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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24절기 이야기
한호철
-절기와 달력의 관계
실제로 오늘날과 같은 달력 형태를 갖춘 월력은 조선 효종 4년 1653년 청나라에서 도입된 시헌력을 채용한 때부터이다. 시헌력은 서양천문학의 영향을 받아 만든 달력이었으며, 고종 32년 1895년에 이르러서 현재 사용되는 태양력을 전격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을 태양의 주기 변화를 기본으로 만들어졌기에 양력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1895년 9월 9일 조선의 고종이 내린 칙령에 따라, 1895년 11월 17일까지 태음태양력을 사용해오다가 이날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바꿔 사용하게 되었다. 이 태양력의 채택은 한일병합인 1910년 8월 22일에 앞서, 일본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되었다.
태음태양력은 원시시대 달의 운행주기를 기준삼아 생활하던 시절에서, 비교적 주기의 변화가 없는 태양의 영향을 받아 태음력을 보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달력에서 월의 개념은 음력을 사용하면서 년의 개념은 태양력에서 맞춘 것으로, 달을 해에 맞췄다고 하여 태음태양력이 되는 것이다. 태음태양력이 태양력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알기 위하여 종이 한 장에 표기한 것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 즉 음력이 표기된 태양력 달력이다.
태음력은 삭마의 날짜 계산이나 기타 조수 간만의 차이 등에 유용하다. 그러나 아시아처럼 태양의 힘을 빌어 농사를 짓거나, 일상 생활을 태양에 의존하던 사람들은 순수 태음력만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태양의 일조와 물의 증발, 바람의 방향과 세기, 눈과 비의 많고 적음을 기록하여 생활에 반영하여 태음태양력을 만든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24절기의 이해
전통의 절기를 지정하는 방법은 평기법과 정기법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사용해온 평기법은 1년을 24등분해서 황도상의 해당 점에 각 기를 매기는 방법으로, 동지를 기점으로 중기와 절기를 매겨 15.218425일씩 더하면서 24절기를 정하는 방법이다.
또 청나라 때 사용하였고 조선 효종 때에 도입된 시헌력을 바탕으로 채택된 정기법은, 황도상의 동지점을 기준으로 태양이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변화될 때마다 절기와 중기를 번갈아 매겨 나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여 생긴 24절기를 세부적으로 보면 각 달의 4일부터 8일 사이 초순에 들어있는 12개의 절기와 19일부터 23일 사이 하순에 들어있는 12개의 중기로 이루어졌다.
-24절기 구성형태
태양의 황도에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각 점을 찍으면 모두 24개의 구간이 생긴다. 이 구간을 24개의 절기라 부르고, 그 시작하는 첫날을 절기가 들어서는 날이라 하여 각각의 입기일이라 한다.
그래서 입춘이나 입하, 입추, 입동은 절기에 해당하여 그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또 춘분이나 하지, 추분, 동지는 중기에 해당하여 그 계절의 가장 정점에 와있음을 알려준다. 또 계절의 시작점에서 계절의 정점까지는 약 45일의 기간이 있는데 그 안에 하나의 절기와 하나의 중기가 들어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절기와 중기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모두 절기로 혼용하여 부르고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절기의 날짜가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변하는 이유는, 지구의 둘레를 도는 태양의 황도가 타원형으로써 주기가 일정치 않은 것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흔적이다.
-24절기의 현실성
24절기는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예전의 중국에서 만든 계절변화표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준용하여왔다. 그러나 약 2,500년 전 중국의 주나라가 이를 만들 때 기준으로 하였던 중국의 내륙인 화북지방과, 삼면이 바다로 둘려있고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여 조금씩 다른 것을 느낀다.
정작 계절다운 계절을 살펴보면 봄에는 춘분을 지나서 청명이나 곡우가 되면 확실한 봄이 왔음을 알며, 여름에는 하지가 지나 소서나 대서에 이르러서 여름을, 가을에는 추분을 지나 한로나 상강에 가을을, 겨울에는 동지를 지나 소한이나 대한에 완연한 겨울을 느끼게 된다.
