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안에 봉준호가 숨겨놓은 상징들.
평론 의견도 분분하며 말도 많았던 "괴물"을 한참 철지나고서 지금 꺼내 든 이유는,
첫째,봉준호가 "괴물"에 숨겨놓은 상징들이 있는데 그걸 아직 우리가 발견 못했거나 해석을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가 얘기를 꺼내주기를 봉준호가 바랄 것 같아서다.
둘째, 꼼꼼한 평론가 정성일씨가 괴물에서 놓치고 의아해했던 부분을 풀기 위해서다. 정성일씨는 씨네평론에
서 매점 안에 걸려있는 멧돼지 박제머리를 뭔가 의미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지만 끝내 그 의미를 해석하지 못했다.
셋째, 위 검토를 통해 더 확연해지는 그 외 중요 상징들 몇 가지를 더 살펴 볼 것이다.
단, 이 논의에서 봉준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정치사회 사상성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는 제껴두자.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전념하자.
첫째 논의, 봉준호가 숨겨 놓은 숫자.
그건 다름 아닌 숫자다. 현서가 잡힌 하수구에 널린 시체 중에 웃도리에 커다란 숫자가 씌어진 옷을 입고 죽
은 사람이 있다(현서 잡혀간 뒤 강두 가족들 모두 모여 컵라면 먹을때 현서가 함께 김밥 먹는 씬 바로 다음 하수구씬에 등장한다).
혹시 그 숫자를 기억하고 있는가? 지금 괴물 DVD가 있다면 한 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봉테일이라 불릴 정도로 세밀한 연출가 봉준호가 하수구의 개성없는 칙칙한 옷들만 입은 시체들 중에 오직
유독 그 한 명만 가슴팍에 보란듯이 커다란 숫자가 써져있는 옷을 입혔다. 그것도 파란색 바탕에 노란 글씨로 보색 대비로 눈에 확
들어 오게끔... 절대 우연일 수 없는 연출인 것이다.
그 숫자는 9로 끝나는 두 자리 숫자다. 봉준호는 관객에게 9로 끝나는 두 자리 수 중 어떤 수를 생각나게 하려는 걸까?
( 스샷 참조 - 특히 웃도리에 쓰인 숫자를 시체 배치로 적당히 가려서 9로 끝나는 두자리 숫자를 관객에게 상상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봉준호의 사상적경향을 유추해보면 바로 나올 수 있는 답이다.
봉준호는 80년대 후반 운동권세대의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이미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 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의 군화 신은
거시기를 거세시켜 버린(불쌍한 김뢰하...당시 경찰 문귀동 경장-살인의 추억 영화 속 뉴스에 등장한다-이 자신의 성기로 운동권
여대생을 성고문한 사건을 빗댄) 전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괴물"은 반미제국주의와 반정부사상이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부분은 평론가 정성일씨가 씨네21 2006년 8월8일 565호에 잘 설명해 놓아서 여기선 부연설명하지는 않겠다.)
대략 "식민지반자본주의"로 80년대후반 NL로 불리던 경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성일씨는 "반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식민지반자본주의"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봉준호 감독이 정치글
을 쓴다면 알 수 있겠지만 그는 영화 감독 아닌가. 그냥 상상에 맡기자)
정성일씨가 지적한대로 영화 초반부에 중소기업사장이 "괴물"의 첫 제물이 되는 것이 바로 증거다.
(중소자본가가 억압세력-괴물-의 희생자가 되느냐 아니냐는 정치노선을 구분 짓는 하나의 중요 요소임)
괴물은 당연히 독극물을 방류한 미제국주의와 그것을 방조한 매판(뜻:제국주의에 빌붙고 국민을 배신하는) 한국정부와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괴물"이다. 눈 앞 화면 앞의 거대한 괴물의 겉모습, 즉 현상에 현혹되지않고 그 본질을 보는 철학적 현학적 견해가 필요해진다.
미제국주의와 매판한국정부의 사회구조적인 이데올로기적 이념적 괴물이 현실에 생물학적인 괴물로 출현한 것이다.
미국, 매판정부, 군대로 한 지역을 포위... 무엇이 연상되는가? 군대로 완전 포위된 한 지역, 한강! 그것은 다름아닌 5.18 당시 전두환이 미국 동의아래 군대를 동원해 포위했던 대한민국 광주인 것이다.
