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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바람 ‘솔솔’ 우아한 계곡 피서...김해 대청계곡 도자기예술창고
창원과 김해 경계에 있어 가벼운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 장유 대청계곡. 그곳에 문화바람이 불고 있다. 한적한 계곡을 따라 도자기와 자수공방, 무용연구소,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음악, 춤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아트마켓이 열리기도 한다. 대청계곡에 이런 변화를 일으킨 이는 도예가 정고성(58)씨. 그가 운영하는 ‘도자기예술창고’를 소개한다. 김해시 대청동 쪽에서 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도자기예술창고는 의외로 찾기가 쉽지 않다. 계곡 따라 올라가면서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찾는 사람에게 도자기예술창고란 명패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도자기’란 에어풍선간판을 발견하고 차에서 내려 건물 사이를 비집고 계곡으로 내려서야 찾아들어갈 수 있다. 도로변에서 보는 것과 확연히 다른 풍경 속에 도자기예술창고는 자리 잡고 있다. 고층 아파트가 많은 지역과 인접한 곳이어서 한때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거렸을 이곳은 계곡 위쪽으로 화려한 새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폐허처럼 묵혀졌던 곳이다. 도자기예술창고 정 대표의 눈에 띄면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 했다. 계곡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도자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공방 입구에 닿는다. 뜨거운 햇빛을 가려주는 짙푸른 나무그늘과 야외 전시 도자기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근사하다. 도자기예술창고에 이어 자수공방, 서양화갤러리, 무용연구소 등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모두 정 대표를 따라 계곡으로 옮겨온 예술인들의 작업실이다. ‘좋아서 즐기는’ 생활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정 대표는 사실 펜싱을 전공한 체육인. 20대 초반 도자기를 접하고, 운명처럼 도자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낙중(樂中)’이라는 자신의 호처럼 ‘좋아서 즐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단다. 정 대표 자신이 전공자가 아니어서 도자기에 많은 것을 접목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눈치를 보거나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 보는 이들이 즐기고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더 좋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정통과정을 밟아온 도자예술인들에 비해 잔꾀와 요령이 많다고 자평한다. 몇 차례 개인전과 각종 미술대전 수상경력 속에 연지찻상 실용신안 특허가 포함돼 있어 그런 그의 생각을 방증한다. 지난해 7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원 성주동 번화한 거리에 있던 공방을 외진 계곡으로 옮겼다. 새소리, 물소리 때문에 계곡 이주를 택했다는 정 대표. ‘나만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들어와 도자기 구경도 하고, 차도 한 잔 할 수 있는 무료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365일 오픈 ‘나만의 작업실’ 역할도 도자기예술창고는 일 년 내내 문 닫는 날이 없다. 365일 쉬는 날이 없는 공방이라 수강생들은 덩달아 자신의 작업실을 가진 셈이나 한가지다. 도자기공예기능사 자격증반, 취미반, 일일체험반(체험비 1만5000원)까지 원하는 대로 수업이 가능하다. 도자기공예기능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박현서(46)씨는 “다른 공방에서는 수업시간 외 혼자 하는 작업을 할 수 없었으나 여기서는 하루 종일도 가능하다.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을 느낀다”며 “기능사 자격증 딸 생각을 여기 와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가르치는 것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정 대표의 조언으로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다. 사업에 실패하고 우연히 공방에 들렀다 1년6개월째 수업 받고 있다는 오영환(68)씨는 “성취감이 있어 좋다”면서 “어깨와 팔에 무리가 가서 물레작업은 배우지는 않는다”고 했다. 역시 정 대표의 조언에 따른 것. 전업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변영숙(53)씨는 “흙을 만지는 동안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우울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도자기 체험을 권하기도 했다.
매달 1일 작품 대방출하는 ‘아트마켓’ 도자기예술창고는 야외전시마당을 제외하고 330㎡ 남짓한 실내공간에 작업실과 갤러리, 무료카페를 갖추고 있다. 갤러리에는 정 대표의 도자기를 비롯, 인근 예술인들의 회화, 공예작품까지 모두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수강생에게는 안목을 높이는 교실로, 방문객에게는 눈 호강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겸용 전시장으로 쓰인다. 전시품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체되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은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할 수도 있다. 도자기예술창고는 시민들과의 만남의 장으로 매달 1일 야외마당에 서 아트마켓도 펼친다. 이날은 전시됐던 작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피서를 겸한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김해시 대청계곡길 20 지하 101호 http://cafe.naver.com/dojasarang ☎ 010-9600-6325 글 황숙경 기자 사진 이윤상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