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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도원에서 실시하는 여름축제에 딸아이를 데려다주고 은이성지로 왔습니다. 새벽에 일본과의 올림픽 축구경기가 있어 비몽사몽간에 응원을 하고 용인에서 은이로 가는 지방도로 옆 25시편의점에서 간단한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8시에 성지에 도착하니 우리성당 중등부학생들이 신앙학교를 하고있습니다.
은이는 "천주교인들이 숨어 지내던 곳"이라고 하는데 김대건신부님이 모방신부님에게 신학생으로 선발되었던 곳으로 서품 후에 첫 사목지이기도 합니다. 오늘 도보 순례하는 미리내성지까지의 길은 순교하신 김대건신부님의 시신을 신자들이 몰래 빼돌려 밤중에 지게에 모시고 새남터에서 부터 이곳 은이공소를 거쳐 미리내까지 운구하던 길입니다. 성당에 가서 그 날의 여정을 묵상하고 오늘의 모든 일정을 주님께 의탁하며 함께 동행할 묵주를 다정하게 들고 미리내를 향하여 순례의 길을 나섭니다. 총 길이는 13km 정도이며 4시간 정도 예상합니다.
은이성지 외부 모습
우리 성당 학생들도 만나고 (작은 수녀님께서 맛있는 과일도 챙겨주셔서...ㅋ )
성당과 유물 전시관
제 1코스인 신덕고개를 향해 출발합니다. 은이성지에서 완만한 신작로를 따라 걷다보면 은이골농장이 나오고 산길이 시작됩니다. 묵주기도를 하며 쉬엄쉬엄 40분정도 걷다보면 신덕고개가 나옵니다.
먼저 지나간 순례객들이 리본을 매어놓아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신덕고개 초입입니다.
신덕고개입니다. 신덕고개에서 왼편으로 가면 김대건신부님이 박해를 피해와 부모님과 함께 어린시절을 보냈던 골배마실성지가 나옵니다. 저는 미리내로 가야하기 때문에 이정표를 따라 와우정사로 가는 내리막길을 걷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매미소리를 들으며 운치있는 내리막을 걷다보면 와우정사가 보입니다. 와우정사 근처에 도착하니 농장의 강아지들이 꼬리를 치며 달려듭니다. 나즈막이 휘파람을 불며 손짓을 하자 나오려고 안달을 합니다. 한참을 앉아서 보고있자니 갇혀지내는 강아지들이 운명이 짠해보입니다.
와우정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고 조금 걷다보니 해실마을로 가는 지방도로가 나옵니다. 길옆에 공간이 넓어 걷기에는 안전합니다. 나팔꽃도 피었습니다.
지방도로를 500m 정도 걸으면 해실마을 초입이 나옵니다.
해실마을로 가는 신작로에서 미리내로 순례하는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인솔 신학생이 있어 저도 인증샷!!
조끼에 새겨진 문구가 서럽도록 아름답습니다.
경사진 고개입니다. 묵주가 땀에 젖어옵니다.
신덕고개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어 망덕고개에 도착합니다. 시원한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습니다. 챙겨 온 "뽀또" 과자가 참 고소합니다.
이제 애덕고개로 출발합니다. 다시 묵주를 손에 들고 완만한 내리막길로 계속 걷습니다. 바람이 시원합니다. 주변에 산라일락 꽃이 피어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싸리꽃을 보니 엘리야가 지쳐 잠들었던 성경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나도 잠들면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물과 빵을 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하니 배만 고파옵니다. 저는 주님의 천사가 아닌 편의점 아가씨가 준 빵과 물로 배를 채우고 갈길을 재촉합니다. 나의 호렙산인 미리내를 향하여......
망덕고개를 넘으니 전원주택단지가 나오고 교우가 운영하는 쉼터가 나옵니다. 인기척을 하니 나오시어 순례의 나머지 길을 자세히 안내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전원주택 마을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니 요렇게 이정표가 나옵니다.
문수산으로 가는 지방도로를 따라 10여분 걸으면 문수산 오토캠핑장이 나옵니다.
나도 역시 오토캠핑을 좋아하는지라 캠핑장으로 가서 조금 해차래했습니다.
캠핑장을 건너오니 애덕고개로 가는 이정표가 나오고 나즈막한 신작로가 시작됩니다.
캠핑장을 보면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려고 묵주기도를 시작합니다. 묵주기도 5단을 마치니 저만치 애덕고개가 보입니다. 애덕고개입니다. 잠시 쉬면서 마지막 간식을 먹습니다.
애덕고개에서 내리막길로 10여분을 내려오니 미리내성지입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을 지납니다. 4시간 조금 못 걸렸습니다. 차분이 묵상하고 발길마다 기도하며 걸었으니 정상적으론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순례길에 동행하시어 축복해주신 주님과 나의 기도천사께 감사드립니다. Deo Grac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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