봉준호는 바로 5.18 광주를 영화 "괴물"에 불러들인 것이다. 5.18 당시 군부의 언론통제를 연상케끔 모든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씌운다(말 못하게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언론통제의 비유이미지). 바이러스 전파 방지라는 핑계라지만 마치 5.18광주에서 폭발한 반정부사상의 전파를 막는 것처럼 내겐 느껴진다.
군인으로 포위된 광주! 아니 한강에서 사람(대한민국시민)을 잡아먹는 괴물(주한미군과 매판정부가 투입한 학살 특전사부대)이 휘젓고
강두가족은 외롭게 무기(총)를 들고 고군분투한다. 마치 고립된 5.18 광주시민들처럼...
그래서 마치 광주 금남로에 모인 시민들을 쫓듯이 괴물은 벌건 백주 대낮에 출현해서 평온한 한강 시민 공원에 모여든 시민들을 마구 쫓아 다니며, 한강 공원 가건물(콘테이너 박스) 안에 까지 쫓아들어가 학살극을 자행하는 잔인함을 통해, 빌딩이나 집 같은 폐쇄된 공간에 숨어 들었다가 쫓아 온 공수부대에 피 흘리며 잡혀가던 그 소름 끼치는 공포감을 재현한다.
현서가 갖힌 하수구는 광주시민 시체를 모아(시체를 모으는 괴물의 특징에 주목) 암매장한 암매장지를 상징하며(그래서 나중에 괴물은 수많은 해골들을 하수구=암매장지에 토해내는 것이다) 그 시체에 있는 숫자 19가 등장하는 씬은 괴물의 학살이 시작된(5.18광주의 학살이 시작된) 다음날이기에 즉, 5.18 하루 뒤인 5월19일을 상징하는 숫자 "19"인 것이다.
봉준호는 우리에게 영화 괴물에 5.18 광주를 끌어들였다고 숫자 19로 슬쩍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이 영화는 5.18 광주에 대한 오마쥬(뜻을 기리며 자신의 작품 속에 상징 비유하는)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마치 살인의 추억이 86년 문귀동 경장 부천서 운동권 여대생 성고문 사건을 다뤘듯이... 번호 "19"의 확증을 통해 5.18광주가 영화 "괴물"안으로 들어오면 다른 수많은 상징들은 손쉽게 풀린다. (괴물과 5.18 학살 공수부대의 자세한 비교는 맨 밑에)
둘째, 꼼꼼한 영화읽기의 대가 정성일씨가 놓친 멧돼지 박제머리의 의미는?
정성일씨는 2006년 8월8일 565호 씨네평론에서 멧돼지 박제머리 등장씬을 "멧돼지를 잡은 그(변희봉)가 그 반대로 괴물에게 붙잡혀 죽
는 것은 인과응보라는 뜻일까?"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건 봉준호가 멧돼지 박제머리에 부여한 상징적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영화에서 멧돼지 박제머리를 클로즈업을 약 5초간 해준 씬은 박희봉(변희봉)이 죽기 훨씬 전인 영화 초반부에 괴물이 현
서를 꼬리에 달고 사라진 모습을 물 속에서 멍하니 보면서 놓친 박강두(송강호) 바로 다음 씬이다. 박강두가 먼 발치서 바라 본 괴물 모습 씬이 바로 멧돼지 박제머리 클로즈업씬으로 약 5초간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송강호가 멍한 표정으로 그 박제머리를 마주 바로보는 씬이 뒤이어 약 5초간 또 이어진다.
위 씬들을 이어 붙여서 멧돼지 박제머리가 바로 괴물이라고 암시하는 것이다. 그 멧돼지는 박희봉(변희봉)이 과거에 잡았던, 혹은 맞서 싸웠던 과거의 괴물인 것이다. 멧돼지 박제머리 옆에 걸린 젊은 시절 박희봉과 부인의 사진이 과거 그가 잡은(맞서 싸운) 멧돼지 머리임을 증명하고있다.
여기서 어찌 멧돼지가 괴물이냐고 반문하실 분도 있겠지만, 괴물과 멧돼지씬의 결합을 통해 암시하는 영화문법적 기교를 놓치면 안되
며, 영화도입부에 보여 준 괴물의 탄생 원인을 통해 봉준호가 생각하는 괴물의 사회정치학적 의미를 곱씹어 봐야한다.
