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문학은 한글 문학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변방이라는 힘겨운 환경을 버티면서 체득한 DNA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해 응모하신 분들의 작품은 그런 경향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삶의 본연의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련골로 찾아든 길손’ 외 4편을 응모하신 조현숙 씨의 글에는,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이 동네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는 완치된 듯 능청스러워하는 표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독자가 쉽게 아픔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미덕이 숨어 있다. 다만 몇몇 오타와 부족한 글의 분량은 긴장감과 진정성을 끌어내는데 다소의 아쉬움이 있다.
‘프라하의 연인’ 외 4편을 응모하신 조현주 씨의 글에는, 모두 맞서기 부담스러워하는 삶의 무거운 주제들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방식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수상작 ‘프라하의 연인‘은 낯선 외부의 이미지를 빌려와 무리 없이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다만, 함께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상황을 단정 짓거나 부연 설명을 함으로써 독자의 참여를 어렵게 한 부분이 많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 밤’ 외 4편을 응모하신 안예솔 씨의 글에는, 삶을 통째로 정의하려는 담론 같은 건 없다. 제목도 평이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지만,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리듯, 깜짝 놀라게 하는 부비트랩 같은 표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특히 “봉지를 힘주어 묶는 할머니 손에도 고사리가 자란다”(고사리) 같은 표현은 할머니와 고사리를 단번에 관통하는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수상작 ‘그런 밤’은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자매의 이야기를 가볍게 그리고 세세하게 서술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사소하지도 않다. 마지막 연을 “닮은 얼굴 생각이나 어둔 현관을 힐끗이는 / 그런 밤”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자매의 소소한 밤이 가족 전체의 따뜻한 밤으로 아름답게 승화되었다.
함께 응모한 작품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줌으로써 최종심에 참여한 분들이 쉽게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수상하게 되신 세분의 앞날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문창국, 윤석호(글)
첫댓글 서로빈 선생님,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