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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정세 전망과 노동운동의 투쟁방향
2010.1.9 전태일노동연구소 정세연구팀
이례적으로, 부르주아 언론들이 화려한 특집기사들을 통해 희망찬 새해 전망을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2010년 정세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위기의 정세이다.
1. 세계 정세
1월 3일 저녁 KBS는 ‘희망 2010’ 이라는 제목으로 정세 특집을 내보냈다. 그 프로그램에서도 단연 첫 번째의 의제는 ‘세계경제대공황’이었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그다지 희망적인 전망을 말하지 못했다.
1) 경제 정세
2010년 새해에, 2008년 9월 폭발한 금융공황에 이어 2009년 축소재생산 - 마이너스 성장 - 으로 나타난 세계경제대공황은 극복되고, 세계경제는 회복될 것인가?
작년에 간간이 ‘더블딥(경기 재하강)’ 논쟁과 ‘출구전략(금리 인상)’ 논쟁이 있었지만, 새해 들어 부르주아 연구기관들은 이런 논쟁을 아예 덮어버리고 세계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한 성장 전망치 -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2009년의 -1%에서 2010년 플러스 3~4%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 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기가 회복되기는커녕 세계경제대공황은 계속되고 심화될 것이다. 국가부도 사태의 다발(多發)과 달러 가치의 폭락 및 국제통화질서 혼란 등의 형태로 위기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더욱 심화되어 갈 것이다.
잠시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보자.
2006년 하반기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시작된 세계경제대공황은 2007년부터 주택담보대출기관(이른바 모기지 대출업체)의 부도, 파생금융상품인 채무담보부증권(CDO)및 신용부도스와프(CDS)의 부실화를 매개로 하여 이와 관련된 헤지펀드, 투자은행, 증권보증기관 등의 위기와 주가 폭락을 거쳐, 2008년에는 월가 투자은행의 파산과 상업은행의 위기로 확산됨으로써, 마침내 2008년 9월 전면적인 세계금융공황으로 발전했다.
다른 한편, 주가폭락이 본격화한 2007년 가을 쯤부터 실물경제의 하강이 시작되었고, 이 같은 주가폭락과 실물경제의 하강은 부채가 많은 기업과 가계의 파산 증가를 가져왔다. 이는 다시 부실채권을 증대시킴으로써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이처럼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맞물려서 진행되는 고전적인 경제공황이 전면화 되면서, 2008년 4/4분기에는 전 세계 주요 경제가 일제히 마이너스 성장(평균 연률 -5%)으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2009년에 들어서 세계경제대공황은, 2월 시티은행으로 대표되는 미국 대형 상업은행의 부도위기와 구제금융 조치, 4월 미국 3대 자동차생산업체인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과 공적자금 투입 등의 사태를 거치면서, 상반기 내내 확산·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세계경제대공황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국들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자본주의국들은 국제적 공조를 통해 2007년 말부터 사상 초유의 제로 수준의 저금리, ‘량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 금융기관에 대한 사상 초유의 구제금융(공적 자금 투입) 등을 통해 세계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았다.
다른 한편, 2009년부터는 사상초유의 재정지출을 통한 실물경기 부양책을 펼침으로써 세계생산시스템의 붕괴를 겨우 막아냈다.
그러나 이런 전례없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금융과 생산의 양 영역에서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는 해소되지 않았으며, 막대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는 회복되지 않았다. 회복되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의 체감경기는 하강을 계속하고 있다.
공황에 따른 파산과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은 계속 상승하여 미국, 유럽연합 모두 공식 실업률이 1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의 실업률은 20%대(미국의 경우 약 18%)에 가깝다. 또 공황이 원인이 되어, 또는 공황을 빙자하여, 임금도 동결 내지 삭감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대중의 구매력이 저하함에 따라 주택가격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택융자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고용감소, 임금삭감, 부채상환 부담 가중으로 인해 서민가계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으며, 민간소비도 계속 위축되고 있다. 그에 따라 민간투자 역시 대폭 감소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감소분을 경기부양책에 의한 정부지출 확대로 메우고 있다.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간신히 막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각국의 이러한 공황 대책은 심각한 후과를 낳고 있다. 막대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은 국가부채를 급증시킴으로써 재정위기를 낳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국은 확장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중단할 수가 없다. 2010년에도 각국은 작년에 이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초저금리와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즉 출구전략을 쓸 수가 없다.
문제는 이처럼 재정지출에 의한 경기부양책을 계속할 경우 각 나라의 국가부채가 급증하여 재정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각국은 지난 2년간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에 대한 재정조달을 위해 막대한 국공채를 발행했다. 예컨대 일본은 작년 1년 동안 발행한 국채발행액이 50조 엔으로서 세금수입 37조 엔을 초과했다. 이는 패전 직후인 1946년 이후 63년 만의 일로서, 일본은 현재 국가부채 규모가 총 9백 조 엔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각 나라들이 국채발행을 증가시킴으로써 국채시장은 사고 직전의 상태에 있다. 영국은 지난해 채권시장에서 인수하려는 자가 없어서 국채 발행에 실패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국가부도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사실, 작년에 이미 미국의 한 주 정부에서 부도위기가 표면화되었다. 미국 GDP의 12%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 주(州)는 부도위기에 몰려 공공서비스와 사회복지지출의 대규모 삭감, 공무원의 무급휴가를 통한 임금 삭감 등으로 겨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모면했다.
