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연휴의 시작...
미뤄왔던 숙제를 마무리하듯 제주 올레길 21코스,1코스를 향하여 제주도의 동쪽 끄트머리를 찿았다.
성산포,광치기를 기웃거리다 차로만 몇번 지나곤 했던 제주 동부해안...
제주의 동부해안을 따라도는 21~1코스는 제주올레중 가장 제주다운 소박함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코스다.
3년전 20코스 세화에서 멈췄던 올레걷기를 이어가려 한다.
새벽길을 가르고 완도,추자도를 거쳐 어렵게 시작한 제주일정...
굳은날씨에 에머랄드빛 바다는 볼수 없으나 하얀포말을 일으키며 싸납게 달려드는 파도와 제주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당차게 3일간의 일정을 시작한다.
이른새벽 집을 떠나 완도항에서 07시20분에 출발하는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일렁이는 파도...
여행객을 가득 채우고 완도항을 떠났던 배는 어느덧 육지와 멀어져 있다.
대모도 전경...
일행을 태운 여객선은 대모도 앞바다를 지나 몇몇의 작은 섬들을 스치고 이내 먼바다로 나아간다.
하추자도 신양항 전경...
완도에서 출발한지 2시간 30여분 하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했다.
항구는 조용했고,
현지인으로 보이는 몇몇의 승객만이 탑승을 서두른다.
신양내항의 풍경...
방파제 공사로 어수선했던 3년전의 모습과 달리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이다.
제주올레 21코스...
올레21코스는 세화 제주해녀박물관앞에서 부터 시작하나 박지 도착시간을 감안하여 하도 굴동포구에서 출발하기로 한다.
지난 20코스 걸을때 세화해변 일정부분을 걸었고,
딱히 챙겨 온 제주올레 패스포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충 게으름을 피우기로 했다.
하도 굴동포구 풍경...
길쭉하고 아담한 포구가 인상적이다.
굴동포구 휴게공원 가장자리에 해녀조형물이 바다를 등지고 가지런히 앉아있고,
포구입구에 자리한 해녀의 집은 기상탓 인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싸납게 밀려온 파도...
물빠진 해변에 관광객 몇이서 무언가에 열중이다.
아마도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는듯...
바람을 피해 돌담아래에 자리를 하고 라면을 끌여 늦은 점심을...
왠지 초라해 보인다. ㅎㅎ
하도환해장성이 검은 이빨을 드러내고 있고 바다건너엔 토끼섬이 자리하고 있다.
토끼섬이 가까이 보이는곳에 해녀상이...
토끼섬주변은 문주란 자생지이나 지금은 철을 넘겨 하얀 문주란꽃은 볼수없고 파란 잎사귀만이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도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도로변으로 멋진 야자수나무가 바람에 잎을 떨고 있다.
길을 따라 걷다가 하도해수욕장 초입에서 해안쪽으로 데크가 둘레를 유도한다.
그냥 도로로 질러갈까 살짝 고민했지만 그래도 정석대로 걸어보자고 하도 해수욕장 안으로 길을 잡았다.
하도해수욕장 초입엔 검은 현무암이 바닦을 메우고 있고,
바다건너 우측으로 종달해안과 멀리 우도가 보인다.
한적한 하도해수욕장 전경...
철지나 비워진 해수욕장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마져 든다.
해안도로와 연접해 있는 올레21코스...
해안길을 벋어난 언덕배기에 철지난 문주란 한송이가 수즙게 몸을 숨기고 있다.
하도해수욕장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를 횡단하여 내륙으로 접어든다.
21코스중 유일한 내륙코스로 돌담으로 둘러쳐진 농경지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전면에 지미봉을 바라보고 서두름 없이 한적한 제주의 돌담길을 즐긴다.
가을이 물들기 시작한 지미봉 가는길...
파란 이파리 위에 하얀 꽃들이 수확기를 알린다.
그런데 제주의 하지감자는 가을에??
지미봉으로 오르는 둘레길...
