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상량을 하는데 그 때 쓰는 글도 일정한 형식이 있다고 합니다. 궁금도 하여 번역해 보았습니다.
2018년 4월 23일 '1876년 정백령댁 노유관 백활과 평해 계조암 산령각 중건기'와 관련됩니다.
오히려 본 상량문이 앞서고 중건기가 뒤에 있는데, 번역에서 누락되어 유물집에서도 빠졌습니다.
평해 광흥사 산제당 상량문(平海 光興寺 山祭堂 上樑文)
영해부사(寧海府使) 이정필(李正弼) 소작(所作)
藏七寶而錫名山扶輿而磅礡護群巒而特立氣淸淑而蜿蜒 控南嶠而相雄 吸東溟而爲大 肆其神最有靈驗而厥祭亶合處誠 傍法界而設堂氣通十二天 花雨應兜率而開址影逗三六洞煙霞
伏念光州鄭令公實惟箕城(平海古號)舊地主 早通桂籍旣登朝而歷敭 晚晦林園甘興世而澹念 心長懸於惠筏誠可透 今春將晩於藍田念切種玉 庸潔身而處禱庶至誠之感神 豈徒百日之致齋冈敢一時而或怠 廼玆釋氏之抱送焂生德門之慶光 膽彼岳之崧高申伯是降亦維衝之鍾艈廖師其人 有若天休實感神惠
勝靈堂而寓慕廼頹宇之關心 棟桷已朽過客屬目而指點風雨不避貧僧合掌而咄嗟 是庸頫詢圖攸重建 用新易舊較前制而梢寬以尾代茅念永存而勿替 旣材力之擔夯又奢儉之適宜 金蓮放光於層臺境益淸遂彗月增輝於別界神亦依歸 碧嶂閑雲雖趣味之同淂靑山白衲但趍走而無爲 玆値改觀之辰敢抽助升之韻
兒郞偉抛樑東 扶索瑞旭眏山紅 乾端坤軸施回處 留取千年淑氣瀜
兒郞偉抛樑西 琳官圓月入簾低 箇中珍重難言妙 浮念澄時百軆齊
兒郞偉抛樑南 別界林泉樂且甘 三衆十方要妙合 摩詞洞口白雲菴
兒郞偉抛樑北 挹取瑙官瑗漿液 普濟人間開福田 基之以德仁爲域
兒郞偉抛樑上 靑嶂峨峨海水汪 蹠月馭風若箇邊 仙舟連葉好相訪
兒郞偉抛樑下 高掛龍燈說法夜 凝聚瀜瀜祥氣濃 天光雲影如相射
伏願上樑之後 降福簡簡黙祐冥冥 艤普渡之慈航元亨貞攸利敷 長春於寶樹壽富貴多男 護百靈而禁呵垂永世而康樂
光緖二年(1876년) 丙子 三月 二十日 火主僧 天旿
∎ 칠보산(七寶山) 높이 810.2m이다. 경상북도 영덕군 북동쪽에 솟아 있는 산으로, 낙동정맥(태백산맥)의 끝자락에 해당된다. 등운산(騰雲山, 786m)과 이어져 있으며, 서북쪽으로는 울진 백암산(白巖山, 1,004m)이 있다. 산에 더덕·황기·산삼·멧돼지·철·구리·돌옷(돌에 난 이끼) 등 7가지의 동식물과 광물이 풍부하여 칠보산(七寶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정상에 서면 고래불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뛰어나다. 동쪽 산기슭에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유금사(有金寺)가 있는데 사찰 경내에는 보물 제674호로 지정된 유금사 삼층석탑이 있다. 동남쪽 자락에는 1993년 7월 30일 개장한 칠보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네이버 두산백과) |
칠보 품은 명산 내려 이 땅을 다스리니 괴암은 산봉우리 호위하네. 뛰어나게 솟아올라 정기는 맑고 굽이지네. 남쪽 봉우리 웅자하고 동쪽 바다 창대하다. 산신은 영험이 있어 제단이 모여 있고 곳곳에서 치성하네. 불계에 당을 세워 십이천에 기 통하니 흩날리는 꽃잎은 도솔을 덮고 절의 음덕은 삼육동(三六洞)에 승경을 맺었네.
살펴보건대 광주(光州) 정영공(鄭令公)께서는 실제로 기성(평해의 옛 지명)에 사시는 분인데 일찍이 등과한 후 조정에 출사하시어 여러 직을 역임하셨다. 만년에 임원(전원)에 들어 세상을 관조하시는데 맑은 뜻은 오래도록 자애의 배를 띄워, 금년 봄 장차 만년을 남전에서 지내고자 덕(德)의 씨앗을 뿌리셨다. 평소 수신하시어 마음을 깨끗이 하고 기도처에 지성을 드리니 감신(感神)이 있어 어찌 일꾼들인들 백일에 이르는 절 짓는 일을 일시라도 게을리 할 수 있는가. 자비로우신 석가 부처님께서 덕망 높은 집안에 경사로운 광영을 보내리라. 저 산 우뚝 솟아 그 기백이 늠름하고, 신령께서는 이 곳에 강림하시고 또한 요사(廖師 하늘 스승)의 기인이시니, 실로 하늘의 칭송이 있다면 감신의 은총이 있을 것이다.
