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9권
14.1. 가행위(1), 얻은 바가 있다, 심사관ㆍ여실지관
다음에 가행위의 양상은 어떠한가?87)
[얻은 바가 있다]
게송(『유십송』의 제27)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전에 작은 사물88)을 건립하여
유식의 성품이라고 말하면
얻는 바가 있기 때문에89)
진실로 유식의 성품에 안주함이 아니다.
논하여 말한다.90)
보살은 먼저 처음의 무수겁(無數劫) 동안 복덕과 지혜의 자량을 잘 비축하여 순해탈분을 이미 원만하게 마쳤다.
견도에 들어가서 유식의 성품에 안주하기 위하여 다시 가행을 닦아서 2취(取)를 조복ㆍ제거한다.
곧 난(煖)ㆍ정(頂)ㆍ인(忍)ㆍ세제일법(世第一法)을 말한다.91)
이 네 가지를 총체적으로 순결택분이라고 이름한다.92) 참다운 결택분에 수순해서 나아가기 때문이다.
견도에 가까우므로 가행위라는 명칭을 건립한다. 그런데 이전의 자량위에서 가행의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93)
[심사관과 여실지관]
난(煖) 등의 네 가지 법은 네 가지 심사관[四尋思觀]과 네 가지 여실지관[四如實智觀]의 처음과 나중의 지위에 의거해서 건립한다.94)
네 가지 심사관(尋思觀)은 명칭ㆍ대상ㆍ자성ㆍ차별95)이 가유(假有)로서 실제는 비존재라고 추구ㆍ관찰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도 식에서 떠나 존재하지 않고, 식(識)도 아니고 실재도 아님을 사실 그대로 두루 아는 것을 여실지(如實智)라고 이름한다.96)
명칭과 대상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추구한다.
두 가지97)의 두 가지98)는 양상이 같기 때문에 함께 사유ㆍ관찰한다.99)
[명득정과 난위]
명득정(明得定)에 의지하여100) 하품(下品)의 심사관을 일으켜서, 인식대상[所取]이 비실재라고 관찰함을 난위(煖位)라고 건립한다.
이 단계에서는 처음으로 인식대상인 명칭 등 네 가지 법은 모두 자기 마음이 전변된 것으로서 가정적으로 시설해서 존재하는 것[有]이며, 실제로는 얻을 수 없다고 관찰한다.
처음으로 지혜의 태양이 현전에서 작용하는 양상을 얻기 때문에 명득정이라는 명칭을 건립한다.101)
곧 여기서 얻은 도(道)의 불꽃이 현전해 있는 양상이기 때문에 역시 난위(煖位)라고 이름한다.
[명증정과 정위]
명증정(明增定)에 의지하여 상품(上品)의 심사관을 일으켜서, 인식대상이 비실재라고 관찰함을 정위(頂位)라고 건립한다.
이 단계에서 거듭하여 인식대상인 명칭 등 네 가지 법은 모두 자기 마음이 전변된 것으로서 가정적으로 시설해서 존재하는 것이며, 실제로는 얻을 수 없다고 관찰한다.
광명과 같은 지혜[明]의 양상이 점차 증성하기 때문에 명증정이라고 이름한다.
심사관 단계의 끝이기 때문에 또한 정위(頂位)라고 이름한다.
[인순정과 인위]
인순정(印順定)에 의지하여 하품의 사실 그대로 아는 지혜[如實智]를 일으켜서 인식대상이 비실재임을 결정적으로 인가하고, 인식의 주체도 비실재인 이치에 대해서는 또한 수순해서 즐겁게 인가한다.
인식의 주체인 식에서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의 대상이란 이미 없는데, 어찌 인식대상에서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의 식(識)이 있겠는가?
인식대상과 인식의 주체는 서로 배대하여 건립하기 때문이다. 인가(印可)와 수순함의 인정하는 시기를 총체로 인위(忍位)라고 건립한다.
이전의 것102)을 인가하고, 이후의 것103)에 수순하므로 인순정이라는 명칭을 건립한다.
대상도 식도 공(空)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또한 인위(忍位)라고 이름한다.
[무간정과 세제일법]
무간정(無間定)에 의지하여 상품의 여실지를 일으켜서, 인식대상과 인식주체의 공(空)함을 인정하는 것을 세제일법(世第一法)이라고 건립한다.
