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종단 560km대회 참가후기
1. 서 론
세월호 여파로 대한민국 국토종단 코스맵(달리기용 지도)이 완성되는 것도 큰어려움을 겪게 된다. 3구간인 낙동강 자전거길이 무려 126km가 넘는 코스로 바뀌다보니 조직위나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에서도 참으로 난감한 며칠이 지났다.
다행히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산하 대구지맹 도움으로 자전거길 코스도가 나옴으로 전체코스에 대한 코스맵(달리기용 지도)이 나오게 되었다.
이번 대회에 한해서 스테이지 런(일정거리마다 강제로 잠재우는 방식) 방식으로 진행되고 전체구간이 537km에서 560km로 23km늘어남으로 대회종료일자가 하루 연장된 7.12(토) 오전10:00며, 대구이후 문경구간은 낙동강 자전거 길을 이용하게 된다.
나는 한국의 철인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격려의 글을 참가자 108명 모두에게 보내어 무사완주를 기원했으며, 다음은 간략히 요약한 내용이다..
“조직위원회에서 좋은날 간택하여 건각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늘 숙면 취하시고 출발하는 그 날 까지 좋은 몸 상태 유지 하옵시고 힘찬 걸음 되시옵길 기원합니다.”
“당신들을 존경하고 축복하옵니다. 한국인 철각들 당신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월드컵에 출전한 용사들도 영웅이지만 당신들은 한 걸음 더 높은 곳에 위치한 영웅들입니다. 모든 철각들께서 완주 하옵시고 건강하게 복귀하시길 기원합니다. 신께서도 당신들 한 걸음 한 걸음 하옵실 때 마다 도움을 주실 겁니다. 힘찬 걸음하세요 존경합니다. 저의 작은 소망은 당신들 모두가 완주하는 것입니다. 끝까지 완주하는 영웅들을 위하여 주로에서 함께 고통을 인내하고 기쁨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한국의 진정한 영웅 철각들.... 좋은 걸음 하세요.”라는 장문의 글을 참가자와 함께 한다는 일념으로 전송해 드리는 나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들었습니다.
2. 본 론
2014. 7. 5(토) 17:00까지 부산태종대 호텔에서 선수등록과 아울러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개별적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일정이다.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으로는 한국 울트라마라톤의 최초 멤버이신 최성열님과 여성 최고의 울트라러너 김순임님이다.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자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고 대회장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연맹회장님, 조직위원장님, 지맹회장님, 경기이사님 그리고 홍보이사인 나와 연맹을 이끌고 나가는 여러분들의 인사말과 소개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우리는 삼계탕으로 원기를 북돋운다.
이번대회의 최고령자는 73세이시며, 최연소 참가자는 23세의 젊은건각이고, 여성 참가자는 3명으로서 그중 한분은 시각장애인이신 김미순(아네스)님이시다.
나와 함께 성당을 다시는 김미순님은 아네스라는 본명을 갖고 계시기에 나와는 더욱 절친한 누님이시다.
우리 모두는 모두가 완주하기를 꿈꾸면서 나는 배정받은 601호실에 들어가니 심인보, 등과 재회한다. 새벽04시에 기상하기로 하고 모두 일찍 잠들기를 바라면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대회전문 카메라맨이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1구간 출발 ~ 98.5km 상동초교까지 소요시간 14:26
알람이 울리기전 기상을 하여 이른 아침을 먹어야만 했다. 04시에 밥을 먹었으니 다음 식사는 몇 km지점에서 먹어야 할 지 고민이 된다.
태종대 모자상 까지 소화를 시키면서 삼삼오오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쉬엄쉬엄 올라가니 벌써부터 인증샷을 하느라 분주하다. 준비해간 우리관리 플랭카드로 기념촬영을 하고 유준상(전국회위원)명예회장님의 “임진강을 지나 평양을 거쳐 백두산까지 울트라마라톤에서 해야 한다”는 축하메시지를 시작으로 부회장님의 카운트다운과 조직위원장의 징소리에 108명 전사들은 하나가되어 이슬비를 맞으며 한 발자욱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국토종단길을 시작한다.
친구동생(서정백)과 친구(이명배)의 페이스 메이커를 하기로 하였으니 비록 나는 완주를 못하더라도 이 두사람은 반드시 완주를 시켜야하는 것이 본 대회에서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꼭 완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해본다.
현재 기상상태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으며 남부지방은 오후부터 장맛비가 예상된다고 한다.
다음은 숙소 벽면에 부착 되어져 있던 “무사완주”를 기원하는 “응원글”이다.
“대한민국의 처음과 끝”.
“대한민국 국토를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대한민국 철인건각, 대한민국 울트라 맨”
“그 뜨거운 마음, 열정 그리고 강인한 단단한 몸”
“참가하신 모든 분들 무사완주 기원해요”
별이 뜨면 별과 함께, 해가 뜨면 해와 함께, 바람 불고 비가와도, 땀범벅에 힘들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용기주고, 힘 북돋어 주어 참가하신 모든 건각 무사완주 를 기원합니다.”
이번 대회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참으로 뜻 깊은 대회다.
