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동창회장을 역임하고
양대기
저는 재경 남성고 22회 동창회장을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역임했습니다.
졸업 50주년에 즈음하여 그때의 소회를 적어볼까 합니다.
먼저 제가 동창회장직을 맡게 된 것은 저로서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2010년에 우리 동기 골프모임이 생겼는데, 제가 회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무난히 골프모임을 꾸려 나가고 있는데, 동창회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동창회의 ‘감사’를 맡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감사’라면 열심히 하면 될 거 같아 선선히 승낙했습니다.
그러나 감사를 2년하고 나니, 이번엔 수석 부회장을 맡으라고 강권했습니다. 저는 그럴만한 능력도 자격도 없으니, 훌륭한 다른 친구를 물색하라고 여러 번 고사했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수석 부회장은 2년 후 차기 회장으로 직행하는 중책이었습니다. 난 못한다고 한사코 손사래 쳤습니다. 그러나 임원들은 한결같이 골프회장도 했는데 왜 동창회장을 못하겠느냐고, 그 정도면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모두 밀어붙였습니다. 난 추대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수석부회장으로 한 일들이 떠오릅니다. 제 후임이 될 차기 수석 부회장을 선정하는 것이 주요과제였습니다. 임원회의에서 1차로 물망에 오른 몇 사람을 검토한 결과 결정된 사람이 황왕규 친구였습니다. 그와 통화했더니 그도 난색을 표하며 딱 거절했습니다. 저는 KBS근처로 찾아갔습니다. 그와 점심을 먹으며 설득했고, 결국 그의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습니다. 일주일후로 예정돼 있던 친구의 날 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변용주회장과 같이 고민했습니다. 당연히 취소했습니다. 사회여론상 행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회장직을 무난히 수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임원들의 공이 컸습니다.
당시의 임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말로 고마운 한 분 한 분입니다.
수석 부회장 황왕규, 총무 공동연, 재무 이만승, 감사 김형선· 김학규,
홍보이사 장성오, 이상봉, 정동원.(사진)
전 회장 취임사에서 공언했습니다. 먼저 3대행사 {4월의 친구의 날, 가을에 열리는 한마당 큰잔치(체육대회), 12월의 송년회}를 잘 치르겠고, 둘째 신규 참여 회원들을 늘리고, 셋째 찬조금을 많이 걷어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회장들을 단상에 모시고 기념 케이크를 잘랐습니다.(사진)
회장으로서의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행사 장소를 반드시 사전 답사하는 것도 그렇지만, 행사하기 전 친구들에게 참석여부를 일일이 통화해서 묻고, 불참하겠다는 친구들에게 참석을 권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임원들에게 전화명단을 할당해서 통화 결과를 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저는 그걸 다시 확인한 후 제가 재차 통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 친구에게 전화를 다시 걸고, 통화가 되면 참석을 부탁하기는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10분 특강’을 꼽겠습니다.
당시엔 오직 우리만 있는 자랑거리였습니다. 강사는 우리 동창이나 가족들로서, 시류에 맞는 주제로 10분간의 짧은 특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10분이었지만 하다보면 20분, 30분으로 길어져 식사가 늦어지기도 했지만, 유익한 특강이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정성오친구의 부인인 문정화여사가 손주교육을, 2016년에는 정대철 친구가 한의학 건강을 주제로 특강했습니다.
또 ‘수동점’도 있습니다. 매월 첫째 수요일은 동창들과 점심 먹는 날(수동점)로 정해서 2년 동안 실행했습니다. 매월 10여명이상이 모여 점심을 먹으며, 친구들 동정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는 부담 없는 자리가 되도록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사 2년, 수석 부회장 2년, 회장 2년, 도합 6년을 동창회 일을 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고 보람도 아주 컸습니다. 저는 운이 아주 좋았던 회장이었습니다. 솔선수범하는 임원들의 노력으로 행사 때마다 참석 인원이 늘었으며, 찬조금도 쾌척해준 친구들이 많아 재정적으로 튼튼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그런 고마운 친구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감사의 만찬’을 한 것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특히 가을 체육대회에서 22회는 참석인원이 많아서 꼭 상금을 받곤 했습니다.
그리고 체육대회하면 꼭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체육대회 때 제가 잠실운동장을 가려고 택시를 탔습니다. 내가 입은 주황색 티셔츠를 유심히 보던 택시기사가 “얼마나 좋은 학교이기에 잠실 운동장에서 체육대회를 다 합니까?” 라고 물었습니다.ㅎㅎ
남성고가 명문이란 걸 그렇게 뿌듯하게 느껴 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모쪼록 졸업 50주년 기념행사가 성황리에 잘 치러졌으면 합니다.
첨부사진
2015 송년회 기념사진
첫댓글 50주년 기념문집인데, 동창회의 글이 없어서 부랴부랴 썼습니다.
홈피에는 사진이 많은데 그걸 활용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자료 사진을 찾아 첨부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ㅎㅎ
양프로의 동창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그동안 꼼꼼하게 준비된 자료 잘 나타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