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만물상
[만물상] '개근 거지'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7.09.
일러스트=이철원
학교 다닐 때 개근상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선생님들은 여러 상 중에서 개근상이 가장 값진 상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석이나 지각·조퇴가 있어서 정근상이라도 받으면 오점이 남는 줄 알았다.
꾀병을 부리면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파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덕분에 초·중·고교 12년 동안 빠짐없이 개근상을 받았다.
▶요즘 학교에선 가족여행 등 사유를 밝히면 일정 기간은 교외 체험 학습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있다.
2007년 도입한 이 제도 덕분에 결석 처리에 대한 염려 없이 자녀와 다양한 목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교외 체험 학습은 해당 학년 수업 일수의 10%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5~19일 정도다.
할아버지 제사, 친척 결혼식 같은 가족 행사에 다녀오는 것도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시대가 변해 요즘엔 출석 자체에 목을 매지 않는 것이다.
개근상 자체도 사라져 가고 있다. 대신 생활기록부에 ‘개근’이라고 써주는 것이 전부다.
▶미국에선 학생들 결석률이 크게 증가해 고민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공립학교 학생 26%가 전체 등교일의 10% 이상, 즉 18일 넘게 상습적 결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상류층은 가족여행에 데려가느라, 저소득층은 통학 여건이 좋지 않다는 등 사정 때문에 결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아침에 일어나 통학 버스를 타고 수업 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뿌리 깊은 습관”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학기 중 체험 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이 ‘개근 거지’라는 놀림을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개근 거지’란 학기 중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뜻한다고 한다.
한동안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뜸해졌다가 근래 해외여행이 늘면서 다시 ‘개근 거지’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최근 한 해외 매체는 친구들에게 이 말을 듣고 우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달래기 위해
저렴한 해외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다는 한국 아버지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얘기는 일부 학교, 극히 일부 학생 얘기를 부풀린 것일 가능성이 높다.
가족과 떠나는 해외여행도 교육적이겠지만 학생이 성실하게 등교해 공부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 일의 가치를 대신할 수 없다. ‘개근’은 낡은 구시대의 유물일 수 없다.
개근에 담겨 있는 성실, 책임, 인내, 규칙 준수와 같은 덕목은 시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만물상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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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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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21
한강수
2024.07.09 21:32:24
경제력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학교 수업 빠지고 여행 함께 다닐 생각은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아빠에게 불만이 많았겠지만, 단 한 번도 학기 중에 해외여행 못 갔다고 불평하지는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고마운 아이들이네요.
ALS
2024.07.09 21:28:25
예전에도 개근상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우등상을 타면 부모까지 ㅁ두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개근상은 '머리는 나쁜데 건강은 좋은 학생'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버린다.
물론 선생님은 우등상보다 개근상이 더 좋은 것이라고 추켜 세우지만
그것은 원칙이 그렇다는 것일 뿐 일반적인 생각은 이와 전혀 달랐다.
그러나 사회생을 하다보면 문득 IQ보다는 EQ가 더 실용적이라는 사실에 눈을 뜰 때가 온다.
사실 일상적인 생활에 높은 지능이 필요할 경우는 그렇게 흔치 않다.
IQ 100만 돼도 남 속임수에 빠져들지는 않을만 하다.
그러나 주위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맡은 일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성실성은 머리와는 비교적 무관한 개근상 범주에 속한다. 결국 선생님 말씀이 옳았다.
그런데 이쯤에서 세계 200여개 국가 중에 평균 IQ가 최상위급인 한국인이
선동질 이간질 거짓말과 포플리즘엔 왜 그렇게 대책 없이 잘 속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속이는 nom들이 천재라 그런가? 아니면 혓바닥만 특화된 별종들인가?
밥좀도
2024.07.10 05:30:02
근면과 성실은 삶의 큰 미덕이다. 그래서 '부지런하면 세상에 어려운 일이 없다'고 했다.
부지런함은 도약과 성공의 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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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부스
2024.07.10 05:47:42
교외체험학습 같은 펀법출석인정제도 없애라
출석으로 인정? 이런 예외편법규정이 난무하면서 원칙과 상식이 엉망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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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같지않아
2024.07.09 22:52:15
말 만들기 참 좋아하죠 개근거지에 더해 일본여행거지란 말도 있어요
프라우다
2024.07.10 07:56:18
물질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천박한 사람들의 한 특징이다.
외로운사냥꾼
2024.07.10 09:04:31
총체적인 난국. 대한민국의 개조가 필요한 시간이다.
우선 정치와 인성교육부터 시작하자.