최근 들어 24절기라는 단어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 현상도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입기일과 절
어떤 절기의 입기일에서 다음에 오는 절기의 입기일에 이를 때까지의 기간은 해당 입기일의 명칭에 절 자를 붙여 ‘입춘절’ 혹은 ‘우수절’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하면 우수입기일은 2월 19일 하루지만, 우수절은 우리가 쉽게 말하는 우수인 2월 19일부터 다음 절기인 경칩이 되기ㅣ 전 날 즉 3월 5일까지의 기간을 이른다. 그래서 우수는 하루지만, 우수절은 15일간이 되는 것이다.
-24절기
입춘: 동풍이 불어 언 땅을 녹이며, 동면하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이제 곧 봄이 온다는 징조다.
우수: 날씨가 많이 풀려 봄기운이 묻어나고 초목이 싹트기 시작하는 절기다. 입춘이 지나면 동해 동풍에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 이처럼 우수에는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비가 내린다는 말이다
경칩: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구멍 난 벽에 흙을 바르거나 담을 고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흙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말도 있고, 타고 남은 잿물을 담아 방 귀퉁이에 놓으면 빈대가 물러간다는 말도 있다.
춘분: 음력으로는 2월에 해당하여 바람이 제법 불어서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말이나, 꽃샘에 설 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생겨났다.
청명: 계절적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기에 아주 적합한 날이다.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 봄농사를 시작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산소에 가서 둘러보며 손질하는 등을 하였다.
곡우: 봄비가 내리고 백곡이 윤택하여진다고 하였으니, 만약 비가 안 오면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고 하여 흉년을 걱정하였다.
이때는 논에 못자리를 하기 전으로 볍씨를 담그고 준비하는 시기이다. 곡우를 전후하여 비가 오기 전에 따는 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차하 하여 귀하게 여겼다. 비가 오면 이제부터는 쑥쑥 자라기 때문에 차로서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믿은 때문이다.
입하: 여름을 알리는 입하는 신록을 재촉하며, 곡우에 설치한 못자리에 모판을 만드는 아주 바쁜 시기이다. 이때는 들에서 땀 흘려 일하는 계절로 농작물이 잘 자라지만, 이와 더불어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을 없애는 작업도 필요하다.
소만: 이제 서서히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면서 식물의 성장이 왕성해진다. 농가에서는 모내기 준비와 보리 베기, 밭작물의 김매기 등이 줄을 이어 가장 바쁜 계절로 접어든다. 예전에는 망종에 모내기를 하였지만 요즘은 소만에도 모내기가 시작된다.
봄철에 입맛을 돋우는 냉잇국과 씀바귀는 이때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입추: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야 하고, 논의 김매기도 끝나가는 시기다. 따라서 농촌이 잠시 한가해지는 때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전한다. 이는 음력으로 7월 즉 칠석이나 유두, 그리고 대서에는 아주 바쁜 일은 없어 논밭에서 어정거린다는 말이다.
처서: 처서는 한창 더운 여름은 지나갔고 군데군데 곳에 따라서만 덥다는 뜻을 가진다. 이때는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묘소의 풀을 깎기가 적당하다. 아침저녁으로는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여름벌레가 힘을 잃게 된다.
과일을 살펴보면 중복에는 참외, 말복에는 수박, 처서에는 복숭아, 백로에는 포도가 제철과일이라고 할 정도로 뚜렷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백로: 밤과 낮의 기온차로 인하여 하얀 이슬이 맺히는 것을 말하며, 열대야를 벗어나 완전한 가을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무덥고 고된 여름 농사를 잘 지었으니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다. 만곡이 익어가니 백로에는 많은 새들이 기승을 부린다.
추분: 잘 여문 곡식을 거두기에 하루해가 짧고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벼베기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목화와 고추를 따서 말리는 등 이런저런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한로: 찬 이슬이 맺힌다는 뜻으로, 점차 기온이 내려가고 있으니 추워지기 전에 수확을 끝내야 하는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때는 음력으로 9월9일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로,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술을 담그는가 하면 각종 행사도 많은 계절이다.
