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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령 → 조령산 정상 → 신선암봉 → 깃대봉 → 조령 3관문 → 조령 1관문'의 7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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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령산[鳥嶺山]
높이: 1,025m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은 충북과 경북에 걸쳐 있는 이화령과 조령 3관문 사이에 위치하며, 산림이 울창하며 대 암벽지대가 많고 기암괴봉이 노송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다.
이화령(큰세재)에는 휴게소와 대형 주차장이 있고, 북쪽 구새재는 조령 제 3관문 (조령관)이 있으며 관문 서편에는 조령산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다.
주능선 상에는 정상 북쪽으로 신선암봉과 치마바위봉을 비롯 대소 암봉과 암벽 지대가 많다.
능선 서편으로는 수옥 폭포와 용송골, 절골, 심기골등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등산 시기는 가을, 여름, 봄 순으로 좋은 산이다. 문경새재를 허리춤에 안고 있는 조령산은 산보다 재가 더 유명하다.
조령산은 아기자기한 코스와 설경이 겨울 산행의 묘미를 듬뿍 안겨주는 산이다., 해발 530m의 이화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므로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신선암봉
높이: 939m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조령산의 종주로의 중간에 위치한 암봉으로 조망이 좋고 오르 내리는 코스도 다양하여 종주로 거쳐 가기 보다는 단독 등산이 좋은 산이다. 오르는 코스로는 조령산의 등, 하산로로 이용되는 절골에서 암벽훈련장 앞을 지나오르는 코스와 절골에서 중암절로 오르거나 용성골을 기점으로 오르는 코스등 계절에 맞게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여기서는 용성골에서 북쪽능선을 타는 아기자기기하며, 전망 좋은 코스를 소개하겠다. 수옥폭포 아랫마을인 새터마을의 용성골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 별천지다. 매표소만 지나면 화강암 반석을 타고 흘러내리는 유리알처럼 맑은 계곡수와 노송이 어우러져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깨끗하다. 시멘트 포장길을 10여분가면 4천여 평 밭이 나타나고 밭가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타나고 이길을 따라 20여분 더 오르면 오른쪽이 단애를 이룬 절벽 전망대가 이어진다.
계속되는 너럭바위와 노송숲을 지나 20분이면 로프가 매어있는 바위지대를 만나고 여기를 통과하면 절골의 중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5분정도만 더 가면 공기돌 바위에 도착하게 되며, 여기서는 신선암의 바위슬랩과 조령산 정상으로 뻗은 백두 대간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신선암 정상까지는 두 곳을 로프를 의지하여 가파른 길을 15분이면 올라선다. 정상의 고즈넉함도 잠시 동, 서, 남, 북으로 뻗어오고, 뻗어나간 산줄기의 감동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신선이 된다. 용성골로의 하산은 동쪽으로 대간의 내리막길을 10분 내려오면 안부에서 왼쪽으로 하산할 수 있고 30분이면 옥수가 반석 위를 흐르는 휴식터를 만나게 되며 여기서부터는 옛날 임도를 따라 편하게 산행을 정리할 수 있는데 마을까지는 30분정도 걸린다.
깃대봉
백두대간을 따라 이화령에서 조령관(제 3관문) 쪽으로 조령산을 종주하면 마지막에 오르는 봉우리로서 지도상에 이름은 표시되어 있지 않으나 옛날 깃대를 꽂았다고 전한다. 삼각점이 있으며 바로 옆에 844m 고지와 붙어 있는데 보통 844m 고지는 거치지 않고 조령관(제 3관문)으로 내려선다. 여기는 1/ 25,000 지도에는 824.9m로 표시되어 있고 조령관(제 3관문)에서 오르면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 한국의 산하
조령산은 개인적으론 2015년 9월 29일(절골), 2016년 9월 24일(이화령), 2017년 7월 21일(절골) 이렇게 세 번 갔다. 마지막으로 갔던 2017년 7월 능선 곳곳에서 벌어지는 데크 공사를 보며 산을 망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동안 이산을 피해왔다. 그러다 새해 첫 정기산행지로 적당한 산을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그래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조령산을 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의 산하' 조령산 소개를 보면 "조령산은 아기자기한 코스와 설경이 겨울 산행의 묘미를 듬뿍 안겨주는 산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비교적 높지만…." 이 있다. 아기자기한 코스는 이미 경험해 잘 알고 있고 그 동안 외면했던 이유도 그 코스를 데크로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경을 보지 못해 강하게 끌렸다. 문제는 대한민국에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 가뭄이 심한 상태라 겨울 산은 틀림없지만, 설경을 보기는 힘들 거 같다.