먼저 울트라마라톤 원년 멤버로서 현재까지 대회에 참가하는 극소수의 한 사람으로서 마라톤으로 단련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고 있는 생명나눔운동인 헌혈봉사의 생활화를 홍보하고, 또한 우리관리의 홍보를 위하여 나름 준비한 작은 현수막을 이용하여 가는곳마다, 발길 닿는곳마다 우리관리를 보여주리라 다짐하면서 참가한 대회이며, 그리고 참가자 중 최고령자와 최연소자가 모두가 안전하게 완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금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부산시내 뿐만 아니라 1cp까지는 코스맵이 필요가 없다. 2번의 완주경력이 있으니 이번길이 3번째다. 그러니 100km까지는 그냥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출발 후 3시간22분에 32km 구포대교에서 양산의 털보 아저씨 박동철님을 만난다. 지난 달 울산에서 울트라 100회를 달성한 대한민국 울트라계의 적토마로서 나와는 둘도없는 친구다. 보잘건 없는 서울친구인 나를 응원하기 위하여 양산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구포대교를 지키며 학수고대 나를 기다렸단다. 나는 멀리서도 친구를 알아보고는 있는 힘을 다해 속도를 올려 단숨에 끌어 안고는 회포를 나눈다,.
나왈 :”동철이 아냐..?”
동철왈 :”그래…나다..” “니는 그만 좀 하거라”.,..한다.
나왈 ;”니야말로 그만 좀 뛰어 다녀라..”
나왈 :”니..내년이 정년이지..?”
동철왈 :”그래..벌써 그리되었네…”
“내년부터는 마음놓고 전국을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넘 좋다..”한다.
나왈 ;”그래,..내년에는 좀더 많이 보자..”
나왈 :”정백아, 명배야..인사해..” “나와는 둘도없는 울트라 친구다..”
“앞으로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을 테니…” “잘 봐둬..”한다.
이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는 다시 김해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김해시청을 지나면서 함께하는 이명배 친구의 마산 친구가 밥 사준다고 기다린다.
여러 번의 전화끝에 49km지점에서 우럭매운탕을 시켜놓고 기다린다고 한다.
이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가…”우럭 매운탕”이라…생각만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것이 그만이다..식당에서 식사전에는 반드시 울트라 샤워를 한다.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며, 몸의 컨디션 조절에는 그만이다.
우럭매운탕으로 맛난 점심을 먹은후 동신아파트를 지나 얕은 오르막을 차오르며 50km지점인 자이언트가구백화점에 들어간다. 33위다.
다른 자원봉사자의 “두발의 철인”들에게 전하는 “축하메시지”다.
“늘 달리는 분들이시라 더욱 즐거움에 탄성 자아내며 목적지인 망배단까지 두발로 여행에 참가하신 대한의 울트라 건각님들께 “진정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모진 “고통의 희열”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모두 모두 무탈하게 완주의 극치를 맛보시길 기원 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꼭 도전해야 할 과제로 남기고 열심 응원하겠습니다. 모든 울트라 건각님들! 부상 없이 즐거이 달리시길 바라옵니다.
힘내세요....화이팅~~”
습도가 많이 높아진다.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예상보다는 빠르다. 점심을
사준 친구의 친구로부터 친구를 반드시 완주시켜 달라는 심심한 당부와 함께 거금 5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 어쨌든 완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하고 우리 일행 3명은 다른 무리들과 한무리가되어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앞 주자들이 식사를 하러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100km지점인 밀양을 향하여 보강된 체력을 바탕으로 다시 재출발한다..
밀양 직전인 수산교에서 후배가 갑자기 왼쪽 발등의 아픔을 호소하며 난간을 잡고는 주저 앉는다. 전체적인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지만 순간순간 변화무쌍한 몸 상태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아 보이는듯 싶다.
나왈 ;’정백아..증상이 어떠니..?”
후배왈 :”발등이 바늘로 찌르는것만 같아요...”
나왈 ;”양말 벗어봐..” “명배야…바세린과 바늘좀,,,”
나는 바늘을 라이터불로 정성껏 소독을 한후, 아프다고 하는 발등을 사정없이 이곳저곳 찌르기 시작한다. 아프다고 몸부림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다.
지금 잠시 아픈것이야말로 완주로 가는 지름길임을 수도없이 경험해 보았기에 나도 이를 악물고는 찌르길 수차례~~~
수건에 물을 묻혀 다시 정성껏 닦아낸후, 바세린을 얇게, 최대한 얇게 바른다.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겨주고, 운동화는 끈을 조금 느슨하게 다시 매준다.
나왈 :”어때…”
후배왈 ;”조금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잘 모르겠어요..”
친구왈 :”너는 별걸 다한다..”한다.
나왈 :”울트라마라톤 15년 해봐라…”했다.
밀양으로 접어들어서는 일행 모두의 몸상태가 괜찮았다. 보신탕집을 물어 찾아 갔지만 휴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음식점에서 육회와 갈비탕으로 식사를 하고 밀양시청을 경유 청도방향으로 접어드니 사방은 벌써 어두움에 휩싸인다.
경북경찰청에서는 야간에 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깜빡이를 켜도록 요청이 있었다.
