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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날마다 한복 입는 날
이용미
우리 옷이면서 우리 옷 같지 않은 우리 옷 한복. 실용적이지 않아 불편하다는 이유로 명절이나 행사장이 아니면 입거나 입은 사람을 보기 힘든 요즘이지만 전주한옥마을은 예외다. 여기도 저기도 빨강 파랑 노랑의 평범한 한복은 물론 치마 한쪽 끝을 약간 올려 하얀 속치마를 살짝 보이게 하거나 화사한 전모를 쓴 모습, 고급스러운 스란치마에 당의까지 갖춘 궁중 의상으로 위엄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전주한옥마을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찾고 싶은 관광지로 알려진 후 특별이벤트로 이루어졌던 2012년 한복데이기획단 주체의 제1회 한복데이가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2014년에는 부산과 울산 대구 대전 등 5개 도시에서 동시 진행을 했고 올해도 지난 3월 진행되어 성황을 이룬 뒤 지금은 주말과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골목골목 고운 한복 물결이다.
이런 한복을 빌려주는 집이 태조로와 은행로 등 8개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주말취재를 거절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선선히 인터뷰에 응한 곳 역시 몹시 붐볐지만 대학 4학년 휴학 중이라는 돌쇠(23세)라는 예명의 젊은이가 시종일관 미소로 응대하는 모습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집은 “단순한 대여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치우치지 않고 한복을 입되 제대로 입고 예절을 갖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총 8백여 벌의 겉옷과 댕기, 가방과 꽃신, 복주머니 등 장신구를 갖추고 있어 주말에는 2백여 벌, 주중에는 1백여 벌씩 나간다고 했다. 방문한 2층 열 평 남짓한 공간은 마치 한복 전시장이나 판매장 같았는데 창구에 접수를 한 후 맘에 드는 옷을 골라 한 시간에 5천 원, 3시간에 만 원을 내면 30분에서 1시간은 여유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 외 댕기 등 장신구는 2천 원에서 3천 원이 추가되고 머리칼을 묶는 색 고무줄과 땋거나 간단한 머리 손질은 도우미 아주머니들이 무료로 해주고 있었다.
그 중 고객이 선호하는 옷이나 주 고객을 물었더니 대부분 무난한 옷을 고르지만 나이가 어리거나 커플들은 특별한 디자인을 원하기도 하고 친구끼리는 재미 삼아 남녀 옷을 바꿔 입기도 한다는데 실지 그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고객 또한 거리에서 보듯 20대가 가장 많고 10대와 30대 순으로 여자가 훨씬 많지만 요즘은 남자고객도 느는 추세, 남자친구끼리 와서 빌리기도 하고 외국인도 이따금 찾는다고 한다. 그중 골목에서 만난 전국에서 모였다는 40대 후반의 여중고 동창들은 “한옥마을에 왔으니 한식으로 즐겨보자는 의견을 모아 한복을 빌리고 점심은 한식으로 하고 한지체험까지 했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입는 사람의 품위와 보는 사람의 재미를 느끼는 매력적인 한복, 한옥마을을 돌때는 한복을 입어야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