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경일은 1949년 제정된 법률 제53호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법 제정 과정을 복기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이승만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는 7월 17일이 ‘헌법공포일’, 8월 15일이 ‘독립기념일’이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각각 ‘제헌절’과 ‘광복절’로 수정되어 통과되었다.
정부의 ‘독립기념일’안을 ‘광복절’로 변경한 국회의 입법 취지는 명확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벗어난 ‘해방의 날’과, 1948년 8월 15일 자유민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탄생한 ‘건국의 날’의 의미를 모두 수용하여 경축하자는 뜻이었다.
두 사건 모두 민족사적으로 기뻐해야 할 거대한 경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연히 달력상 같은 날짜이다 보니,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을 하나의 명칭으로 무리하게 묶은 데서
오늘날 모든 사회적 갈등과 모순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는 마치 아버님과 어머님의 태어난 연도는 다른데 달력상 날짜가 같다는 이유로,
누구의 몇 주년 생일인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그저 ‘탄신일’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과 같은
기형적인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맞이하는 광복절이 대한민국 탄생을 기념하는 날인지,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날인지 해석이 분분하게 되었다.
즉, 광복절이 국경일로 제정된 초기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일을 기준으로 몇 주년 광복절이라고 하였고,
이후 어느 시점부터는 1945년 해방기념일을 기준으로 몇 주년 광복절이라고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초기에는 정부수립일, 즉 건국일을 기념하는 날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고,
이후에는 해방절을 기념하는 날인 것처럼 인식되어 온 것이다.
이로 인해서 현재는 광복절이 사실상 ‘해방절’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건국절’로 명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이 매년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서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불필요한 이념 논란을 단칼에 잠재우기 위해 다음과 같이 상식적인 대안을 제안한다.
앞으로 광복절이 해방절과 건국절 둘 다 기념하는 날이라고 법률에 명시하든지,
아니면 8월 15일에 ‘광복절’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제OO회 해방절 겸 제OO회 건국절]로
각각의 명칭과 정확한 횟수를 병기하여 부르자는 것이다.
집 한 채를 가지고 서로 누구 명의로 할 것인가를 두고 싸울 필요가 없다.
부부 공동명의로 등록해 놓으면 남편의 집도 되고 아내의 집도 되니 다툴 일이 사라진다.
1945년의 해방도 정당한 역사고, 1948년의 건국도 위대한 역사다.
두 역사에 정직한 이름표를 붙여 공동명의로 등록하는 법 개정이야말로,
불필요한 갈등을 종식하고 선열들의 희생과 현대사의 성과를 모두 온전하게 기리는
가장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