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생도 앞바다. 전갱이와 참돔 볼락 등 다양한 어종이 올라오는 선상낚시터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올여름 선상낚시 한 번 떠나보실까요. 요즘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캠핑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바캉스용품 가격이 치솟고, 시설이 잘 갖춰진 캠핑카를 빌리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 즐기는 선상낚시도 그만입니다. 넓은 바다에 낚싯대를 걸어 놓고 오랜만에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고, 때마침 바닷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줍니다. 아무래도 갯바위낚시는 아주 편안한 장소가 아니면 가족이 함께 낚시를 즐기기는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위험하기 때문이죠. 선상낚시에서는 초보자도 생각보다 쉽게 고기를 낚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고수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요. 낚싯대를 빌려주는 배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지간히 낚시 경험이 많은 분도 한 번쯤은 선상낚시에 끌립니다. 원하는 대상 어종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다양한 어종이 입질합니다. 더구나 부산은 낚시 천국이 아닙니까. 어느 곳에서나 10여 분만 배를 타고 나가면 바로 채비를 던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태종대 앞바다에 선상낚시를 다녀왔습니다. 17~18명이 탈 수 있는 제법 큰 낚싯배에 올라 태종대 일대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시점이라 날씨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잠깐 햇빛이 비치다가 잔뜩 찌푸렸습니다. 배에 오르자 선장이 뱃멀미약이 필요하면 미리 마시라고 했습니다. 점심도 든든히 먹은 데다, 초등학교 이후 30년 이상 멀미라고는 몰랐던 터라 설마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마셔뒀습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취재수첩에 이것저것 메모를 하려고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다 보니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멀미약을 마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람선이나 바지선 등이 지나가면 낚싯배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곧 익숙해졌습니다.
태종대 전망대 아래서 낚은 볼락.
역시 낚시의 매력은 손맛입니다. 처음 몇 번의 시도에서는 입질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서너 군데서 소나기 입질이 왔습니다. 낚싯대마다 3~4마리, 4~5마리씩 전갱이가 줄줄이 달려 올라온 것입니다. 몇몇 조사들이 입질을 받자 긴장감은 더 팽팽해졌습니다. 나중에는 볼락과 참돔까지 잡혔습니다. 선상낚시는 사격과 비슷합니다. 군 생활을 마친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탄 1발 장전-거총-사격 개시-거총 바로', 이것이 사격 순서입니다. 선상낚시도 미끼를 준비한 다음 신호에 맞춰 일제히 채비를 바다에 넣습니다. 그리고 신호에 맞춰서 채비를 거둬들입니다. 태종대 인근 포인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 보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넉넉한 횟감을 수확한 조사도 있고, 생각만큼 입질을 받지 못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름 밤바다는 추억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쏨뱅이·볼락·전갱이·참돔…손맛·입맛·눈맛 짜릿짜릿
- 선장, 어군탐지기 이용 포인트 안내 - 낚싯대에 전갱이 3~4마리씩 매달려 - 너무 많아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키기도 - 귀한 참돔 올라오자 부러움 섞인 탄성
지난 20일 오후 3시30분께 부산 영도구 하리항에 도착했다. 출항을 위한 서류에 인적사항을 적었다. 이미 몇몇 낚시꾼들이 배에 올라있었다. 오징어를 얇게 썰어 미끼를 준비하는 낚시인도 보였다. 배에 타자마자 낚싯대를 걸 수 있는 거치대를 확보하고 자리를 잡았다.
■ 행동을 통일하라
태종대 선상낚시에서 첫 번째 입질에 잡아올린 쏨뱅이. 회나 매운탕으로 먹을 수 있다.
출항 예정 시각인 오후 4시가 되자 선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출발하기 전에 채비를 준비하시고, 요즘은 구명조끼 단속 기간이니 몸에 맞게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리항을 출발했다. 방파제를 돌아 태종대로 향했다. 보통 새벽에 출조하는 낚시인들은 거제도 부근 해역까지 1시간 이상 배를 타고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의 목적지는 태종대와 생도 부근. 약 10분 배를 타고 나가는 중에도 방송은 계속됐다. "거듭 안내 말씀 드립니다. 구명조끼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실 안에 다 준비돼 있습니다. 크릴을 바늘에 다시고 낚시할 준비를 서서히 하시기 바랍니다."