상강: 차가운 서리가 내린다는 의미로 이때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땅속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시기이다.
입동: 이제 겨울로 접어든다는 뜻을 가진 입동이니, 이 날이 추우면 그 해 겨울이 몹시 춥다고 하였다. 서둘러 월동준비를 하여야 하는데, 입동을 전후하여 김장을 한다. 이는 배추와 무 등 각종 채소도 얼어붙기 전에 수확하여야 한다는 것과 맞물린다.
소설: 이제부터 눈이 온다는 말이며, 동시에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인 것이다. 소설을 전후한 음력 10월 20일경에 바닷가에서는 심한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거워진다.
대설: 이 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한다는 말이 전하고 있다. 많은 눈이 내리면 보리밭이나 밀밭에 마치 이불을 덮은 듯한 형상을 이룬다. 이렇게 함으로써 또 다른 추위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여 얼어 죽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어왔다.
동지: 태양의 소생으로만 보는 새 해는 동짓날이 설날이 되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설날과 비교하여 작은 설이라는 뜻으로 ‘아세’라 불렀다. 따라서 동지에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생겨났고, 팥죽에 들어가는 새알 모양을 한 경단은 부화하는 새의 알을 비유한 것이다.
소한: 말로는 작은 추위하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때가 피부로 느끼기에 가장 추운때에 속한다. 이 다음에 이어서 찾아오는 절기가 대한이지만,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는 말을 남길 정도로 이날은 반드시 춥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실제적인 평균 기온은 역시 대한이 더 차가운 것이 사실이다.
대한: 24절기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드는 절후로 추위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암시한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가장 추운 날은 소한이며,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고 잘 정도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24절기
<입춘>
입춘 15일간을 5일씩 나누어 초후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중후에는 동면하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말후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간혹 음력으로 섣달에 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정월에 든다.
입춘날의 일진에 갑이나 을이 들어 있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병이나 정이면 큰 가뭄이 들고, 무나 기이면 밭농사가 흉년이 되고, 경이나 신이면 사람들의 생활이 안정되지 못하고, 임이나 계이면 큰물로 난리가 난다고 여겼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안 좋은 일이 많으면서 무슨 일이든지 항상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하는 점이기도 하다
서울 동대문 밖의 제기동이나 전농동이라는 지명은 그곳에서 베풀어졌던 선농제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농사를 다스리는 농신에게 풍년을 비는 제사로 신라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입춘 후 첫 亥(해)일에 선농제, 입하 후 첫 亥(해)일에 중농제, 입추 후 첫 亥(해)일에 후농제를 드려 모두 세 차례의 제사를 지내던 것인데, 조선시대에 와서는 동대문 밖에 선농단을 짓고 선농제 하나만을 지내왔다.
그나마 선농단은 1909년 순종의 융희 3년 강점기 때 폐지되었다.
입춘은 시기적으로 아직 겨울에 해당하여 이렇다 할 농사일은 행하는 것이 없다. 다만, 이때부터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는 시기로 알려져 온다. 올해에 심을 씨앗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같은 땅에서 반복하여 수확된 종자를 사용하면 갈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생명력이 강한 품종, 수확량이 풍성한 품종으로 교체하는 그루갈이가 필요하다.
입춘이 오는 길목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새 나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때에 우리 선조들은 눈 밑에 숨어있는 五辛(오신)채를 구하여 입맛을 돋우고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였다고 한다. 오신채는 다섯 가지의 매운 맛을 내는 채소로 파, 마늘, 자총이, 달래, 평지, 부추, 그리고 미나리 등 향신성 채소를 말하는데, 대표적인 재료로는 하얀 파, 노란부추, 푸른 미나리, 승검초, 겨자를 꼽는다.
어떤 연유로 오신채를 준비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새로 돋는 파의 노란 순을 잘라 초고추장에 찍어 대신하기도 하였다.
