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도 (효심편 13)
슬픈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신앙길 되게 하소서 아버님께서는 고요한 가운데 현현하시기를 즐겨 하셨사옵고, 어려운 가운데에 나타나시기를 개의치 않으셨사옵니다.
싸움터에서도 친히 저희들과 같이 싸워 주셨사옵고, 낙망의 자리에서도 저희들과 함께하여 주신 역사성을 띤 아버지이였음을 저희들이 다시 깨닫게 될 때에, 언제나 저희와 함께 계셨사옵고, 언제나 저희와 같이 싸워 주셨고, 언제나 저희와 더불어 살기를 고대하시던 아버지이심을 생각하게 될 때에, 땅에 살면서도 땅을 배척하고 거부하기를 즐기던 지난날의 신앙노정을 뉘우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초연한 자리에서 즐겨 모시던 아버지는 영광의 아버지셨사오나, 땅 위에 나타나신 아버님은 불쌍하고, 초췌하고, 서글픈 아버지이신 것을 알았사옵니다. 또, 그러한 모습으로 저희를 대하여 오신 것을 역사과정을 통하여 배워 알았사옵니다. 이제 저희들, 영광 가운데 나타나신 아버지를 모시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땅 위에 상처 입으시고 어려움에 시달리시며 참다운 아들을 찾기에 허덕이신 그 아버지를 모시고 즐거워할 수 있는 영광의 자리에 서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그러한 자리에서 아버님을 모시고자 할진대 먼저 눈물의 길을 가야 할 것이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이요, 십자가의 고난길을 넘어야 된다는 것을 아옵니다.
그래야만 아버지가 계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을 아옵니다. 저희에게 이런 서글픈 신앙노정이 남아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하늘은 예고하시기를 지금은 자다가 깰 때라고 하셨습니다. 어두운 밤에 광명한 등불을 들어야 할 때라는 것을 예고하셨사온데, 저희의 마음이 어두움에 잠겨 있사옵니까? 저희의 몸이 사망의 철망에 매여 있사옵니까? 이것을 끊고 헤치고 나서서, 하늘을 향하여 달음질칠 수 있으며, 하늘을 대신하여 싸울 수 있으며, 하늘을 대신하여 책임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아버지라 부를 수 있고, 아버지께서 오시기를 고대하는 아들딸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알고 있사오니, 아버지, 뜻 앞에 서기에 부족한 자들이 있사올진대, 이 시간 격려해 주시옵소서. 때와 시기가 촉박한 것을 알게 해주시고, 사망의 그늘에 휩쓸려 심판받는 자들이 되지 말고, 생명의 부르심에 이끌려 아버지 품을 찾아서, 자유의 동산을 향하여 그 몸이 찢기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죽는 한이 있다 할지라도 달음질쳐 갈 줄 아는 아들딸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오면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나이다. 아멘. (1959.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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