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보문학'의 동인문집인 '내 마음의 숲' 제23호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의 숲'란 책 제목이 무척이나 정겹다.
제23호의 표지에는 하얀 꽃 한 송이가 수수해서 좋았다.
다섯 갈래의 흰 꽃 한 송이를 살며시 집어 올린 손도 예쁘다. 젊은 여자의 손가락이다.
'내 마음의 숲'을 들여다보면서 숲 속의 나무와 꽃 이름을 헤아렸다.
'개나리 갈대숲 감귤 감나무 감자꽃 고로쇠나무 곰보배추 국화 겨우살이풀 꽃다지 난초 난초향 넝쿨장미 냉이
단풍나무 달개비꽃 동백꽃 망초 매화꽃 목련 배꽃 배롱나무 버들강아지 벚꽃 볍씨 복수초 산수유 삼백초 솔잎
쑥부쟁이 야생갓 억새풀 연꽃 삼(인삼) 오동꽃 오이 은행잎 이끼 자작나무 쥐똥나무 죽순 중대가리풀 진달래 콩
풀루베리아꽃 플라타너스 토마토 호접란 홍매 홍시...'
아래 회원은 꽃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었다.
김선영 씨는 '모란 작약 유채 이팝 민들레...'
이미희 씨는 '채송화 과꽃 백일홍 봉선화...'
최수연 씨는 '병아리꽃 제비꽃 오랑캐꽃 해바라기 씨름꽃 외나무꽃 문패꽃...'
최윤환은 '괭이밥 금낭화 질경이 노랑붓꽃 매발톱 붓꽃 자주붓꽃 삼백초 쑥 씀바귀 앵두나무
반송 육송 해송 장미 철쭉 쳐진붉은단풍나무 민들레...'
'내 마음의 숲' 문인은 친자연적인 심성으로 자연을 무척이나 많이, 자세하게 그려냈다.
나무 이름이 나오고, 한국 토종의 꽃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의 꽃 이름도 나왔다.
숲에서 사는 작은 동물의 이름도 많았다.
먹을거리인 감자 볍씨 오이 토마토 감자 등 이들의 꽃 이름으로도 불러주었다.
특히 감자꽃이다.
흔해빠진 잡초인 망초도 망초꽃이라고 불러주었다.
'내 마음의 숲'에는 크고 작은 나무와 예쁜 꽃봉오리와 꽃이 피어 있다.
산바람, 들바람, 강바람, 갯바람도 시원했고, 이들 지역에서 내뿜은 냄새도 향기로웠다.
때로는 강물 비린내와 갯벌의 짭조름한 갯냄새도 풍기었다.
솔바람이 불어오고, 갈대잎이 사그락거리고, 억새꽃이 바람에 날리기도 했다.
'내 마음의 숲'에서 뿜어 나오는 숲냄새와 키 작은 화초에서 배어 나오는 꽃냄새를 맡았다.
회원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한다는 것도 알았다.
국보문학이 더욱 풍성하겠다.
나무와 꽃을 사랑하며, 가꾸며, 이를 찬미하는 분들이기에 우리의 삶도 더욱 살찌겠다.
나는 게으른 농사꾼.
어쩌다 보니 텃밭농사는 4년째 짓지 못한다.
2014년 2월 초, 내가 갑자기 대상포진을 앓는 바람에, 시골집 낡은 함석집에서 살던 늙은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나는 뒷날 송파구에 있는 내과에서 응급조치받았다.
얼마 뒤에는 일이 꼬였다. 아흔여섯 살인 어머니는 119구급차를 타고 아산서울병원 응급실로 실려갔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텃밭농사를 팽개쳐야 했고, 나무와 꽃을 가꾸던 텃밭농사를 포기했다.
2017년 5월인 지금에는 나무와 꽃 이름을 많이 잊어버렸다. 내 생활도 굴절되었다.
어제 오후에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나가서 천천히 걸었다.
호수가를 따라 서 있는 키 큰 나무를 올려다보고, 화단 속의 작은 식물을 내려다보았다.
수변의 창포, 석창포는 부쩍 부쩍 크고, 노랑붓꽃은 더욱 노랗고, 억새풀도 키를 돋우고 있었다.
봄날은 벌써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은 늦봄인데도 날씨는 초여름인 듯싶었다.
오랜 가뭄으로 메마른 화단 속의 키 작은 '홍자단' 꽃나무가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키 큰 버들나무의 잎사귀는 햇볕에 반짝거렸고, 넝쿨장미는 이제서야 꽃봉오리를 살짝 올리고 있었다.
한 달 전, 하얀 꽃잎을 바람에 날리던 벚나무에는 이제는 싯푸르름한 버찌가 나뭇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어제는 어버이날.
막내(아들)가 카네이션을 사 왔다. 송판으로 만든 바구니에 화분을 담아서 벽에 걸게끔 했다.
오늘 아침에 나는 큰 화분에 카네이션을 옮겨 심었다.
흙이 많으면 카네이션은 붉은 꽃을 더 많이 피우겠지.
식물은 화분 크기만큼만 자라고, 화분 흙만큼만 꽃 피우기에.
오늘 오후에는 큰아들네가 온단다.
이제 30여 개월째인 손녀와 17개월째인 손자가 온단다.
나한테는 이들이 정말로 예쁜 꽃이다.
그 어떤 꽃보다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기에.
2017. 5. 9. 화요일. 최윤환
첫댓글 행복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 하는 공간에서
운동을 하며 자연을 느끼며 사는게 가장 좋아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