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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모두 삐걱' 한일관계 신년부터 살얼음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도미타 코지 주한일본대사를 접견하고 있다. 2021.01.14. 한일관계가 신년부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18년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이미 악화일로를 걷던 한일관계가 최근 일본 정부에 배상을 명한 '위안부' 판결로까지 이어지며 급속도로 경색된 모양새다. 이후 일본이 한국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사전 협의 없이 측량 조사를 강행하면서 한일 양국은 해상 대치를 이어갔으며, 코로나19로 하늘길마저 막혔다. 한일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단 목소리가 나온다.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위자료 배상 판결을 내렸다.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첫 원고 승소 판결이었다. 일본은 즉각 주권면제 원칙을 들어 '위안부' 판결은 무효라고 항의했다. 이는 한 국가가 외국의 재판소에서 강제로 피고가 될 수 없단 원칙을 말한다. 8일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여러 건 냈지만, 1심 결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세워져 있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의 흉상. 2021.1.8.
이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은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8월 15일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일 양국이 해상에서 40시간 가까이 대치하는 일이 벌어진 것. 10일 오후 11시55분쯤 한국 EEZ에 진입해 측량 조사를 한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측량선 '쇼요' (昭洋·3000톤급)는 한국의 중단 요청에도 불응하고 퇴거하지 않고 대치를 이어가다 지난 12일 오후 4시24분쯤 떠났다. 11일부터 제주 남쪽 해상에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昭洋)가 해양 조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해경 함정과 40시간 가까운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수역은 1999년 '신한일어업협정'을 통해 설정된 한일 중간수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2일 제주 남쪽 해상에서 해경과 대치 중인 측량선 쇼요(昭洋).2021.1.12.
중첩수역은 상호 협의해 기준을 정하게 돼있지만, 한일 양국은 서로 자국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 선박은 물러났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다음달까지 조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아 한국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외국인 입국을 당분간 막았고, 한국도 일본에 대한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중단했다. 일본은 래월 7일까지 '비즈니스 트랙'을 일시 중단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일본 비즈니스 트랙은 작년 10월8일 시작된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다. 한국, 중국, 대만 등 11개국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목적 왕래를 허용한 바 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기업인 특별입국도 막혔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13일 "2월7일까지 일본에 대해 격리 면제서 발급이 일시 중단될 예정"이라 밝혔다. 日스가의 인기 추락, 文도 부진…희미해지는 정상회담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최근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데 총리의 대응은 더디다는 게 주된 평가다. 이에 따라 꼬여 있는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여지도 좁혀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총리 일본 교도통신이 지난 9~10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한달 새 9%포인트 빠진 41.3%였다. 불지지율은 42.8%로 더 컸다. 취임 직후 지지율이 70%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코로나 관련 스가는 지난 7일 도쿄 등에 긴급사태 선언을 내렸는데, 일본인들 80%가량이 "너무 늦었다"고 답했다. 스가 총리를 지지 못하는 이유로 "실행력이 없기 때문"(40%), "정책에 기대를 가질 수 없어서"(33%)를 문제삼았다. 무파벌로 당내 세력이 약한 스가 총리가 취임 4개월 만에 큰 위기를 맞자 일본에선 3월 조기퇴진설까지 돈다. 이처럼 그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분위기 전환 조짐이 있었던 한일관계도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아사히신문 주간지 '아에라'는 기사에서, 당초 스가 총리가 1월에 고유권한인 중의원 해산 및 총선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급속 확산으로 무산됐고 이후 지지율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지지율에 좋지 않은 정책을 쓸 여유가 없다"면서 한일관계는 추락 기미가 짙어졌다고 평가했다.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일 관계개선 카드'를 꺼내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 스가 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내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꺼냈다. 한일 관계는 우선 순위가 아닌 것이다. 작년11월 10일 박지원과 13일 김진표는 일본을 방문해 스가와 회담하며 양국 관계 개선 물꼬를 트려했지만, 스가는 한국이 답을 달라는 자세를 취했고 연말 한국에서 열려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꺼려하며 사실상 찬물을 끼얹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