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츠고의 유머작가 하랑님의 글을 올립니다,,,
주워다 올리는 글이긴 하지만...
제글을 관심깊게 읽어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저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수 있다는것도 행복하고요,,,,,,
이 가을 순수하게 가슴시린 사랑을 하고픈 민정이였습니다
[43692/43788] [하랑]영화'기쁜우리젊은날'에 대해...
게시자 : harang2003(이원영) 본문크기 : 9Kb
게시일 : 2000/11/02 17:55 조회/추천/반대 : 87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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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미 없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추천, 조회수 상관 없이 너무 하고싶은 이야기라서 잼 없는 줄 알면서도 하겠다...
잼 없더라도 이제껏 잼 있는 얘기만 했던 그 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끝까지 읽어
주시길 바란다... --;;;
영화 '기쁜 우리 젊은날'은 안성기와 황신혜가 주연으로 나왔던, 상당히 오래 된 영
화이다. 배창호 감독이 자신의 젊은날을 회상하며 만든 영화고 지금은 유명감독인
이명세 감독이 조감독으로 나왔던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를 잠시 소개하면...
이대 영문과를 나와 브로드웨이의 프리마 돈나를 꿈꾸는 황신혜를 꺼벙스타일의 안
성기가 죽자고 쫓아다닌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브로드웨이의 꿈에 온통 젖어 버렸
기에 결국엔 브로드웨이에서 주역을 시켜주겠다고 그녀를 꼬드긴 중년의 아저씨와
결혼을 해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결국 그 모든 게 사기였고, 그녀는 이혼과 함께
비참해진 상황으로 다시 귀국해서 번역소에 다니다 여전히 그녀를 쫓아다니던 안성
기와 결혼을 해서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결국엔 아기를 낳다가 죽게 된다는 지
극히 한국식 고전 멜러 영화의 룰을 따르고 있던 영화다. --;;
이 영화는 내 평생 기억에 가장 남는 영화이다. 왜냐면 날 참으로 열받게 했던 영화
기 때문이다. 오늘 이 지면을 빌려 잠시 그 열 받았던 순간들을 소개하겠다.
황신혜... 너무 이뻤다...
황신혜 이쁘다는 말 많이 들어봤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씨바... 어쩜 저리 완벽하게 생겼지...'라는 생각이었다.
그에 비해 안성기... 너무 어설프게 생겼다...
안성기 꺼벙하다는 말 많이 들어봤지만 그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씨바... 어쩜 저렇게 꺼벙할 수가 있냐... 생긴 거 같이 행동하는구만...'이었다.
안성기가 황신혜 쫓아다니는 꼴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첨부터 열 받을 수밖에 없었
다. 겜이 되야 무말랭이라도 썰어보지 이건 머... --;;;
그러나, 죽자고 그녀 뒤를 쫓아댕긴 덕분에 그넘은 황신혜와 리버사이드 호텔 커피
숍에서 첫 번째 데이트를 하게 된다(이거... 사실 요즘 같으면 스토커라고 경찰에
고발 당하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 그때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첫 데이트 때... 배 불러서 먹기 싫다는 황신혜에게 억지로 샌드위치를 시키게 한
안성기는 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천 원짜리를 몇 장 꺼내보며 돈이 모질라나 셈을
해 본다... 나 여기서 졸라 비참해지는 기분 느꼈다. 왜 그런 거 있자나. 주인공이
랑 보는 사람이랑 괜히 동일인물처럼 느껴지는 감정 말이야... --;;;
이렇게 꼬질꼬질하게 나오는 안성기... 그녀가 왜 만나자 했냐고 물어보니까 그넘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고 싶습니다'
누워서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이렇게 소리쳤다.
'이 어설픈 넘아!!! 졸라 한심스런 넘아!!!'
그넘이야 그녀를 죽자고 쫓아다녔으니 잘 알겠지만 그녀야 그넘을 처음 본 거 아닌
가... 어케 그런 어설픈 말을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안성기의 말에 황신혜가 어떻게 말하였을까...
"알겠어여... 당신과 결혼하겠어여..."
... 라고 말했을 거 같다구??? 흐음... 돌 맞고 싶어 환장했구나 --+++
당근 그녀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전요 미국으로 유학가서 브로드웨이의 여주인공이 될 거에요"
내가 보기엔 둘 다 또라이들 같았다. 브로드웨이가 무슨 대학 서클 개그 동아리냐..
어찌 되었건 그뇬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어떤 늙다리 아저씨랑 정말 결혼을 해서
는 미국으로 가 버린다. 여기서 나 상당히 열 받아 버렸다. 상당히 열 받아 버려서
안성기에게 또 소리쳤다.
"이 자식아! 이 지질라게 몬난 넘아!! 넌 도대체 여자 보는 눈이 어케 되었기에 저
렇게 야망에 쫓아 가는 뇬을 사랑할 수가 있었냐!! 이 빙신 바보 몬난아!!!"
