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07. 06
땀은 진실하다. 꼭 윈스턴 처칠의 말이 아니더라도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액체 가운데 눈물.피와 함께 땀을 사람들은 진실의 상징으로 여긴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나오는 무더위 또는 한증막 속에서의 땀은 그런 진정한 의미의 땀이 아니다. 진지한 몸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땀이 진짜다. 그래서 그 땀은 신성하다.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스포츠는 그런 땀의 결정체요, 부산물이다. 그래서 아름답고, 솔직하다. 때로는 결과가 땀을 배신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흘린 땀의 순수한 의미는 그냥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는 아름다운 패배에 찬사를 보내고 교훈을 얻는다. 그게 스포츠가 주는 신성함이다.
프로야구도 그 땀의 신성함 속에서 성장했다. 1970년대 고교야구의 순수함을 등에 업고 출발한 프로야구는 82년 3월 27일 드라마틱한 승부로 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그날 개막전에서 터진 이종도(MBC)의 만루홈런이 눈에 선하다. 삼성과의 연장 10회말 2사 동점 상황에서 터진 한국 프로야구 첫 끝내기 만루홈런.
짜릿하고 시원했던 그 홈런 이후 22년이 흘렀다. 그리고 상황은 달라졌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지 벌써 9년째다. 95년을 정점으로 프로야구의 관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선동열.이종범.이승엽… 많은 스타가 프로야구 무대를 수놓았다. 그들이 흘린 진지한 땀속에서 프로야구는 명맥을 유지했다. 그들은 고교야구의 순수함 속에서 성장한 세대요, 프로야구 초창기의 진실한 땀을 먹고 자란 세대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 식전행사로 연예인야구팀 간의 경기를 준비했다. 또 그 경기의 주심을 김응룡 삼성 감독이 맡고, 나머지 심판 역시 프로야구 현역 감독에게 맡겼다. 이건 뭔가 아닌 것 같다. 땀의 신성함과는 거리가 있는, 스포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발상인 것 같아서다. 진지한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땀이 아닌, 찜질방에서 얻어지는 땀의 냄새가 난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하강곡선을 그린다고 해서 말초적인 짜릿함에 기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경기가 갖는 고유의 아름다움, 그 본래의 의미, 그 원초적인 진실에서 발전의 씨앗은 뿌려지며 성장의 줄기가 자라난다. 언젠가부터 프로야구는 승패의 결과가 주는 그 순간적인 짜릿함에만 기대왔다. 그러면서 제2의 선동열.이종범.이승엽이 나타나지 않고 겉멋이 든 비뚤어진 야구기계들만 키웠는지도 모른다. 땀의 품위를 존중하자. 그 고결한 정신만이 스포츠를 지탱해준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