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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3
타닥타닥
붉은빛이 타오르고 있다. 그 밑에선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태우고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한마리의 개와 두
명의 사내가 있다. 한 사내는 누워있다. 개는 누워있는 사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데?"
누워있는 자를 간호하는 사내, 퉁가리는 누워있는 자, 라이샤를 보며 말했다. 라이샤의 의식은 없었다. 무엇을
보고 그리 놀랐는지는 몰라도 굉장히 심한 상처를 입었다. 단지 마을하나가 다 탄것 만으로 라이샤는 피를 두
번 토하고 쓰러졌던 것이다.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한 나무의 밑이었다. 그 나무는 굉장히 컸다. 그래서 지금 앉아있는 곳에서도 뒤로 한
참가도 나무의 밑둥도 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이 나무 정말 크네? 정말 놀라워. 이정도면 한 10000살정도는 되었겠는걸? 그리고......"
퉁가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것은 대체 누가 한일이지...... 마치 군대가 쓸고 지나간것 같은데......? 설마 자이드라에서 자신의 마을을 없
애진 않았을텐데...... 바슈그렘이나 하라스의 군대라면 우리가 볼 수 있었을텐데...... 그럼 긴데스인가......? 하지
만 긴데스의 군대가 지나갈 정도로 자이드라는 약하지 않은데......"
자이드라는 용사 바하무드가 세운것. 긴데스는 대마법사 펜러스의 제자가 그의 뜻을 받아 세운 나라였다. 그
래서 군대의 힘은 긴데스보다는 자이드라가 더욱더 강력하였다. 그렇기에 지금 퉁가리의 말은 신빙성이 없었
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이드라 국내에서 반란이 있어서 이 네갈마을이 반란군의 본거지가 되었고 자이드라의 군
대가 와서 이 네갈마을을 쓸고 지나갔다.' 가 되거나 아니면 '왕이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네갈마을을 쓸어라고
명령했다.' 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10%도 채 되지못하였다.
지금 자이드라의 왕은 상당히 정치를 잘하고 있었기에 반란이 일어날리도 없었고 왕이 미쳤을 가망성도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몬스터 같은 괴물들이 이곳을 쓸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것도 거의 신
빙성없었다. 이 정도 크기의 마을을 휩쓸고 지나갈 정도의 몬스터숫자라면 최소 1000마리는 되어야 했다. 하지
만 그 근처엔 몬스터들이 서식할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고 이 마을도 그렇게 부유해 보이지 않았다.
"으, 으음......"
라이샤가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내자 퉁가리가 와서는 물수건을 갈아주었다.
"내가 여기까지와서 이런 일이나 해야되나......"
퉁가리는 천사들중에서도 상당히 권위있는 천사였다. 신만큼은 못했지만 그도 역천사중에서는 1,2등을 다툴정
도로 강력한 천사였다. 그런 그가 불의신의 어린영혼을 위해 이런 일이나 하고 있었으니 상당히 괴로울 것이
다.
"후...... 이게 다 내가 잘못해서지 뭐...... 그런데 라이샤 님은 언제 일어나시나......"
땀을 흘리고 괴로운표정을 짓는 라이샤의 얼굴을 보며 퉁가리는 말했다.
라이샤는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새로운 것만이 보였다. 이상하게 일그러지고 있는 벽과 자신의 앞에
보이는 시커먼 무언가. 그 시커먼 무언가는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넌 뭐냐!"
"넌 뭐냐!"
그 시커먼 무언가가 예상스러운 것이 아님을 깨닫고 라이샤는 소리질렀다.
하지만 라이샤의 소리는 다시 되돌아왔다. 메아리쳐럼......
"넌 대체 뭐냐!"
"넌 대체 뭐냐!"
이 소리는 벽에 부딪혀서 되돌아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시커먼 무언가에 의해서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라이샤는 놀라 다시 소리쳤다.
"넌 죽고 싶은 게냐!"
"넌 죽고 싶은 게냐!"
그 시커먼 무언가가 라이샤와 같은 말을 하고는 낄낄대는 기분나쁜 소리가 그 시커먼 무언가에게서 들려왔다.
"날 비웃는 거냐!"
이번에는 소리가 되돌아오지 않고 낄낄대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소리는 점점 커져 라이샤는 귀를 막았다. 하
지만 소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더 크게 들렸다. 괴로워하는 라이샤의 감겨진 눈에 한가지 영상이 보였다.
하나의 군대가 보였다. 그 군대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며칠후 군대는 어느 마을에 도착해서 즐겁게살고 있는 사람들을 도살했다.
어제와 같은 상쾌한 아침을 맞고 있는 그들에게 군대는 죽음의 신을 선물했다. 사람들을 도살하던 군대가 갑
자기 멈췄다. 그 군대를 멈춘것은 한 사내였다.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중년사내였는데 기다란 창을 들고 눈을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중년사내 옆에는 빛덩어리가 떠있었다. 그 사내는 있는 힘을 다해 군대를 막는
듯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차츰 그 사내의 몸에 상처가 생기더니 결국 쓰러졌다. 그리고 군대의 대장인 듯한 녀
석이 와서 그 사내의 목을 치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이 내려갔다.
