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80년대생은 알지도 모르겠다.
'영구와 황금박쥐'. 초등학교 시절 무악재에 살았던 지라 사직공원의 어린이 도서관을 자주 찾았었다. 그곳에서는 만화책부터 세계명작까지 다양한 책을 보고 대여할 수 있었으며, 주말에는 어린이 영화도 상영하여 혼자서 자주 보러 가고는 했었다.
물론 저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이미 중학생이었던지라 광고로만 보고 말았지만.
어느 순간 황금박쥐를 정말 '황금색'박쥐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하지만 황금박쥐가 황금색이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놀라기도 했고, 오렌지색이 황금색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짧은 고민도 했었다.
그래서 처음, 동해에 황금박쥐 동굴이 있다고 했을 때에는 순진하게도 '황금박쥐 보는 거 아냐?'라며 속으로 은근 설레발을 쳤었더랬다.
오래가지 않아 그 생각은 고이 접었지만 말이다.
도심속 관광명소, 천곡동 황금박쥐 동굴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황금박쥐동굴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석회암 수평동굴로 삼척의 환선굴과 더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석회동굴 관광명소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외부 관광객의 접근이 쉽고, 지역 내에서도 소풍이나 이벤트 체험 등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동굴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할 때였다.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되어 1996년부터 일반에 공개되었다.
진한 오렌지색을 띠는 황금박쥐는 멸종 위기의 야생생물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희귀종으로 2016년 여름, 이 동굴에서 황금박쥐가 발견되어 촬영에도 성공하였으며, 이에 황금박쥐 상시 서식지로 판명 나면서 이름도 천곡동 동굴에서 천곡황금박쥐동굴로 바꾸었다.
천곡황금박쥐동굴은 4~5억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천연동굴이며, 총 1,510m 길이의 동굴은 810m만 관람 구간으로 개방하고 나머지는 보존 지역이다.

매표 후 동굴입구에서 안전모 착용을 하고, 동굴관람에 대한 짧은 주의사항을 듣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서부터 냉기가 훅 끼친다.
여름에는 이 입구에서 더위를 식힌다며 안내해주시는 분이 웃으며 말씀해 주신다. 이런 동굴 탐험(?)을 여러 번 해 보았으나 할 때마다 이상하게 설렌다.

어느 장르소설처럼 어디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혹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 독특한 생물을 발견하지는 않을지, 어디선가 귀신이 튀어나오는 건 아닌지. 가끔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비일상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즐거워 뭐 어떤가 싶다. 생각이야 내 자유지.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동굴에 들어서면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헬멧이 자꾸만 눈앞을 가리지만 손가락으로 올려가며 부지런히 아래로 향한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바닥에서 솟은 석순, 종유석과 석순이 기둥으로 연결된 석주 등 기이한 동굴 생성물을 볼 수 있고, 천장에 깊은 도랑을 형성한 천장 용식구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높아졌다 낮아지는지라 걸을 때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내가 160도 안돼는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내 머리가 닿는 구간이 있으니 말이다.

다른 동굴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다.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조명등으로 꾸며놓아 동굴 천장이 꼭 별이 박힌 밤하늘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 어느 구간에 이르니 조금 무섭기도 하다. 특히 빨간 조명이 나올 때...


중간중간 표지판이 보이는데, 사실 많이 어둡기도 하고 조금 멀리 있기도 해서 잘 분간이 되지는 않는다. 말머리상도 사진으로 찍고 보니 그런가보다 했다.

외계인의 이빨 같기도 하고 노란 불빛이 꼭 태양빛 같아서 뭔가 신비로운 느낌도 든다.

천곡 동굴에서 가장 멋있다고 느꼈던 것은 석주(石柱)가 될 종유석과 석순이었다. 석주는 위에서 아래쪽으로 자라는 종유석(鐘乳石)과 아래에서 위쪽으로 자라는 석순(石筍)이 만나면 석주가 되는데, 이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려면 앞으로 2~300년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못 보겠지만 먼 훗날까지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동굴 내부는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최대의 동굴 하천이 흐른다.
이 동굴에서 나오는 물은 '찬물래기'라는 냉천을 거쳐서 동해바다로 흘러간다.
어두운 데다 조명 때문에 잘 찍히지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물이 보인다.
동굴 내부에 사는 생명들도 보고 싶었지만 어째 쉽지 않다.
동굴 보존지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궁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저 안쪽에는 더 신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탐험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역시나 재미있는 탐험이었다.
동굴 입구에는 우주생성과 동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전시관과 영상실로 꾸며놓은 자연학습관이 있다.
동굴 형성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785m의 돌리네(석회암이 물에 녹으면서 깔때기 모양으로 패인 웅덩이) 탐방로와 100여 종의 야생화가 피는 야생화 체험공원도 조성도어 되있다. 꽃피는 계절에는 동굴 관람 후 산책하기에도 좋을 듯 하다.
주소 : 강원도 동해시 동굴로 50
문의 : 033-539-3630
운영시간 : 매일 09:00 ~ 18:00, 17:30분 입장마감 / 연중무휴
이용요금 : 어른 4,000원 / 학생 및 군인 3,000원 / 어린이 2,000원
주차 : 가능 / 무료
공식블로그 : https://blog.naver.com/cheongokca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