발등이 아프던 후배는 발목에도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상당히 심하게 절뚝거린다. 나와 친구는 그런 후배와 페이스를 맞추어 천천히 달리고 걷고를 반복하면서 그런 아픔을 안고 1cp인 상동초교에 14시간 26분(27위)으로 들어간다.
자원봉사자 가족이 삼겹살을 굽고 있었지만 후배의 발목이 아파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샤워를 하고는 함께 의료진을 찾았다. 시간은 넉넉했지만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젖은 신발과 옷들로 피난민들을 연상케 한다.
다행이 선두권으로 들어오다보니 교실 바닥에 매트가 깔려진 교실을 선택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폐교가 된 교실 바닥인지라 삐꺽거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에 뒤척이다가 모기에게 수혈만 해주고 잠깐 눈을 붙인다. 02:30경 일어나 준비를 하고 03:00경 이른 식사를 하고는 04시에 전원 동시 출발이다.
1cp에서는 울산지맹에서 헌신봉사를 한다. 참으로 수고가 많았다.
아래 글은 2구간 인터넷 중계를 맡았던 전성하후배의 글 입니다.
“특화된 108명의 전사들이 부산태종대에서 출발하여 이곳 98.5km 전원 무사히 도착. 구름이 잔뜩 낀 습한 날씨에 빗줄기가 가늘었다 굵었다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 대장정에 나선 주자들은 어느 한분도 부상없이 이 곳 상동초등학교에 입성하여 식사와 샤워를 하고 젖은 옷가지와 신발을 교체하고 물집을 터뜨리며 테이핑 등 장비를 챙기며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있으며 더러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격려와 응원의 손길을 받으며 다음 구간을 공략하기 위해 침착하게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도 그려집니다.”
“현재는 흐린 날씨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며 낮 최고 28.30도에 습도도 높을 것으로 예보되어 있습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스테이지 런 대회 관전 포인트는~~ 선두 주자들은 컨디션조절과 임박해서 컷 오프를 통과하는 후미주자들의 체력 회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이번 구간의 첫 번째 고비이자 관건인 것 같습니다.
아울러 서바이벌 대회에서 나오기 힘든 종단 537km 대회의 기록이 스테이지 런으로 진행방식을 변경함으로 128시간제한을 훨씬 상회하는 80시간대로 예상이 되어 집니다 새벽 여명의 빛을 받으셔서 다음 구간까지 무탈하게 완주하시길 응원합니다.”
2구간 186.9km 왜관교까지 누계시간 30:03
7월8일 04:00에 동시출발을 하게 되니 조금은 색다르다. 회복을 완전한 주자들도 있을 것이고 몸이 굳은 주자도 있을 터 이지만 우리 일행은 그런대로 가볼만 하다. 강진의 광복형님이 아파하는 후배를 보고는 근육통약을 주신다. 벌써부터 진통제를 먹으면 힘들어진다. 아껴 놓았다가 후배가 먹어야 될 적정한 시점에서 먹여야겠다.
“언제까지나 출렁거리며 흐를 것 같던 강물도 말라서 바닥을 드러내듯이 천리만리 달릴 것 만 같던 우리 주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110km지점에서 본 대회 첫번째 포기자가 나왔다. 부산 출신인 준혁이가 이번 종단 길 첫 포기자다.
"마라톤과 인생은 치열하고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변화를 두려워 않고 새로움을 모색하는 것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계와 극한의 고통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겸손하고 감사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다.”이러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삶의 진정한 가치에 좀더 근접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남성현 고개를 넘는것은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다.
힘들고 지치지만 그래도 가야만 한다.
편의점에서 월드콘을 2개씩 사서 하나는 먹고, 다른 하나는 반대편 손에 잡고 고개를 오르며 먹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괜스레 웃음이 절로난다. 우리 모두는 찬 것만 찾게 되고 주는 대로 받아먹게된다. 찬물이든 그늘이든 시원한 곳만 있으면 여지없이 주자들이 들어찬다. 이런 여정도 고통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자.
만촌사거리 150km에는 대구지역 주택관리사이신 최한성형님 가족들이 닭죽을 끓여 주자들에게 도움을 주셨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홍보하는 멋진 자리였기에 함께 일하는 저 또한 기분좋은 마음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부연했던 기억은 오래도록 가슴속에 남아 있을것입니다.
“인생은 장애물 경주다. 하나를 극복하며 또 하나가 다가온다. 오늘 나에게는 어떤 시련을 주실지.... 순간에 충실할 뿐” “삶이란 모험이다. 아무것도 안전한 곳은 없다. 다만 노력할 뿐이다.”
대구 시내를 지나면서 컵라면을 하나 먹었고, 더위로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익는듯한 현상은 대구에 들어오면서 한층 더해지는듯 싶어, 우리는 몸 보신용 음식을 찾던중 삼계탕집을 발견하고는 닭 한마리를 10분도 안되는 시간에 해치워 보신을 하고 그 힘으로 왜관까지 가 보려는 마음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성주대교에서 왜관교까지 15km는 지루함 그 자체였다.