하리항과 한국해양대 사이를 빠져나와 태종대 앞바다로 나갔다. 옅은 해무가 끼어 있었으나 달릴수록 바닷바람은 시원했다.
"오늘 낚시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물때는 오후 6시께 만조가 됩니다. 그러나 대략 30분 정도 빠를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공략 포인트는 태종대 전망대 앞과 자갈마당, 생도 인근 입니다. '삐~' 하는 소리가 울리면 동시에 채비를 내려서 낚시를 하다가 '삐삐' 하고 벨이 두 번 울리면 채비를 올려주시면 됩니다. 행동을 통일하는 게 중요합니다. 낚싯줄이 엉키지 않기 위해서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합니다. 또 행동을 통일해야 바로바로 다음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태종대 전망대 바로 아래 지점에 도착했다. "이곳은 대전갱이와 볼락이 잘 올라오는 지점입니다. 채비를 내릴 준비를 해 주십시오. 삐~"
일제히 낚싯대를 내렸다. 몇 번 미끼를 갈아끼더니 드디어 입질이 왔다. "첫 고기로 쓸만한 씨알의 쏨뱅이가 낚였습니다. 축하합니다."
태종대 전망대 앞에서 낚아 올린 성대.
선장은 연신 어군탐지기를 확인하면서 멘트를 날렸다. "여기는 수심이 17m쯤 됩니다. 수심 14m 부근에서 바닥층까지 어군이 나타납니다. 채비를 바다에 넣고 가만히 계시면 안 됩니다. 고패질을 해주셔야 합니다. 봉돌로 바닥을 탁탁 두드린다는 기분으로 낚싯대를 살짝 올렸다 내렸다가 가볍게 해주시면 됩니다."
입질이 또 왔다. "드디어 왕볼락 한 마리가 올라왔습니다. 씨알이 제법 굵습니다."
멀미로 속이 울렁거릴 즈음 태종대 주변을 운항하는 유람선이 갈매기떼를 잔뜩 매달고 지나간다. 물결을 일으키자 낚싯배가 기우뚱거린다. "삑삑~. 채비를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겠습니다."
낚싯배는 잠시 이동하다가 멈췄다. "채비를 내리시기 바랍니다. 이곳은 수심이 약 18m로 나타납니다. 바닥이 울퉁불퉁합니다. 봉돌이 닿을때 그대로 있으면 밑걸림 때문에 채비가 터집니다. 바닥에 수초와 산호가 많이 있습니다. 바닥에서 50㎝ 정도 올려서 낚시를 해주셔야 합니다. 15m 지점에 전갱이 어군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고기는 낚이지 않았다. 다시 이동.
태종대 직벽 앞이다. "수심이 11m쯤 됩니다. 암초가 심하니 밑걸림에 주의합시다." 배가 서서히 흘러가는데 수심이 달라졌다. "여기서는 15~18m 사이에 어군이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패질해서 입질을 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 태종대의 소나기 입질
어군이 지나갔다 싶으면 배는 곧바로 이동했다. 태종대 고래등 인근에 채비를 던졌다. 꾼 서너 명에게 동시에 입질이 왔다. 한 낚싯대에 3~4마리씩 전갱이가 매달려 올라왔다. 군집성 어종인 전갱이의 특성 때문에 한꺼번에 여러 마리가 걸린 것이다. 너무 많이 잡히다 보니 옆 사람과 채비가 엉키기도 했다.
흥분한 선장의 안내방송. "이것이 바로 태종대 대전갱이 낚시의 매력입니다. 짧은 시간에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손맛도 좋고, 입맛은 더 좋습니다. 10~20㎝ 높이로 봉돌을 올린다는 기분으로 감아주시고, 고패질하면 입질이 오기 쉽습니다."
흘러 흘러 태종대 자갈마당 앞까지 이동했다. "바닥층에 낱마리가 보입니다. 수심은 18m쯤이고, 고기가 바닥에 배를 붙이고 있습니다. 산호도 제법 보입니다."