이전의 상품의 인위[上忍]에서는 오직 인식 주체가 공한 것만을 인가하고, 지금의 세제일법에서는 두 가지 공을 겹으로 인가한다.
여기서부터 바로 다음 찰나에 반드시 견도(見道)에 들어가기 때문에 무간정이라는 명칭을 건립한다.
중생의 법 중에서 이것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세제일법이라고 이름한다.
[공]
이상과 같이 난위ㆍ정위에서 인식의 주체인 식에 의지해서 인식대상이 공(空)이라고 관찰한다.
하품의 인가[下忍]가 일어나는 때에는 대상의 공한 모습을 인가한다.
중품의 인가[中忍]가 전전하는 단계에서는 인식 주체인 식에 대해서 대상과 같이 공한 것으로 수순하여 인가함을 즐거워한다.
상품의 인가[上忍]가 일어나는 단계에서는 인식 주체가 공함을 인가한다.
세제일법에서는 겹으로 공의 양상을 인가한다.
87)
다음에 5위(位) 중 제2위인 가행위(加行位)에 관하여 해설한다.
88)
여기서 사물[少物]은 ‘불원만(不圓滿’의 뜻으로서, 진여와 상사(相似)한 상(相)을 의미한다. 진여는 주변법계(周遍法界)하는 묘체(妙體)인데, 가행지(加行智)가 변상(變相)한 이(理)는 협소하고 불원만하므로 그 체가 본체와 같지 않음을 ‘사물’이라 표현한 것이다.
89)
진여가 아니라 심소변(心所變)의 상(相)으로서 대상유소득(帶相有所得)의 관심(觀心)이기 때문이다.
90)
가행위에 관한 본 게송의 장행석(長行釋)은 열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이 지위의 연유를 나타낸다[第一顯位所有].
91)
가행위(加行位)는 초아승기겁(初阿僧祗劫)의 만심(滿心)에서 닦아 익히는 지위이다. 곧 제10회 회향에서 난(煖)ㆍ정(頂)ㆍ인(忍)ㆍ세제일법(世第一法)의 네 가지 선근(善根)을 닦는다.
92)
다음에 이 지위의 총체적인 명칭을 해설한다[第二釋位總名].
93)
앞의 자량위(資糧位)도 공(功)을 배가해서 행하는 측면에서 가행(加行)으로 이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견도(見道)에 가까운 측면에서 오직 이 지위만을 가행위라고 이름한다.
94)
가행위에서 닦는 법을 밝힌다[第三出位所受法].
95)
명(名)은 능전(能詮)인 명칭ㆍ언어이고, 의(義)는 소전(所詮)인 대상을 말한다. 그 명칭과 대상에 각각 자성과 차별이 있다. 자성(自性)은 법체(法體)의 자상(自相), 즉 색법과 심법 등의 체성(體性)이다. 차별은 그 체성의 무상(無常)ㆍ고(苦) 등의 차별을 말한다. 이 명칭[名]ㆍ대상[義]ㆍ자성ㆍ차별은 모든 인식대상[所取境]이며, 이 네 가지에 일체법을 포함한다.
96)
명칭ㆍ대상ㆍ자성ㆍ차별의 소취(所取)의 네 가지 법이 식(識)에서 떠나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깊이 인정[印忍]할 뿐만 아니라, 능취(能取)인 식도 역시 비실재라고 인가(忍可)하는 것을 여실지(如實智)라고 이름한다.
97)
명칭과 대상을 가리킨다.
98)
자성과 차별을 말한다.
99)
명칭과 대상은 이상관(離相觀)이고, 자성과 차별은 합상관(合相觀)이다.
100)
이하 네 가지 선근(善根)의 명칭을 해설한다[第四釋四地名].
101)
무루지혜의 태양[慧日]을 광명과 같은 지혜[明]라고 이름한다. 난위(煖位)에서 처음으로 이 무루지혜의 태양이 현전(現前)에서 작용하는 모습을 얻기 때문에, 광명과 같은 지혜를 얻는 선정[明得定]이라고 이름한다.
102)
하품의 인[下忍], 즉 인식대상[所取]이 비실재라고 깊이 인정하는 것[印忍]이다.
103)
상품의 인[上忍], 즉 인식의 주체[能取]인 식(識)도 비실재[無]라고 인순(印順)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