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을 소실점, 청춘(靑春) - 안도 타다오 '청춘' [미술/전시]
뻗은 길은 언제나 청춘으로 모여든다
[청춘이란 삶의 한 시절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나니 (중략) 안테나를 올리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 - 사무엘 울만 <청춘>
청춘(靑春), 하면 어떤 심상이 떠오르는가?
필름처럼 남은 과거의 한 장면, 녹음이 우거진 짙은 여름의 냄새, 제주도 해변가를 바람을 가르는 시원함… 저마다 다른 답을 끝도 없이 나열할 것이다.
비록 ‘청(춘은) 바(로) 지(금)!’이라는 건배사가 야유를 받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유치한 ’청바지‘ 건배사에 웃으며 술잔을 부딪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청춘‘을 한때의 찬란했던 순간으로 추억하기에는 아쉬우니 그렇게라도 되새겨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쭉 뻗은 길을 상상해보자. 뻗어 있는 인생의 길은 결국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 앞으로 끝없이 걸어도 그 점에 닿을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끝없이 ’청춘’이라는 소실점을 쥐기 위해 길 위를 걸어나가는 걸지도 모른다.
안도 타다오의 전시 <청춘>과 본관까지 이르는 ‘뮤지엄 산’의 전경은 이러한 청춘을 잘 담아낸다.

안도 타다오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힙한 카페의 인테리어로 떠오르는 ‘노출 콘크리트’의 대가로 불린다. 그의 건축은 콘크리트가 주는 투박한 느낌과는 달리 매끄럽고 섬세한 마감을 자랑한다. 노출 콘크리트는 건축의 골격이 드러난 것으로 본질에 충실하다.
또한 안도 타다오는 빛, 바람, 물 등 자연을 잘 이용하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그의 유명한 건축물인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등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사람과 자연을 건축으로 연결한 지점들을 <청춘>과 <청춘>으로 향하는 뮤지엄 산의 전경에서 살펴보자.
안도 타다오의 <청춘> 전시는 그가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 열린다. 본관의 전시 <청춘>에 당도하기까지 관람객은 플라워가든 – 자작나무숲길 - 워터가든을 거쳐야 한다. 이 길은 물길처럼 굽이굽이 꺾여 있어 우리도 몸의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양한 자연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
앞에 놓인 소실점이 시시각각 바뀌도록 해 재미를 준다.
그의 건축은 소실점을 가로막기도 한다. 콘크리트 벽과 파주석 벽으로 소실점을 쫓는 우리의 시선을 닫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벽의 일부를 열어 자연과 완전히 차단되지 않도록 한다.
전시 <청춘>을 향해 가는 자연에서 우리는 청춘이라는 소실점을 집요하게 쫓는다. 본관 앞의 호수인 ‘워터가든’에 들어서면 붉은색 파이프로 구성된 ‘아치웨이’가 새로운 액자로 나타난다. 호수는 거울처럼 하늘과 주변을 비춰 소실점들을 반사해 뻗친다.
그리고 본관 입구에는 청춘을 상징하는 ‘푸른 사과’ 조형물이 있다.


안도 타다오의 <청춘> 전시는 ‘공간의 원형’, ‘풍경의 창조’, ‘도시에 대한 도전’, ‘역사와의 대화’로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불친절한 듯 친절한 안내 표시를 따라가면 그의 초기 작품들을 일러스트 드로잉, 건축 도면,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유명한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 ‘바람의 교회’를 작은 모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건축을 감상하다 보면 사람이 자연과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틈을 만들거나 반사되는 물의 특성을 활용하거나 자연 속으로 인간이 들어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둘은 이어진다.
물의 교회(1988)
안도의 자연 친화적 건축은 청춘과 맞닿아 있다. 우리의 삶은 겉모습도, 생각도 빨갛게 익어가며 변한다. 그럼에도 풋내를 지니고 있다면 우리의 본질은 여전히 ‘청춘’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설계해서 완공한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설계했는데 실현되지 못한 작품도 같이 소개되고 있다. 오사카 시의 오래된 공회당 건물에 거대한 알을 넣는 프로젝트라든지,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 응모작 등은 채택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이렇게 채택되지 못한 작품도 당당히 전시하는 것이 안도의 스타일인 것 같다. 꺾이지 않는 도전 정신이야말로 안도의 진정한 트레이트 마크이고 그가 여전히 청춘인 이유다.
안도 타다오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듯이 말이다. 자연도 사시사철 변하고, 특히 안도가 사랑한 빛, 햇살, 바람, 물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럼에도 자연은 그 가변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자리에 있다.
늘 청춘이다.
[정은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