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에릭 존의 窓] 잘 있어요, 한국
한국에서 지낸 20여 년 하루하루가 모험의 연속, 이제는 안녕
저평가 안타깝던 초기와 달리, 이제는 K컬처 세계를 매혹
친절·호기심·활기가 한국인의 매력... 한국 홍보 대사 꿈꾼다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前 주태국 미국 대사
입력 2024.05.29.
일러스트=이철원
독자 여러분께.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지낸 생활을 마치고 떠난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세어보면 무려 총 19년을 한국에서 보냈다. 가회동 집에서 출근할 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며 그동안 살아온 이 동네, 이 도시, 이 나라가 내게 준 모든 것을 되돌아보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이곳저곳을 보니, 지난 수십 년 동안 전통 건축물을 보존하면서도 현대 건축물과 가게들이 도시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신중한 노력이 눈에 띈다. 공원과 박물관도 도시 곳곳에 점점 더 생겨나고 있다. 전통 가옥인 한옥을 중심으로 활기차게 어우러진 이곳은 완전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멋진 궁궐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지닌 이곳이,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아 저평가되는 것 같아 늘 답답한 마음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한국이 더 이상 나만 아는 “비밀”이 아니라는 사실에 괜스레 아쉽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15년 전만 해도 영화와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을 줄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뿐더러, 한국의 콘텐츠가 그 플랫폼에서 세계를 매혹하리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 인디애나에 있는 고향 친구들에게 한국에 산다고 말하면 “좋겠네” 또는 “거기가 좋아?” 하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지금은 친구들이 눈에 띄게 흥분하며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또는 멋진 한국에 사는 나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말해 주곤 한다. 그리고 나 역시 한국을 ‘’정말 멋진” 장소로 기억할 것이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그렇듯 나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한국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한국은 언제나 나에게 특별했다. 조선일보의 이 칼럼을 통해 한국에서 살고 여행하며 만난 거의 모든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존경, 감탄을 드러냈다. 미국에 돌아가 친구들과 해외여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여행지에서 갔던 관광지나 맛집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물론 한국 여행에 대해서도 산, 사찰, 음식, 문화, 현대 건축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 여행에 관한 대화는 필연적으로 사람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방문객에게 보여주는 친절함, 방문객에 대한 호기심, 방문객과 상호작용하는 한국인의 활기찬 모습 등을 기억하지 않고는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고향인 인디애나주로 돌아와 ‘인디애나 글로벌 경제 서밋’에 참석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여기서는 한국의 문화, 경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K팝 그룹이나 한국 드라마가 무엇인지, 모든 한국인이 넷플릭스에서 보는 것만큼 멋지고 잘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들어온다(내 대답은 항상 “당연하죠!”이다). 나는 한국인들의 친절, 호기심, 그리고 활기찬 모습이 한국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세계 무대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요소일 거라 생각한다. 삶과 타인들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화면과 음악을 통해 다른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한국만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이제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위해 아내와 나는 한국에서 지낸 추억을 짐과 함께 담아 도쿄로 옮길 예정이다. 물론 일본에서 보내는 삶도 흥미진진한 모험이 될 것이며, 가족 모두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아니 내가 처음 한국에 도착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국의 하루하루 또한 모험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말해 K팝이나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를 두고 떠나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인터넷에서 언제든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칼럼을 읽어준 독자들, 한국에 있는 친구들, 그리고 매일 걸어 다니며 누린 이 아름다운 나라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내가 경험한 한국과 한국이 가지는 의미를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 조선일보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 추후에도 자주 한국에 돌아와 한국의 정수를 알리는 홍보 대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한국어를 공부할 때 처음 배운 말이 “시작이 반”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제 막 여기서 시작하는 것처럼 느낀다. 한국에서 여정을 함께한 모든 분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에릭 존 보잉코리아 사장
‘에릭 존의 窓’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에릭 존 사장께 감사드립니다.
#에릭 존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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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2024.05.30 07:27:04
이 땅에 이방인으로 왔지만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좋은 이웃이 되어 준 친구여. 그대가 몸은 이 땅을 떠났지만 그대와 함께 한 시간들을 기억하며 항상 마음에 두겠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여 가족들과 건강히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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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2024.05.30 11:58:05
조선 말 4대문 안의 환경이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오늘날 드라마 등에서 묘사하듯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조선 말에 서울을 다녀간 어떤 서양인은 서울을 똥 천지라고 묘사하기도 했지요. 더해서 4대문 안에 거주하며 온갖 건축제한으로 불편을 감수하는 분들의 편의도 생각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파괴와 현대화도 경게해야 하겠지만 무조건 옛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4대 궁궐 담장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광화문 광장에 서면 경복궁의 높은 담장은 뒷켠의 궁궐과 배경 북악산의 경관을 차단합니다. 일부 담장은 상징적으로 존치하더라도 나머지는 과감히 낮은 철제 울타리로 대체하여 시야를 터주면 궁궐과 정원이 모두의 공간으로 확장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옛날 건축물들도 처음 지을 때는 모두 새로운 건축물이었지요.