산령당은 승경이 뛰어나 머물고 싶어도 집이 무너져 있다. 용마루와 서까래가 썩어 과객이 눈으로 보아도 비바람을 피할 수 없다. 빈궁한 중들은 합장하고 애석히 여길 뿐이었다. 이에 대책을 상의하여 중건하기로 하고 이전과 견주어 옛 것을 교체하고 새로이 고쳐 영구히 보존토록 하니 지체할 일이 없었다. 이미 재력의 부담을 지고 넉넉하고 절약함이 알맞고 적당하였다. 층계에 부처님 연꽃이 빛을 발하고 더욱 맑아 별과 달이 별천지를 빛내니 어찌 신께서 귀의치 않으랴! 푸른 산의 한가한 구름이 비록 이를 취미삼아 청산을 즐긴다 하여도 스님이 손짓하며 발걸음 재촉하니 아무 소용이 없구나. 이제 길일을 택일하여 상량 운을 띄어보세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동쪽으로 올리세! 상서로운 해가 솟아 어두운 산을 붉게 비추네! 하늘 끝 지축이 돌아오는 곳. 천년 머물러 상서로운 기운이 깊구나!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서쪽으로 올리세! 옥관의 둥근 달빛 주렴 아래 들이치니 그 중 진귀함이 말할 수 없이 기묘하여 잡념은 맑아지고 온 몸이 정제되네!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남쪽으로 올리세! 별천지 임천이 즐겁고 족하여 삼중십방(三衆十方) 온 세상이 절묘하게 하나 되니 마을 어귀의 글귀가 백운암이라네!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북쪽으로 올리세! 추중하는 옥관의 맑은 옥액이여, 사람을 구제하고 복전 열어 덕으로써 터를 닦고 인을 심었네!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위쪽으로 올리세! 푸른 산 솟아 아득하고 바닷물은 망망한데, 달에 스치는 바람 두메와 같아 신선의 돛배 나뭇잎 엮듯 서로 간 찿아보네
어영차(아랑위) 들보를 아래로 올리세! 높이 걸린 용등은 밤에 설법하고 응취 깊고 상서로운 기운도 짙은데, 맑은 하늘과 구름의 그림자 서로 비추는 것 같구나
비옵건대 상량이후에 복을 내려 도우시고, 거룻배 넓은 바다를 건너게 하여 자비로서 으뜸되고 형통하게 하옵시고, 극락정토의 보수에서 긴 봄날처럼 천수와 부귀를 누리고 아들 많이 낳게 해주시고 백령(百靈)이 보호하사 영원토록 액을 막아 강락토록 해 주소서
광서2년(1876년) 병자 3월 20일 화주승(火主僧) 천오(天旿)
ㅇ 산령각(山靈閣)과 산제당(山祭堂)은 같은 건물인지는 좀도 살펴보아야 한다
* 완연(蜿蜒) : (길게 뻗쳐 있는 모양이)구불구불함
* 십이천(十二天) : 인간(人間)을 수호(守護)하는 열두 하늘
* 영공(令公) : 영감(令監), 정3품 당상관을 말함
* 남전(藍田) : 중국 섬서성(陝西省) 서안시(西安市) 동남방에 있는 현(縣)의 이름. 그 동쪽의 남전산(藍田山)에서 아름다운 구슬이 났음
* 남전생옥(藍田生玉) : 남전(藍田)에서 옥이 난다는 뜻으로, 명문(名門)에서 뛰어난 젊은이가 나옴을 칭찬(稱讚)하는 말
* 기인(其人) : 고려(高麗) 초기(初期)에 서울 각사(各司)에 뽑혀 와서 볼모로 있던 향리(鄕吏)의 자제(子弟)
* 속목(屬目) : 눈을 쏘아 봄
* 돌차(咄嗟) : 혀를 차며 애석(愛惜)히 여김
* 금련(金蓮) : 여자(女子)의 예쁜 발을 형용(形容)하는 말, 한련
* 아랑위포량동(兒郞偉抛樑東) : 어여차 동쪽 들보를 들어 올리니
* 척(蹠) = 古字 足炙 밟다. 뛰다. 이르다
* 보수(寶樹) : 극락정토 일곱 줄로 벌여 있다고 하는 보물(寶物) 나무. 곧 금, 은, 유리(琉璃), 산호, 마노(瑪瑙), 파리, 거거의 나무
* 화주승(化主僧) : 인가(人家)에 나다니면서 염불(念佛)이나 설법(說法)을 하고 시주(施主)하는 물건을 얻어 절의 양식을 대는 승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