결국 봉준호에게 괴물은 거대한 고질라도 아니요, 이빨 날카로운 죠스도 아니다, 바로 미제국주의,매판정부, 매판정부를 지키고 시민을 학살하는 군대 혹은 공권력인 것이다. 봉준호에게 괴물은 민중을 착취(먹어치우는)하는 억압세력(제국주의와 매판정부권력)이라는 "정치학적 상징물"이 "생물학적 괴물"로 눈 앞에 등장한 것이다.
박희봉이 과거에 잡아 걸어 놓은 멧돼지 박제머리는 과거 한국근현대사에 출현했던 괴물(6.25당시에 빨치산과 양민을 학살하던
미제국주의와 이승만매판정부와 양민학살국군 혹은 박정희매판군사파쇼정권)에 맞선 투쟁에 대한 증거요 과거 억압세력의 상징, 과거
의 괴물인 것이다.
(참고로 이승만매판정부니 박정희군사파쇼정권이니 하는 사회정치적 단어에 너무 신경쓰지 말아주기 바란다.
괴물을 미제국주의의 상징물로 해석하기위해 필요한 좌파의 한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단어일 뿐이다)
그래서 현서(고아성)가 잡혀간 바로 다음 씬에, 멧돼지 박제머리가 딸 잃고 얼빠진 강두를 쏘아보는 것으로 한국근현대사의 등장했던 괴물(억압세력)의 과거와 현재성을 연결시켜주는 상징적 소품이 되는 것이다.
셋째, 위 논의를 통해 드러나는 영화 속의 그외 상징들...
1. 쇠꼬챙이로 괴물의 아구창을 강타했을 때 바닥에 흩뿌려진 괴물의 피의 색깔.
그 피의 색깔은 아주 진한 검은색이였다. 노골적으로 진한 검정색이라 나도 놀랐다. 봉준호는 이렇게 가끔 트릭스럽게 관중을 놀래키며 수수께끼를 던지는 듯한 개구쟁이 이미지가 있다.(스샷 참조)
검은색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아실 것이다. 석유다. 괴물의 피는 석유인 것이다. 즉 석유 먹고파서 이라크 침공한 미국을 상징하는 것이다. 너무 명확하고 쉬운 상징이다. 참고로 그래서 노숙자가 쏟아 붓는 휘발유를 괴물이 맛있다고 받아먹는 장면도 있다. 자세히 보면 괴물이 정말 맛난 것을 먹는다는 듯이 목젖까지 움직이며 꿀꺽 꿀꺽 삼킨다. 한마디로 석유에 환장한거다.
2. 미군들이 바베큐파티때 굽던 고기는 무슨 고기일까?
송강호가 머리가 뚫리는 생체실험 뒤에 실험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을 때 미군들이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그 고기가 무슨 고기일까라고 질문하면 쓸데없는 것까지 묻는다고 하시겠지만, 봉준호가 그 부분을 질문하게끔 해놓은 걸 어쩌겠는
가.
답은 송강호가 인질로 삼은 여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여자(고수희)는 봉준호와 절친한 사이인 박찬욱의 "친절한 금자씨"에서 사
람고기를 구워먹고 감방에 들어 온 마녀라 불리던 여자인 것이다(스샷 참조).
사람고기 구워먹었던 그 여자 앞에서 "친절한 금자씨"에서 등장한 고기 굽던 그 동그란 삼발이를 둘러싸고 미군과 검은정장의 사나이(
정부관료=정부상징)와 경찰(매판정부를 지키는 물리력-경찰,군대-인 공권력 상징) 이렇게 세 명이 맛나게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
다.(스샷 참조)
영화 속 실제 설정은 아마도 쇠고기(미군이 돼지고기를 먹진 않겠지)이겠지만, 그러나 봉준호는 저희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석유를 뺐
아오기 위해) 인간살육의 전쟁(이라크전쟁)도 마다않는 미군들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민중착취세력(이라크군 파견과 민중탄압)이기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저넘들 지금 사람고기 구워 먹고 있는 거야."
난 이 장면에서 봉준호의 상상력에 기가 막히고 넘 웃겨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고수희를 그 씬에 괜히 집어넣었겠는가? 우연이라고 무시하고 싶은가? 유감이지만 이 영화는 다른 아닌 꼼꼼한 봉테일 "봉준호"가 만들었기에 우연한 씬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사람 잡아먹는 괴물과 (사람)고기 바베큐파티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동격으로 놓는 상징적 씬이 된다.