태풍소식이 있었지만 영향권을 벗어났는지 소식이 감감하다. 대신 시원한 빗줄기가 피로회복에 도움을 줄 것인지 생각하는 사이 잠깐 퍼 붓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삼계탕의 에너지가 완전 소진될 무렵 왜관교가 저 앞에 아른거린다.
참가 선수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해보지만 너무 산만하므로 우리는 숙소가 마땅치 않아 별도로 모텔을 얻어 잠자리를 정하고는 왜관시장의 순대국집에서 식사와 시원한 맥주로 피로를 회복하고 주어진4시간의 휴식시간은 있지만 주변상황이 어수선하고 계속해서 들어오는 주자들로 인하여 생각처럼 원만한 휴식은 애초부터 불가능 했음을 알지 못했기에 주최측으로부터 사과의 이야기를 수 없이 들으면서도 감내하는 수 밖에 없음을 알기에 나름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청하고자 노력해 보지만 별반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선수 모두는 나름 리듬을 잃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역시 울트라베테랑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회3일째인 제3구간이다. 누계시간 54:53
7월8일 01:30에 출전자 점호를 하고 지금부터 국토종단 낙동강 자전거길 126km를 가야하는 고난의 구간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얼핏 생각하기에는 서울 한강과 아라뱃길의 자전거길을 생각하였지만, 이는 엄청난 오산 이었습니다.
우선 126km를 달리는 자전거길 내내 물 공급이 한번도 되지 않으며, 자원봉사자가 접근할 수 조차 없기에 선수 모두는 내리쬐는 또약볕에 온몸울 맡긴채 급수,급식이 전혀 안되는 상황에서의 혈투는 대한민국종단대회를 통틀어 최고의 악조건 이었습니다.
물 한모금이 너무도 소중하여 내물 네물 가리지 않고 우리는 물 전체량을 감안하여 거리에 비례하여 아주 조금씩 입만 추기는 정도로 아껴보지만 한사람의 물은 금새 동이 나버리고 낙담하길 얼마나 많이 했던가요..
“시위를 떠난 화살은 돌아보지 않는다. 풍차를 향하여 달려드는 돈키호테 기질의 강한운동이 울트라마라톤이다. 한계를 넘어선 체력으로 버티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한걸음 또 한걸음을 앞을 향하여 내딛는 고독한 경기, 주변의 간절한 만류에도, 지인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강행한 종단길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7월의 날씨는 지열과 복사열 그리고 체열까지 가세하여 온 몸을 불사른다. 장맛비는 잠시의 열기는 식힐 수 있지만 발바닥의 물집은 거북등짝처럼 갈라진다.”
이처럼 갈라지고 터져버리는 발바닥의 물집을 부여잡고 울기를 얼마나 했던가…?
후배의 발등과 발목을 거쳐 뒷굼치 인대로 이어지는 부상으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던가..?
다시는 두발로 밟지 않으리라 얼마나 다짐한 낙동강 자전거길 이었던가..?
군대말로 다시는 이곳을 향하여 오줌도 갈기지 않으리라 수도없는 되뇌임속에 그래도 거리는 줄어들고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을 하다보면 마치 나무늘보나 달팽이같이 느릿 거리거나 멈칫거리는 주자들이 있다. 발 빠른 주자들이 축지법을 쓰듯 손살 같이 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분들은 슬로우모션 그 자체다. 똑 부러지게 잘 달리지도 못하고 아무도 관심도 주목도 못 끌지만 지속적인 꾸준함으로 마침내 원하는 목표를 이룬다.”
“더 없이 앙탈부리는 날씨의 변화도 아무 두려움 없이 이겨내시고 두 발로 달리는 즐거움을 진정 실천하시는 모든 울트라님들 무탈하게 한 주의 시작을 기쁨 맘으로 전해주네요 지난 낮과 밤에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겹겹이 일어나는 무거운 욕망과 삶의 찌꺼기도 씻겨냈으니 오늘은 칙칙폭폭 잘도 달릴 것 같습니다.”
243km지점 식당이다.
중국집에 들어가 자장면을 시켰더니 그릇이 엄청 크다 우리 3명은 하나도 남김없이 먹고 물만 보충하여 상주보로 향한다. 낙동강 자전거길 건설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었지만 지금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달리 무슨 말이 필요 없다.
“지금부터 서서히 기계가 되는 시간이다 고통도 힘듦도 모르는 달리는 머신으로 태어난 것이다. 볼트와 너트만 조여주고 톱니바퀴에 기름만 쳐 주면 자동으로 굴러가는.....” “세상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일도 벗어놓고 부와 명예도 내려놓았다. 대신 적막이 휘감은 풀벌레소리 밤새 소리 거친 숨소리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동화된다.”
완전한 시멘트 길 한낮의 뜨거움과 지열이 나의 온 몸을 불태운다
“사람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가는 강렬한 신호이다. 심장은 터질듯이 펌프질을 하고 엄청난 양의 공기가 폐속으로 쉴새없이 압박한다. 그리고 그 숨소리는 거칠다 못해 멎을듯하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도전과 저항 진보와 퇴보를 거듭하면서 발전해왔다. 개인의 삶도 그러한 맥락에서 궤적을 같이 한다.