그런데 금년에도 세계 주요국들의 국채발행이 전년대비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중에 국채 값이 폭락하면서 각국이 국공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 영국, 미국 같은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 국가부도 위기가 나타날지 모른다. 사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자기 나라의 신용평가기관조차 국채의 최상위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국가부도 위기는 이들 몇몇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작년 말에 두바이에 이어 유럽의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국가부도 위기가 나타난 데서 보듯이, GDP에 비해 국가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들에서 국가부도의 위험성이 높다. 이런 나라로는 동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손꼽힌다.
한편, 재정위기에 처하게 될 때 각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은행과 기업은 살려야 하고, 세금은 줄어들고,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성할 수 없다면, 남은 유일한 방법은 통화를 증발하는 방법이다. 추상적 가능성으로는 공공서비스나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감소시킴으로써 자본을 구제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겠으나, 이는 사회적 저항을 야기하여 사회·정치적 위기로 발전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마구 사용할 수 없다.
남은 길은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미국은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채권시장에서 인수되지 못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달러를 찍어서 인수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놀랍게도 미국은 중앙은행이 통화발행량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통화 증발은, 특히 미국 달러의 증발은 달러가치 폭락을 가져옴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즉 다른 통화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크게 떨어짐으로써 달러화가 국제결제에서 기피되면서 국제결제 통화가 다원화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 지역을 ‘위안화 경제권’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유로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산유국 4개국은 작년 12월 걸프통화동맹협정을 맺었고, 곧 역내 단일통화를 사용할 예정으로 있다. 브라질도 중남미 나라들에게 자국 통화로 국제결제 하자고 나서고 있고,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중남미의 ALBA(우리 아메리카 인민들을 위한 볼리바리안 동맹) 9개국은 올해부터 상호 무역결제에서 수크레(SUCRE)라는 지역공동통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국이 모두 통화 증발을 함에 따라 국제통화질서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전반적으로 실물 생산은 줄어드는데 통화량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실물 대비 통화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크게 저하될 터인데, 이렇게 될 경우 - 결제통화의 다원화와 결합되어 - 상징화폐 대신 상품화폐를 선호하게 되고 점차 금(金)이 국제 무역, 금융 및 투자에서 세계화폐(계산단위이며 지불수단)의 지위를 대신하게 될지 모른다. 이를 시사하듯 이미 세계적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금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경향은 모두가 국제거래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각종 보호주의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불황을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세계경제대공황은 2010년에 국가부도 위기, 달러의 폭락 및 국제통화질서의 혼란, 그리고 그로 인한 축소재생산 - 즉 마이너스 성장 - 등 더욱 악화된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 교수는 미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굳이 그의 비관적 전망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재정위기나 인플레로 인해 2009년과 같은 천문학적인 재정·금융지원이 지속 불가능한 조건에 처하게 되면, 미국경제와 그것을 축으로 하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정치·군사 정세
이처럼 초국적 자본과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내적 노력이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위기를 바깥으로 전가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이다. 즉 제3세계 나라들의 자원을 약탈하고, 노동자·민중을 초과 착취·수탈하는, 제국주의적 축적방식에 더욱 치중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3세계 나라들을 지배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더욱 빈발하고, 이 지배를 둘러싼 강대국 상호간의 경쟁과 대립도 한층 격화될 것이다. 이런 야만적 전쟁은 대내적으로도 군수 수요 등을 통한 과잉생산의 해소와, 사회·정치적 저항을 무력화하는 테러독재 통치를 가능케 함으로써 자본의 지배에 기여할 것이다.
요컨대 세계 경제대공황의 부담을 제3세계 나라들에 전가하기 위한 자본주의 강대국들 - 즉 제국주의 나라들 - 의 침략전쟁 책동이 2010년 세계의 풍경을 뒤덮을 것 같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했듯이, 말로 하는 정치로 침략이 관철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먹으로 하는 정치로 침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처에서 감지된다. 첫째, 유럽연합이 경제적 연합을 넘어 정치·군사적 연합으로 급하게 연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둘째,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지하고 ‘정상국가’라는 이름으로 군사 강대국으로 변신하려 하고 있다. 셋째, 중국이 해외 해군기지 건설에 나서려 하고 있다. 넷째 브라질이 자원을 지키기 위해 핵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증파하면서 확전을 꾀하고 있다. 미국은 그 밖에도 콜롬비아에 7개의 공군 기지를 임차하여 중남미 침략의 교두보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등등.