그때 선미 쪽에서 부러움 섞인 가벼운 탄성이 터졌다. "귀한 참돔이 1마리 올라왔습니다. 26~28㎝급으로 예쁜 놈입니다. 참돔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니 물이 따듯한 것 같습니다. 표층 온도는 19도로 나오는데 심층도 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속물이 따뜻하면 참돔 볼락도 잘 올라옵니다."
선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참돔 1마리가 또 잡혔다. "철저하게 바닥층을 공략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돔과 전갱이의 이동이 보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조과는 없었다. "잠시 후 어군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서 이동하겠습니다. 어구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낚싯배에 오른 지 2시간 가까이 됐다. 다시 고래등 부근으로 갔다. "이제 물이 정지했습니다. 곧 썰물이 시작됩니다. 어구를 내리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어군이 많이 보입니다." 역시 입질은 없었다.
이날 오후 5시50분. "이제 썰물 포인트로 이동하겠습니다." 생도라고 불리는 주전자섬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바닥이 험합니다. 수심은 15m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깊게 내리면 무조건 걸립니다. 참돔과 전갱이를 공략하면서 봉돌이 바닥에 닿지 않게 또 닿더라도 곧바로 몇 바퀴 감아올려야 채비에 이상이 없습니다. 이곳은 물살이 세고 조류가 빠른 지역이기 때문에 씨알은 굵고 다양한 어종이 삽니다." 팔뚝만 한 전갱이를 몇 마리 낚았다.
태종대 전망대 아래와 고래등 인근, 자갈마당까지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채비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의 조과는 한 포인트에서 낱마리 수준에 그쳤다. 조과가 초반보다 떨어지자 속이 탄 선장은 연신 담배를 물면서 이곳저곳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취재협조=영도 하리항 나이스호(011-595-7275)
# 선상낚시의 장점·준비 요령
- 초보자도 다양한 물고기 넉넉한 조과 - 선장 노하우 활용 대상 어종 손쉬운 공략 - 일기 변화때 갯바위낚시보다 대피 용이 - 채비·미끼, 출조 낚시점주 등에 문의를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는 "선상낚시는 넉넉한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름이 되면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을 공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유성 어종뿐만 아니라 붙박이 어종까지 폭넓게 낚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갯바위낚시와 차이점은
영도 하리항에서 선상낚시를 준비 중인 꾼들.
갯바위낚시는 대상 어종에 따라 갯바위 포인트에 대한 나름대로 노하우가 없으면 입질을 받기 어렵다. 갯바위를 전문적으로 다니는 꾼들은 계절에 따라 또는 노리는 어종에 따라 채비를 달리한다. 밀물과 썰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날 조류 흐름에 대한 물때나 수온 등 변수를 잘 고려해야 한다. 한 마디로 대상 어종과 포인트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선상낚시는 선장의 경험이나 노하우에 따라 공략하는 포인트가 결정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대상 어종을 만날 수 있다. 갯바위낚시는 대체로 한정된 포인트, 한정된 공간만을 공략하므로 마릿수 조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반면 선상낚시는 대상 어종을 유인하거나 찾아다니면서 낚시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어종을 만날 확률이 커지게 된다.
선상낚시는 예기치 못한 일기 변화 등 위험이 찾아오면 빨리 피신할 수 있다. 비용 면에서는 선상낚시는 승선비를 물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선상낚시는 일행과 합의만 되면 철수와 진입이 언제나 가능하지만, 갯바위낚시는 그런 면에서 불편하다.
■ 선상낚시 준비 요령
선상낚시를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대상 어종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 어종에 따라 전동 릴이나 배터리 등이 필요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오징어 갈치 열기를 비롯해 심해 우럭처럼 깊은 수심을 공략해야 하는 선상낚시에서는 전동 릴이 필수다. 반면 얕은 바다 회유성 어종들을 공략하는 낚시, 예를 들면 전갱이나 참돔 볼락낚시 등은 일반 릴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채비나 미끼 등은 대상 어종에 따라 달라진다. 포인트에 따라 준비가 다르므로 출조 낚시점의 점주나 선장에게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