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로마의 중심가를 걸으면서 트레비 분수, 시청건물,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건축물이라는 콜로세움을 구경했다. 콜로세움은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네로 황제가 죽은 후에 건설되었는데, 오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으로서 나중에는 기독교인을 잡아 죽이는데 사용되기도 하여 종교적인 성지가 되었다. 콜로세움에서도 잡상인들이 한국말로 “안 비싸요, 싸요, 사세요” 라고 하면서 귀찮게 하였다.
어떻게 보면 관광으로 먹고 사는 로마인지라 관광객을 끌기 위하여 시당국에서는 많은 노력을 한다. 관광가이드는 여기서도 매우 인기있는 직종이다. 로마시에만 관광안내자가 6백 명이 등록되어 있으며 6천 명의 신청자가 10년째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 안내자(Tour Leader)가 되면 철저한 교육을 받고 친절한 안내와 유적에 대한 심도 깊은 설명을 한다. 통역만을 하는 단순한 안내자는 가이드라고 부르는데 이들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로마의 거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매우 고풍스러우며 곳곳에 보이는 건물이 모두 4, 5백년 이상 된 옛 건물이다. 로마의 건축물로서 유적 아닌 건물이 드물 정도이다. 건물 안에 들어가 보면 그림들이 많이 걸려 있는데, 미술 교과서에서 많이 본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들이 많다.
로마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도시 미관을 고려한 간판 정책이었다. 로마에서는 우리나라의 자유분방한 간판과는 달리, 상점이나 회사의 간판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었다. 간판은 원칙적으로 거리 쪽으로 튀어나오면 안 되고 건물 벽에 납작하게 설치하여야 한다. 간판을 설치하려면 간판의 크기와 게시 장소에 따라 일정액의 간판사용료를 시에 매년 지불하여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은 액수라고 한다. 이러한 식으로 간판정책을 엄격히 시행하기 때문에 거리가 혼란스러워 보이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또한 로마에서 상인이 가게를 전업하려면 새로운 업종에 대해서 3개월의 교육을 받아야 영업허가증을 발부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간단한 기념품가게라도 자기의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업종과 가게의 위치 등을 통제하여 짜임새 있는 문화관광도시를 유지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도 한번 도입해 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되었다.
로마에는 모두 50개의 박물관이 있다는데, 우리는 겨우 이틀 동안 로마를 둘러보았으니, 우리가 본 로마는 1/10도 안 되리라. 그러나 나의 인상으로는 로마 역시 런던에 비하면 인간적인 도시였다. 런던의 택시는 모두 검은색이고 앞뒤로 칸막이가 있었는데, 로마의 택시는 색상이 다양하고 칸막이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서 운전기사하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택시가 보다 사람 냄새가 나는 택시가 아닌가! 문명이 발달하고 정보통신이 발달하여도 사람을 기계처럼 만들고 인간 사이의 정이 메말라 간다면 그러한 발달의 방향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딱딱하고 여유가 없는 현대의 기계 문명에 문화라고 하는 부드러운 인간색을 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시간이 많아진다면 사람들이 점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행과 관광일 것이므로 관광은 미래의 유망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금번 과제의 기본 목표로서, 제주도를 재래식의 놀이시설이나 제공하는 단순관광지가 아니고 새로운 차원의 생태관광지와 문화관광지로 만들려면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며 이번의 여행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유익했던 여행이었다. 유럽3국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을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관광제주를 기획하면서 계획가들이 가슴에 새겨 두어야 할 원칙은 모든 시설과 제도를 관광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단계에서 항상 관광객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질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하여 불편한 점을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불친절한 택시, 바가지 요금, 교통 혼잡, 불편한 호텔시설 대신, 친절한 택시, 정찰제 요금, 편리한 이동수단, 편리한 호텔시설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통하여 관광개발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관광가이드의 역할이다. 제주도를 아시아 제일의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만들려면 제주도의 지리, 역사, 주민, 문화, 유적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교육을 받은 수준 높은 가이드를 많이 양성해야 할 것이다. 가이드의 말 한마디, 웃음 하나에 관광 제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가이드는 최소 2년 이상 제주도에 관하여 교육을 받고 어학시험을 거쳐 정식 자격증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든 일에서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만 관광개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관광제주의 앞날은 도청의 관광문화국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고, 관광가이드, 버스운전사, 택시기사, 호텔종업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울러 나도 언제가 기회가 주어지면 관광가이드로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답은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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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행 이야기는 1996년에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에서 제주도청으로부터 의뢰받은 큰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두 주간 유럽 3국을 여행한 이야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46세의 혈기왕성한 교수였고 학회 활동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저는 2004-2005년 2년 동안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지금도 학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저는 이제 만 64세의 은퇴 직전 교수가 되었는데, 그만 올해 1월 14일 학교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고 해직교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인과응보라는 말도 믿습니다. 저는 교수로서 명예를 회복하고 조용히 퇴직하고 싶을 뿐입니다.
거의 10개월 동안 교협 카페의 여기 "쉬어가는 곳"과 "교수협의회 이야기" 메뉴 공간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부끄럼도 없이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는데, 막상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보니 연재를 중단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몇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연재를 계속하라고는 하는데 잠시 쉬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고 성원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동안 연재해 주신 많은 글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연재 소설덕분에 신문 구독률이 높아지듯이, 이뭐꼬의 이야기들 덕분에 교협카페에 활력과 웃음을 주셨습니다. 곧이어 "이뭐꼬의 복직 이야기" 연재를 기대합니다.
교협 카페의 쉼터이자 수원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편안한 보금자리와 같은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담담하고도 솔직한 글들을 읽으며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조금씩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희미한 웃음과 잠시나마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품을 선사해주셨던 교수님의 글들, 언제나와 같이 여전히 기대합니다.
그동안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견문을 넓히고 삶의 여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식없는 솔직함에서 배어나오는 이야기를 통하여 때로는 웃고, 때로는 깨닫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많이 지치셨을텐데, 계속 글을 써달라는 부탁은 차마 못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정년퇴직을 3학기 남기시고 파면을 당하여 겪게될 고통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