탕평채는 궁중요리로써 채를 썬 청포묵과 쇠고기, 녹두새싹, 미나리, 물쑥 등을 큰 그릇에 담고, 간장, 참기름, 식초를 넣어 고루 버무린 후에 황백지단과 김, 고추를 가늘게 채 썰어 고명으로 얹어놓으면 된다. 탕평채는 대개 늦봄에서 여름 사이의 나물이 많이 나는 시기에 먹는 음식이다.
입춘날 밤 자정이 되면 북두칠성과 삼태성이 하늘의 중앙에 떠오른다. 북두칠성은 큰곰자리의 꼬리부분이며 삼태성은 큰곰자리의 심장부에 속한다. 따라서 입춘하늘은 큰곰자리가 주인이 되는 셈이다. 북두칠성은 탐랑성, 거문성, 녹존성, 문곡성, 염정성, 무곡성, 파군성으로 이루어졌고, 이 별은 사람의 생사와 화복 그리고 길흉을 좌우한다고 믿었으며 도교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권능도 여기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북두칠성은 봄 하늘 초저녁에 북동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별이다. 이 별자리의 손잡이 3개에 해당하는 별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1등성 2개가 보이는데, 이 중의 첫 번째는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르스이며 나머지 하나는 처녀자리의 스피카이다.
<우수>
옛사람들은 이 우수절 15일을 5일씩 쪼개어 삼후로 나누고, 그 첫 5일인 초후에는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중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말후에는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이 무렵에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북풍한설의 날씨라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우수 뒤의 얼음 같다는 말도 있는데, 이는 우수가 되면 얼었던 얼음이 모두 녹으니 이제 곧 날씨가 풀리고 추위도 사라질 것이라는 표현이다.
우수가 되면 논에 객토를 하고 거름주기를 하는 것은 입춘과 다를 게 없다. 그리고 입춘에 준비하였던 봄보리를 파종하는 때이다. 보리는 땅만 녹으면 바로 파종을 하는데, 아무래도 시절의 기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어 좀 더 일찍 심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가을보리는 이제 잠에서 깨어 성장을 하는 시기임으로 뿌리증식을 위한 비료를 주어야 한다.
마늘과 양파 등 월동 채소도 마찬가지다
예전과 달리 기계로 모내기를 하는 경우 조금 빨리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가 못자리용 상토를 준비하고 소독하는 등 준비를 하는 시기다. 겨울동안 서릿발에 떠 있는 보리는 밟아주거나 흙 북주기를 하여 뿌리가 잘 자리 잡도록 한다.
우수에 먹을 수 음식은 아주 많다. 떡국이나 오곡밥, 각종 나물과 견과류도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오곡밥에는 찹쌀과 팥, 콩, 조, 멥살, 수수 등이 들어가며, 미리 삶아놓은 팥과 물에 불린 콩을 사용하면 좋다. 물론 찹쌀과 멥쌀도 30분전 쯤에 물에 불렸다가 사용하면 더욱 좋다. 이들을 솥에 넣고 구루 섞은 후 소금으로 간을 하고, 한 번 끓인 후 중불로 줄였다가 쌀이 익은 후에는 약한 불로 뜸을 들이면 된다.
대보름에 먹는 나물류는 고사리나물, 호박오가리나물, 도라지나물, 콩나물무침, 고사리나물, 취나물, 토란줄기무침, 고구마줄기나물, 무나물 등이 있는데 이들은 우수에 먹어도 좋을 음식에 속한다.
한겨울이 되면 고구마 밥을 해먹기도 하고, 무밥과 콩나물밥, 호박밥을 해먹기고 하였다. 물론 우수에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우수 하늘에서 초저녁에는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안 보이다가 밤이 깊어지면 보이며, 자정이 가까우면 하늘높이 떠오른다. 이때 북두칠성은 시계의 반대방향으로 흐르는데, 우리가 즐겨하는 윷놀이의 말판이 반시계방향인 것이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경칩>
경칩에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이지만,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이동성 고기압과 어울려 주기적으로 기압골을 통과하여 따뜻하거나 추운 날씨가 반복되기도 한다. 그러는 도중에도 기온은 점차 상승하고 마침내 봄에 도달하는 것이다.
