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발간한 윤항기 목사
윤항기 "음악과 신앙, 내게 뗄 수 없는 것들"
윤항기(67) 목사가 ‘노래 인생 50주년, 목사 성역 20주년’을 기념한 자서전 ‘노래하는 목사 윤항기의 여러분’(성안당)을 냈다.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목사는 노래와 신앙이라는 두 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래하는 목사로 살아온 지난 20년은 더없이 귀하고 소중하다. 주님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며 정말 행복했다”며 “얼마나 좋은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 오늘도 노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와 신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라며 "1960년 음악을 시작한 이후 음악은 제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 됐습니다. 1990년 음악목사로 안수를 받은 이후의 성직자 생활도 음악과 관련됐죠. 당시 보수적인 교단에서 복음성가를 인정하지 않을 때였지만, 음악신학교를 만들어 음악목사를 가르쳐 왔어요."
한국 최초 그룹사운드 ‘키보이스’의 멤버이자 ‘여러분’ 등 인기곡을 만들어낸 윤 목사는 자서전을 통해 성장기, 가족사, 음악활동, 신앙생활 등을 두루 회고했다.
당대 악극 스타였던 아버지 윤부길의 마약중독으로 무용가였던 어머니 성경자와 동생 윤복희가 힘겹게 살았던 시절도 담담히 회상했다. 그는 "아버지가 마약에 빠지면서 어머니가 치료비와 양육비를 벌러 공연에 가셨다가 객사하셨죠. 죽어서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목사가 되면서 안수 받는 날 아버지를 용서해 드렸어요."라고 말했다.
윤 목사는 신앙이 깊어진 계기로 1979년 서울 국제가요제에 ‘여러분’으로 동생 윤복희와 출전해 대상을 받은 일, 폐결핵을 앓다 죽음과 직면하고 하나님을 만난 일 등도 소개했다.
"1978년 동생이 두 번째 결혼에 실패해 아픔을 겪을 때였어요. 나는 그때 믿음이 부족해 하나님을 원망했고, 동생에게 아픔을 딛고 일어설 동기를 만들어주려고 '여러분'으로 가요제에 나가 대상을 탔죠. 그 곡은 가스펠 송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확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일입니다."
윤 목사는 이번 자서전을 낸 가장 큰 이유로도 "아픔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믿음을 가지면 노후를 아름답게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을 꼽았다.
윤 목사는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음악목사 양성 기관인 예음음악신학교 총장, 예음교회 목사로 헌신하고 있으며 예장 개혁총연의 총회장을 역임했다.
한편, 윤 목사는 30일 올림픽공원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윤항기ㆍ윤복희의 여러분'을 열 예정이었으나 천안함 사건을 애도하고자 가을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목사이니 천안함 일을 애도하고 기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제작자들이 손해를 크게 봤지만, 10월 이후에 공연장이 마련되는 대로 열기로 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서도 "세계화를 불 지피는 것은 좋으나 한국 음악의 색깔과 정체성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