3. 송강호 머리에 구멍 뚫는 행위가 가지는 상징성과 이를 위한 공중앵글의 이유.
박강두 머리 뚫는 씬에서 바닥색깔이 빨간 것에 착안하면 쉽게 풀린다. 보통 바닥을 온통 빨갛게 한 실험실은 없다, 그런데 봉준호는
일부러 바닥색을 빨갛게 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바닥을 빨간 스프레이로 칠했다.(스샷 참조)
왜 빨갛게 했을까? 보통 빨간색의 이미지는 붉은 피, 혹은 잔인함의 생물학적, 심리학적인 색채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잔인함과 혐오의 이미지를 더하기 위해 했다고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보자.
그래도 봉테일로 불리는 봉준호가 만든 씬인데 그리 간단한 상징만 있겠는가?
힌트는 그 장면에서 씬이 컷으로 분할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앵글을 공중에서 고정시킨채 내려다보는 씬으로 계속 간다는데 있다.
그러한 촬영 덕분에 화면 안의 모든 등장인물 외에 빈공간이 빨간 이미지로 가득 차서 빨간색으로 꽉차 넘쳐흐를 것만 같은 이미지다.
만일 작은 빈공간이라도 생기면 빨간색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서 채울 것 같지 않은가?
평소 머리 텅 빈 바보 같은 박강두의 머리가 붉은 색 넘치는 방안에서 이제 곧 뚫리려 한다. 머리가 뻥 뚫리면 바로 빨간색으로 꽉 찰 것 같지 않은가?
여기서 빨간색은 어떤 의미일까? 빨간색은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학 정치학적으로 좌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붉은 색은 역사적으로 피억압계급의 사상, 저항 정신을 상징해왔다. 억압세력은 이 모든 반정부저항 사상을 싸잡아서 속되게 나쁜의미로 "빨갱이"로 매도해왔다.
억압세력의 비인간적 폭력적 고문과 같은 머리 뚫는 실험이 오히려 박강두의 머리에 반제국주의,반정부 사상(빨간 빨갱이사상)을 심어주어 정치적 각성을 하게 된다는 굉장히 은유적인 상징적 씬인 것이다.
특히 화면엔 빨간색 만큼 흰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의사들의 흰색은 억압세력이 민중에게 가하는 테러를 일컫는 사회정치적 용어 "백색테러"를 의미한다.
억압세력의 고문행위와 백색테러가 그들의 비인간적 폭력성과 착취적 본질, 그 정체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하며 그에 맞서는 양심적 세력을 더욱 키워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 씬에서 박강두가 정치적각성을 한다는 의미를 한층 확고히 해준다.
이제 선과 악의 분별(적과 아군)을 분명하게 깨달으며 똑똑해진 박강두는 자신의 가짜세균을 무기삼아 인질을 잡고 탈출하며 본격적인
현서 찾기(투쟁)의 여정에 오른다.
4. 송강호가 괴물의 입에 꽂아넣는 쇠파이프! 이것이 상징하는 바는?
송강호의 쇠파이프는 날카로운 쇠꼬챙이다. 일반 백성이 "무기로 사용하는 꼬챙이"하면 연상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죽창이다. 80년대 후반 대학가 시위현장에 걸린 걸개그림엔 저항의 상징으로 죽창이 자주 등장했다.
한반도 민중항쟁사에서 "죽창"이 가지는 상징성은 잘 아실 것이다. 죽창은 민중이 손 쉽게 만들 수 있는 무기였기에 저항의 상징으로
시와 소설, 민중판화미술 심지어 노래에 까지 자주 등장하던 무기다.
후세에 죽창이 저항의 상징이 된 건 조선근대사 "동학농민민중봉기"의 재평가를 통해서다. 그래서 놀랍게도 봉준호는 죽창을 매개로 괴물과의 싸움의 시초를 조선근대사 "동학민중무장봉기"까지 끌고 올라간다.
혹자는 "죽창은 뭐고 동학봉기는 뭐야. 이건 너무 비약이다."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괴물을 제국주의외세로 상정하게 되면 제국주의에 의한 침탈(제국주의의 침략은 자본주의 시대에 등장한 정치경제적 개념이자 역사적 사건들이다)과 민중저항이라는 한민족의 최초의 역사적 사건인 "동학봉기"가 연상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들 알다시피 "동학농민민중무장봉기"는 일본제국주의와 매판조선정부의 농민수탈과 학살에 대항해서 일어난 운동이다.