영빈, 창우, 흥수 나 이렇게 넷이 가기로 했는데 시간적 여유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점심은 창우의 제안대로 훈제 오리를 구워 먹기로 했다. 그리고 기상정보에 의하면 영하 10도가 넘는 기온에 바람이 강할 것으로 예상돼 쉘터를 가져가기로 했다. 쉘터를 설치하기 위해선 등산 폴이 필요해 그것도 가져 가야 한다. 지난 겨울 심설 산행이 이후 처음으로 스틱을 가져간다. 네 구석 4개의 폴이 필요하니 누군가 다른 동무도 들고 와야 한다. 그리고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날씨라는 예보에 따라 오랜만에 선글라스를 가져가기로 했다.
출발 전날 저녁 버너와 코펠, 그리고 점심으로 먹을 냉동 볶음밥, 참이슬 오리지널 660mL, 보드카 200mL, 늘 가져 다니는 비상식과 기타 등등에 스틱과 쉘터를 챙기니 30ℓ 배낭엔 다 넣을 수가 없어 35ℓ 배낭에 옮겨 쌌다. 물론 먹을 것이 들어 있는 디팩은 출발 직전 배낭에 넣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등산화는 가벼운 캠프라인을 신고 가기로 해 꺼내 놓았다.
영빈, 흥수, 나를 포함 서울팀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7시 20분 차로 문경으로, 창우의 수원팀은 7시(7시 20분으로 알고 있었다.) 차로 문경으로 향해 문경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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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20분에 기상해 먹을 것을 싸 냉장고에 보관했던 디팩을 꺼내 배낭에 넣어 최종 짐 싸기를 마치고 전날 밤 끓여 놓은 어묵국에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 시각이 6시 10분이다. 불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 3가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강변역으로 향했다.
앞에 누가 앉아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로도 고개를 안드로이드 패드에 박고 노래를 들으며 책을 보며 가 강변역에서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앞 좌석에 앉은 사람이 영빈이었다. 둘이 마주보며 을지로에서 강변까지 왔지만, 서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터미널에 도착해 대기실에서 흥수를 기다렸다.
7시 10분경 흥수를 만났고 15분에 버스를 타 20분 정각에 문경을 향해 출발했다. 승객은 우리 일행 셋을 포함해 일곱 명. 당시만 해도 창우도 7시 20분에 출발해 우리보다 10분 빠른 9시 10분에 문경에 도착할 거로 알고 있었다. 달리는 버스에서 잠을 청해보았지만, 지난 밤 한잔하고 잔 덕분인지 깊은 잠을 자 잠이 오지 않았다. 해서 패드를 꺼내 책을 마저 읽었다.
문경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하차 준비를 위해 뒷자리에서 자고 있던 영빈을 깨웠다. 그러자 주변 경치를 보던 영빈이 저기 보이는 학교가 자기다 다니던 초등학교라 했다. 영빈에게는 어렸을 때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 문경이었다. 예정보다 10분 빠른 9시 10분경 버스가 문경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럼 창우와 거의 비슷한 시각에 도착한 것이라 창우를 찾아보았으나, 대기실에는 창우의 것으로 보이는 배낭만 있었다. 배낭을 두고 화장실에 간 것이겠지. 터미널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계산한 후 화장실로 향했다. 거기서 창우를 불러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수원발 버스는 7시 20분이 아니라 7시 정각에 출발하는 차고, 그 차도 예정보다 10분 일찍 도착해 8시 40분에 문경에 도착했다는 것을. 결국 우리를 30분 정도 기다린 셈이다.