"아버지-!"
잘자고 있던 켈과 퉁가리가 벌떡 일어났다. 라이샤가 매우 괴로운표정을 짓고 땀을 엄청 흘리며 눈은 아직도
경직된채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노려보았다.
"라이샤 님? 왜 그러시죠?"
라이샤의 대답은 없었다. 여전히 헉헉대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새들의 지저귐이 귀에들렸다. 천천히 라이샤는 눈을 떴다.
'여긴 산이 아닌것 같은데......'
라이샤는 몸을 일으켜서 자신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렇지...... 여기는 네갈마을....... 아니야!'
라이샤는 벌떡 일어났다.
'여기가 네갈마을일리가 없어! 내가 뭔가 잘못안 걸꺼야!'
눈을 뜨고 혼자 아니라고 다그치던 라이샤는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퉁가리를 보았다. 퉁가리는 라
이샤를 바라보고 있다가 라이샤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그의 옆에는 켈도 있었다.
"뭐 구경났어?"
"아닙니다. 단지......"
"단지 뭐?"
"단지...... 라이샤 님의 안위가 걱정되서......"
"......"
자신이 걱정된다는 퉁가리의 말에 라이샤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잠시 자신을 걱정하는 퉁가리의 얼굴
을 본뒤 라이샤는 입을 열었다.
"여긴...... 여긴 어디지?"
약간이긴하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퉁가리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도 여기가 네갈임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퉁가리는 더욱더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라이샤의 물음에 퉁가리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불길한 생각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자 아까보다 더 떨
리는 목소리로 퉁가리에게 물었다.
"여, 여긴 대체 어디야!"
"......"
절규하는 듯한 라이샤의 목소리. 그리고 퉁가리의 슬픈목소리.
"죄송합니다......"
퉁가리의 그 말에 라이샤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일어서 고함을 질렀다.
"아-아악!"
마치 아파서 고함을 지르는 것처럼...... 그의 볼에 맑고 투명한 것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퉁가리는 고개를 숙
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라이샤의 고함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어느덧 라이샤의 목소리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목이 점점 쉬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해는 라이샤와 퉁가리가 있는 곳을 비췄다. 그들의 주위는 시커멓게 타있었다. 곳
곳에 남아있는 흔적이 전에 마을이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라이샤에게서 맑고 투명한것이 끊임없이 흘
러내렸다. 그리고 점점 라이샤의 고함소리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젠 더이상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듯했다.
켈이 자신의 주인이 걱정스러운 듯이 라이샤의 옆에서 낑낑 대었다.
더이상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라이샤는 천천히 자신의 목을 쥐고는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으로 외쳤다.
"아버지~!"
"괜찮은 것입니까?"
"이젠 괜찮다......"
"다행이군요."
한숨을 쉬며 대답을 한 퉁가리는 순간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라이샤의 살기가 자
신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엄청난 공포에 퉁가리는 몸조차 움직이지 못했다.
퉁가리는 전에 이런느낌을 받아본적이 있었다. 바로 불의 신앞에서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자신을 불의 신은
바라보고 있었고 그 엄청난 공포에 퉁가리는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라이샤의 살기에 모든 동식물들이 얼어버린듯한 느낌이들었다. 켈마저 갑자기 발산된 살기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난 멀었는가......'
"퉁가리......"
갑자기 들려온 라이샤의 나지막한 소리에 퉁가리는 놀라 말했다.
"예, 옛!"
"네...... 아니 이 마을을 쓸고 지나간 것이 무엇이지?"
분명히 들릴락말락한 소리였으나 주위가 조용해서인지 퉁가리에게는 정확하게 들렸다. 여전히 엄청난 살기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구, 군대입니다. 말의 발자국과 사람의 발자국이 모두 푹 패인것으로 보아 중장갑을 지닌 군대가 지나간 것
으로 보입니다."
"군대...... 만약 군대가 지나갔다면 여기 올 수 있는 군대의 나라는?"
"아마도...... 이 자이드라일것입니다. 긴데스는 자이드라와 대치중이므로 공격할 수 없고 하라스와 바슈그렘은
지금 마족을 막기에도 역부족입니다.
그런 그들이 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점점 라이샤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면서 퉁가리는 라이샤가 쓰러졌을 때 알아낸 것을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이 자이드란가......"
이때까지 날카롭게 퉁가리를 바라보던 라이샤의 눈이 붉게 대지를 밝게 만드는 것을 바라보자 퉁가리를 죄어
오던 공포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퉁가리는 겨우 중심을 잡고 서있을 수 있었다. 퉁가리가 이때까지 버틴것
은 그가 천사였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정신력이 약해 벌써 쓰러졌을 것이었다.