이렇게 주먹으로 하는 정치가 정치의 주된 형태로 되면서 말로 하는 정치의 장(場)들이 형해(形骸)화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엔은 그 위상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제15차 ‘유엔 기후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문제를 유엔의 틀 안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의사가 약소국들의 의사를 누르고 관철되었다. 그만큼 말이 아니라 힘 - 돈이든 폭력이든 - 이 결정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이미 부시가 이라크를 침략할 때 확연하게 드러났던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시의 일방주의가 미국의 고립을 가져왔다고 비판하면서 합의에 의해 세계를 이끌고 갈 듯하던 오바마의 행태도 결국 부시와 다를 바 없이 되어 가고 있다. 오바마의 이런 일방주의는 코펜하겐 기후회의 과정에서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러면 침략전쟁은 누가 주로 일으키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주된 침략대상이 될 것인가? 과거 1,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일본과 같은 후발 제국주의 나라들이 주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면, 유일 패권 하에 식민지들이 형식상 해방되어 있는 지금 오히려 선발 제국주의 나라들이 침략전쟁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 미국을 패권국으로 하고 유럽연합과 일본을 하위 파트너로 하는 선발 제국주의 연합세력(‘의지연합’이라든가?)이 형식적으로 독립해 있는 구 식민지 나라들을 재식민지화 하기 위해 침략전쟁을 획책하고 있다.
반면, 후발 제국주의 나라인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아직 침략전쟁이든 제국주의 상호간의 전쟁이든 전쟁에 주동적이지 못하다.
누가 주된 침략대상이 될 것인가? 미 제국주의는 침략대상을 악마화 하면서 침략하는 수법에 익숙하다. 구 소련은 레이건에 의하여 ‘악의 제국’으로 규정되어 압박당하다가 붕괴되었다. 부시에 의하여 ‘악의 축’으로 지목되어 온 나라 가운데 이라크는 9.11 사태 이후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무근의 구실 하에 침략당하여 지금까지 미군의 점령 상태에 있다.
한편, 지난 수년간 ‘악의 축’으로 규정되어 이라크 다음의 침략대상으로 지목되어 왔던 북한은 작년 제2차 핵실험과 인공위성 및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의 성공을 통해 자위력을 과시했고, 이에 힘입어 미 제국주의 침략전쟁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났다. 이를 두고 북한 노동신문의 신년 공동사설은 “지난해는 조국 청사에 특기한 변이 난 해, 인민의 모든 리상이 실현되는 희한한 시대가 펼쳐진 극적인 전환의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일차적 제국주의의 침략대상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고, 악의 세 축 가운데 다른 하나인 이란이 주 과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한 때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한 중남미지역의 반미 나라들, 특히 그 선봉에 서 있는 베네수엘라가 먼저 침략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볼 때 그 가능성이 시각을 다툴 정도는 아닌 듯하다.
무엇보다 베네수엘라 민중이 강고하게 단결되어 있고 반제국주의 투쟁의지가 높은 것,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ALBA(우리 아메리카 인민들을 위한 볼리바리안 동맹)와 중남미국가연합을 통해 베네수엘라와 동맹을 맺고 있는 것,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과 민중에 대한 ‘악마화’가 침략전쟁을 정당화할 정도로 진행되지 못하며, 아직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른 제국주의 나라들을 그 침략전쟁에 동참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등의 요인이 작용하는 듯하다.
2010년에 진행되는 오바마의 전쟁 책동은 부시가 벌인 전쟁 책동의 단순한 확대에 그치지 않을 듯하다. 부시의 전쟁이 IT 거품 붕괴 이후 벌어졌다면, 이번 전쟁은 사상 초유의 경제대공황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부시의 전쟁이 ‘제한전’ 수준이라면 오바마의 전쟁은 ‘총력전’ 수준에서 전개될 것이다.
그런 총력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알 카에다의 활동무대는 이제 아프가니스탄을 넘어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를 아우르는 범아랍/범이슬람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 민중의 반제국주의 투쟁은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의 혁명수비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탈레반, 소말리아의 알샤하브 등으로 넓혀져 있다. 이처럼 중동지역 민중은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완전하게 해방되든지 다시 완전하게 예속되든지 양단간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반면, 미 제국주의는 유럽 및 일본 제국주의와의 공조 하에 대(大) 중동전쟁을 벌임으로써 중동의 석유자원을 독점함과 동시에,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도 후발 제국주의인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함으로써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자신들의 패권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병력 증파를 통하여 아프가니스탄을 기어이 군사기지로 확보하려 하는 것도 이런 목적에 따른 것이다.