겨울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나무와 변온동물들은 몸속의 포화지방이 점차 응고되어 세포막이 굳어지고 만다. 그러다가 결국은 혈액순환이 안 되고 체내수분이 얼어붙게 되면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 역시 포화지방이 많으면 좋을 것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자연 이치다.
식물은 이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체내 수분을 줄이며 불포화지방을 늘려 추위를 대배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꽃샘추위나 한파가 몰아치면 적은 온도변화에도 그만 동사하는 것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나무로, 그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지리산의 송광사와 선암사 일대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上品(상품)으로 쳐주고 있다.
고로쇠물은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골리수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른 봄 물오름이 왕성한 때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풍나무의 일종으로 자작나무, 다래나무와 함께 봄철 기호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보통 나무들은 절기상 2월의 중기인 춘분이 되어야 물이 오르기 시작하지만, 남부지방에서 이른 봄 그 해의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는 의도의 표현이었다.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가 불순하면 좋은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선조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이날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았다. 은행나무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따로 있는데, 서로 마주보면서 풍매로 열매를 맺어 순결한 사랑을 연상시킨다. 열매나 잎에 독성이 있지만 그것은 단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 나무가 천년을 사는 것처럼 사랑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시찬요>에 의하면 은행 알이 세모난 것은 숫씨이며, 네모난 것은 암씨라고 하였다. 어른드른 대보름에 은행을 구해놓았다가 경칩날에 지어미와 지아비가 마주 바라보면 은행을 먹었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믿어 일부러 새 흙을 이겨 벽을 바르기도 한다.
경칩의 직전에 머슴날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가 확실하다. 머슴날은 앞으로 닥칠 1년 농사를 대배하여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미로, 힘든 일을 하게 될 머슴들을 후하게 대접하였던 행사다.
밭작물이 들뜬 곳은 잘 밟아주어 뿌리의 활착을 도와야 한다. 이때 웃거름을 주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경칩이 오면 논이나 밭을 갈고 콩, 들깨, 수수 등을 파종하는 시기로, 봄감자는 아주 심기를 위한 눈내기 작업이 필요하다. 고구마순을 얻기 위한 묘상은 눈이 많이 달린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한 후 흙으로 덮고 보습에 유의한다. 한편 월동에 들어갔던 우엉, 시금치, 마늘, 양파 등 채소류에 웃거름을 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리, 밀 등의 농작물도 이제 본격적으로 생육을 시작하는 때이며, 보리가 자란 상태를 보고 한 해의 보리 풍흉을 점쳤는데 이를 보리성장점이라 한다.
벼 못자리용 상토는 오염되지 않는 흙으로 골라야 하며, 여의치 않으면 미리 준비된 판매용 흙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못하면 토양에 묻어있던 병충해가 다음 농사에까지 옮겨가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겨울을 난 농기계를 손질하고 미리미리 점검하여 확인하도록 한다.
과수농가는 나무껍질이나 가지사이의 겨울에서 깨어난 벌레를 찾아 소독하고 태우는 등의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요즘에는 집단적으로 출현하는 외래종 꽃매미의 유충을 잡아 없애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약용인 당귀, 강황, 더덕, 시호, 방풍, 황기 등은 종자와 함께 묘판을 준비하는 시기다.