마라톤! 두 발로 만들어내는 강렬한 리듬과 터질듯 한 심박수의 요동 그리고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목마름은 이곳 말고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매력이다.” “달리기는 온갖 술수나 꾀가 통하지 않는 정직한 운동이다.”
지열에 녹초가 되었는지 엄청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유동cp가 거의 다와서 시골 가게가 한군데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우리 모두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안다, 너나 가릴것없이 그 가게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동시에 달려가보지만 후배가 금방 멈춘다. 늘어난 인대에 붕대를 대었건만 세게 달리는 것은 마음만으로 가능한것이다. 나는 친구에게 눈짖한다. 네가 가라고…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케키 6개를 사서 양손에 들고는 맛있게 빨아댄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난 음식은 없다, 최소한 이 순간만큼은 가식에 물들지 않고 그냥 몸이 원하는 그대로의 맛이 바로 이 케키 맛인것이다.
가파른 언덕을 넘으니 253.5km유동cp다. 12:45경 도착하여 수박화채만 찾게 된다. 정자에는 앞서온 주자들이 자리를 차지하여 드러누울 곳이 없지만 조금의 틈을 비집고는 후배를 눕힌다.
나왈 ;”정백아..여기 누워봐…”
후배왈 :”예..형님..”
나는 후배의 양말을 벗기고, 붕대를 벗기고는 얼음물을 조금얻어 갖고있는 손수건을 적신다., 그러고는 가만히 아프지 않도록 마사지 해주지만 이내 후배는 고함을 지른다. 내가 조금 세게 했나보다..
나왈 ;”미안…”
괜히 눈물이 떨어져 후배 발등에 묻힌다.
후배왈 ;”형님,..괜찮습니다..고만 하이소,,”한다.
나왈 :”너..가만히 안있을래..”
다시 늘어난 인대 자리에 붕대를 찬찬히 감아올린다.
후배의 다리가 움찔 움찔한다. 아프지만 아프단 소리도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참아 내고 있는 중이리라….
나왈 :”정백아…정말 힘들면 얘기해라..” “내 업고갈께…”
진심이었다, 업고라도 완주를 시켜야만 했기에 난 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은 후배가 아닌 나에게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울트라마라톤 누구나 뛰고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완주는 각자의 몫이다. 무엇을 얻고 발견할 지는 주자 자신의 의지와 노력 여하게 달려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나와 마주 하고 한계를 찾기 위해서 도전하라 시도 해보기 전까지 아무것도 장담하지마라” just do it!
“인간의 몸은 신기하게도 자동시스템이 작동해서 극한의 고통을 겪고서도 인체의 복원력은 놀랍기만 합니다. 뼈와 근육에 저장된 각종 성분과 영양분의 공급을 늦추거나 줄여서 위험에 대비하는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한 낮의 뜨거움에 진절머리가 난다. 왜 이런 개고생을 해야만 하는가?
“앞서갈 수 없으면 묻혀가라, 따라갈 수 없으면 쫓아가라, 마지막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30분만 더 버텨라 나는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치열하게 사랑하며 가리라”
장엄한 상주보를 지나서도 끝은 보이지 않고 점점 통증이 심한 후배는 발목을 부여잡고 애원 한다.
후배왈 :”형님…저 그만 할렵니다..”라고..
나왈 :”그래..나도 함께 그만하자..”
후배가 내 작은 가슴에 쓸어진다.
“형..”하고는 울음을 터트린다.
후배왈 :”형..나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그만두면 안되겠지..?”한다.
나왈 :”정백아..우리의 몸을 믿어보자..” “조만간 회복되어 언제 그랬냐는듯이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올거야..”
후배왈 :”그럼 좋지..”한다.
나는 후배의 등을 아래위로 가만히 쓸어준다.
자전거길이 오히려 고난의 길이 된 것 같다. 막심한 후회에 짜증이 쌓이고 지루한 시멘트 길에서 한판 패로 폐색이 짙다.우리는 늦은 오후시간이지만 한 걸음 이라도 더 가야된다는 신념에 거듭 말고삐를 당기듯 굳은 육체에 기름칠을 해본다.
“어스름한 저녁이면 속절없는 외로움에 빠져든다. 나뭇가지를 오가던 새들도 둥지를 찾아 날개를 접고 먹이를 찾아 숲속을 배회하는 짐승들도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데 어둠이 깊어져도 돌아갈 수 없는 것은 강가의 가로등과 나 뿐이다. 거친 호흡과 둔탁한 발소리 끝나지 않은 길가에서 오래도록 고독이란 단어를 곱씹으며 버틸 것이다. 그리고 싸울 것이고 또 달릴 것이다. 어떤 일은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처럼 무한한 도전정신과 자유로움을 위하여 고독과 투쟁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둠속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얼마나 갔는지 모르겠다. 사방이 깜깜하여 또 주로를 찾지 못했다. 일행 중에서 전화를 하여 주로를 안내받고는 세월아 내월아 노래하며 아무도 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걷고 또 걷기를 몇 시간이 흘렀다. 애타게 기다리던 경기도 이천의 이너스 모텔은 나오지 않고 컷 오프시간은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나 둘 뛰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한 마리의 불나비가 되어 어둠속으로 빨려든다.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이너스 모텔을 통과하니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다.