하얀 환자복 입고서 쇠꼬챙이로 괴물을 찌르는 모습이 마치 흙먼지 잔뜩 묻은 하얀 옷 입고 죽창 움켜 쥐고 서서 괴물을 찌르는, 백의(白衣)의 민족으로 불리던 조선 동학 농민군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미지가 강렬하다.
우린 여기서 봉준호가 생각하는 괴물은 제국주의외세와 매판정부권력 그리고 그 공권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야 한다.
놀랍지 않은가? 송강호가 괴물을 제압하는 최종 무기가 쇠꼬챙이 = "죽창"이라는 사실이... 그러기에 거대한 괴물을 쇠꼬챙이 하나로 제압한다는 설정이 무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진짜 이유인 것이다. 봉준호는 보잘 것 없는 쇠꼬챙이 소품 하나로 송강호의 괴물과의 사투를 이전 세대들의 괴물(억압세력)과의 사투로까지 연결시키며 괴물과의 투쟁의 의미를 격상시키고 있다.
괴물을 죽일 때 하필 하얀 옷(조선백성 상징)을 입게 설정하고(실험실에서 탈출 했으니 그 옷을 입고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끔하는 철저한 설정), 괴물을 찌르는 쇠파이프로 죽창을 상징하며, 80~90년대 NL운동권 친구들의 염원인 반미제국주의노래가사("조선백성이여 죽창으로 미제국주의의 심장을 찌르자!")를, 영화를 핑계로 실현해 내는 이 놀라운 재주!
그래서 이 부분은 봉준호의 감독으로서의 비유상징 능력이 한 단계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씬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과 비교했을 때 즉자적인 직접적 노골적 정치적 비유들이, 영화 전체에 흐르는 그의 주제의식을 명확히 파악할 때만 보이는 비유 상징으로, 거기에 역사성 까지 담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뛰어난 비유로, 클라이막스의 단 하나의 씬으로 모든 것을 집약해서 자신의 사상을 논리적으로 설파까지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다음 작품 "설국열차"(지구온난화로 피폐된 지구에서 부를 거머쥔 억압세력과 피억압민중들이 한 열차를 타고 생존의 피난 열차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그의 이런 능력들이 자유롭게 표출될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게다가 제작자가 모든 것을 극한으로 몰아부치길 즐기는 철학의 소유자 박찬욱아닌가...)
5. 송강호의 노랑머리와 시도때도 없이 꾸뻑 졸던 모습.
영화 마지막에 송강호는 검은 머리로 바뀌어있고 동시에 밤에 잠도 없이 현서가 목숨 바쳐 구한 아이를 밤새 지킨다.
영화 중간에 송강호의 노랑머리와 자주 잠자는 모습을 언급하는 대화가 수도 없이 나온다. 이것도 간단한 상징이다. 억압세력에 무감각하게 순종하며 살던 이전과 정치적 각성으로 괴물(억압세력)과의 투쟁에 나서며 자신의 주체성(검은 머리로 변신)을 되찾아가는 그 이후를 비교상징하는 것이다.
6. "괴물"의 마지막 장면은 속편을 예고하는가? 아님 여전히 송강호가 바보라 괴물 죽은 줄 모르고 하는 행동인가?
영화 초반 자살하는 중소기업사장이 한강 다리 위에서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던지는 마지막 말 "끝까지 둔해 빠진 녀석들"은 이제 더이
상 바보 강두를 가리키지 않는다. 중소기업사장 자살 씬 바로 다음 씬이 강두가 바보같이 조는 모습이고, 현서 마중가다 엎어지는 한 눈에 보기에도 한심하고 바보같은 모습으로 나오며 영화 내내 바보 강두가 나오지만, 머리 뚫리는 정치적 각성 이후 그는 이미 변했다.
그 말은 괴물의 기괴한 겉모습만 보면서 생물학적 괴물에 정신이 팔려 진짜 괴물(정치사회적 괴물=미제국주의,매판정부)을 못 보는 관객 혹은 소시민들에게 내 던지는 봉준호의 매서운 일갈인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바이러스존재를 줄창 선전하던 매스미디어를 믿고 현서 만나기 전에 몸을 깨끗이 소독해야 한다고 달리는 방역차 뒤에서 난리부르스를 떨던 강두가 텔리비젼 뉴스를 발로 끄는 장면이 그가 똑똑해진 증거다.