그녀가 간 이후, 안성기는 직장에 취직해서는 장가갈 생각도 안 하고 맨날 그녀만
그리워하며 살게 된다. 가끔 혼자 리버사이드 호텔 커피숖에 앉아 그녀를 그리워하
기도 하구... 아... 졸라 불쌍한 넘... ㅠ.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전철 안에서 비참하게 그지꼴로 울 나라에 다시 돌아온 황
신혜를 보게 된다.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던 그넘은 그뇨를 보고 단박에 또 스토
커같이 그녀뒤를 쫓아간다. 그뇨가 슈퍼에 들어가자 그 넘도 어설픈 미행을 한답시
고 슈퍼에 같이 들어간다. 마침 그 날은 비가 잔뜩 왔는데 그 넘은 쓰고 있던 우산
을 접지도 않고 슈퍼 안으로 쓰고 들어가서는 그녀 주위를 어정거린다. 이게 무슨
만화영화도 아니고 개그도 아니고 실내에 우산 쓰고 들어가다니... 이건 완전히 그
녀 때문에 맛이 가 버렸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계속 그녀 뒤를 밟던 그는 동네의 다 쓰러져 가는 분식집에서 그녀에게 또 다시 어
설픈 행동을 하게 된다. 그녀가 라면을 먹고 있는 옆에 가서 괜히 소금 달라 간장
달라 하다가 급기야는 '어! 이대 영문과 나오시고 얼마전에 브로드웨이에 유학을 가
셨던 OO씨 아니십니까!'라고 말한다. 그리곤 또 결혼하자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난 쓰러지는 줄 알았다...
시방 사회자 소개하냐... 이대 영문과 나오시고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말 할 수
있냐 말이다... 또 만난지 몇 년만에 결혼하자고 말하다니... 자아식...
또 생각해 보라...
황신혜가 얼마나 비참했을까. 자신을 죽자고 쫓아다녔던 남자를 이렇게 쓰러져가는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처지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말이다. 진짜
꺼벙한 안성기... 나 같으면 절대 이런 짓 안 한다. 이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행동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석해 볼 수도 있다. 그 넘에겐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해 볼 여유
가 전혀 없었다는... 하긴... 몇년 만에 만난 그 자리에서도 또 결혼하자고 말했으
니... --;;;
하여간 또 다시 어설픈 안성기의 프로포즈가 이어진다.
결국엔 이렇게 의도적인 우연의 만남이 아닌 두 번째의 정식 데이트가 이번엔 공원
벤취에서 이루어지는데 그는 그녀에게 간식으로 먹일 과자와 계란을 잔뜩 사서 벤치
로 가져온다. 여기서 내가 기겁한 것은 아마 가게집에 있는 과자들 종류대로 다 사
온 거처럼 양도 지질라게 많았고 그는 주섬주섬 계란을 까서는 음료수와 함께 그녀
에게 주었지만 그녀의 거절에 자신이 꾸역꾸역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거다. 그는
'저녁엔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대접할게여. 이 근처엔 왜 이런 건만 파는지 몰라..'
라고 말한다.(이 장면 무지 중요한 장면이다. 잘 기억해 두자)
결국 둘은 결혼한다. 홀아버지 최불암이 노총각 아들이 결혼하는 모습에 흐뭇해 하
는 장면이 나오며 둘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하지 얼마 뒤에 그녀는 죽고 만다.
애를 놓으면 죽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 황신혜가 애를 낳겠다고 고집을 피웠
고 결국 애를 놓다가 죽은 것이다...
애를 놓기 전, 산부인과에서 안성기를 부른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안성기는 싱글벙글 으쓱으쓱 해져서는 산부인과 의사 앞에서 이렇
게 말한다.
"저는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을 위해 가사일의 대부분을 하고 있습니다 ^^
저는 태아를 위해 항상 모짜르트와 브람스의 음악을 들려주고 언제나 아내와 함께
하는 아빠가 되려고 합니다 *^^*"
그러나, 왜 애를 안 지웠냐구 소리치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넋을 잃고 집에 온다.
안성기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집에 온 안성기...
아무렇지도 않게 안성기에게 사과를 깎아 준 황신혜를 물끄러미 보며 사과를 먹는다
그러다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황신혜 배에 가서 안긴다. 그리곤 울면서 말한
다.
"애 낳으면 안돼요... 애 놓으면 죽는대요... 엉엉엉..."
그러나 황신혜 말한다.
"당신같은 천사를 낳고 싶어요... 애 낳게 해 주세요..."
감히 황신혜 말을 거역할 수 없던 안성기... 결국 애 놓다가 죽고 만다...
황신혜 죽기 전에 말한다... 내 평생 가장 행복했던 기간이라고... 안성기... 바보
같이 울기만 한다... 진짜 바보다... 멍청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
안성기랑 황신혜랑 두 번째 데이트 하던 그 벤취에 귀여운 유치원 여자애 꼬마가 앉
아 있다.
안성기는 슈퍼에서 딸에게 먹일 간식으로 과자를 잔뜩 사온다. 그리고는 계란을 까
서 음료수랑 같이 딸에게 준다. 그러나, 딸은 '아빠 먹어'라고 말하고 안성기는 계
란을 자기 입으로 꾸역꾸역 집어 넣으며 말한다. 오늘 저녁엔 근사한 곳에 가서 밥
먹자구...
이 영화를 보면서 사실 쪽팔렸지만... 졸라 울면서 봤었다...
안성기라는 남자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보면서...
세상을 좀 모질라게 살더라도, 좀 손해보고 살더라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사랑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게 세상의 조건을 쥐어지고 어떻게 사랑하며 살거냐고 묻는다면...
이 조건으로 이렇게 사랑하며 살겠냐구 물어본다면...
난 주저없이 그러겠노라고 말할 것이다...
가슴시린 이 사랑을 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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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0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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