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권 침해하는 '매매혼 국제결혼광고' 규제하라"
‘베트남 숫처녀’, ‘초혼, 재혼, 장애인 대환영’, ‘현지면접 후 선택’
도심 한복판은 물론 심지어 농촌 지역에서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국제결혼광고 현수막에 등장하는 문구들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빈국 처녀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매매혼을 양산하는 이같은 국제결혼광고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얼마 전 <조선일보>가 베트남 현지 르포 기사를 통해 이같은 매매혼 현실을 고발했지만, 단순 흥미성 무비판적 접근으로 이 문제를 다뤄 오히려 베트남 정부까지 나서 항의하는 등 외교적 마찰만 불렀다. 일부 언론마저도 이러한 매매혼 국제결혼 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둔감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국내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이 나서 이같은 국제결혼광고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인권위 진정을 내기로 했다.
매매혼 부추기는 불법국제결혼 왜 규제 못하나?
이처럼 매매혼을 부추기는 불법국제결혼 광고가 버젓이 거리에 나붙고 있지만 이에대한 규제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문제는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결혼광고 규제는 신고없이 간판 형태의 광고물을 설치했을 경우 5백만원 이하 벌금을, 현수막과 벽보 형태로 설치했을 경우는 3백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매매혼 실태를 고려하면, 매매혼 중개업자들에게 이같은 벌금은 솜망방이 처벌에 불과하다.
또 ‘옥외광고물등관리법’(제5조)은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 또는 퇴폐적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등의 내용의 광고물을 설치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으나, 매매혼을 연상시키는 이같은 불법국제결혼광고는 해당 법률의 규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이 국제결혼광고를 하는 ‘결혼중개업자’에 대해 허가제와 신고제를 도입하자는 법률을 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해 2월 대표발의한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해 허가제와 신고제를 도입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을 철저한 관리. 감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 발의 1년 6개월이 넘도록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빨라야 오는 하반기 국회 때 관련 상임위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될 뿐 통과 가능성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는 동안 현재까지 중구난방 식으로 등록된 국제결혼 중개업체만 6백여 곳이 넘는다.
베트남 처녀 증명서?
알선업체에선 ‘처녀증명서’라는 것을 홍보수단으로 동원하고 있었다”
SBS ‘임성훈의 세븐데이즈’ 19일 방송에선 베트남 사회를 분노로 들끓게 만든 ‘한국의 국제결혼 매매’의 충격적 실태를 고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베트남 사회는 분노에 휩싸였다. 발단은 ‘베트남 처녀,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국내 한 일간신문의 기사 내용이 현지에 알려지면서였다.
기사의 내용은 기자가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중개업체를 방문해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들을 고르는 맞선풍경을 담았다. 여기서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 남성에게 간택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사진과 더불어 생생하게 소개한 것이었다. 이에 베트남의 여성단체와 전 총리 등은 ‘발가벗겨진 자존심’을 찾기 위한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
방송이 전한 국제결혼 매매혼의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단순히 매매혼으로 그치는 게 아닌 현지여성들의 인권 침해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지에서 취재해 온 영상엔 ‘1대 40의 미팅’이라는 믿기지 않는 신부면접과정을 보여줬다. 국내서 온 남자가 50여명의 대기인원을 보면서 걸린 시간은 1시간. 면접 중인 예비신부 인원 중에선 남편이 될지도 모를 남자에게 질문한 시간은 1분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남자 측에서만 질문할 수 있는 ‘이상한 맞선’의 모습이 연출됐다.
보는 이들을 경악케 할 만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처녀증명서’가 그것으로 현지여성들은 한국에 시집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이를 병원에서 발급받아야 했다. 이는 한국남성들을 모집하는데 필요한 알선업체의 홍보수단이라는 게 그 이유.
