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을 건넌 한국 공군 KF-16 전투기가 현지 백야로 인해 붉게 보이는 설산을 배경으로 미국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
2017 공군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 성과 및 활약상
미 태평양공군사령부 주관 2017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이하 RF-A)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대한민국 공군 KF-16 전투기 6대가 27일 공군20전투비행단에 무사 복귀했다. 이날 오전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 기지에서 이륙한 우리 전투기 편대는 미 공군 공중급유기 KC-135의 공중급유를 13회 지원받으면서 대한민국까지 7700여㎞에 달하는 거리를 약 10시간 동안 논스톱으로 비행했다. 공군은 이번 RF-A에서 다국적 연합공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항공차단(AI), 방어제공(DCA), 근접항공지원(CAS), 공중엄호(ESC) 임무를 통해 연합작전 능력을 길렀고, GBU-12, GBU-31(JDAM) 등 정밀유도폭탄 투하 실사격 훈련도 펼치며 실전 감각을 높였다. 대한민국 공군의 눈부신 활약상과 훈련 성과를 ‘결정적 장면’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알래스카주 아일슨 공군기지에 전개한 훈련요원들이 태극기를 펼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
7700여㎞ 13회 공중급유로 10시간 논스톱 비행
전투계획·전술전기·무장운용 등 종합적 임무 성공 수행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해 해외에서 다국적 연합공군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올해 RF-A 훈련에서 연합공군 공격편대군을 총괄 지휘하는 ‘임무편대장(미션 커맨더)’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 백민규(공사 49기) 소령의 소감이다. KF-16 전투조종사 백 소령은 미 공군을 비롯한 다국적 연합공군을 선두에서 지휘하며 전투계획·전술전기·무장운용 등 종합적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대한민국 공군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떨쳤다.
RF-A는 운용 기종과 전술 등이 상이한 다국적 연합공군의 공중종합 전투기동훈련이다. 따라서, 임무별로 연합공군을 총괄 지휘하는 ‘임무편대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연합공군으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빼어난 공군 조종사만이 임무편대장을 맡을 수 있는 이유다. 한국 공군은 지난 2015년 RF-A에서 서재경 소령이 최초로 임무편대장이 됐고, 지난해와 올해 임무편대장을 연속 수행해 총 세 번의 경험을 갖게 됐다.
RF-A 미 공군 훈련단장 윌리엄 보먼(William Bowman) 대령은 “동맹국인 대한민국과 함께 알래스카 공역에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작전수행 및 전술 시현 능력에 감탄했고, 태평양 작전 전구에서 같이 근무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작전·임무 계획을 총괄한 단 크로윈스키(Dan Krowinski) 미 공군 소령은 “이미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더 배우려고 하는 한국 공군 조종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공군 훈련단장 이형동 대령(진)은 “국내와는 다른 낯선 지역, 실전과 같은 상황 속에서 펼치는 연합훈련을 통해 우리 조종사들이 전투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값진 기회”라며 “고난도 전술과 임무 과제를 완벽히 소화함으로써 공중전투기량을 연마하고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신장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한국 공군 KF-16 전투기 편대가 2017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미 공군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횡단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
국제공인 합동최종공격통제관, 국제무대서 첫 활약
자국 항공기·연합 전력 항공기 유도해 화력 지원 가능
우리 공군은 이번 RF-A에서 사상 최초의 임무와 훈련을 펼치며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김종혁(공사 61기) 대위는 이번 RF-A에서 해외 연합훈련 최초로 국제공인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으로서 임무를 수행했다.
JTAC은 지·해상군의 요청에 따라 막강한 항공화력을 유도·투사하는 근접항공지원작전(CAS)과 최종공격통제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국제공인을 취득하면 자국군의 항공기는 물론, 연합 전력의 항공기까지 유도해 화력을 지원할 수 있다.
김 대위는 올해 4월 우리 공군이 직접 양성해낸 JTAC 가운데 첫 국제공인 요원이다. 공군 전술항공통제단 공지합동작전학교는 지난해 12월 미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아시아 2번째로 국제공인 JTAC 과정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을 받기 전까지, 한국 공군은 국제공인 JTAC을 양성하기 위해 해외 위탁교육에 의존해야 했다.
