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책 봄꽃/이채율
새각단이 안태 고향인 난 토종 앵초에요
백설기 같고 몸에서 봄빛 난다고
머리에서 발까지 뭇사람 해마다 연예인처럼
카메라 들이댔어요
올핸 눈 뜨자마자 가족 찾았는데
안 보이고 바람만 웅성거리네요
벽화에 그려진 강아지조차도 짖지 않습니다
며칠 굶었나 봐요
건너편 파란 대문집 수국
자기네 가족도 무릉 찾아 떠났다며
핏빛 사라진 그녀 우울한 구름만 넘겨보며
하염없이 그렁그렁 하네요
발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
빈들빈들 배 앞뒤로 뒤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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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외로운 건 배고픈 거 다음이야 난 당장 오늘 저녁 끼니 걱정인데
친군 아주 고급스런 철학 책이군
재개발 동네에서 니체는 굶어 죽어
날 좋을 때 햇볕이나 배 부르게 먹어둬
산다는 건 누구나 혼자 가는 길이라지만
막상 혼자돼 실금 가득한 눈동자로 살아야 한다면
외롭다는 단어 남 일 아니네요
누군가 날 떠나보내려 찾아오기까지
밥상에 혼자 앉아 볕살 먹는 것부터
몸에 익혀야 되는군요 칸트 처럼
뱃살 튼실해지는 난
올봄부터 고독한 독일 철학 전집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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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율시인
철학책 봄꽃/이채율
이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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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1.01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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