<춘분>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이동하다가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이때는 태양이 적도 위에 있으므로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이 날은 밤낮의 길이가 이론상으로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잔광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의 위치변화에 따른 계절을 파악하기 위하여 땅에 수직으로 막대기를 세웠는데 이를 ‘表(표)’라 하였고, 표의 맨 아래에 땅과 맞닿도록 막대기를 눕히고 ‘圭(규)’라 하였다. 이들을 양지에 내어 놓으면 표의 그림자가 규에 나타나는데 이 때 그림자의 길이와 방향을 기준으로 하여 계절의 변화를 측정하였으니, 즉 圭表(규표)방식‘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옛날 선조들은 춘분기간을 5일씩 잘라 3후로 나누고 초후에는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중후에는 우레 소리가 들려오며, 말후에는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춘분은 3월 21일경이고, 제비가 날아온다는 삼월삼짇날은 양력으로 4월 초순에서 중순에 해당하니 사실은 이 두 날이 서로 중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농부들은 밭을 갈거나 거친 흙을 다듬어 씨 뿌릴 준비를 하는 시기다. 그리고 춘분을 전후하여 절기가 빠른 식물들을 골라 파종한다. 따라서 춘분은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하는 때에 속한다.
땅이 얼었다가 녹으면 먼저 땅을 갈아 엎는데, 물이 나고 드는 시기를 아는 것이 농사의 첫 걸음이다. 일이 늦은 농가에서는 작년에 만든 퇴비를 손보아 마늘밭이나 보리밭에 거름을 주며, 논에는 객토를 하여 땅심을 높여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자칫 볍씨로 옮겨지기 쉬운 도열병, 키다리병, 벼잎마름병, 벼잎선충 등을 철저히 소독하여야 한다.
밭작물 중에서도 감자를 제일 먼저 심은 다음에 강낭콩, 완두콩을 심으며 얼갈이나 상추, 시금치, 아욱 등 채소를 심는다. 그러나 뒤늦게 찾아오는 서리 등의 한파로 파종한 씨앗이나 과수나무 가지가 자칫 냉해를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현 방식대로 보아 남부지방에서 기계모를 내는 경우는 4월초가 적당함으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고추의 역병을 예방하고자 접목을 하는 경우에는 튼실한 대목을 고르며, 많고 서늘한 날 실시하는 것이 좋다.
종자로 쓸 고구마도 3월 하순부터 4월 상순 사이에 일명 종박기를 하여 싹을 틔워야 하며, 고구마가 생명력이 강한 작물임을 감안하더라도 4월 20일까지는 늦지 않도록 씨고구마를 심어야 한다. 기장이나 조, 메밀, 목화 등을 파종하고, 닥나무를 심는다. 또 가을 보리밭에는 김을 매주고 월동 사료작물과 월동 채소의 웃거름을 주어야 하며, 시기도 너무 늦지 않도록 한다.
예전에는 화학비료대신 퇴비를 넣었기 때문에 숙성을 시키기 위하여 좀 더 일찍 갈아엎는 농가도 있기는 하였었다. 이때의 퇴비라는 것은 한여름 뙤약볕에서 베어다가 말린 풀인데, 풀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베어다가 말린 것이니 영양이 풍부한 그런 풀이었다. 이런 퇴비를 잘못 보관하면 눈비에 썩어버려 악취를 풍기게 되는데, 발효가 잘된 퇴비는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와 함께 싫지만은 않은 묘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퇴비를 들춰내면 으레 지렁이가 집을 짓고 사는 아주 친환경적인 비료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퇴비와 함께 빠지지 않은 거름은 재다. 재는 불을 때고 나면 남는 부산물인데, 주로 짚불을 땟을 때 나오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재는 비누의 원료가 되는 잿물을 만들 정도로 독한 성분이 있다. 이런 재에 오줌이나 똥을 섞어 발효시키면 이 역시 훌륭한 거름이 되었으니, 막 타고난 재보다 2차 가공을 거친 재가 더 좋은 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청명>
옛 사람들은 청명 15일 동안은 5일씩 3후로 나누어 초후에는 오동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말후에는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청명은 봄이다. 그래서 봄에 피어나는 싹이나 꽃들이 한창인 것을 알 수 있다. 진달래와 목련은 꽃을 떼어낸 지 벌써 오래고, 개나리도 꽃을 피운다. 앵두나무의 하얀 꽃과 조팝나무의 작은 꽃들은 일시에 피어나고 외래종 민들레와 토종 민들레도 순서를 다투어 피며, 제비꽃과 꽃다지꽃, 양지꽃, 할미꽃, 그런가 하면 이른 봄에 먹었던 달래는 지천으로 하얀 꽃을 피워내니 작은 메밀밭을 연상케 한다. 또 은방울꽃이나 상사화, 그리고 억새처럼 강한 식물들도 성큼 새싹을 내밀어 감출 수 없는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청명절이 든 때에 담근 술을 청명주라 하고 봄에 담갔다고 하여 일명 춘주라고도 한다. 찹쌀 3되로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 3홉과 밀가루 1홉을 넣어 술을 빚는다. 다음날 찹쌀 7되를 쪄서 식힌 다음, 물을 섞어 잘 으깬 후 독에 넣어 찬 곳에 둔다. 7일 후 위에 뜬 것을 버리고 맑은 술만 따르면 청명주가 탄생하게 된다.