3cp에서는 포항지맹에서 수고를 하고 계신다. 낯익은 회원님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209호에 방이 배정되었다. 순서대로 샤워를 하고 이내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다.
4구간 424km 이천 진모텔 누계시간77:12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란다. 역시 포항지맹에서 곰국을 준비했다. 피로는 완전 회복되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깊게 한 숨을 잔 것 같다.
이제 조금은 상쾌한 기분으로 4구간을 맞이한 기분이다.
문경새재… 4년 전에는 한밤중에 후둑 후둑 떨어지는 빗방울소리와 장단을 맞춰 쉬엄쉬엄 올랐던 조령산 그러나 지금은 오전시간 해 뜨기 전 새재를 넘어가려나 모르겠다. 페이스가 비슷한 꾼들과 주변 풍광을 즐기며 힐링모드로 전환해보기도 하고 이곳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샘물과 유유히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런 심산유곡에서 하루 종일 발 담그고 노래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가야한다. 암행어사가 되어 지방 수령으로 발령받은 것처럼 가고 또 가야한다. 그러다보면 마침내 종착지는 나타나겠지...
4년전 에는 바닥이 바위로 쫙 깔여 있어 조심조심하며 내려갔던 길 이번엔 자전거 길로 바뀌면서 돌로 된 주로가 다 걷어지고 황톳길로 바뀌었다.
조령산을 넘어와 우리는 막국수와 맥주 한잔으로 배를 불리고, 마음도 불리고나니 언제 든 뛸 수 있는 터보엔진을 장착한 느낌이기에 조금 여유를 부려본다.
350km쌍곡주유소에 통과하고 34번 국도를 따라 지루한 시내를 질주한다. 대덕사거리에서 음성방향으로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눈에 선한 중원대학교를 지나 길가에 드러누워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신천삼거리 379.6km에 통과하고 이제 음성 읍내를 지나야한다. 어둠속이지만 낯익은 간판들과 표지판들이 반갑다. 장호원과 금왕이 그랬다. 이 구간에서 심야시간과 새벽인지라 몇 번을 잤는지 모르겠다. 누웠다가 깨어 뛰기를 수 십 번은 한 것 같다. 자도 자도 쉬임없이 밀려드는 잠의 마령을 어찌해볼 길이 없어 버스정거장만 나오면 자고 또 잔다. 달리면서 갓길에서 중앙선을 향하여 세일 수없이 갈짓자로 헤메이길 얼마이던가…?
수마클의 붉은 날개 이명희님..나보다는 다소 아래인 대한의 아줌마~~~
“가녀린 그 몸으로! 수줍은 듯 그 미소로! 삼천리금수강산 서에서 동으로 해남에서 금강으로 또 영남에서 임진각으로 길고도 머나먼 여정 속에 어촌의 어부의 모습도! 농촌의 쇠잔한 촌노의 모습도! 도시의 분주한 삶의 모습도! 민족의 아픈 상처도 당신의 작은 가슴에 아름답게 새기시며 이제 그 여정의 끝을 보려 합니다. 뛰는 동안에 육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으로 힘들겠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감사하며 이겨 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는 당신......
강낭콩 꽃보다 더 푸른 임진강 물결위에 양귀비 꽃 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밤새 달렸지만 아직도 cp는 멀기만 하다. 뒤에 따라오는 주자는 50명쯤으로 예상된다. 지금 이 순간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면 아마 애간장이 다 타들어 갔을 것이다. 왜 이름이 보이지 않을까?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닐까? 완주는 가능할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뛰고 있는 나 자신도 이런 속절 함에 자유로울 수 없다. 도전이라 대의명분에 온갖 지혜로 이 어려운 난간을 극복하리라!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이천 진 모텔이다. 친구가 후배와 나를 위하여 조금 먼저 들어와 밥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후배가 고팠던지 친구가 남긴 밥까지 다 먹어치운다.
아! 정말 이 순간 행복한 감정이 복받친다.
그리고는 잠의 나락으로 슬며시 찾아든다.
일어나니 후배가 먼저 일어나 밥을 준비 했단다. 준비해둔 죽을 한 그릇 먹고 재무장을 해본다. 이제부터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500cp에서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
5구간 424 ~ 500.9km 누계시간 95:02
7월10일 12:30분에 동시 출발이다.
화장실 간사이 점호체크는 후배가 대신했다고 한다. .
카스 이천공장을 지날 무렵에는 직접 만들어진 맥주 맛을 본다. 맥주맛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다.
남한산성을 오르기 전에 저녁을 해결할 식당을 찾아보지만 적당하지 않다.
결국은 멍게 비빔밥으로 정하고는 맥주 한잔과 더불어 이밤을 어찌 보낼지를 의논해본다.
우선은 남한산성을 우회도로 20km를 넘는 것이 관건이다.
얼마를 달리고 걷고를 했을까..?
자꾸만 울리는 전화소리에 참다못해…
나왈 :”정백아..전화좀 꺼내줘,,”
후배왈 :”형수님 전환대요..”