또한 국제결혼 전문브로커들은 ‘처녀일 경우는 가격이 비싸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줘 현지여성들이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당하고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현지 여성들의 인권이 버젓이 무시당하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날 방송에선 힘들게 한국으로 건너온 현지여성들의 처참한 실태 또한 보여줬다. 한 베트남 여성은 한국인 남편의 노골적인 멸시와 상습적인 구타를 견디지 못해 도망쳐 나왔다. 공동체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이 여성은 ‘베트남 여성들, 한국에 절대 시집오지 말라’며 눈물 섞인 절규를 토해냈다. 보는 이들의 가슴에 강한 울림으로 남을법한 말이었다.
한편 물의를 일으켰던 국내 모 신문사는 최근 하 티 끼엣 베트남 여성동맹 위원장에게 사과 편지를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지면을 통한 공개사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민단체들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초. 재혼. 장애인 무료상담
"베트남 처녀랑 결혼하세요. 100% 후불제, 초혼, 재혼, 장애인, 자식 있으신 분'"
"베트남 처녀 절대로 도망가지 않습니다"
저 반인격적, 빈여성적인 문구는 거리 곳곳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이나 국제결혼 광고지 내용이다. 내용만으로 본다면 마치 베트남 처녀는 인격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돈으로 언제든지 사고파는 시장의 물건, 게다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교환이나 폐기처분이 가능한 물건 이상 절대 아닌 것 같다.
저렇게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에 부채질이라도 하듯 국내 최대 일간지라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4월 21일자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기사를 통해 국제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인격적 모욕을 주었다.
이에 베트남 유학생, 노동자, 국제가족을 이룬 베트남 여성, 그리고 나와 우리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언니네트워크,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대표 등 베트남인과 한국인 60여명은 20일 대학로에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국제결혼광고 반대캠페인'을 진행했다.
베트남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차려입고 새벽에 전북 익산에서 올라 왔다는 국제결혼 여성인 뤼엔,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 대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노동자 대표 등은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로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즉석에서 참여한 베트남인들의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에 유학중인 한 베트남 여학생은 한국어 발언문에서 "2006년 현재 1만 명이 넘는 베트남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다. 또 2005년 현재 국제결혼 이민자는 7만 5천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고 이미 국제 결혼 비율은 13.6%를 넘어서서 100명 중 13명이 국제결혼을 했다. 그들은 이미 일반적 현실이 된 국제결혼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만 불법 중개업체들이 베트남 여성을 상품화하고 비하하는 광고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격적인 손상을 입히고 있고 국제결혼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베트남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국제결혼은 서로 평등한 관계로 서로의 권리와 인격이 보호되고 언어와 문화적 차이 극복을 위한 사전 준비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광고에 현혹되어 준비 없이 국제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격적인 무시를 당하고 있다.
이에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연대와 일부 시민단체는 한국정부와 시민들에게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광고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민들의 자각을 호소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다른 나라의 식민지배를 받은 과거의 상처도 비슷하고 한국이 베트남에 진 빚 또한 적지 않다. 베트남 참전을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곳에 한국인의 씨를 뿌리고 무책임하게 돌아왔으며 한국의 참전자들이 만들어 놓은 라이 따이한들에 대해 그 누구도 한국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양심선언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6.25참전을 이유로 이곳에 수많은 국제 가족을 만들어 놓고 무책임하게 떠나가 버린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나 스코틀랜드 등 각국의 병사들과 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그 과오마저 까맣게 잊고 사는 한국인은 또 한 번 베트남 여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정신대 이야기에 분노하는 많은 이들조차 우리가 베트남에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고 넘어가야 함을 간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이제 조금 나은 경제력을 무기삼아 베트남 처녀들을 물건 골라잡듯 돈만 있으면 사올 수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광고를 용납하는 것은 더욱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캠페인은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베트남인들이 어렵게 함께 모인 자리로 정부와 시민사회에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반인권적 광고 행위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을 호소하며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정부는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국제결혼 중계 업체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절히 규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인 현수막, 신문광고 기타 홍보 활동을 즉각 중단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은 업체 스스로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들과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은 말한다.