각자 볼일을 보고 터미널 대기소에 모여 벽에 걸려있는 문경 관광지도를 보며 오늘 우리가 갈 코스에 대해 리뷰한 후, 우리가 갔던 산과 미지의 산을 살펴 보았다. 문경 지방의 산은 거의 다 갔다고 생각했는데 안 간 곳이 더 많았다. 하긴 모든 산이 목표가 아니니 의도적으로 뺀 산도 있지만.
9시 27분경 문경터미널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이화령으로 향해 9시 31분 백두대간 이화령에 내렸다. 택시는 이화정을 지나 휴게소가 있는 괴산 쪽에 내려 주었지만, 우리는 문경 쪽의 이화정에서 산행을 시작할 예정이라 이화령 성문을 지나 이화정 쪽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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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산행 준비를 마치고 이화정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대략 9시 40분경이다. 조령산 정상을 향하는 길 중 가장 쉬운 코스라고 생각되는 7부 능선 길을 따라 10여 분 가니 너덜의 돌을 주워 쌓은 돌탑 군락이 나타났다. 내 기억엔 과거에는 이런 돌탑을 못 본 듯한데. 하긴 지금과 같은 코스로 간 것은 세 번의 조령산 등산 중 2016년 9월 24일이 유일하니 지난주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3년 전 본 것이 기억날 리가 없었다.
그 돌탑 중에는 길고 넓적한 돌을 주워 마치 비석처럼 중앙에 세우고 글을 쓴 것도 몇 개 있었다. 정황상 몇 명이 하루에 쌓은 것으로 보이는데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일부러 돌탑을 쌓기 위해 매일 출근한 것이 아니라면.
조령산 정상 770m 아래에 있는 ‘조령샘물’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24분이다. 샘물까지 2.1km를 44분만에 도착했으니, 휴식을 포함한 산행 시간 7시간으로 잡아 5시면 산행을 종료할 수 있었다. 창우가 늘 얘기하는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이상 확보된다. 샘에서 시원한 물로 갈증을 해소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정상을 향했다. 이 코스는 정상까지 거의 데크로 이루어진 계단으로 힘은 들지만 속도는 빠르다.
계단을 지나 절골 삼거리 능선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6분이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날이 따뜻해 서울에서 입고 왔던 옷을 벗어 배낭에 넣어 두었는데 능선에서 맞는 칼바람은 코가 떨어져 나갈 거 같았다. 배낭 헤드 주머니에 넣어둔 넥마스크를 꺼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견뎌보기로 했다. 절골 삼거리에서 조령산 정상까지 400m 중 정상 50여 미터 아래에서 햇볕 들고 바람 없는 따뜻한 곳에서 후미의 영빈과 창우를 흥수와 둘이 기다렸다. 정상은 바람막이 하나 없는 허허벌판인데 거기서 칼바람 맞으며 후미를 기다리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생각에서였다. 한번이라도 올랐던 산이라면 알게 되는 일종의 노하우다.
후미가 시야에 들어오자 정상을 오르기 시작해 10시 47분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터미널에서 넣어두었던 패딩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설치했다. 후미로 도착한 동무 둘이 조령산에 실망했다는 투의 얘기를 해 산행은 이제부터라는 것을 주지 시켰다. 단체 인증을 찍은 후 각자 주변 산세를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었다.