김 대위는 미국, 영국, 덴마크, 한국 등 4개국 60여 명의 JTAC 요원이 참가한 이번 RF-A에서 미 공군 A-10 항공기를 직접 유도하고 실제 무장을 투하하는 공격통제 임무를 수행했다. 이번 활약은 대한민국의 국제공인 JTAC 양성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입증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또한, 우리 공군은 이번 RF-A 훈련에서 외국에서 진행된 첫 ‘조종사 생환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생환훈련은 험준한 알래스카 산악지형을 배경으로 전술이동, 은폐, 도피·탈출, 독도법 등을 활용해 안전지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특히 우리 조종사들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산악지대에서 미군 헬기와 직접 교신해가며 탈출하는 훈련을 통해 낯선 환경에서의 생존능력과 자신감을 더욱 향상했다.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서 한국 공군 정비요원이 KF-16 전투기에 장착할 정밀유도폭탄 GBU-10을 점검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
참전용사에 보은…교민과는 화합의 장 마련
6·25전쟁 67주년 맞아 다채로운 행사 진행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단은 지난 23일 훈련 현지에서 6·25전쟁 67주년을 맞이하며 참전용사와 현지 한인 교민을 위한 뜻깊은 시간도 마련했다.
훈련단은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6·25 참전용사 이훈식(84) 예비역 공군 병장을 아일슨 공군 기지로 초청, KF-16 전투기 임무현장 견학, 조종사와의 만남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공군은 6·25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 항공기 정비임무를 수행했던 이씨에게 한국 공군의 달라진 면모와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준 뒤, 보은의 마음이 담긴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씨는 행사를 마치고 “최강의 전투력을 갖춘 대한민국 공군이 알래스카까지 직접 날아왔다”며 “우리 공군이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해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훈련단은 지난 24일에는 아일슨 공군 기지로부터 약 110㎞(65마일) 떨어진 도시인 페어뱅크스로 직접 찾아가 한인 교민들과 다양한 행사를 함께하며 우정을 나눴다.
훈련단은 교민들과 함께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6·25 상기행사를 통해 전쟁의 의미를 되돌아봤고, 족구·배구·제기차기·줄넘기·2인3각 달리기 등 화합을 다지는 체육행사를 했다.
행사를 마친 훈련단은 한인교민회에 기념액자를 건넸고, 한인교민회장 역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준 공군에 고마운 마음을 담아 감사패를 전달했다.
한국 공군의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 사상 첫 생환훈련에서 우리 조종사가 미군 헬기에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
RF-A 훈련 대비 사전 준비만 반년
시뮬레이터 조종 훈련·공중급유훈련·해양생환훈련 등 실시
좋은 성과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성공은 끝없는 노력으로 흘린 땀의 결정체다. 이번 RF-A에서의 한국 공군의 활약 역시 마찬가지다. 공군은 지난해 최초로 열린 한·미·영 공군 연합훈련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 훈련을 비롯해 쌍매훈련(Buddy Wing), 맥스선더(Max Thunder) 등 다수의 연합훈련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왔다.
더욱 직접적인 비결을 알고 싶다면, 본격적인 훈련 준비가 시작된 지난해 연말로 시간을 돌려보면 된다. 공군은 2017 RF-A 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실제 훈련에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에 돌입했다. 특히, 조종사들은 6~7개월에 걸친 훈련 준비 기간에 아일슨 공군기지 비행절차 교육, 지상학술, 태평양 횡단(페리) 및 현지 훈련 대비 공중급유 자격 취득 등 수많은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 또한 장시간 페리 전개에 대비한 10시간 시뮬레이터 조종 훈련에 이어 실제로 공중에서 6시간 이상 체공하는 공중급유훈련을 했고, 태평양 횡단 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비한 해양생환훈련까지 마쳤다.
지원요원들이 흘린 땀방울도 성공적인 훈련의 일등공신이다. 무장·정비사 등 지원요원들은 현지에서 더욱 신속·정확한 항공정비와 완벽한 군수지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전에 화물 적재·하역, 신속정비팀 운영 훈련 등을 실시했고, 이런 부단한 노력이 알래스카에서의 빈틈없는 지상 임무로 이어졌다.
※ 레드플래그 훈련은?
레드플래그 알래스카는 한국, 미국 등 다국적 공군의 연합·합동 전술 공중전투훈련이다. 한국 공군은 2001년 수송기 분야 훈련 참가를 시작으로, 2013년부터 전투기 분야 훈련에도 참가하고 있다.
공군이 자체 양성한 국제공인 JTAC 1호, 김종혁 대위가 미군과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본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