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퇴치
우리집 원두막에 박쥐가 살고있다. 작년 봄에 발견했다. 처음엔 원두막 바닥에 영락없는 생쥐 쥐똥이 수시로 떨어져 의아해 하며 치우곤 했다. 그러다가 원두막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천정 중앙에서 몹시 인상 고약하게 생긴 박쥐가 몸을 드러내 몹시 고약하게 울어대서 박쥐임을 알았다. 시끄럽다고 그랬을까? 고기 냄새에 그랬을까?
처음에는 귀한 박쥐가 우리집 원두막에 산다며 상서로운 일로 해석을 했다. 똥 정도는 기꺼이 참아주마 했다. 그런데 동네사람들에게 박쥐자랑을 했더니 열이면 열 모두 징글징글하다며 고개를 젓는다. 집 어디든 손가락 들어갈 틈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 서식하는데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시골에 박쥐 서식이 희귀한 일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는 없잖으냐 하면서 내버려뒀다. 그러다가 작년 5월 한반도를 강타한 메르스의 감염원이 중동의 낙타 또는 박쥐라는 소식에 찔끔했고, 모든 박쥐가 메르스를 갖고있는 건 아니더라도 박쥐 생태 특성상 보유 바이러스 종류는 많다는 소식에 뜨악했다.
그 때부터 생각나면 쇠꼬챙이로 쑤셔보고, 에프킬러 들입다 뿌려보고, 그러다가 지쳐 그만두곤 했다. 토치로 지져버릴까도 생각했으나 빈대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마냥 원두막 하나 살라먹을까봐 그러지도 못했다. 우리집 원두막은 작은 체르노빌이 되었다.
원두막 바닥 똥무더기만 보면 성질이 뻗히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어 차일피일 시간은 흘렀다. 그러다가 며칠 전 창고에서 못쓰는 모기장을 발견했다. "유레카! 박쥐, 넌 끝났다!"
모기장을 펴고 서까래 사이사이마다 신문지를 뭉쳐 빈틈없이 메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 신문지 하루치를 놓고 그 위에 쥐끈끈이 한 장을 올려놓았다. 안에 있으면 나오다 죽고 밖에 있으면 다른 곳에서 살라는 뜻이다.
모기장 설치 다음날 박쥐 한 마리가 쥐끈끈이에 붙어죽었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원두막 바닥에는 이틀에 한 개 꼴로 똥이 발견된다. 모기장 속에서 떨어졌는지, 다른 데 살면서 밤에 잠시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지, 내가 모르는 구멍이 있어 지금도 드나드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박쥐는 퇴치될까? 원두막에서 낮잠 자던 때가 그립다.
첫댓글 이제는 제발 떠나기를~
제발 그러기를...
박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