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안동선비로 자처하는 내친구 권오삼으로부터 들은이야긴뎁쇼.6,25사변직후 집도절도 없고 못살고 가난했던 시절. 자기 집 머슴이었던 혈혈단신 홀아비 김 서방 이야기라는군요. 해마다 아버지젯날이 오면 업둥이처럼 지방을 써달라 해서 '현고처사부군신위,라 써주면 저고리 앞섶에 옷핀으로 꽂아선 아버지 산소로 피일 달려가선 벌초를 하고는 조심조심 산을 내려오더라는 거였어요. 그리고는 안동 시장 장터 마당을 지날 때는 저고리 앞섶을 제치고는 ㅡ아부지요, 떡 잡수시이소. 또어 어물전 앞을 지날 때는 ㅡ아버지요, 마른 명태 잡수시이소. 또 과일가게 앞을 지날 때는 ㅡ아버지요, 능금도 대추도 곶감도 다 잡수시이소. 술집이며, 식육점,심지어는 청포묵판 앞에서는 ㅡ청포묵에 탁배기 한잔 잡수시이소. 그리고는 장터 마당을 돌아 나와 터벅터벅 산을 오르더라는 거였어요. 산소에 이르러서는 ㅡ아버지요, 잘 잡수시니더. 하고는 앞섶의 지방을 떼어 불사르르고 두 번 무릎을 끓고 하직 인사를 올리더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요? 이 이야기가 잘못 와전되어 영덕서 안동 가는 어물차가 지날 때 얼른 저고리 앞섶을 제치고는 ㅡ아버지요, 저기 얼간재비 차가 와요. 실컷 얼간재비나 잡수시이소,하다 말고는 그런데 그게 아니었구만요. 얼간재비차가 아니라 똥차였구먼요. 김 서방 후다닥 놀라 저고리를 벗어 거꾸로 제치고는 ㅡ아버지요, 얼간재비가 아니라 이건 똥이구먼요. 똥. 얼른 토해 뿌리시이소,얼른요, 하더라는 거였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천하 몹쓸 선비놈들 요로코롬 이야기를 잘라 먹는 악취미라니,쯧쯧.... 생오지에오신 송수권작
첫댓글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할지? 겁나게 바쁘시구만요, 숨 못 쉬어서 죽으면 책임질겨?
송수권교수님의 나팔꽃을 보고 반했는데, 삶에 대한 성찰이 아주 멋진분이시더라구요.
역시 말이라는것은 조금만 달라져도 파장이 크다고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