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쓰 와이프 후기 - 가족의 의미
영화 미쓰 와이프 두 장면. 골드미스 변호사에서 서민층 가정주부로 (네이버 이미지 편집)
영화 '미쓰 와이프'를 봤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후 세상에 믿을 사람 없고 성공만이 자신을 지켜준다고 믿는, 잘나가는 골드미스 로펌 변호사 연우는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다. (실수한 저승사자의 상사가 개입해서)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주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수락한다. 그리고 풍족하진 않지만 착하고 국량이 넓은 남편 성환의 아내이자 한 남매의 엄마로 던져진다.
초반에 변호사로 살던 관성대로 행동하던 연우는 서서히 서툰 아내 역할, 주부 역할, 엄마 역할을 받아들인 이후 가족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영화다. 행복의 출처가 무언지 생각하도록 한다. 엄정화, 연기 좋다. 송승헌, 김태희의 남자 버전이다. 멋진 외모에 어색함이 돋게 하는 연기. 가정 밖에서의 연기는 무난하지만 가족간 섬세한 감정선 표현에서 아쉽다. 낯선 아내를 잠시 당황하는 척만 하고 그렇게 국량 넓게 대할 수 있다니!
저승세계 이소장이 알고보니 돌아가신 아버지라든가, 변호사로 다시 깨어나 바로 찾아가보니 흔적이 없다거나, 몸이 바뀌었으면 얼굴이 바뀌어야 하는데 똑같다거나 하는 등 구성이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소개에 제목 '미쓰 와이프' 밑에 붙어있는 부제 'wonderful nightmare'를 발견하고서야 대충 아귀가 맞는다는 걸 알았다. 한달 간의 바뀐 삶은 '멋진 악몽'이었던 것이다. 스토리 구성이 어디서 본 것 같다는 표절성 표현도 있는 모양인데 '모든 게 내 스승' 관점에서는 상관없는 일이다.
저승세계 이소장과 약속한 한 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연우의 생각이 바뀐다. 원래의 삶, 성공한 변호사로 돌아가는 것보다 실명 위기에 있는 아들, 지방관서로 쫒겨갈 남편, 성폭행 당할 뻔한 딸 곁에 있고 싶어한다.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가족들을 외면하기가 어렵다.
성공한 변호사의 삶과 봉투접어 가계에 보태면서 쉴 새 없이 가족을 챙겨야 하는 가정주부의 삶. 선택이 너무 쉽지 않은가? 당연히 변호사의 삶인거쥐~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뻔한 선택이 정답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을 위한 욕망은 충족될 수 없다.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삶은 다르다. 미미하더라도 채워진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을 지향점으로 삼기 쉬운 세태에서 정을 주고받는 관계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아니! 찰나적이지 않은, 오래오래 가는 행복이 진짜 있기는 한걸까? 파랑새는 늘 내 곁에 있다. 이 영화가 피로사회, 경쟁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가볍게 던지는 메시지다.
단, 이 영화를 보고 감동에 젖어, 가족이 최고의 선이요 행복의 터전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될 우려가 크다. 헐리우드의 꽤 많은 영화가 그러하듯이. 하지만 보육, 직업 등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가족에 전가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너무 가족 단위에 집착하면 개인이 희미해진다. 이것만은 경계하자.
첫댓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건 평생 마음에 새기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가족이 최고의 선이라는 축으로 빠져들었는데, 좀 개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해야겠어요.
저의 욕망이 과연 저에게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욕망인지 생각해봐야겠어요. //
경계의 글은 꼭 명심하겠습니다. 저의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니... ㅎ
두 분야에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것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 삶..
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있는 삶이 올바른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그 의미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