헉헉대는 퉁가리에게 라이샤가 나직히 말했다.
"......이제부터 나는 이 자이드라를 없애겠다."
"네?"
"이 잘난 자이드라를 모두 없애버리고 말겠다!"
라이샤는 이 엄청난 말을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 말은 산봉우리를 타고 점점 멀리 메아리를 통해 퍼져나갔
다.
퉁가리는 황당해서 그 어떠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의 라이샤라면 분명히 자이드라를 없애고도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이드라는 아니 이 모든 대륙은 창조주께서 만든것으로 나라를 신이 없애거나 만드는 것
은 할 수 없었다. 나라를 만드는 것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이었다. 지금 라이샤는 이것을 깨뜨리려 하고
있었다.
"라이샤 님. 아무래도 생각을 좀 더 해보셔야......"
"넌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할 생각이냐......"
라이샤가 다시 엄청난 살기로 퉁가리를 압박했다. 하지만 지금 물러서면 자이드라는 없어지고 만다. 퉁가리는
목숨을 걸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 그것을 막아야 겠습니다."
"그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신에게 공격할 줄 알았던 라이샤가 나직하게 말하고는 살기까지 접어버렸다. 놀란 퉁
가리는 라이샤를 바라보았다.
"라, 라이샤 님?"
"그러냐...... 그렇다면 내 앞에서 사라져라...... 그리고......"
라이샤는 끝에 목소리를 내리더니 다시 퉁가리를 째려보며 말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다시 퉁가리에게 엄습하는 공포는 아까와의 것과는 차원이 틀린것이었다.
너무나 강력한 공포에 퉁가리는 주저앉고 말았다.
라이샤는 그런 퉁가리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자이드라의 수도 자이드라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켈은 퉁가리와 라이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라이샤를 따라 달려갔다.
라이샤와 켈의 모습이 점점 퉁가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지금 라이샤 님을 막을 순 없다...... 그럼 어떻게 하지......?'
퉁가리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법을 생각해 내려고했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에서는 그렇게 좋은 생각
이 떠오르진 않았다. 퉁가리가 한참 자신을 저주하고 있을때 마음속으로 목소리가 전달되어 왔다. 게다가 말을
건 것은 천사와 신도 아닌 다름아닌 창조주였다.
「용맹스러운 천사 퉁가리여......」
'차, 창조주 님?'
창조주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퉁가리의 몸은 자동적으로 왕을 대하는 신하처럼 몸을 쑤그렸다.
마음속으로 누군가가 훗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그렇게 대하지 말라...... 난 단지 그대에게 약간의 조언을 하러 왔을 뿐이다......」
'하, 하지만 창조주 님께서 어찌 미천한 천사에게......'
「그건 자네도 알다싶이 지금 저 녀석이 자이드라를 없애면 안 되기 때문이지......」
저 녀석? 창조주는 지금 라이샤를 저 녀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마치 아들을 부르는 아
버지의 목소리 같았다.
「지금 저 녀석은 열받아서 가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다시 자이드라를 없애겠다는 생각을 접을 것이다......」
'무엇...... 때문이죠?'
퉁가리는 실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했다. 감히 창조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하는 것은 간이 엄청나게
큰 천사라도 하지 못했다.
「훗...... 저 녀석과 많이 다녀서인지 저 녀석의 영향을 많이 받은것 같구나......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질문
하다니......」
'얹잖게 해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리고 그 답은 라이샤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너에게 주는
선물이다......」
퉁가리의 몸앞에 천천히 빛이 모여들더니 그것은 검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다.
'이것은......'
「갈색검이다...... 땅의 신이 너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구나...... 그럼 잘 있거라......」
'안녕히 가십시오.'
퉁가리는 그 말을 하고도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창조주의 몸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창조주
가 장난이라도 쳐서 가지않았다면 자신은 중죄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참동안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퉁가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놓여진 검을 바라보았다. 검의 모양은 라
이샤가 가지고 다니던 붉은 검과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단지 색이 틀릴 뿐이었다. 그리고 이 검도 붉은 검처
럼 모두 갈색이었다.
"이것이 갈색검......"
퉁가리는 나직히 말하며 검을 들어보았다. 검을 들려는 퉁가리의 손에 엄청난 중량감이 느껴졌다.
"크윽...... 생각보다 무거운걸......"
퉁가리는 굉장히 힘겹게 검을 들었다.
"이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문제인걸......? 하지만...... 그렇다고 자이드라가 파괴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만을
없지!"
퉁가리는 갈색검을 등에 메고는 라이샤가 간 곳으로 달려갔다. 갈색검이 상당히 무거워서 다니기는 힘들었으
나 라이샤는 걸어가고 있었기에 조금 있으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밝은 햇살이 퉁가리에게 내리쬐었다.
'그런데...... 땅의 신님이 어떻게 창조주 님께 부탁을??? 이해할 수가 없군......'
달려가는 퉁가리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