물론 정상에 있는 ‘山岳人 지현옥’ 추모비도 자세히 살펴보고. 그런데 이력을 보고 난 후 왜 추모비가 조령산 정상에 있느냐를 가지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눴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대학 산악부 후배들이 세운 것이 만큼 그 대학 산악부가 자주 가는 조령산에 세운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대세였다. - 구글링을 해보니 생애 처음으로 산악을 배우고 훈련한 곳이 조령산이라고…
조령산을 떠나 신선암봉으로 향하는 길은 그야말로 빙판길로 조금 내려가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후미에 있는 친구에게 아이젠을 착용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나도 아이젠을 착용했다. 저 멀리 신선암봉과 월악산 그리고 부봉을 보며 길을 재촉했다. 역시 내가 2017년 본 것과 전해 들은 대로 신선암봉에 이르는 거의 모든 길이 데크 계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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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길이 데크 계단인 등산로를 따라 신선암봉을 향하다가 11시 12분에 마당바위 갈림길에 도착했다. 흥수와 얘기를 나누며 가다가 앞에 보이는 바위 봉우리가 신선암봉인지 아닌지 기억이 가물거렸다. 오랜만의 방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선암봉을 향하는 앞길에선 더 아이젠이 필요 없을 거 같아 데크에서 아이젠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예상대로 신선암봉 바로 아래도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를 올라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런데 데크를 따라갔음에도 밑을 보니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데크가 흔들려 더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그 구간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데크를 설치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바위에서 후미의 영빈과 창우를 기다리는 동안 흥수는 점심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 시각이 11시 50분경이다. 유일하게 바람을 막는 곳은 두 바윗덩어리 사이에 난 길로 데크가 설치된 곳이었다. 우리 앞이나 뒤에서 등산객이 올 거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자리 잡고 앉아 훈제 오리를 굽는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아기자기한 바윗길을 우회로가 있음에도 굳이 바위나 설치된 줄을 잡고 오르며 신선암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6분이다. 미세먼지가 없고 - 바람이 강해서 그랬나? - 날씨가 좋아 시야가 대단히 좋았다. 해서 멀리 월악산과 부봉을 배경으로 정상석 주위에서 인증을 찍었다. 정상 주변에선 밥 먹을 만한 식당을 찾지 못해 깃대봉을 향하는 길목 적당한 곳에서 먹기로 하고 신선암봉을 떠났다.
앞서가며 적당한 식당을 찾던 흥수가 한섬지기 갈림길에서 문경새재(꾸루미 바위) 쪽에서 밥 먹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발견해 그쪽으로 내려갔다. 대략 50여 미터 내려가자 주변 봉우리가 바람을 다 막아주고 햇볕은 따뜻해 마치 따뜻한 봄 같은 장소가 있었다. 흥수 최고의 선택이었다. 무겁게 쉘터를 짊어지고 왔지만, 굳이 집을 지을 이유가 없었다. 설치하고 걷고 하는 번잡스러움만 있을 뿐이었다.
평평한 바위에 버너를 설치하고 코펠에 훈제 오리를 넣고 볶기(데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예상대로 창우가 싸 온 밥과 김치, 그리고 영빈이 가져온 빵을 애피타이저로 먹었다. 그리고 오리가 데워지고 있는 코펠에 채소를 같이 넣어 볶았다. 내가 가져간 이슬이와 흥수가 가져온 이슬이를 채소와 잘 어우러진 볶은 오리를 안주로 마셨다. 적지 않은 양의 술이었는데 모자라 보드카까지 다 마셔야 했다. 와중에 컵라면 하나도. 오리고기를 다 먹고 코펠에 남아 있는 기름에 창우의 남은 밥과 햇반을 넣고 다시 볶아 그것까지 싹싹 다 비웠다.