중동지역에 대한 미 제국주의의 침략 기도는 이란에 집중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침략 기도는 작년의 이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개입으로 표면화되었다. 작년 6월 대통령 선거 당시 반미(反美)파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데 대해 친미파가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바 있는데, 친미파는 12월 27일 이후 다시 아마디네자드 정부 전복을 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미(反美) 성향의 이란 정부에 대한 친미파의 이러한 전복 기도가 미 CIA의 지원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정선거 시비와 독재 정권 규정으로 국가 지도자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반미 정권을 ‘악마화’ 하여 침략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제국주의 세력의 압박이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작년 말까지를 시한으로 정해 우라늄 농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외자산 제한조치 등 추가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작년 12월 21일 미 합참의장은 '2010년 미군의 전략적 우선순위 보고서'를 통해 외교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 “필요하다면 군사적 해결방안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월드 넷 데일리(WND)보도에 의하면, 비슷한 시기인 2009년 12월 중순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및 미국의 정보요원들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경우 있을 수 있는 이란의 보복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구체적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합을 가졌다고 한다. 또 보수파인 풀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은 한국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국제정세 전망은 ‘매우 흐림(cloudy)'입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점점 더 긴박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란을 집중점으로 하고 중동지역 전체를 전역(戰域)으로 하여, 서구 제국주의와 반동적 국내 지배세력이 한편이 되고 반제국주의 입장에 선 민중이 다른 한편이 되는, 큰 전쟁이 시시각각 임박해 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니, 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 CIA의 지원을 받은 예멘 군이 작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알 카에다 기지를 공습했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알 카에다가 성탄절에 미 여객기 폭파를 기도했다. 알 카에다는 또 작년 12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 CIA 지부에 대해 자살폭탄 공격을 가했다. 1월 1일에는 또 파키스탄에서 친정부 세력의 탄압에 맞선 파키스탄 탈레반의 자살폭탄 공격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1월 28일 영국 런던에서 대 테러 정상회의를 열어 보복하기로 했다. 이와 같이 중동지역 전역에서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와 친 제국주의 세력이 반제국주의 세력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하고, 이에 맞서 반제국주의 세력이 반격을 하는 양상으로 전쟁이 가파르게 에스컬레이트 되고 있다.
2. 민족 정세
북한은 <노동신문> 등 3개 기관지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올해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을 2010년의 ‘총적 투쟁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북미간의 적대관계 종식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개선 및 대화 의지도 밝혔다. 이로 미루어 북한은 이제 제2차 고난의 행군을 마감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총적 투쟁방향’이 변화된 배경은 무엇일까? 부르주아 언론들은 북한이 신년사설에서 미국과 남한을 비난하지 않은 것을 의외라는 듯이 보도하면서 아무런 내재적 분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투쟁방향은 무엇보다 작년에 북한이 핵, 미사일 등 일련의 군사적 실험을 통해 자위력을 확보함으로써 침략 위기에서 벗어난 데 기인한다. 이는 공동사설에서 “지난해에 강성대국의 대문을 두드리는 놀라운 사변들이 련이어 일어났다. 우리가 자체의 힘과 기술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하고 제2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장쾌한 승리의 첫 포성을 울린 력사적 사변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그와 더불어, 세계경제대공황이 깊어지고 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 기운이 고조되는 정세 속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 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국이 작년 하반기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경제지원을 약속하는 등 북중관계가 호전된 것이 이와같은 변화의 부차적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대외적 조건을 일정하게 확보했다. 신년사설이 “대외시장을 확대하고 대외무역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겠다고 한 것은 이런 조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2010년 북한 사회의 움직임을 이런 측면에서만 보아서는 피상적이다. 공동사설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에 “상품 류통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인민봉사의 질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거나 “계획규률, 재정규률, 로동행정규률을 철저히 확립하여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우월성이 두렷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는 등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이완되었던 사회주의 원칙을 회복시키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은 구 소련 붕괴 이후 흐트러졌던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와 적정한 물질적 생활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될 것이며, 정치에 있어서도 당에 의한 지도의 원칙이 복구되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북미간의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공동사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언급으로 볼 때 2010년 중에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과 병행하여 북미간에 평화체제 마련하는 문제 -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 문제 - 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북미 관계는 이미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빨리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평화체제가 구축될지, 또 그 평화체제가 과연 얼마나 공고한 것으로 될지는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미 제국주의가 남한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는 한,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공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제들이 당사자 사이에 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것만도 커다란 진전이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에 대해 전망해 보면, 북한은 정치·군사적으로는 북미관계의 비적대적 전환에 주력하겠지만, 이는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동사설은 “남조선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작년 김대중 대통령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바가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은 북미간의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풀어가는 데도 필요할 것이며,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필요할 것이다. 북한은 ‘대내 사회주의 원칙, 대외시장 확대’를 표방함에 따라 남한과의 경제관계를 확대하여 경공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 자재, 기술 등을 획득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작년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작년 연말에 이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요즘 올 상반기 중 정상회담설이 자주 거론된다고 한다. 그에 앞서 지난해 서해 해상 충돌 당시 청와대에서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라고 군부에 요청했던 것도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당시 이미 남북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명박 정권으로서도 북·미와 북·일이 대화기조로 나가는 마당에 혼자서 대결 기조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그러한 상황이라면 자본주의적 흡수통일의 입장 위에서, 또 남한 독점자본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 하에서, ‘실용적’으로 대화에 응하고 경제교류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체제를 상호 인정하는 연방제 통일 같은 부분은 대화에서 철저히 배제하고자 할 것이며, 또 경제교류는 호혜의 원칙이 아니라 철저하게 상업적 원칙 하에서 추진하고자 할 것이다.