나왈 :”응…나야,,,왜..?”
아내왈 ;”여보..지금 당신 만나러 가는 중인데 어디쯤 이세요,,”
순간, 눈물이 확 쏟아진다.
나왈 ;”뭐하러와,.,.,” “지금 여기를 설명하기도 힘들고..”한다.,
아내왈 :”정백이좀 바꿔봐,.,”
나왈 :”정백아,,.전화 받아봐라..”
후배왈 :”형수님,,,정백입니다..”
아내와 후배가 한동안 전화하고, 친구놈 까지도 전화에 가세한다.
친구왈 :”야, 너는 집사람이 온다는데 그러냐…”
나왈 ;”글게 말이다. 평상시의 내가 아냐…”
친구왈 :”그래,,우리 모두가 그런 마음상태겠지…”한다.
나왈 :”얼리, 언제 온다고 하던,,?”
친구왈 :”한 5km쯤가면 만날 수있을거야,,:”한다.
기분좋다..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위하여 비추는것만 같다.
이렇듯 주자들을 위해 곳곳에서 자원봉사 하는 분들을 만난다.
“우리는 누구나 각본 없는 영화속의 주인공이자 관객들입니다. 내가 만든 영화가 흥행을 거두기 위해서는 생이 소멸할 때까지 충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란 파고를 넘어 가기가 쉽지가 않아서 인생이란 담벼락에 기대어 울기도 하고 힘에 겨워 좌절도 곧잘 경험하지요. 여전히 내 앞에 놓인 인생길은 안개 속을 거닐듯하고 버거운 오르막길에서 비틀거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 토달지 맙시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념에 빠지지도 맙시다. 밀물과 썰물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처럼 스스로 부딪쳐 일어서기를 바래봅니다.”
아무도 모를 일 ! 연맹 수석부회장인 윤장웅형님의 응원글이다.
“너구리 장맛비가 전국에 슬슬~~~
작년 622km에 이어 올해도 장맛비가 주자들의 뒤를 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주자들이 모두 예상외로 잘 달려왔고 남은 거리 역시 예상외로 많이 남았습니다. 언덕보다 평지가 왜 그리 힘들고 주자들이 싫어하는 이유가 있겠죠?
다(..?)알다가도 모를 일! 그래도 밝은 낙동강 자전거길 보다는 어두움이 있어도 구부러진 길, 그리고 언덕이 있는 길, 대지의 향 내음이 나는 길, 그런 길이 더더욱 그리운 길, 힘들고 지치면 쉬어갈수 있는 길, 때론 그 무언가에 홀려야 하는 길, 그래서 아무도 1초 후에 일어날 수 있는 길에서 또는 자연에서 모를 일입니다. 아무도 모를 일 그래도 어두운 밤의 주로가 더더욱 그리운 길인가 봅니다.”
새벽한기를 느끼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연맹회장께서 체크를 하면서 좀더 분발 하라고 용기와 격려를 준다. 포기할 수 조차도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점이 다소 서운하기도 했지만 어쩌랴 함께하는 후배가 부상 중인 것을...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캔맥을 하나 먹고 또 다시 나그네가 된다. 하남에서는 4번이나 완주한 한반도횡단 길 역주행이라 코스에 자신 있었는데 정신이 혼미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또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와 빵을 사먹는다.
483km 천호대교에서 도저히 잠을 이길 방법이 없어 함께하던 주자 5명이 주차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나는 잠보다는 샤워가 더 필요해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울트라 샤워를 한다.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화장실문을 나서는데 주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잠자는 일행을 깨워 다시 길을 재촉하다.
잔잔한 한강의 물결을 감상하며 잠깐씩 심신을 달래보기도 한다.
잠수교를 지나 자전거 길로 가다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마주오던 자전거가 지그재그 하는 바람에 나도 본능적으로 피할려다 뒤 따르던 자전거에 추돌을 당했지만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cp에 이를 무렵 기획팀의 양대성팀장에게 글을 보낸다.
내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게 되었으니 500km지점에서는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도, 만날려면 임진각 망배단으로 와야만 할 것 같다고….
드디어 500kmcp다.
간단하게 물 보충하고, 수박 몇조각 먹고, 양말 갈아신고는 다시 출발한다.
진정한 서바이벌이란 이런 것인데..여기까지는 스테이지 런이라 고통을 이겨내는데 인색한 방식이라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서 이겨내는 이 시간이 내게는 훨씬 어울리는것만 같은 오만한 생각을 해본다.
6구간 500.9 ~ 560km 누계시간 110:34
끝까지 싸웁시다. 울산의 울트라전사 전성하아우의 글입니다.
“하늘은 높아지라 하고, 땅은 넓어지라 합니다.
바다는 깊어지라 하고, 강은 길어지라 합니다.
나무는 순응해라 하고, 바위는 묵묵히 견디라 하는데 부모님은 매사에 조심해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자들은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얼마 남지 않은 종단 560km, 그 아름다운 완주를 위해서 끝까지 싸우시길 바랍니다.”
걸음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한강대교 중지도 공원의 작은 벤치에 몸을 눕힌다. 좀 더 자고 싶었는데 노인네들이 떠드는 소리에 일어나 한강대교를 마저 건너 용산의 어느 허름하나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이른 점심을 해결한다.