그렇게 밥을 먹고 있는데 우리의 예상을 깨고 저 위 등산로 등산객이 나타났다. 그 등산객은 여기저기를 살피고는 우리 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큰 소리를 길을 물어왔다. 초행에 길을 알 수 없어 헤맸던 거였다. 해서 밑에서 큰 소리를 길을 알려주고 계속 밥을 먹었다. 그 이후 여성으로 보이는 몇 명의 등산객도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이번 산행에서 등산객은 한 명도 만나지 않을 거라는 내 예상을 완전히 깨는 깜짝 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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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10분가량 밥을 먹은 후 다시 등산로로 올라가 깃대봉을 향한 시각이 1시 36분이다. 그런데 깃대봉을 향하는 길은 어딘가 낯설어 처음 오는 길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깃대봉 정상에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음에도 낯설었다. 길을 가면서 내가 정말 깃대봉에 올랐었나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그러다 아, 여기는 형석이 사진을 찍어 주었던 곳이구나, 또는 서기 사진을 찍었던 장소구나 하는 곳이 나타나 내가 이 길을 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특정한 장소인 바위 위나 줄을 잡고 유격을 하던 장소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정말 낯설었다. 이유가 뭘까? 흥수는 거꾸로 그동안 조령산을 몇 번 올랐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와보니 조령산은 처음이라고….
과거 친구와 같이 사진을 찍었던 곳에서 다시 사진을 찍으며 누군가 928봉이라 이름 붙인 곳에 2시 13분에 도착했다. 그 이름 붙인 단체에서 나무로 만든 정상 이정표는 바짝 말라 쪼개져 있었는데 누군가 줄로 묶어 두었다. 그러나 그마저 떨어져 나가기 직전이라 흥수가 다시 잘 묶어 이정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 신선암봉에서 절골 삼거리까지는 데크 공사가 완료되어 조령산이 자랑하는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졌지만, 절골 삼거리에서 깃대봉을 거쳐 조령 3관문까지는 아직 공사 전이라 아기자기를 넘어 위험한 즐거움이 남아 있었다. 그 즐거움이 이번 산행에 참여한 영빈, 창우, 흥수, 나 우리 넷을 기쁘게 했다.
3시 7분에 깃대봉을 거쳐 3관문으로 가는 길과 제 2관문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3관문까지는 2.2km! 깃대봉과 3관문 갈림길 왕복 시간을 고려하면 대략 4시가 조금 넘어 3관문에 도착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깃대봉을 향해 가며 너무 노닥거려 막상 깃대봉 삼거리에 앞서 달리던 내가 도착한 시각이 4시 정각이었다. 배낭을 벗어 한쪽 구석에 두고 삼각대와 카메라만 들고 깃대봉에 올라 4시 6분에 도착했다. 혼자 사진을 찍고 놀며 후미의 친구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 도착해 인증을 찍을 수 있었던 시각은 4시 13분이었다.
여기선 늘 한섬지기 쪽으로 하산했었는데 이번에는 초행인 3관문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그나마 안 가본 코스를 가봐야 다시 온 보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3관문에서 1관문까지 갈 생각이었고. 이유는 1관문에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는 것이 시간이 적게 걸려 우리가 지역 경제에 공헌할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3관문에서 1관문까지의 거리는 모르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1월 4일 했던 주흘산~부봉 코스에서 2관문에서 1관문까지 걸어봤기에 3관문에서 1관문까지의 거리도 얼마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깃대봉을 떠나 3관문 갈림길에 돌아와 삼각대를 배낭 옆 주머니에 넣는 순간 등산 폴 하나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조령산 산신이 스틱이 필요해서 가져갔나 보다. 중국제로 하나씩 파는 제품이라 같은 거로 하나 더 사면 되니…. 뭐. 산신령이 잘 쓰겠지. 배낭을 메고 3관문을 향하다가 산성의 흔적을 발견했다. 짧은 가방끈에 조령산에 산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걸 생각도 못 했다가 산성을 발견하고 놀랐다. 문경새재(조령)에 관문이 세 개가 있다면 그 관문을 따라 성벽이 있는 것은 상식임에도 그 생각을 못 했다. 무식이 죄다.