청명이나 곡우가 되면 많은 농사를 짓는 집에서는 1년간 일을 해줄 일꾼을 고른다. 바로 이어지는 곡우에 못자리를 만들어야 하기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마음에 드는 일꾼을 고르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다. 6월 1일을 기준으로 하여 모내기 30일 전에 싹이 트고, 그 10일 전에 볍씨를 소독하고 물에 담그는 것을 가정할 때 4월 20일 경이 일꾼 정하기에 적당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파종할 볍씨를 최종적으로 확인하여,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논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청명에는 농사에 대한 속신도 많이 등장한다.
청명이 되면 본격적인 밭갈이를 시작한다. 이때는 봄 가뭄이 닥칠 수 있는 시기로써 토양의 수분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천수답이나 일부 물이 부족한 논에서 모내기 때에 사용할 물을 미리 가두어 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하다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의 논물은 말라버리고 다시 가뭄을 겪게 되니 별 효용이 없다. 겨우내 바싹 마른 논은 한두 번의 받아놓은 물을 모두 빨아들여서 오히려 땅심만 소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객토를 한 땅에는 볏짚이나 퇴비, 가축분 등 유기물을 보충하여 땅심을 높인다.
4월 하순까지 옥수수 파종이 적기이며, 봄 감자는 아주심기를 하는 때이다. 과수원에 벌을 놓아 수분을 도모하는 때임으로, 갑작스런 냉해와 가뭄 혹은 물에 녹아내리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곡우>
곡우에는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논밭에 생기를 주고, 모든 곡식들도 활력을 찾는 때이다. 겨우내 얼어 척박해진 토양에 모든 곡식을 이롭게 하는 봄비가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물이 꼭 필요한 시기인 곡우 때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그 해의 농사는 필시 어려울 것이다. 이때 생겨난 말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하였다. 겉 표면은 물론 땅속으로 석 자 즉 1m 가까이 마른다면 농사짓기에는 정말 어려운 환경일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해마다 곡우를 전후하여 황사가 불어온다. 햇볕을 가려 농작물의 성장을 막고, 각종 기관지염과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식물의 잎에 달라붙어 탄소동화작용을 방해한다. 더하여 우리 토양에 맞지 않은 여러 가지 중금속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황사 중에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각종 무기물과 황토 성분은 이로운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0년에 0.1mm씩 쌓인다는 황사는 전 국토로 환산하면 적지 않는 양이 되며, 이들은 해수면의 적조현상을 해소하고 토양의 객토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우리가 논에 객토를 할 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황토를 넣는 것도 이런 성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객토로 사용하는 황토에 산성이 포함되어 있었다면 오히려 토양의 피폐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곡우는 농작물의 파종이 집중되어 있는 시절이다. 이때 고구마 싹틔우기와 시금치, 배추, 열무, 땅콩 등 봄채소를 파종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루갈이를 하지 않은 밭에 고구마를 심을 경우는 곡우부터 순을 심고, 그루갈이로 수확시기가 늦어지면 6월 20일까지로 길어지게 된다.
