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 목표 중 하나가 이 게시판에 합격 후기를 쓰는 거였어요. 그 목표를 지금 이루게 됐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5월 말부터 고도에 다닌 김정하라고 합니다. 후기를 쓰는 지금도 사실 얼떨떨해요. 제가 많이 부족했던 만큼 최대한 솔직하게 저의 입시 생활을 털어놓고자 합니다.
고도에 오기 전에 따로 과외를 받긴 했지만 틀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만 알았을 뿐이었죠. 그래서 고도에 다니면서부터 글 쓰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몰라 막막하고 힘겨웠어요. 심지어 들여쓰기도 잘못 알고 있었고요. 그때는 정말 생각 없이 다녔던 것 같아요. 그저 시간 맞춰 학원 오고 수업이 끝나면 신나서 집에 가는, 그런 의미 없는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배운 것도 학원 나오자마자 다 까먹고 그랬어요. 과제도 하루에 한 편밖에 안 써갔고요. 보통 다른 친구들 보면 두세 편은 써가던데 저만 과제양이 적은 거 있죠. 그럴 때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믿는 구석도 없이 안일했던 거죠.
여름특강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원장님 수업을 듣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무조건 묘사가 화려해야만 좋은 글인 줄 알았는데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물론 묘사 정말 중요해요. 절대 안 중요하다는 거 아님) 원장님은 항상 글에 ‘나’를 담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나’를 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글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계속 꾸역꾸역 과제를 해갔는데 그게 글에 드러났던 모양이더라고요.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왔던 걸까요? 다 저 잘되라고 해주시는 말씀인데 그거 듣기 싫어서 과제를 안 해간 적이 꽤 됐어요. 또 제가 더위를 되게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자꾸만 축 처졌던 것 같아요.
9월이 되고나서 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왔습니다. 단국대가 저의 첫 실기였어요. 저는 가족서사보다는 특이한 소재로 쓰는 방식에 강한 편이에요. 그런데 단대는 무조건 가족 얘기를 써야 한다는 말을 주워들어서 그냥 평범한 글을 쓰고 나왔어요. 초고라서 붙을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죠. 사실 선생님들한테는 혼날까봐 말을 안 했는데, 저 시험 종료 30분 전에 쓴 거 제출하고 나왔거든요. 혜림쌤이 무조건 끝까지 한 문장이라도 더 퇴고하라고 하셨는데.. 심지어 떨리지도 않아서 엄청 편하게 시험 쳤어요. 여러분은 저처럼 이러시면 안돼요 ^^! 적당히 긴장하는 게 제일 좋아요. 원장님은 제 복원작을 보시고 너무 장난스러운 연결, 그리고 끌림이 없는 인물이라는 말을 하셨어요. 나중에 제 합격작 보면 아시겠지만 저 정말 잘 쓰지 않았어요. 다른 분들이 제 글 볼 생각하니까 부끄럽네요. 어쨌든 그래서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휘몰아치는 다른 실기 때문에 단대는 정말 신경 쓸 겨를도 없었어요.
속수무책으로 다른 대학에서 광탈을 당했기에, 저는 수시2차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제 13일 아침 열 시에 단대 발표가 났죠. 굳이 조기발표 안 하고 수능 3일 전에 발표해야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네 있었네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붙었어요. 불합격이라는 단어만 숱하게 봐와서 그런지 합격이 엄청 생소하게 느껴졌어요. 눈을 의심했어요. 거기다가 단대가 제가 수시 쓴 학교들 중에 가장 마지막 발표였거든요. 거의 다섯 번은 더 확인한 것 같네요. 저 다른 데 떨어졌을 때는 한번도 안 울었거든요. 겉으론 담담한 척했지만 사실 속은 썩어문드러졌었는데, 이상하게 합격하니까 그제야 눈물이 나더라고요. 합격하면 고생 많았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었어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고생했다고 하니까 괜히 더 서러운 거 있죠. 복도에서 펑펑 울었어요. 전교에 소문이 났대요. 저 단대 붙었는데 엄청 울었다고.
물론 입시는 운 무시 못 한다지만, 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멘탈 많이 깨졌었어요. 실기 시작했을 때부터 합격하기 전까지 단 한순간도 우울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그게 튼튼한 새 동아줄이었던 걸 안 기분이랄까요? 떨어졌다고 해도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날 줄 알아야지 좋은 결과가 돌아오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제 내신은 3점대 후반이었어요. 일반 대학교 학생부 종합전형도 못 넣을 성적이었죠. 이 글을 보고 계실 여러분.. 실기 작살나게 볼 자신 없는 이상 공부하세요. 성적 좋아서 나쁠 거 진짜 단 하나도 없습니다. 또 제가 백일장을 얼마 못 나가서 수상실적이 하나도 없었어요. 특기자 전형은 꿈도 못 꿨고요. 그래서 저는 오직 실기에만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경쟁률 보면서 매일 한숨만 내쉬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게 돼서 얼떨떨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좋아요. 더군다나 수능 3일 전에 최초합이라니! 저 공부 이제 안 해도 돼요! 수능 편하게 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행복해요.
문학, 어쩌면 그 이상을 가르쳐주셨던 원장님. 사실 원장님 그렇게 무서운 분 아니에요. 물론 저는 아직도 원장님 앞에만 서면 긴장합니다. 그렇지만 정말 따뜻한 분이에요!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늘 한 줄 한 줄 다정하게 첨삭해주셨던 혜림쌤. 혜림쌤한테 처음 동그라미 받은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초반에 다닐 때 쌤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언제나 따뜻하게 인사해주셨던 혜인쌤. 제가 과제도 늦게 내고 많이 뺀질거렸는데.. 헤헤 제가 합격했다고 연락 드렸을 때 되게 좋아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기뻤어요. 다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비록 반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고도에서 많은 추억을 쌓아갈 수 있었어요. 구구절절 말하다보니까 웬만한 과제 못지않게 길게 써버렸네요. 내년에 어엿한 대학생 돼서 찾아갈게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정하야!!!! 그동안 고생했어🤣 원장님 앞에서 ㅂㄷㅂㄷ 떠는 니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ㅎ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결과가 나온거라 생각한다.
이제 입학까지 신나게 놀고 대학 생활 열심히 하길 바라~~~
감사합니다아 💖💖 저 이제 안 떨 자신 있어요 😆😆 !!!!!
수능을 앞두고 쓸쓸하게 남아 2년제 실기를 준비하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각오가 이런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축하해~~ㅎ
ㅠㅡㅠ 쌤 저 대학 가서 묘사 엄청 늘려올게요 ,, 그동안 너무너무 감사했어요 💗💗
ㅠㅜ어제 넘 일찍 자버려서 1등으로 댓글 못달았어우어워어
정하야 그동안 진짜 고생많았어ㅜㅜ 3월에 새얼에서 수줍게 인사하던 너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또 다른 3월을 준비하고 있네ㅜㅠ 꿈 같다ㅠㅜ
우리 대학가서도 하고 싶은 문학 찾아서 더 열심히하자💙💙💙💙💙 (글고 상실의 시대 완성본 꼭 나한태 보여줘야함^^) 이제 우리한테 남은 건•••🍻🍻🍻🍻🍻 케케ㅎㅎ
귀여운 정하 조만간 만나😘❤
또다른 3월이라니 실감이 너무 안 난다 ㅋㅎㅋㅎㅋㅎ ㅠㅠㅠㅠㅠ 완성본은 ^^.. 언젠간 모 완성되겠지 ,, 헤헤 1월 되면 🍻🥂🍷🍾 파티다. 얼른 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