이때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함께하던 후배와 친구말고 수원마라톤의 이명희(여)와 하남의 최종권형님이 함께 하는데 갑자기 이명희가 배가 아프다고 고꾸라지듯 쓸어진다.
급하게 배낭에서 바늘을 찾아 손끝을 따보지만 시원치 않는 모양이다.,
한동안을 그냥 걷는다.
이대로 끝까지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들 중에는 내가 몸상태가 제일 좋으니 모두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는 이명희와 둘이서 멍하니 서로를 쳐다본다.
나왈 ;”많이 안좋니..?”
명희왈 :”예>..”
나왈 :”병원 갈까..?”
명희왈 :”병원 가도돼요..?”
나왈 :”당근이지..”
이렇게 하여 우리는 한의원을 찾아 들어가 사정 얘기를 하고는 명희는 침맞으려 들어가고 나는 쇼파에 기대어 졸기 시작한다.
얼마를 졸았을까..깜짝깨어 시계를 보니 50분이 지났다.
나는 간호사를 찾는다.
나왈 ;”환자는요..?”
간호사왈 :”너무 곤하게 잠들어서 깨우질 못하겠어요..”
나왈 :”이양반아..지금 대회중이라고 했잖아..” “빨리 깨워요…”
간호사왈 :”그래도,,,”
나왈 :”명희야…일어나라…가야지…”라고 소리를 지른다,
간화사왈 :”조용히 해주세요,,”한다.
나왈 :”빨리 깨우기나 해요..”
명희왈 :”미안….”하고는 절뚝거리며 나온다.
나왈 :”놀랐지…? 미안,.,..”
명희왈 :”성,,,미안해요,,,”
나왈 :”가자…그래도 가야지…”한다.
나는 앞서간 주자에게 전화하여 다시 출발하니 마트나 편의점에서 쉬고 있으라고 전하고는 명희를 재촉하고 또 재촉한다.
구파발 이전과 이후의 주로는 4년 전에는 쏟아지는 폭우속에 도로공사로 엉망이 된 주로를 찾았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구간이다. 가도 가도 필리핀 참전비가 나오지 않아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던지.....
지금은 잘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다만 완주만이 있을 뿐!!! 후배의 큰 부상을 이겨내며 함께 여기 까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미해군해병 참전비 부터는 뛰다 걷다 를 수 없이 반복하고 잠이 오면 길바닥 에서 잠을 잔 것 같다. 안전 지킴이 자봉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본인 안전에도 신경 써야 했고 주자들이 비틀거리고 있으니 말이다.
537km한미해병참전비를 통과하고 544km금촌을 지난다. 이제 남은 거리는 15km, 8분 페이스로 가도 두 시간 후에는 골인할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 구간이 그렇게 쉽게 열리지는 않는다. 사방은 깜깜하고 표지판만 눈에 들어온다.
간간히 자봉들과 스포트하시는 분들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캔맥을 하나 먹으라고 한다. 정말 여기서 먹는 캔맥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 어둠속에서 여러 지인들을 만났지만 모두가 많이 아주 많이 힘들어한다. 힘내라고 하고 우리는 계속 질주를 한다.
본사 기획팀의 양대성팀장이 보인다.
나는 우리관리 현수막을 들어 답례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양대성 팀장, 아내와 아이들과 큰 아이의 남친 그리고 김포마라톤 회원들 및 산달모, 수원드림팀의 회원들이 한 몸둥아리가 되어 골인지점을 향하여 달린다.
눈물이 흐른다.
가슴은 남북통일이라도 이룬듯 감동으로 벅차 오른다.
골인지점 결승 테이프에서 환호한다.
“해냈다고”,,,”후배와 친구와 함께 완주 했다고”~~~~
여기는 임진각 망배단 이다.
7월11일 대회 마지막 전날 21:34분에 34번째로 골인을 하였으며 이로써 대한민국국토종단을 마무리 하게 되었습니다. 제한시간은 128시간 이었지만 나의 최종기록은 110시간 34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2구간에서 컷오프 되었던 심재두와 김세영 아우가 피니쉬 자봉을 하고 있었고 인천지맹에서 마지막 날 여러 회원님들께서 봉사를 하신다.
트로피를 들고 완주기념 사진을 찍고 함께한 본사의 양대성팀장, 나의 가족 그리고 김포마라톤,산달모,수원드림팀 회원들과 기쁨을 만끽한다.
그리고는 맥주 한캔을 단숨에 들이킨다.
3.결 론
1주일간의 2014년 대한민국 국토종단 560km를 달리게 해준 (사)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조직위원회,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우리관리의 본사 임직원 여러분들의 성원과 또 원근각지에서 문자로 전화로 격려해 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부단히 노력하는 자만이 승리의 축배를 들 수가 있을것입니다.”
뜻하지 않게 부상으로 중도에 포기선언을 한 용기 있는 25명의 주자들에게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대한민국 국토종단을 꿈꾸고 있는 전국의 뜀 꾼들에게 이 후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4년 7월 29일
감사합니다.
맑게 심성기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