아무튼 북미관계에 있어서나 남북관계에 있어서나 더 악화될 가능성보다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매우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지배세력의 민중에 대한 반북·반공 이념 탄압을 완화시킴으로써 남한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이 전진하는 데에도 긍정적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3. 국내 정세
1) 경제 정세
한국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공황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나라 가운데 하나이다. 2008년 4/4분기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1%로서 연률로 계산하면 약 마이너스 21%의 축소재생산이었다. 이런 추락세는 2009년 1, 2월까지 계속되어 2009년 1/4분기 성장률은 간신히 전기 대비 플러스 0.1%에 그쳤다.(이를 각각 전년 동기에 대비하면, 2008년 4/4분기 마이너스 3.4%, 2009년 1/4분기 마이너스 4.2%이다.) 이것은 97~98년의 IMF 사태에 다음가는 급격한 추락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2009년 하반기부터 3/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0.9% 성장과 4/4분기에 플러스 6.3% 성장(추정치)으로 돌아서서 마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출구전략을 펼칠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부르주아 분파들 사이에서 논란을 벌였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따라 2010년에 이명박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4~5%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을 합쳐서 보면 연율 2~3%의 성장에 지나지 않는다. 즉 전년의 실적이 워낙 보잘것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정도로는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완전히 들어섰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2011년부터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미 아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 매일경제신문이 조직한 ‘글로벌 위기 이후 G20 개최 및 한국경제의 선택’이란 주제의 좌담회에서 한국경제학회장이 한 이야기이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에서도 지난해 11월 ‘2010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반기(半期)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 놓았는데,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내수여력이 취약하여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재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요컨대 아직 회복국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하나같이 “올해를 경제가 회복되는 해로 만들겠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그 말이 모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망이 곧 한국의 독점자본이 주어진 상황에 수동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신년연설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우리의 구호는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진 일류국가’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을 한 시각도 멈출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선진자본주의 단계로 도약하자는 비전과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만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남한 재벌들이 또한 이런 방향으로 적극 나아가고 있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SK 등 초국적화 한 국내 재벌들은 총수 신년사에서 한결같이 공격경영과 과감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1위’를 내세우며, 세계시장에서 패권경쟁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전자산업 부문에서의 세계 1위’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사실, 그 동안에도 삼성, 현대, LG 등 거대 재벌들은 세계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왔으며, 신흥시장 진출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려 왔다. 금융기관들도 산업자본의 진출을 따라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화해 왔다. 그 동안의 그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이제 본격적인 시장쟁탈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점재벌의 그러한 의도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 공업화가 실패한 것처럼, 김영삼 정권의 신경제가 IMF 사태로 좌초한 것처럼, 이명박 정권과 독점재벌이 힘을 합쳐 추진하는 ‘선진화’ 역시 좌초할 수 있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밖으로 세계 경제대공황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더블딥의 가능성이 높고, 안으로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유연화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내수가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재벌을 살찌우기 위해 재정과 금융 지원을 계속 확대할 경우 자칫하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의 자산버블이 터지면서 세계경제를 아시아발 더블딥으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다.(이것은 앞에서 말한 전미경제학회에서 나온 미국 경제학자들의 경고이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올해, 세계 경제가 국가부도 사태나 국제통화질서의 혼란으로 무역과 투자가 위축되지만 더블딥의 폭이 심각한 정도로 깊지 않다면, 플러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 정부나 관변기관에서 발표하는 4~5%의 높은 성장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말하고 있듯이 한국경제가 ‘대외의존형’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한국경제가 지난 1997년 IMF사태를 경과하면서, 금융시장은 지나치게 개방되어 외부 충격에 취약성을 드러내게 되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철저하게 기업, 은행, 정부의 거품을 제거하고 부채비율 - 예컨대 한국정부의 국가채무 총액은 2009년 말 현재 366조 원인데, 이는 GDP의 35.6%로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높지는 않다 - 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사 그와 같은 몇 %의 경제성장이 달성된다고 해도, 이를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이라든지, 지역개발 사업이라든지 하여 국민의 혈세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지원을 독점자본에게 계속 퍼부어주는 것 - 이는 정부의 부채를 급속히 증대시키고 머지않아 재정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 과 무자비한 구조조정 및 임금삭감 - 이는 노동자와 서민의 가계를 부채의 늪에 빠지게 하고, 심하면 가계파산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 과 무한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노동자 대중에게 무자비하게 강요하는 것 - 이는 우울증과 과로사를 증가시킬 것이다 - 을 통해서만 실현가능할 것이다.