"한국인 여러분! 만일 일본이나 미국 구석구석에 '한국 처녀랑 결혼하세요. 장애인, 재혼, 노총각...'같은 광고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사람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상품화하지 마세요. 국제결혼 중계업체들은 베트남 여성들을 상품처럼 묘사하며 베트남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아내가 집안일을 시키거나 성적 욕구만 충족시키는 도구인가요? 우리는 팔려온 노예가 아니랍니다. 더 이상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지 마세요. 아오자이는 섹시함을 과시하는 옷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부심이고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옷입니다. 그 아오자이의 이미지를 왜곡하지 마세요."
어떻게 한국인과 결혼하게 되었나?
"남편이 하노이에 일하러 왔었다. 하노이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정도 들고 사랑하게 되어 결혼했다. 우린 자연스러운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한국인과 결혼한 유엔씨(전북 익산, 25세, 초혼)
- 한국에 온 지는?
"1년 되었다."
- 한국에 와서 광고를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한국에 와서 국제결혼 광고를 보고 너무 충격적이었다. 마치 내가 물건이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우리 베트남 여성들을 그렇게 취급할 수 있나 싶어 소화도 안되더라."
- 베트남에 있을 때 상업결혼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난 하노이 출신이고 남편도 하노이에서 만났다. 하노이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한국에 와서 남부 호치민에서 그런 상업 결혼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나?
"사실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문화적 차이다. 음식, 말, 풍습이 달라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나 개인적으로는 가족과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시집 식구들과 사이가 좋아 그런 대로 문제가 없지만 다른 베트남인 국제 가족을 만나면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더라."
- 상업결혼이 성행하는데도 친구들이 국제결혼을 하겠다면 권하겠는가?
"상업결혼이 판치고 있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결혼이라면
권장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나처럼 부당한 일에는 당당하게 나서라고 충고하겠다." / 이명옥
찐티링(51세. 강북구, 재혼)
국제 결혼 가족에게 상처주지 말라
- 한국에 온 지는?
"나는 딸을 데리고 재혼을 했다. 96년부터 동거를 하다 98년 결혼을 했는데 계속 베트남에 살다가 6개월 전에야 한국에 왔다."
- 베트남 여성 상업결혼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 왔더니 골목마다 광고가 붙어 있더라. 내가 남편에게 가위 좀
달라. 저 광고들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심기가 불편하다."
- 상업결혼 광고가 많아지면서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나?
"나는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과는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비즈니스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내 도움을 받는 처지라 오히려 나를 존경한다.
다른 베트남 여성들 경우도 그들이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한 이상 이미 한국인이고 그들이 낳은 아이는 분명 한국인이다. 현재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 결혼률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한국의 미래인데 어머니와 어머니 나라를 무시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 한국말을 모르는 것 같은데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는가?
"집에서는 가족이 모두 베트남어를 하기 때문에 베트남 말로 소통을 한다. 밖에서는 서툴지만 영어로 소통을 하고 있다."
- 문화적 차이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나?
"난 10년 이상 남편과 살았다. 그리고 베트남도 역시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라 그리 큰 차이나 어려움은 없다." / 이명옥
"국제결혼 여성 상품 취급" 베트남, 반한 감정 드세다
[중앙일보] 결혼 상대를 구하러 베트남을 찾은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베트남 신문이 보도하면서 현지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일고 있다.
28일 베트남 유력 신문인 뚜오이쩨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한국의 한 일간지가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국제결혼 실태를 보도한 게 계기가 됐다.
한국의 이 신문은 21일 '베트남 처녀들 희망의 땅, 코리아로'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에서 현지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 사례를 크게 보도했다. 특히 한국 남성 앞에 번호표를 달고 모여 앉은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을 노출시킨 사진을 게재하면서 '한국 왕자님들, 우리를 데려가 주오'라는 설명을 달았다.