가파른 오르막은 처음부터 정상까지 이어진다.
(물론 봉우리를 우회하는 둘레길도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20여분 오르다 하늘이 보이는 능선에서 부터 정상까지는 평탄한 육로...
지미봉 정상에서...
지미봉은 성산포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성산일출봉은 물론 우도까지 조망할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위치한다.
검색하다 알게됐는데 올레길 21코스는 "나혼자산다" 박나래 출연이후 젊은층 사이에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과 종달리해안...
기상탓에 약간은 흐리게 보이지만 정말 멋진 뷰가 펼쳐진다.
30여분 헉헉대며 올라온 수고를 보상 받은 기분이다.
정상에서 숨을 고르고 가끔씩 올라온 올레꾼과 담소를 나누다 식수 조달차 주차장쪽으로 산을 내려온다.
지도를 검색하고, 종달리를 구석구석 돌아 30여분만에 편으점을 찿았다.
한라산21 두병과 적당량의 식자재를 구입라여 땅거미가 어스름한 저녘이 다 되어서야 정상에 다시 올랐다.
지미봉에서 당겨본 우도...
천진항과 우도등대가 빛을 발하고 있다.
어둠에 비춰진 일출봉과 성산포...
제주의 첫날밤은 한라산21과 함께...
마지막 탐방객이 하산하기를 기다려 전망데크에 천막을 두르고 소박한 만찬을 즐긴다.
성산포의 야경과 보금자리...
일정이 고단했던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이 깊어 갈수록 바람은 기세를 더해가고,
새벽부터 부산을 떨었던 산객의 노곤함에 밀린 제주의 밤은 깊어만 간다.
제주에서의 둘째날은 빗님과 같이 찿아왔다.
간밤에 요란하던 바람은 잣아들고 대신해 빗방울이 천장을 두드리고,
가느다란 빗줄기 사이로 일출봉,식산봉,두산봉이 차례로 섬을 타고 오른다.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
텐트에 움크리고 앉아 햇반을 덮혀 아침을 해결 하고.
대충 짐을 꾸려 빗줄기가 가늘어 지기를 기다린다.
얼마간을 기다렸을까??
빗줄기가 가늘어 졌다.
줄줄 흐르는 텐트의 물기를 털어내고 베낭에 꾸겨 넣는다.
우의를 걸쳐 베낭과 한몸을 만들고,
머물렀던 자리를 한번 훑고는 이내 하산을 서두른다.
종달리로 내려서는 하산길...
하산길의 나무계단은 비에 젖은터라 솔찬히 미끄럽다.
정상에서 내려오길 20여분,
종달리방향 오름길에 "지미오름"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고,
오른쪽 초입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종달리로 들어서기전 지미봉을 올려다 본다.
어제 종달마을을 돌아봤던 터라 오늘은 농로를 가로질러 해변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배추인지 무우인지 촉촉한 비를 맞은 어린 모종은 파릇파릇 생기가 돌고,
가랑비에 젖은 종달마을과 지미봉이 차분히 다가온다.
비에 젖은 제주의 돌담들은 제주의 색채를 더해가고,
돌담을 경계로 조,수수,콩,등등 각양의 작물들이 수확기를 기다리고 있다.
들길을 걷다가 이쁜 리조트 풍경을...
들길를 벗어나 해안로를 따라 걸었다.
바다위로 색색의 카이트서핑의 낙하산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수놓는다.
드디어 종달바당 도착!
이곳이 제주 올레길 21코스의 종점이자 1코스의 시작점이다.
초가을 풍경의 담수호 뒤로 종달리 마을과 지미봉이 올려다 보인다.
잠시 쉼터에서 숨을 고르고,
우비를 걷어내 베낭을 고쳐메고 1코스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성산포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성산일출봉의 위용...
오레1코스는 광치기까지 이어지나 예전 기억으로 대신 하기로 하고 우도행 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연휴여서 인지 우도행 여객선은 인산인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