어쨌든, 생각보다 늦은 4시 40분에 3관문에 도착했다. 성벽을 오르는 입구에는 작은 산신각? 서낭당? 이 있고 문이 잠겨 있었지만, 문살 사이로 내부가 보였고 다른 곳과 같이 호랑이와 동자를 거느린 산신의 그림이 있었다. 그 옆에는 조령약수라는 샘이 있었지만, 가물어 바짝 말라 있었다. 그리고 3관문 옆에 있는 이정표를 보고 놀랐다. '고사리 주차장 2km', '1관문 6.5km' 애초 계획대로 1관문으로 향한다면 최소 1시간 반! 터미널 도착 시각이 6시 30분이 넘는다. 그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헌할 시간이 없다. 그때 든 생각이 반대로 내려가면 2km에 불과했다. 그런데 반대쪽은 괴산! 기억상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문경 쪽이 더 많았다. 해서 아침에 우리를 이화령에 데려다준 택시 기사(이화령에서 명함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에게 전화를 해서 휴양림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요금은 3만 원!
4시 50분 3관문을 떠나 휴양림 입구를 향해 갔다. 그리고 휴양림 입구에 도착해 산행을 마감한 시각이 5시 14분이다. 그때 막 도착한 택시를 타고 문경 터미널로 향한 시각이 5시 1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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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계획보다 30분 늦은 5시 30분에 문경 터미널 아래 택시 기사가 추천한 맛집에 도착했다. 30분 늦은 이유는 속도가 늦었다기보다는 그만큼 많이 노닥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집은 재작년 주흘산에 왔다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들렀던 집과 비슷해 동일한 집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도 택시 기사의 추천으로 갔다.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 집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삼겹살을 시켰다. 서울팀은 막차가 7시 40분 수원팀은 7시 10분 차라 적어도 7시에는 마감을 해야 했다. 물론 1시간 30분의 술자리면 소주 한 상자도 마시지만.
삼겹살 주문하고 창우는 막걸리를 나머지 셋은 맥주 그리고 처음 보는 "참"이라는 소주로 소맥을 만들어 오늘 산행을 축하하며 건배를 했다. 삼겹살 5인분이었나, 소주는 몇 병을 마셨는지 모르겠고, 창우가 6시 55분경 술집을 떠나 터미널로 갔고 거기서 우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방의 사진을 찍어서 보냈다. 우리도 7시 10분경 그 집에서 나와 창우가 얘기한 다방으로 갔다. 다방을 향해 가다 재작년 주흘산에 왔다가 들린 식당을 발견했다. 외관이나 모든 것이 조금 전에 술을 마신 집과 비슷해 우리가 혼동을 일으킬만했다. 차이라면 그 집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는 거. 터미널에 붙어 있는 다방에 도착해 차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기 좋았다. 각자 음료를 시켜 마셨지만, 버스 시간이 다가와 내가 시킨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지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쉬웠다.
결과적으로 처음 계획과는 달리 '이화령 → 조령샘 → 절골 갈림길 → 조령산 정상 → 절골 갈림길 → 신선암봉 → 2관문 갈림길 → 3관문 갈림길 → 깃대봉 → 3관문 갈림길 → 조령 3관문 → 조령산 휴양림 입구'의 10.6km(트랭글 기준), 7시간 40분이 걸린 산행이었다.
7시간 40분의 산행 중 이동 시간은 5시간 35분에 불과하고 점심 먹는데 1시간을 넘게 썼고 지역 경제 발전에 힘을 쓴 유유자적 산행이었다.
이화령에서 신선암봉을 지난 절골 갈림길까지는 데크 계단 공사가 완료되어 그동안 조령산이 주었던 산행의 재미가 사라졌지만, 그 이후 깃대봉에 이르는 구간은 옛 산행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다.
창우, 흥수, 나 우리 셋은 2017년 주흘산 산행 이후 이번 산행으로 주흘산~조령산을 잇는 환종주를 완성한 산행이었다.
내가 다시 조령산을 간다면, 조령산의 아기자기한 맛을 보기 위해 에바다 기도원에서 시작하는 촛대바위 코스로 올라 조령산, 신선암봉, 깃대봉을 거쳐 한섬지기로 하산하는 산행을 할 것이다.
첫댓글 It's very good 👍 ^&^
좋은 산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