특별한아저씨
2024.07.10 15:55:31
돈을 최상의 가치가 숭배하는 병든 우리 사회의 씁쓸한 모습입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배금주의의 병폐를 아무 잘못 없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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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2024.07.10 09:38:29
ㅎㅎ 개근 거지 나왔으니 이제 곧 직장에서는 <근속 거지>, 혹은 <정년 거지> 나올 거고
한 배우자와 늙어가는 <해로 거지>도 나오고 급기야는 수명대로 사는 <만수거지> 도 나오겠다.
이런 잘못된 현상은 끄덕끄덕 하지 말고 사회가 잘못 되었다고 강하게 비판, 비난 해야 마땅하다.
검은머리외국인
2024.07.10 20:05:52
한심한 나라.
제2의 IMF가 다시오기전에는 절대 정신 못차릴 한심한 군상들.
90년대에 담당한 일하고 관련해서
유럽및 일본 홍콩 미국 중국 등을 출장 다녔을 때 느낀 그들의 국민성은
선진국일수록 매우 검소하게 살고 있음을 느꼈다.
하기야 어떤 영부인은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나랏돈으로 무슨 핑계를 대면서 호화 여행을 했었다는
풍문이 있을정도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난다날아간다
2024.07.10 18:33:11
저런걸 아이들이 말한다는건 그부모가 졸부근성으로 무장한 멍청아 인게 틀림없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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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하자
2024.07.10 08:16:22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삭제한 100자평입니다.
나도 한마디
2024.07.10 07:48:35
학교라는 제도가 필요한지를 제점검해볼때다.. 학교의 필요성이 없어지고있다..
선생들과 학생간에 문제도 심각하고 교육도 되고있는지.. 모두들 학원에서 학습한다하니 학교는 보육원인가?
Henry
2024.07.10 07:32:36
부풀려진 이야기 아니다. 언제부턴가 휴가도 무조건 해외로 가야한다는 분위기도 생겼다.
한편으로 해외여행, 맛집 투어 등 즐기는 곳들에 비싼 지출 하면서 생활이 어렵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보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던 경우도 많았다.
더이상 근면 성실이 미덕이 아닌 시대다.
창의력이 있어야 평가받는 시대.
또, 한편으론 공교육이 얼마나 무너졌으면 수업에 10%나 빠져도 지장이 없게 된 것인지도 씁쓸하다.
학교 졸업장은 그저 명목이고, 실제 교과 내용은 거의 다 학원에서 배운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수업에 빠지지 않는 학생은 사교육을 많이 받을 형편이 안되니 '개근 거지'로 불리게까지 된 것일 테고.
이런 상황에 출산률 제고 대책? 다 헛소리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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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08557039
2024.07.09 22:10:44
애초에 현장체험학습은 출석으로 인정돼서 개근이랑 상관도 없음,
실제 학부모들은 이거 다 알텐데 그냥 누군가 학생들, 학부모들 욕먹이려고 지어낸 소리지.
지어낸 사람이나 그거 가지고 아무것도 체크 안 하고 기사 쓴 기자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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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시인
2024.07.10 16:29:27
개근은 성실함의 다른 이름인데 거지라고 놀림받는 건 어불성설이다.
체험학습이 학교라는 태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이 말도 안되는 말로 상처받는 일은 없었을텐데...
아쉽고 안타깝다. 교육이 나라의 근본인데, 교육부가 믿음직스럽게 일 좀 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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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훈
2024.07.10 11:27:45
한국O들 벌 받아야 한다.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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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2024.07.10 11:22:52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금권만능 시대가 되어 부럿어. 되돌리기엔 많은 고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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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2024.07.10 10:44:00
개근 거지라는 말이 나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다.
이는 일부 학생이나 학부형이 지어낸 말이 퍼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그들의 생각이 아이들의 판단을 지배한다는 말과 같다.
수업에 개근하는 성실한 학생이 어떻게 거지 같을 수 있는가?
저는 국민학교 때 부모님께서 이사가서 전학하는 바람에 우등상은 타도 개근상을 못 타서 상당히 섭섭했다.
결석을 하루도 안 했지만 그때는 전학생은 개근상을 주지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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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2024.07.10 08:59:18
거지.
. 6.25때 거지 아닌 사람 있었나..좀 살만하다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개구리들인가..
성실 책임 인내 규칙..요즘 정치를 보면 그런거와는 상관없어 보이는..사람들이 배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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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프라자
2024.07.10 08:55:30
너무 유행 따라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제력도 안되는데 외국 가는거나,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남들이 안해서 같이 미루거나 ~~ 나중에 후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