그 씬에서 텔레비젼 화면 속 지체높은 미국 관리와 박강두의 발가락이 함께 대비되어 나온다. 마치 "조용해! 너희들 거짓말 더 이상 듣기 싫어, 내 발가락 때만도 못한 넘들!"하고 말하듯이...
또한 다시 닥쳐 올 억압세력(괴물)인 제국주의외세, 매판정부권력, 그리고 그 지킴이 공권력과의 싸움을 대비한다. 죽은 아버지의 옛
날 사냥총을 고쳐 잡으며...그리고 현서가 살린 아이에게 김 모락모락 나는 보기에도 먹음직한 기름진 쌀밥을 사랑 듬뿍 담아 한 상 차
려 먹인다. 마치 내가 목숨 바쳐 지켜야할 후손이라는 듯이...
이건 곧 송강호의 사유가 혈족 관계의 좁은 틀, 개인적 문제, 가족의 문제에 파묻혀 지내던 사고의 틀을 넘어서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
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의 상징이다. 사회정치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피억압계급 정체성을 찾아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계급사상에 눈 떴다는 것이고, 그래서 혈육인 현서가 아닌 고아인 세주를 마치 피붙이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렇게 이성적 사고를 하는 송강호를 누가 이제 더 바보라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제 더이상 노랑머리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영화 마지막 장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었다. 여타 평론가들은 많은 서로 다른 의견들을 내놓았는데 특히 씨네21에서 정성일, 김소영, 허문영 세 분의 괴물 평론 대담을 봤는데 그들은 틀린 답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의문시한 점들, 왜 마지막 장면은 밤이 였는가? 그리고 그 장면서 매점은 왜 우화적 이미지와 음악으로 희화화 시켰는가?
괴물을 직접 자기 손으로 처치했지만 그것은 사회구조적 진짜 괴물인 제국주의,매판정부가 만들어 낸 돌발적인 괴물일 뿐 진짜 괴물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정치적 각성을 한 박강두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실존하는 이데올로기적 괴물이 언제 다시 생물학적인 괴물(전쟁,쿠데타 등등)로 나타나서 5.18 광주 때처럼, 마치 이라크전쟁처럼 폭압적인 식인괴물(시민학살 폭압세력)로 등장할까봐 긴장하며 싸움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박강두가 보기에 죽지 않은 진짜 괴물이 존재하는 세상은 변한게 없기에 매점 밖은 여전히 칠흑같은 깊은 겨울 밤으로 표현되는 것이고, 그 자신은 정치적 각성을 통해 자신의 계급 정체성을 깨달았고, 괴물과의 사투 속에 앞으로 지켜내고 함께 싸워나가야 할 이웃, 그 희망을 구했기에, 그래서 봉준호는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느낌이 충만하게 매점 안 세상을 표현하며 영화를 끝맺는 것이다.
7. 강두네 가족은 왜 엄마가 없는가?
위 세 평론가들이 대담 논란 중에 왜 강두네 가족은 엄마가 없는가에 대한 부분을 잠깐 언급해보자. 강두 엄마도 없고, 현서 엄마도 없다. 가족에게 엄마, 아빠는 큰 양 축이다. 그런데 한 쪽이 없는거다. 세 분은 그에 대한 여러 얘기가 분분했지만 정답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해답은 봉준호의 정치적 지향성을 보면 답은 사실 아주 간단하게 나온다.
미제국주의와 소련 제국주의, 두 제국주의외세에 의해 두 동강난 한반도에서 북의 동포를 잃고 반쪽 삶을 살고있는 남한 민중의 삶이 투영된 것이다. 외세(괴물)만 아니였으면 온전한 통일된 하나의 삶, 온전한 가족이 반쪽 난거다. 가족으로 치면 엄마 아빠 중 한 분이 없는 거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남남북녀"라고 북쪽을 여자로 대비시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그래서 결국 비극적으로 딸(현서)를 똑같은 제국주의(괴물)에 잃게 하여 무려 3대에 걸쳐 엄마가, 혹은 장래 엄마 될 사람이 죽게끔 설정한다. 여기서 제국주의(괴물)에 의한 한민족 분단의 반쪽 삶을 사는것에 대한 봉준호의 분노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8. 괴물 제목이 Host(숙주)인 이유.