그런가하면 호박과 고추, 옥수수, 조 등도 파종하여야 하며, 감자를 심고 마늘에 웃거름을 주어야 한다. 우리의 대표 조미료인 참깨는 4월 하순 즉, 곡우부터 5월 중순 즉, 소만까지는 파종을 하여 5월 상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아주심기를 마쳐야 한다. 또 들깨는 조금 늦은 5월 중순부터 하순에 파종을 하고, 6월 중순부터 하순에 아주심기를 하여야 한다.
아주 심기를 하는 고추는 1주일 전부터 야생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 주어야 하며, 고구마순은 채취 10일 전부터는 야생적응훈련을 시켜야 한다. 시설채소를 하는 경우 실내온도가 30도C를 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이처럼 모든 작물에 대한 농사의 시작이 곡우를 전후하여 일어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1년 중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날씨로 곤욕을 치르는 것도 이때이므로, 늦서리 등 이상기온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한편 마늘과 양파 등 겨울나기 채소는 씨알이 굵어지고 여무는 시기로써, 적절한 수분과 상당한 일조량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과채류에서는 기상조건이나 수분착상률 저하를 방지하고, 버섯 등 특용작물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맞춰 생육을 고르게 하여야 한다.
곡우가 비를 의미하듯이 곡우가 되면 모든 식물은 자리에서 깨어나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곡우를 전후하여 나무에 오르는 물을 받아 모으면 곡우수 즉 곡수가 되는 것이다.
곡우 물은 주로 산다래, 자작나무, 박달나무 등에 상처 내어 흘러내리는 수액을 받은 것이다. 근래의 웰빙 열풍을 타고, 고로쇠 수액인 경칩물은 여자에게 좋고 자작나무 수액인 곡우물은 남자에게 좋다는 말에 따라 깊은 산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곡우물은 경칩물과 마찬가지로 미네랄과 각종 무기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위장병과 신경통 그리고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곡우를 전후하여 인천 앞바다에서 잡는 조기가 맛이 좋다고 하였으며, 장안에서는 조깃국을 먹기 위하여 곡우를 기다리는 사람조차 생겨났었다고 한다. 또한 봄에는 조개가 맛이 있고, 가을에는 낙지가 최고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런 조기와 대합을 포함하여 도미도 제철생선에 속한다.
봄철 음식재료로는 더덕, 두릅, 당근, 쪽파, 버섯, 도라지, 냉이, 머위, 참나물, 비름, 쑥, 원추리, 죽순, 취, 가자미, 조기, 삼치, 숭어, 굴, 낙지, 바지락, 해삼, 방어, 전어, 임연수, 물미역, 톳 등이 있다. 4월의 절식으로는 증편, 개피떡, 화전, 魚採(어채), 魚饅頭(어만두), 복어국, 조깃국, 도미탕 등을 꼽는다.
곡우를 전후하여 딴 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차라 한다. 이때의 잎은 아직 다 크지 않아 마치 참새의 부리처럼 두 갈레로 나누어진 때이다. 따라서 이를 세작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차 중에서는 최상품으로 친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기후를 기준한 것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입하를 지나고 소만 전까지 따는 차는 모두 상품으로 쳐준다. 그만큼 계절의 기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전차는 찻물의 온도를 55~60도C로 하는 것이 적당하며, 곡우를 지나 입하 경에 따는 중작은 60~70도C가 좋다. 또 곡우를 전후하여 미가 오고 난 다음에 따는 차는 우전차에 반하여 우후차라 부르기도 한다.
옛날부터 귀한 손님을 접대할 때 내놓던 생선으로 도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준치를 고급 어종으로 치듯이 특히 일본에서는 도미를 생선의 왕으로 여기며, 새해 음식상이나 잔치자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흰 살 생선의 대표로 불리는 도미는 껍질에 비타민B2가 많고 단백질과 무기질이 풍부한 반면, 지방함유량은 낮아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어 환자들의 보양식으로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