이 날 때 마다 이상 여부를 확인했었다.
뱀이 새끼들이나 알을 훔쳐 먹으려 하는 것도 발견을 하여 퇴치를 한 적도 있었고
족제비들의 습격도 막아 준 적이 있었다.
**사진설명: 나비 한 쌍이 너울 너울 꽃을 따라 다니며 평화로운 날개짓을 합니다
생명.....
약자의 생명은 늘 위태롭기만 하기에 괜스레 보호본능이 발동을 하게 되며 소중하게
여겨진다.
그랬나보다. 언제부터인가 그 작은 새들은 가끔씩 내 주변을 맴돌며 인사를 하듯
조잘거렸다.
미물이지만, 그 귀여운 작은 새들은 인간이 천적중의 가장 위험한 천적인 동시에 가장
안전한 피신처 및 보호 처라고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물이지만,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 와서는 친근감 있게 아는 체를 하는 것이 양심을
모르는 사람보다도 더 낮다는 생각을 해본다.
은혜(恩惠)...
사전상의 정의는 <고마움><친절><신세>라고 되어 있지만, 은혜를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진설명: 아산병원으로 가는 길목에 핀 가을의 풀꽃
박새와 무당새가 나를 찾아와 마치 친구인 것처럼 대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흐뭇해
가슴이 먹먹한 기쁨이었다.
나는 은혜를 알며 지금껏 삶을 누려왔던가.
나는 은혜를 얼마만큼 갚으며 살아 왔던가.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은 작은 새 한 마리가 내 삶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 되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들을 삶에 적용을 하며 살아 왔지만 자연의 본능적 이치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소중한 순간이었기에 오늘이 벅찬 희열로 남는다.
자신이 베푼 은혜로운 일이 얼마 만큼이었으며 은혜를 잊지 않고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며 살아 왔던가.
이제부터라도 작은 것 하나, 부족한 마음이라도 모든 은혜에 갚음을 하며 살기로
마음먹어 본다.
**사진설명: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 전경입니다
내 부모와 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다
내게 생명을 되돌려 준 내 아내와 내 딸에게 감사한다
부족하지만 나를 친구로 여겨 믿음과 의리로 대해 준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내게 배움을 청한 제자들과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준 밝은 미소가
내 삶의 희망이 되었기에 많은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본다.
**사진설명: 어린시절 친구의 등에 꽃잎으로 도장을 찍으면 예쁘게 물든던 코스모스꽃이 예쁩니다
몇 일 전부터 귀뚜라미가 창가에 출현을 하여서는 보름을 향해 달려가는 밤공기를 가른다
가을을 알리는 맑은 소리에 늦여름을 잊은 채 또르르 또르르 노래를 부르는 귀뚜라미가 사랑스러워 진다.
이 아름다운 가을밤의 일기가 중추절처럼 풍요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낮이면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어 하늘에 감사하고 밤이면 조용히 마음을 다스리는 묵상의 어두움이 있어서
행복하다.
이 모든 것이 삶의 은혜로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여름 밤에도 서늘함에 열대야를 모르는 산골짜기엔 오히려 여름이불을 덮어야 되는 상쾌함이 있는 삶이
또한 행복함이다
**사진설명: 환상적인 구름을 타고 손오공처럼 하늘을 날고 싶습니다
유익종의 감미로운 노래 소리가 어두운 적막의 속으로 퍼져간다.
중추절을 향한 반달이 구름사이를 헤집으며 서쪽으로 줄달음을 치는 것 같다.
세월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 있는 지금이 바로 생의 길목에 서서 무수한 지난
인생길에 부딪쳤던 삶의 알갱이들이 바람에 날리어 머릿속으로 스며든다.
그 숫한 날들이 즐겁고 기쁜 날 보다는 허우적대는 날들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행복을 안고 있으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을 하는 욕심의 그늘에 가려서 좋은날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고달픔의 세월들이 더 많았던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와 행위로 세상살이를 했다면 늘 아름다운 기억만을 떠올릴 것이지만 인간의 본성이 아마도
고통의 순간들을 더 많이 기억의 창고에 저장해 두나보다.
**사진설명: 춘천역에서 본 춘천시내 하늘에 피어 오른구름
삶 자체가 은혜로움인 것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
지난 세월동안의 아픈 기억만이 떠오를 것이지만, 그 아픔이 바로 지금의 삶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낄 수 있음의
시금석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찌할까나...
성인이 미리 깨우치고자 설파한 진리의 말씀들을 살다가 알게 되는 무지함의 연속인 것을..
가수 나훈아가 불렀던 노래<공>의 가사처럼 우리는 그렇게 세월이 지나서야 깨닫고 후회를 하며
자기성찰의 늦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삶에 욕심을 부리며 물질에 연연하며 살아가는 것이 부질없음인데,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아득바득 욕망의 그물에 걸려서는 헤어나려 발버둥을 치다가 동전 한
입 입에 물고 가는 것일 뿐인데, 마음 너그러이 베풀면서 은혜의 마음을 넓혀보자
사랑의 노래가 흐른다.
허무의 노래가 흐른다.
희망의 노래가 있다.
삶의 오선지에 흐르는 희망과 용기의 노래를 부르며 서 있는 자신의 자리가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자리가 내게 내려진 은혜임이 분명하다.
2014년 8월 4일 작은 새와 교감을 이루던 날
*사진은 작년 촬영분을 올렸습니다 ^^*
첫댓글 강아지 풀 코스모스를 보니 벌써 신선한
가을을 맞이한 느낌이 듭니다!~^^
풍성한 가을 생각만해도 마음이 설레네요
따뜻함이 가득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벌써 그렇게 흘렀네요? 그쵸?ㅎㅎ
그러나 분명한 가을의 문지방을 넘고 있음이지요
가진것 없어도 가을이 풍요로운 것은 봄여름의 노력으로 인함이겠지요
포근한 밤이 되시기바랍니다
건강 하세요 ^^
가을이 오고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글을 읽었고요
가을풍광을 소개해주는 사진 또한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어
한참 동안 머물다갑니다 늘 행복하세요
다가오는 가을을 아름답게 맞이 하시어 즐거움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