백곰
2024.05.30 10:41:08
한국의 서울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산과 강이 어울어 지는 독특한 도시이죠. 이런 유서 깊은 도시를 개발 할때 최소한 4대문 안에는 고층 빌딩, 고가차도등 난 개발을 할 것이 아니라 4대문, 고궁, 성곽등을 복원하여 낮은 층수의 건물을 지어 말 그대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과거 군사정권이 무모하게 무조건 밀어 붙이기 식으로 난 개발을 하여 지금은 숨막히는 도시로 만들어 벼렸죠. 프랑스 파리나 런던의 경우와 같이 도심 한 복판은 유적들과 높이에 맞는 낮은 건물들로 개발하여 도시가 훨씬 좋아 보이고 이후 관광객도 더 급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 4대문을 가회동 처럼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아쉬울 따름 입니다
kay1
2024.05.30 08:07:01
All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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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윤
2024.05.30 08:15:24
한국민족은 한편으론 못된면이 많은데 좋게 평가해주시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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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익
2024.05.30 10:34:56
한국에서 오래 산 외국인이 과연 한국을 잘 생각하고 있을까? 일예로 범죄자가 제1야당 대표하고 국회의원하면서 자기 방탄하여 아직도 깜빵에 가지 않는 이 나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구속 적부심에서 제1야당 대표라면 증거 인멸을 하지 않아 구속을 기각한다는 판사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대선에 빨리 나가 자기가 대통령되어 셀프사면하느라고 시도 때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자를 보고 뭐라고 생각할까? 좋은 이미지를 갖고 가시지만 나쁜 이미지는 미국에 말하여 고치게 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기 자가 한국에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만에 하나 그렇다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바뀌는 건가요?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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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hrodite
2024.05.30 09:36:26
일본이나 미국으로 돌아가면 꼭 한국에 대해 전해 주길 바란다.선동만 잘하면 전과 4범에 현행범도 국민의 50% 이상의 지지를 받을수 있고 또 한국인들 중에는 선동 당하고 싶어하는 개.돼지가 넘쳐나서 실형을 선고 받아도 국회의원이 될수 있는 판타시스틱한 나라인데 곧 지구상에서 지워질수도 있을 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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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길
2024.05.30 10:38:07
국격과 유권자의 수준이 너무 차이나지요. 범죄인으로 가득찬국회, 철면피 정치인들, 내용도 잘 오르면서 밥그릇 밥그릇하면서 선동에 놀아나서 의사를 악마화하는 국민들. 걱정스럽습니다
샬록홈즈
2024.05.30 08:22:48
Please keep up your good thinking about Korea. May the Lord with you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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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2024.05.30 08:37:42
You were a stranger when you came to Korea. You are a good friend of ours when you are now in Indiana. We will remember you as one of us. All th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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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
2024.05.30 07:18:48
고맙습니다. 에릭 존 님. 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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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p
2024.05.30 11:17:57
부끄러운 것도 많이 봤을텐데 고맙수다 안녕히. 가시오 또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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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다이모니아
2024.05.30 16:58:07
말이라도 그래 해주니 고맙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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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아재
2024.05.30 14:41:10
We will miss you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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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mse
2024.05.30 10:57:07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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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욱
2024.05.30 16:20:52
May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
bearking
2024.05.30 14:51:06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건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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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묘당
2024.05.30 10:32:21
훌륭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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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욱
2024.05.30 19:59:07
May God bless you.!underwoodmoon in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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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
2024.05.30 19:56:00
19년간 변화무쌍한 모습을 많이 보셨겠네요. 고향으로 가셔서 좋으시겠지만 한국 생각도 종종 하시고 칼럼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분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면 잘 받아들여서 발전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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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리
2024.05.30 19:21:18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시네요. 좋은 친구로 남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 생활 마치고 일본에서 다음 생을 사신다고 하니 그 생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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薔薇園
2024.05.30 19:18:12
그동안 <에릭 존의 窓> 칼럼, 관심을 갖고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디에 머무시든, 에릭 존(님)의 가족 모두 건강 유지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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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욱
2024.05.30 18:42:50
May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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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NO1
2024.05.30 18:22:04
대한민국과 일본은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자주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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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안
2024.05.30 15: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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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
2024.05.30 09:24:31
고맙습니다.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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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2024.05.30 21:44:50
좋아하던 칼럼인데 마지막이라 아쉽습니다. 새로 가는 곳에서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