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가 새해부터 군복무 규정상 예술·체육요원(보충역)으로 편입할 수 있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제외됐다.
병무청은 2일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 규정'을 개정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규정 정비는 2019년 이후 4년 만으로,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등 6개 대회의 수상자를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나머지 5개 대회는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국제발레콩쿠르&안무콘테스트, 아라베스크 발레콩쿠르,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프리 드 로잔 국제발레콩쿠르 등이다.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는 올해(2023년) 여름에 열린다. 사진은 대회 안내 포스터/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대상에서 탈락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WFIMC)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개 콩쿠르도 유네스크산하 국제무용협회(CID)이나 국제극예술협회(ITI)가 가입 자격을 박탈했거나 탈퇴(가입중지 등 포함)한 대회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는 다른 5개 콩쿠르와는 차원이 다른 대회다. 병무청은 예술요원으로 매년 평균 20여 명 정도가 편입되고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이번에 제외된 6개 대회를 통해 예술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연한 결과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4년에 한번씩 열린다. 지난 2019년에 열렸으니(대상 자격 수상자 없음), 다음 대회는 올해 6월에 콩쿠르가 예정돼 있다.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는 냉전 당시인 1974년 정명훈이 피아노 부문 공동 2위에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대회에서는 피아니스트 손열음(2위)·조성진(3위),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3위), 소프라노 서선영(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남자 성악 1위) 등 무더기로 입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콩쿠르를 통해 한국 음악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2023년 대회에도 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병무청의 이번 결정은 충격적이다.
지난 대회(2019년) 시상식(위)와 콩쿠르 포스터/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가 러시아와 일부 친러 국가 출신 음악가들만 출전하는 대회로 전락할 수도 있다. 현지의 한 매체는 지난해 4월 세계연맹(WFIMC)에서 회원 자격을 박탈당한 뒤 "미국과 유럽 음악가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특히 동양의 피아니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고 권위의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1위가 나올 수도 있다. 그 피아니스트가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될 수 없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이번 결정으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국제예술경연대회는 지난해 42개에서 올해 36개로 줄었다고 해도, 그 중 몇개 대회가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의 명성을 넘어서는지 궁금하다.
병역법에 따르면 클래식·국악·발레 등과 관련한 국제예술경연 대회 1·2위, 국내 예술경연 대회 1위 등으로 문화 창달과 국위 선양에 기여한 예술 분야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34개월 동안 예술요원으로 대체 복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