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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찹쌀떡'의 각종 찹쌀떡. 반죽에 호박, 녹차, 백년초 등이 있다. |
"찹쌀~ 떠어억~" 늦은 밤 울리던 찹쌀떡 장수의 구성진 외침. 잊혀가는 추억이다. 추억의 한 장면처럼 떡은 기념일이나 명절 외에는 자주 만나기 어렵다. 젊은 층에서 간식으로 떡을 즐기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전통음식 떡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많다. 찹쌀떡만 전문으로 하는 '김서방 찹쌀떡(051-784-3638)'과 퓨전 인절미 음식이 특기인 '설빙(051-254-2980)'이 바로 그곳. '김서방 찹쌀떡'은 전국 각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설빙'은 인절미로 빙수나 토스트를 만드는 등 특이한 메뉴로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같은 종목 다른 기술'을 가진 두 곳을 소개한다.
◆김서방 찹쌀떡
- 끈적임없이 기분좋은 차진 반죽, 견과류 넣어 팥소 단맛 중화
- 새벽 4시부터 당일배송 떡 제작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김서방 찹쌀떡'에는 테이블이 없다. 판매는 철저히 주문 방식. 테이블이 있어야 할 공간은 떡을 빚는 작업장이다. 이곳에서 김석재(33) 대표는 새벽 4시부터 당일 배송할 떡을 만든다.
김 대표는 7년간 서울의 찹쌀떡 명인 밑에서 떡을 배웠다. 그때 좋은 반죽의 느낌을 손으로 깨닫게 됐다고 한다. '반죽의 느낌'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했다.
'차지다'는 것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반죽 덕분에 냉동 보관 후 떡을 녹여 먹어도 쫄깃함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손으로 뜯어 보니 길게 늘어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한입 베어 물어도 입안에서 끈적인다는 느낌이 없어 먹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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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방 찹쌀떡'에는 각종 견과류가 들어 팥소의 단맛을 줄였다. |
또 하나, 맛의 비결은 팥 앙금과 그 속의 견과류다. 일부 찹쌀떡은 단맛이 지나쳐 쉽게 질린다. 하지만 이곳 찹쌀떡은 단맛을 말 그대로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호두와 밤의 고소한 맛이 팥 앙금의 단맛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팥 앙금에 들어가는 소스도 한몫한다. 만드는 방법은 비밀이란다.
주로 주문 방식으로 떡을 만들어 팔지만, 그 맛 때문에 동네 주민 사이에도 단골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단맛이 강하지 않아 동네 당뇨병을 앓고 계신 할아버지도 매일 찹쌀떡을 2개씩 사서 드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 연말 찹쌀떡 판매용 매장을 만들 계획이다. 공장에서 떡을 직접 만든 후 매장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체인점 형태로 매장을 키우기에는 고유의 찹쌀떡 맛을 잃어버릴까 두려워서다.
◆설빙
- 우유얼음에 인절미 고물·연유, 고소함과 단맛 어우러짐 절묘
- 토스트에 끼운 인절미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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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빙'의 인절미 설빙. 우유를 갈아 만든 빙수에 인절미와 인절미 고물, 견과류만 넣었다. |
영업 한 시간 전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빙수를 만드는 곳. 하지만 '팥'빙수가 아니다.
주 종목은 인절미다. 우유를 갈아 만든 빙수에 인절미를 넣는다. 추가로 들어가는 재료는 인절미 고물과 연유. 재료는 단순하지만 달고 시원한 데다 인절미와 우유 빙수가 어우러지는 맛이 절묘하다.
정선희(여·31) 대표는 "퓨전 음식의 관건은 단순함이다. 이것저것 섞는 욕심에 음식을 만들면 오히려 맛을 망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우유로 간 빙수는 말 그대로 눈꽃이다. 뽀얀 흰빛에 부드러운 느낌이다. 생긴 것처럼 먹는 것도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 숟가락으로 섞어서 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 인절미와 빙수를 한 숟가락씩 그대로 떠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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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토스트. 구운 빵의 바삭함과 인절미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
또 한 가지 특이한 메뉴는 인절미 토스트다. 구운 빵 두 개 사이에는 인절미가 들어가 있다. 빵의 바삭함 뒤에 인절미의 쫄깃함이 따라나온다. 각종 견과류가 고소함을 주고 꿀이 단맛을 더해준다.
외식 컨설팅 경험을 가진 정 대표가 퓨전 음식 사업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 일본 유학 경험 덕분이다. 일본은 전통음식이 대중화되어 있어 정 대표의 눈길을 끈 것. 한국으로 돌아온 정 대표는 전통떡인 인절미를 접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모습을 본 후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떡 예찬론자다. 먹어도 살이 찔 염려가 없고, 다른 간식거리보다 맛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메뉴를 개발하는 중이다. 떡은 설빙의 실질적 1호점인 부산 수영구 남천동 '시루' 매장에서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