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마을이야기_공간
마을기자단 김은배
2022. 9. 8.
9월의 화창한 날, 신내데시앙아파트에 자리 잡은 멋진 공간으로 찾아갔습니다. 작지만 작지 않은 도서관,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도서관, 데시앙책울터작은도서관이 궁금하시다고요? 그럼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1. 데시앙책울터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와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데시앙책울터작은도서관(이하 책울터)이 자리한 신내데시앙아파트는 2010년 1월 입주를 시작했어요. 2013년 어느 날, 아파트의 몇몇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보육시설 승합차에 태워 보낸 후 공동 공간에 붙은 ‘독서실’ 간판을 보고 궁금증을 갖게 됐어요. ‘왜 우리는 이런 공간이 있는데 사용을 못 하는 거지?’라는! 공동집합건물 건축법상 500세대 이상의 단지에는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니 운영 주체가 없어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뜻을 같이하는 어머니들이 모여 작은도서관 개관을 위한 자치 조직을 만들고 ‘작은도서관의 관장은 자치 조직의 장이 맡는다’라고 공동주택 규약을 바꾸게 됐어요.
이곳을 이용할 수 있게 됐으니 공간을 채울 것이 필요했죠. 3년 만에 문을 열어본 ‘독서실’은 온통 먼지투성이에 제대로 된 집기조차 없었어요. 작은도서관 개관을 위해 열심히 준비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탈락했고, 그 노력이 아까워 입주민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금했어요. 약 340㎡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공모전을 진행해 ‘책울터’ 이름도 선정했고요. 입주민들에게 책을 기부받고, 중고 사이트를 통해 가구와 책장, 집기류 등을 구했어요. 무거운 물건은 한밤중이나 주말, 연휴 등을 이용해 아버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렇게 오랜 준비 끝에 2013년 8월 도서관 등록증을 신청한 후, 그해 10월 2일 개관식을 열었어요.
개관 준비 당시에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300명이 넘었어요. 그만큼 작은도서관 공간이 절실했던 거죠. 1,346세대의 대단위 아파트인 데다 2018년까지 중랑구에서 영유아 비율이 가장 높은 단지였거든요. 2016년 SH공사 공간 개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불필요한 로비 공간을 개조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
2. 도서관 이용 방법을 알려주세요.
가. 운영 일시 : 월~금, 10:00~18:00(12:00~13:00, 점심 휴관)
나. 도서 대여 : 정회원 1회 3권, 상호대차 쌍방 시행 작은도서관
* 책울터 둥지방 내에 상호대차용 별도 서가
다. 연회비 : 입주민 5,000원, 외부 이용자 10,000원
* 1년 단위 갱신(소멸성 연회비)
라. 대관 : 1시간당 10,000원(공익 목적 대여 가능, 전화 문의)
마. 전화번호 : 070-8119-0013
3. 과거 행사 활동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개관 8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지 못한 대신 줌으로 진행하는 온라인 독서 골든벨을 열었어요. 그리고 행사 진행 예정 예산 전액과 입주민 및 지역 주민 기부 물품을 더해 서울의료원 코로나 전담 병동에 후원했습니다. 책울터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삼각김밥 270개와 생수 1,960병, 후원자들이 기부해주신 각종 음료와 컵라면, 생리대, 간식 등. 서울의료원이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이후부터 총 4회에 걸쳐 기부했어요.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신내데시앙아파트 입주민들이 서울의료원을 믿고 응원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현재 책울터는 총 4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보유하게 된 건 이용자들의 기부와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한 신간 수서 비율이 높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해마다 최소 2,000여 권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어요. 어떤 책이든 기부를 받아 책울터에 비치되지 않은 도서는 직접 수서하고, 소장 중인 도서는 모아뒀다가 후원을 요청하는 곳이 있으면 나눔해 드리고 있어요. 전남 완도의 군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경남 밀양의 복지센터에도 책을 보내드렸고, 중랑구 관내에는 약 10여 개 기관에 1만 권 넘게 기증해 드렸습니다. 책 나눔은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4. 현재 도서관 활동도 소개해주세요.
중랑혁신교육지구 마을학교 ‘달책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 토론, 놀이, 창의 수학 등 매달 다른 주제로 그 주제에 맞는 그림책을 읽고 체험 활동을 진행해요. 매달 주제를 바꿔 소장 도서를 소개하는 특별 도서전도 진행하고 있고요. 9월은 성평등을 주제로 ‘평등을 노래하라’ 특별 도서전을 열고 있어요.
올 여름방학 동안에는 특별한 자원봉사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신내데시앙아파트 자원봉사캠프에서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지역사회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폼생폼사(폼나는 인생 폼나는 봉사)>. 봉사자에게 친환경 생활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새활용 체험 활동의 하나로 양말목 방석을 만들어 신내1동 홀몸 어르신들께 기부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크라우드 액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참여형 봉사 프로그램인데, 양말목 방석 100개와 티셔츠 새활용 쿠션 50개 제작을 최종 목표로 두 달에 걸쳐 진행했죠. 마침 좋은 취지에 동감해주신 신내1동주민자치회의 소개로 중랑구 관내 봉제 업체 사장님께서 자투리 원단을 반가공한 쿠션으로 박음질해주셔서 예쁜 쿠션도 만들 수 있었어요. 8월 19일과 9월 2일에 그동안 제작한 양말목 방석 100개, 쿠션 50개를 신내1동 홀몸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했는데, 참가자 모두 뜻깊고 의미 있는 행사에 동참하게 되었다며 정말 좋아했어요.
이 봉사 활동 덕에 올해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어요. 지역 네트워킹이 가장 활발한 사례로 뽑힌 것입니다. 양말목은 노원구의 양말 공장에서 후원해주셨고, 쿠션지는 중랑구 봉제 업체 사장님이, 봉사자는 책울터 이용자들이, 후원처는 신내1동 주민자치회의 효사랑 봉사단이 결합해주셔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올해는 개관 기념행사가 열리나요?
10월 15일(토) 개관 9주년 기념행사를 계획 중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 버스’를 대동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체험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지역협력 사업으로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아이스팩 재활용 방향제 만들기를 진행하고, 무지개 물고기 정크아트 체험 행사도 기획하고 있어요. 9주년 개관 기념행사는 친환경을 주제로 쓰레기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껏 행사 때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다 보니 너무 많은 쓰레기가 발생해 이번 행사 때 나눠 드릴 떡은 ‘용기내 캠페인’에 동참해보려고 해요. 행사를 위해 제작할 플래카드의 새활용 프로그램도 고민 중입니다.
5. 책울터가 꿈꾸는 미래를 알고 싶어요.
책울터는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작은도서관’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도서 구입비의 일정 금액(10~20%)을 시각 약자를 위한 특수 도서 구매에 사용하고 있는 이유이고요. 비싸고 이용도가 떨어지는 점자책과 큰 글씨 책 등 특수 도서를 구매하는 이유는 일반 이용자들에게 더욱 많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노안이 오는 것처럼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 약자인 일반인들도 양질의 도서를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죠. 자신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책울터가 지향하는 무장애 작은도서관의 목적입니다.
6. 마을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책울터는 이용자들의 편의를 가장 먼저 생각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말한 빌 게이츠처럼 책울터를 통해 또 다른 리더가 키워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죠. 누구라도 오가는 길에 들러 책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도서 대출을 위해서는 회원 가입 절차가 필요하지만, 공간을 이용하고 책을 읽는 건 제한이 없으니까요. 마을의 많은 분이 책울터를 이용하며 마을공동체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