사실,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빈부 양극화이다. 그 가운데서도 늘어나고 있는 실업과 서민가계의 위기이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올해 우리 정부는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 하겠습니다.”라고 호도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일자리의 보고인 서비스 산업을 진흥하고, 혁신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평생 하나의 직장만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임금피크제’도 도입하고 재택근무, 1인 기업, 사회적 기업 등 새로운 일의 형태도 넓혀나가야 합니다. 유급근로와 자원봉사를 결합하는 모델도 발굴해야 합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실업의 증대와 더불어 고용을 완전히 불안정 고용 형태로, 비정규직 형태로 교체하자는 이야기이다. 이런 방향에서 고용조건 악화가 진행되면서 서민가계의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이는 내수 시장을 더욱 핍박하여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설사 2010년에 성장목표가 달성되더라도 그 기조는 결코 안정적이거나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자본주의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단지 이윤율 저하의 문제이거나 과잉생산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더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최근 코펜하겐 기후회의를 통해 부각되었듯이 세계 자본주의의 성장은 이미 환경문제나 자원제약 문제를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 자원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환경재앙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악화될 때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하지 못할 것이며, 그 때 한국 자본주의 역시 세계자본주와 공동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 역시 2010년부터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로 될 것이다.
2)정치 정세
한국의 지배계급은 경제활동이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선진자본주의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후카가와 유키오 와세다 대학 교수는 국내 모 보수언론에 실은 칼럼에서 “2010년을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서 출발하는 한국의 지위는 반세기 이상에 걸친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라고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1월 6일 ‘2010년 해외 10대 트랜드’를 발표하고 그 첫 번째로 ‘G7에서 G20체제로 국제질서의 전환’을 꼽았다. 그리고 2010년 세계는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트랜드가 대두되는 ‘전환(轉換)’의 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한국은 올해 바로 그 G20 정상회의의 개최국이 되었다. 이렇게 볼 때 2010년 한국의 정치정세는 선진화를 공간적 축으로 하고 G20 정상회담을 시간적 축으로 하여 회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부르주아를 대변하는 중앙일보는 신년호의 첫 페이지를 “세계의 한 복판으로 민주화·산업화 넘어 G20 시대를 연다”는 제목으로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한국의 태양은 동에서도 오르고 서에서도 뜹니다. G20의 정상들이 한국 땅으로 몰려오는 집합점. 우리는 변두리에서 세계의 한복판으로, 극단에서 역사의 한가운데로 새로 시작하는 새천년 두 자리 숫자 위에 섭니다.”고 하여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선진화를 궤도에 올릴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G20 정상회담을 통하여 경제를 선진화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루자고 말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 따라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해 벽두부터 정치 선진화에 대한 담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좀 길지만 중앙일보의 신년사설을 옮겨보자.
“꼭대기를 받치는 국가의 중심부는 행정·입법·사법부다. 그리고 사회 각계의 지도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권이 중요하다. 종교는 상수도 공사요 정치는 하수도 공사라 했다. 하수도가 뚫려 있어야 갈등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는 꽉 막힌 하수도와 같다. 여의도의 하수가 사회의 제방을 위협한다. 기업인들은 이역만리 중동사막에 원전을 짓는데 여의도 발전소는 방사능 유출 상태다. 여당은 소통이 부족하고 야당은 도대체 승복을 모른다. 세종시·4대강의 갈등에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 같은 선진화 인프라는 뒷전에 밀려 있다. 2010년 한국정치에는 개혁의 대폭발이 있어야 한다.(강조는 옮긴이) 여야 지도부를 교체하고 국회법을 고쳐서 선진화 인프라를 깔아야 한다.”
그러면 지배계급이 추동하고 있는 이런 방향에 대해 제동을 걸거나 다른 방향을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은 있는가?
진보운동 안에는 진보대연합과 반MB선거연합으로 필승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많다. 여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40%대의 지지는 일시적 현상이고, 객관적으로 경제지표가 좋아진데다 원전수주 같은 ‘쇼’를 해대서 가지게 된 환상이 일시적으로 지지율로 나타난 것이며, 언젠가는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본다. 때문에 지방선거가 아주 중요하고 전망도 있다는 쪽으로 사고가 흘러가고 있다. 단, 그 열쇠는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이다.
