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 여자
한집에 금남의 집은 아니지만
여자만 셋이서
사는 집이 있습니다
남편과 사고로 사별한 후
곰삭은 세월에 그을려
한순간 세월과
이별하고 싶었을 때도
많았다는 그녀가
노을빛에 쓰러지는
힘없는 햇살 같은
삶에 지쳐갈 때쯤
요양원에서 치매 증세로
홀로 지내시는 시어머니.
당뇨와 뇌경색으로 쓰러져
홀로 지내시는 친정어머니.
같은 처지인
두 어머니를 모시고 와
운명처럼 마음 데우는
따뜻한 동거가 시작되게 되었답니다
먼 사람으로
잠든 남편을 그리며
눈물을 털어내지 못한 채
뿌리 하나 닿지 못한
어망 속에 갇힌
마음뿐이었던 그녀가
온 시간을
두 어머니병간호하는 일로
하루를 견뎌 내면서
얼굴엔 미소와 행복을 가득 매달고 16년째 눈시울 붉게 만든
일상을따라가 보려 합니다
그녀의 일상은
새벽 두시부터
가지마다 바람이 일 듯
하루분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Am 2:00
친정어머니는
당뇨합병증 탓에
족부궤양과 시력까지
잃어가기에
인슐린 주사를 놓아 드린 뒤
밤새 짓이겨진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드립니다
사지가 굳지 않게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번갈아 가며
휘도록 굽은 등줄기를 따라
고사목처럼 누운
두 어머니를 똑같이
마사지를 해드리며
잘 걷지 못하고
누운 채로 생활하는 두 분이
욕창이라도 생길까
두 시간 간격으로
이렇게 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잘 주무셨느냐?'
"꿈은 뭔 꿈을 꾸셨나?
해몽까지 해대며
웃고 또 웃다
시계가 네 시를 가리킬 때쯤
부억에 가서
하루분의 죽과 식사를 만듭니다
일일이 떠서
시어머니 한술.
친정어머니 한술.
드시는 것보다
흘리는 게 많다 보니
한 시간이나 걸려
식사를 마칩니다
소화가 되게
등을 두드리면서
30분쯤지난 뒤
다시 기저귀를 갈아 드리며
변이나 소변 색깔을
일일이 검사하며
두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가능해 보는 시간을따라
편안히 잠드시는 걸 본 뒤
그녀는 부엌 한편에 서서
남겨놓은 찬과 죽으로
한 끼를 때우고 맙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바스러질 듯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수없이 떠나보낸
시간 넘어
흔적을 지우고 가는 바람처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가슴 어디쯤
슬픔이
숨어 있는데도 말이죠
고요가
지금의 아침에 침묵하듯
늘 구름 한 점 걸어둔
하늘을 따라
산책만큼은
빼놓지 않는다는 그녀는
휠체어에 시어머니를 모시고
느린 걸음으로
친정어머니와 함께
푸른 바다와
나지막한 돌담길에 핀
유채 꽃길 따라 길을 나섭니다
씻어내지 못한 하루에
파편들이 줄지어 따라오지만
한점 티끌로
고요히 닦아내면서 말입니다
고맙다" 라며
보이지 않는 아픔뿐인 제 손을
꼭잡아주는
두 어머니의
뭉클한 정으로
같이 걷은 이 길엔
늘 행복이 가득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사모" 라고 부르는
시어머니는
잠결에 늘
"사모야, 사모야" 하고
찾으신답니다
그리고는
사모야 고맙고 감사하다"
"옆에 있는 할머니도 정말 고마워요"
라고 잠꼬대처럼 말씀하시는걸
캄캄한 데서 듣고 있으면
진심이 가슴으로 전달된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두분중 한 분이라도 먼저 떠나면
빈자리를 견딜 수 없기에
자다가 시어머니가
숨을 불규칙적으로 쉬시면
밤을 새워서 지켜보다
한밤을 꼬박 새우며
지쳐 할 때면
친정어머니가 시어머니에게
밥을 떠먹여 주시며
서로를 챙기고
의지하는 두 어머니를 볼 때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고
말하는 그녀는
사랑하다 가슴 비운
흔적이 남지 않길
오늘도 바래볼 뿐입니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며
갈피마다 끼워둔 아픔을
푸른 자연의 품에 씻어내며
셋이서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이대로가 행복하다' 고말하며
셋 중 누구하나라도
먼저 떠나면
"그 빈자리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제는 사돈, 며느리, 딸의
관계가 아니라
한가족 한 운명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 여인은 오늘도 기도합니다
"누구 하나 먼저 떠나지 않길.."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attn/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