뚜오이쩨가 이 내용을 자국 독자에게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베트남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신문이 불법적인 매매혼을 고발하기는커녕 베트남 처녀들의 코리안 드림을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보도했다는 쪽으로 현지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가 나간 뒤 베트남 여성단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베트남 여성연합회는 27일 긴급 지도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하 티 키엣 회장은 "한국의 총리실.여성부 등 정부기관과 여성.시민 단체에 베트남 여성에 대한 인격모독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발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호찌민시와 각 성에 국제결혼 실태를 조사하고 알선업체를 단속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와 함께 "문제의 기사와 사진을 실은 한국 신문에 사과를 요구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뚜오이쩨를 비롯한 현지 언론사에는 한국인의 국제 결혼 행태와 한국을 비판하는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한 독자는 "한국 사람들이 부자라고 해서 다른 나라의 가난한 여성을 모독해도 되느냐"고 말했다. 반한 분위기가 높아지자
하노이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베트남 외교부와 언론사를 찾아가 대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은 2001년 134건에서 지난해는 58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맞선만 160번` 45세 산골총각 `러브스토리`
맞선을 20살부터 봤는데.. 160번 정도 될 겁니다. 전부 다 딱지 맞았어요. 다 싫대.."
한국 아가씨 160명에게 퇴짜 맞은 45세 산골총각이 있다. 25년 동안 헛물만 켜왔던 이 남자가 20살 베트남 처녀를 만나 결혼을 했다.
4일 MBC TV 휴먼다큐 `사랑` 제 3부작 `나는 사랑일까?`는 25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스무살의 베트남 처녀 응어터이 가오를 아내로 맞이한 한국 노총각 송성익씨의 `달콤, 유쾌한 러브스토리`를 선보였다.
성익씨의 관점에서 그린 `나는 사랑일까?`는 푸근한 그의 얼굴만큼 순박함이 곳곳에 묻어났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내와 일주일 동안 떨어져 지낸 성익씨. 방송에서 그는 설을 맞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오와 자러가겠다"고 어머니에게 조르고, 결국 명절음식 준비로 바쁜 어머니를 뒤로하고 그는 아내와 유유히 사라졌던 것.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부부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화투를 치다가 말이 통하지 않아 생긴 부부 싸움이며 베트남어 "옴싸, 엠 유안(여보,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부부의 모습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신혼의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줬다.
시청자 이문희씨는 "김현철 피디님의 시선과 그 마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연인의 행복이 무엇일지 알수 있어 즐거웠다"며 시청 소감을 밝혔다.
한편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MBC가 제작한 휴먼다큐 5부작 중 하나인 `나는 사랑일까?`는 `사랑`에 관한 신선한 형식을 선보이면서 다큐멘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다큐 PD의 눈물로 촬영한 '러브 스토리'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셀수 없이 많지만 진정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그 깊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하루평균 결혼하는 쌍수와 이혼하는 커플이 기계적으로 반복을 거듭하는 일상속에서 서로의 진실된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지금, 사람들은 진정 가슴가득 충만한 사랑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여기 그런 불완전한 사랑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는 한시간여의 작지만 깊은 감동이 있다.
10년차 다큐멘터리 전문 PD가 눈물로 만든 '사랑이야기', '너는 내운명'. MBC 유해진 PD는 처음 그들의 소식을 접하고 전화로 부탁해봤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다. 결국 직접 그들이 있는 병원으로 후리지아 꽃을 한다발 들고 찾아가 진심으로 '당신들의 사랑을 통해 세상에 이런 진실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간곡한 부탁을 했고 어렵게 승낙을 받았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촬영은 시작됐다. 그 때부터 제작진은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앵글을 고쳐 잡고 때로는 급박하게 응급실로 주인공을 옮겨야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가슴졸이며 두사람의 가슴 뭉클한 사랑이야기를 담았다.
울면서 촬영한 '러브 스토리'4년전 여대생 서영란(28)과 노총각 정창원은(37) 운명처럼 만났다. 9살의 나이차, 학벌차, 부모님의 반대도 무릅쓰고 영란씨는 창원씨를 무작정 좋아했다. 살아온 환경탓인지 다소 염세적인 생각에 사로접혔던 창원씨는 그런 영란씨에게 부담을 느꼈지만 결국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사랑으로 함께 한지 이제 2년이 됐다. 그러나 청천벽력같이 영란씨는 간암말기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시한부 선고이후 2년만에 세상과 이별할때까지 기적같은 생명의 연장을 보았지만 2년전, 시한부 3개월 선고는 이들 커플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다. 창원씨는 죽음을 앞둔 영란 씨를 기꺼이 아내로 맞이했다. 투병생활 2년째,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둘은 더이상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의 매듭을 이었다.