괴물은 등에 여러마리의 물고기들을 박아 놓고 사는 독특한 생물인데, 그 외형적 이미지만으로도 괴물등에 박힌 물고기들이 괴물에 기생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괴물은 옐로우에이전트를 맞고 괴로워하다가 등에 박힌 물고기를 뱉어내는데 이로 인해 그 물고기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 물고기가 바로 외래어종 "베스"다
(봉준호는 "괴물"에서 외세제국주의와 그에 부화뇌동하는 무능한 한국정부와 그것이 폭력적야만적으로 구현된 생물 "괴물"을 얘기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기에 그 물고기는 당연히 외래어종 베스일거라고 추측하고 바로 "베스"로 검색해봤다. 역시나 아래턱이 주욱 삐져나온 독특한 모양이라 금새 구별이 가는 "베스" 어종 이었다). 모두 아시겠지만, 베스는 모든 토종 민물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으며 큰 환경문제가 됐던 놈이다. 그리고 베스가 괴물에 몸에서 떨어져나오는 순간을 바로 미국관리2명이 촬영하고 기록하는 컷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괴물(토종생물=한국정권)은 베스(외래어종=외세제국주의)에 조종, 이용 당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결국 괴물은 "베스(외세제국주의)"가 기생하며 이용한 숙주(HOST)인 것이다. 괴물에서 떨어져 나온 "베스" 컷에 바로 미국관리의 취재기록컷이 이어지는 봉준호의 편집방법이 바로 움직일 수 없는 영화문법적 증거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돌아 보는 영화 속 괴물과 5.18 광주 학살 공수부대의 특징 비교>
1. 백주 대낮에 평화롭게 모여 있는 시민들을 쫓아다니며 잡아 먹는 괴물 ---> 5.18 백주 대낮 금남로의 시민들을 쫓던 공수부대.
2. 도망간 시민을 가건물 콘테이너 안까지 쫓아가 잡는 잔인함과 집요함의 괴물 ---> 도망간 시민들을 집안, 건물 모두 쫓아가 뒤져 잡는 잔인한 공수부대.
3. 죽은 시민 시체들은 땅을 파 만든 곳 매장지(하수구)에 몰래 갖다 모아 놓는 괴물 ---> 광주 교외 매장지에 시민들의 시체를 몰래 묻는공수부대
4. 그 시체들은 시간이 지나면 뼈로 매장지(하수구)에 남는다 ---> 결국 죽은 광주시민들은 나중에 모두 뼈로 발견된다.
5. 군대에 의해 폐쇄된 공간(한강)에서 총을 든 시민(박강두가족)과 괴물이 맞붙는다 --> 군대로 폐쇄된 공간 광주에서 총 든 시민들과 맞붙는 공수부대.
6. 괴물과 싸우는 시민(박강두가족)을 바이러스 보균자라며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는 이들을 현상수배한다 ---> 공수부대와 싸우는 5.18 광주시민들을 빨갱이사상 보유자라며 폭도로 매도하고 도와주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정부의 현상수배리스트에 올랐다.
7. 괴물에 죽은 무려 40명의 영정사진들을 시민실내체육관에 모셔 놓고 합동 분향하는 세계최초의 괴물영화 ---> 5.18 당시 공수부대에 희생당한 시민들의 영정사진들을 시민실내체육관(상무관)에 모셔 놓고 합동 분향 한다.
8. 괴물은 쇠꼬챙이에 두드려 맞고 찔리고 화염병 불에 타 죽는다. ---> 시위대의 쇠파이프에 두드려 맞고 화염병에 맞아 몸에 불나던 공수부대, 백골단들.
9. 괴물은 알고보니 미국(베스)과 한국정부가 실컷 조종하고 이용하다 버린 생물(Host :숙주)일 뿐이다. ---> 잔인한 공수부대도 알고보면 미국(공수부대 진압 출동 승인)과 한국정부(5공 군사정권)에 조종,이용당하다 다치고 죽어나간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쯤에서 여러 상징들에 대한 분석은 그만해도 될 것 같다. 그외 더 많은 상징들이 있을 것 같지만 그건 지금 위에 씌인 시점으로 영화를 재감상하시면서 새로운 발견들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위의 시각으로 "괴물"을 보면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있어 보이고 매우 활기차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숨겨진 사상과 상징들을 찾아내 실타래 풀어내듯 연결시키는 작업은 항상 매우 흥미롭다.
출처- 네이버카페 영화를 쓰는 사람들 글쓴이 씨네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