이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17일 창당) 등 야5당 대표와 백낙청·이창복·김상근·오종룔·박영숙·이해찬 등 시민사회 진영 대표자 6명은 오는 12일 조찬모임을 열고 지방선거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7일 “민주당 승리로 구성되는 지방정부에서 다른 야당과 손잡고 ‘공동 지방정부’를 운용할 것”이라면서 범야권 연대의 매개고리로 야권의 공동지방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또 진보세력의 정치적 통합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조만간 진보신당에 통합을 공식 제안할 계획으로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당 대 당 통합은 바로 못하더라도 제2의 진보정당 건설 또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대한 지향성을 내놓고 공동선대본을 꾸린다든가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이렇게 지배계급은 현재의 제도정치권에 대하여, 선진자본주의적인 정치제도와 관행으로, 다시 말해서 피지배계급에 대해 헤게모니를 발휘하면서 총자본의 이해관계를 효율적으로 대변하는 제도와 관행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 야당과 진보정치세력은 현재의 부르주아 독재의 제도와 관행 하에서 MB정권을 심판하고자 하고 있다. 이 싸움에서 과연 야권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야권이 승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왜냐하면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층은 현재의 제도정치, 부르주아 독재 정치에 대해 실망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민의 과반수가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는 응당 소수의 지배층과 그들의 수족을 대변하는 여당에게 유리하고 다수의 피지배층을 획득하고자 하는 야당에 불리하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에서는 국가정치적인 의제가 부각되기 어렵고 연고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와 같은 정치지형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승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방선거의 이런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2010년 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패배시키고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비관적인 전망처럼 된다면, 지배계급의 의도가 관철되어 정치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지배계급의 정치적 통합과 안정을 보장하는 권력구조를 창출하고, 정치가 자본의 요구에 신속·정확하게 복무하도록 그 효율성을 높이며(‘추미애 의원’ 사건은 이런 흐름을 예견하게 해 준다.), 그와 더불어 민중의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제약하는 방향에서 - 정치에 있어서도 선진화란 민주와 진보에서의 전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지배의 효율성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거친 군사적 폭력보다 법의 폭력(법 질서!)으로 지배하고, 법보다 말로써 지배하고(정치!), 말보다 정신(미디어!)으로써 지배하여 피지배계급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 헌법개정과 정치개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정치란 국내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 민족적 범위의 정치에 관해서는 ‘민족정세’에서 언급했으므로 여기에서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대외 정치로 말하면, 지금까지는 외세의 힘이 한국의 국내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찰되어 왔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외부세계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각도에서도 고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국제정치에서 하나의 능동적인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선진화를 비전으로 내세우는 것과 더불어, 공공연히 제국주의화를 비전으로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몇 달에 걸쳐 다듬었다는 그 신년연설에서, 우리나라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피원조국에서 원조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사례임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외교를 더욱 강화하겠다,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겠다, 정부개발원조(ODA)를 늘리고 평화유지군(PKO)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더 큰 대한민국’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돕는다는 구실로 제국주의 침략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명분으로 올해 유엔평화유지군 파병 규모를 현행 401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확대시켜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 신규 파병할 예정이다. 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확전 방침과 요청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에 350명을 파병하기로 했으며, 향후 추가파병에 나설 것이 불 보듯 하다. 이렇게 대외 군사 침략에 적극 나섬으로써 남한 국가를 제국주의화 하면서, 이를 국익이니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책임이니 하는 논리로 정당화할 것이다.
이러한 반역사적 흐름에 대해 자유주의 야당이나 개량주의 진보정치세력들이 어느 정도 비판하고 반대하겠지만 그 힘은 그리 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대가 반제국주의 원칙에 입각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한 힘은 제도 정치권 밖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한 ‘광장의 정치’가 얼마나 성장, 발전할지 그것이 2010년 국내 정치정세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다.
3) 노자관계
지난해 노자관계는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가장 대립적이었다.
96년 말과 97년 초에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자간에 날카로운 대립과 격돌이 있었지만 일년 내내 전방위적으로 대립, 충돌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 비해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일년 내내 비상경제체제를 가동시켜 공공부문 고용삭감·임금삭감을 밀어붙이고, 쌍용자동차 파업을 유도하여 무단적으로 진압하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해 이념 공격을 가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불법시하여 대량징계·파면·해임하며,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비정규직노조인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노조를 불법시하고, ‘공공부문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철도노조 파업을 유도하고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아 탄압하고, 노동연구원과 가스공사노조를 비롯하여 공공부문에서 단체협약을 해지하여 적대적 관계를 조성하고, 이런 기류 속에서 금호그룹을 필두로 독점 대사업장에서 정리해고가 자행되고, 정보기관이 노동탄압의 전면에 다시 등장하는 등 가히 전방위에 걸쳐 대립, 충돌로 나아갔다.
그리고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시작되는 2010년 1월 1일 새벽, 이명박 정권은 노동법 개악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7월부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이는 전임자 수를 줄임으로써 노조의 활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2011년 7월부터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인정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 한다(이는 소수 노조와, 산별노조를 배제하고 협조주의적 기업별 노조체제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내용의 개악 노동법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야당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그럼으로써 2010년의 노자관계는 정월 초하루부터 그 적대적 기조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더구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 설득과 압박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2010년 정부의 대 노동 정책이 2009년 못지않게 적대적, 탄압적 기조로 나타날 것임을 예견케 했다.