암병동의 '닭살 커플'영란씨의 몸은 80%가 암 덩어리다. 폐와 뇌까지 전이된 암은 이미 그녀의 신경들을 하나씩 마비시키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재치 있는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 영란씨의 명랑함은 늘 곁에 있는 창원씨 덕분이다. 스물다섯. 대학을 졸업했지만 선생님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영란씨는 교대에 진학하기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대형마트의 생선코너 판매관리직으로 일하던 창원씨를 만났다.
9살이나 많았지만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눈길이 갔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대학의 문턱도 넘지 못했던 창원씨는 처음엔 영란씨의 사랑을 믿지 않았다. 그에게 사랑을 믿게 해주겠다고 시작한 만남. 암이 온 몸에 퍼져도 영란씨는 그를 위해 웃고 그를 위해 노래하고 그를 위해 춤춘다. 그를 사랑하기에 그녀는 산다.
보잘것없던 인생에 빛이 되어준 영란. 창원씨는 영란씨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간의 60%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으면서 아예 병실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창원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병실 안 간이침대에서 생활하며,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영란을 위로하려 삭발을 했고 대소변까지 받아냈다. 혹시 그녀가 찾을까봐 어쩌다 장모님이 오셔도 주차장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창원씨. 사람들은 창원씨를 영란의 '1분 대기조'라고 부른다.
끝내 불발로 끝난 결혼식잇몸과 손끝까지 영란의 몸 곳곳에 퍼진 암. 네 번째 객혈이 시작됐다. 시작되면 멈출 방법도 없고, 호흡곤란으로 이어져 언제든지 위급상황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인생을 정리해야할 때이지만, 영란씨는 창원씨와의 결혼식을 준비한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사진과 영정사진을 찍고 싶은 영란.
결혼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결혼반지를 맞추기 위해 외출을 하고 오랫동안 연락을 끊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입원 후 처음으로 목욕탕도 가면서 영란씨는 조금이라도 예쁜 신부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만져보는 새하얀 웨딩드레스. 하지만 양가 가족들은 창원씨의 미래와 영란씨의 건강 상태를 염려하며 결혼식을 반대한다. 그러나 결혼식만은 꼭 올리고 싶은 두 사람이다. 결혼식은 12월 4일. 영란씨에게 바로 전날 혼수가 찾아왔다. 그리고 6일 영원히 이별을 고했다. 주인을 못찾은 웨딩드레스를 남겨두고.
사랑해요, 아주 뜨거운 가슴으로죽음까지 이르는 영란씨의 마지막 2달의 기록. 이제 창원씨는 혼자 남아 영란씨가 남긴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사랑을 지켜간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주는 서영란․정창원 부부의 눈물과 좌절, 사랑과 희망의 모습은 우리가 너무 쉽게 무시하지나 않았을까 싶은 소박한 행복과 사랑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유해진 PD는 "세상을 떠날 지도 모르는 분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에 담는데 대한 부담도 컸다"면서 "밝고 명랑했던 영란씨가 '세상에 내가 예쁘게 살다간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승낙해줘서 프로그램이 빛을 볼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PD는 또 "창원씨의 헌신에 대해 촬영 스탭들이 처음에는 불편해 했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검열 때문이었을 것"이라며"이 남자의 지고지순한 모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랑의 진실됨을 잘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부끄러워졌다"고 덧붙였다.
지금껏 10년여간 촬영하면서 슬픈 이야기속에서도 결코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경험이 한번에 무너졌다는 유PD는 "저 스스로도 끊임없이 아내와 가족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했다. 진정한 사랑의 존재여부에 대해 의심하는 현실의 많은 사람들도 정창원씨를 만나면서 자기정화의 시간과 대면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또, 영란 씨와 인사하면서 '형벌' 같은 운명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건강한 삶'의 태도를 가슴깊이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일 오후 11시 5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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