이를 조금 구체적으로 전망해 보자. 먼저 공공부문에서 대대적으로 단협을 해지하고 개악을 시도할 것이며, 민간부문에서도 이런 선례에 따라 단협 해지와 개악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단협 개악은 전임자 축소와 맞물려 노조활동 공간을 대폭 축소시켜 노조를 무력화하는 쪽으로 나타날 것이다. 나아가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제한할 수 있다”고 공언한 노동부 장관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헌법 개정이 추진될 때 노동3권 보장 부분 삭제를 추진하기에 앞서 정책적으로 그것들을 무력화시키는 기도가 적극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노동부의 명칭도 ‘고용노동부’로 바뀌어 고용에 주력한다고 하면서, 노사관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들 것 - 즉 굴종적 관계 이외의 대등한 노사관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려 들 것 - 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 측의 공세에 대해 노동 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이다. 그런데 이 지점과 관련하여 2010년에도 2009년과 별로 달라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에 조합원직선제에 의해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한 규약을 무시하고 기존의 관행대로 간간선제로(기업별 노조의 경우 3중 간선제로)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조합원 대중은 민주노총의 의사결정권에서 계속 소외되어 그 관료·개량적 한계를 혁신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조건 하에서 어떠한 지도부가 출현하더라도 민주노총이 위력적인 투쟁으로 총자본의 총공세에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노동자정치운동이 위기에 처한 노동운동에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을까? 현재 심하게 분열되어 있는 노동자 정치운동은 단기간 내에 그 소(小) 소유자 계급적 병폐를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현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패배주의에 빠져 관료·개량적 활동에 안주해 왔다. 민주노총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정치운동 역시 진성당원제를 금과옥조로 하는 대리주의 활동방식에 안주함으로써 대중을 주체로 하여 혁신할 기회를 놓쳐 왔다. 이런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조건 하에서는 설사 진보정당 통합이 이루어지더라도 자본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반격할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0년은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주 우울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다만 노동자 대중의 자생적 진출이 어떻게 나타날지 그 역동성에 대해서 일말의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에서도 청년 학생들이 예상과 달리 2년째 연이어 과감한 저항을 보이고 있듯이 한국에서도 예비 노동자인 청년학생들이 대대적 투쟁으로 떨쳐나설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러한 상황이 조성된다면 1천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와 평생직장이 아닌 데서 일하고 있는, 불안정 고용 노동자들이 대거 저항으로 떨쳐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대중의 자발성, 역동성을 기대한다고 해도 노자관계는 목적의식성을 가지고 대립·투쟁하는 관계이다. 계급 역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대중의 자생성만이 아니라 운동의 목적의식성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대공황 정세 속에서 사활을 걸고 덤벼드는 자본의 총공세를 극복하려면, 민주화 이행 시기에 지니고 있었던 조합주의적, 개량주의적 목적의식성으로는 맞상대가 되지 못한다. 계급적, 변혁적 목적의식성이 되어야 비로소 맞짱을 뜰 수 있다.
이 지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목적의식성의 이러한 전환이 단기간 안에 대중적 범위에까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이것이 딜fp마이다.
4. 투쟁의 총체적 방향
오늘은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이 있는 날이다. 작년 벽두 세상을 놀라게 한 용산참사는 이명박 정권의 ‘테러독재’적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리고 아울러 자본이 전 세계에 걸쳐 전개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어떤 것인지 실감케 하였다. ‘테러와의 전쟁’, 그것은 전 지구적 범위에서의 자본의 테러독재이다. 그러므로 미국 지배계급과 유럽 지배계급만이 아니라 중국 지배계급도 러시아의 지배계급도 한국의 지배계급도 모두 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것은 자본의 위기 때문에 생겨났고, 그 위기가 깊어질수록 기승을 부리게 되어 있다. 그것이 2001년 9.111년뀠타난 것도 이 때부터 자본의 축적위기가 비상하게 심화되었기 때문이고, 2009년에 그것이 더욱 기승을 부린 것도 2008년에 세계경제대공황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그것이 활개를 치는 것도 한국의 자본주의가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은 이런 객관적 현실에 부합하는 이념과 전략에 입각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진과 승리의 전망을 가질 수 있다. 투쟁의 범위는 전 지구적이다. 투쟁의 성격은 테러독재에 반대하고 나아가 자본에 반대하는 것이다. 테러독재의 주체는 ‘반동적 정치군부’가 아니라 독점재벌을 정점으로 하는 ‘자본가계급’이며, 자본가계급은 자본의 인격화한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자본을 변혁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을 변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혁사상이 대중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대중이 그 사상을 향해 쇄도해야만 한다.
자 여기가 로두스 섬이다. 뛰어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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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너무길다......ㅡㅡ; .함 읽어보려고 했는뎅.........읽기 싫다....
ㅋㅋㅋㅋㅋ 슬바님 실망이여라...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