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국의〈이코노미스트〉산하기관인〈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한 2013년 전 세계 종합자유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8.06점으로 167개국 가운데 21위에 올랐다.
이 기관은 1위에서 25위까지를 완전한 민주주의국가로 분류한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인도는 사실상 완전한 민주국가 그룹에 속하지도 않는다.
한국은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에서 9.58(공동 6위), 시민의 권리 9.41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치 참여 6.67, 정부의 기능 7.14 그리고 정치문화에서도 7.50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절차적으로는 완전한 민주주의에 속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려하던 소위 중우(衆愚)민주주의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우민주주의란 떼거리와 통치의 합성어다. 1948년 한국은 영토와 주권을 가진 국가는 형성됐으나 이는 형식상의 국가 탄생에 불과했다. 자유민주주의 운영 주체인 국민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로 이행하려면 반드시 실행했어야 할 민주시민의식 교육과정을 건너뛰고 말았다. 성숙한 민주시민이란 국가에 대한 권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부담하고 책임을 수행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내면화하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다고 해서 민주시민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와 이념‧헌법의 정체성,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가르친 적이 있었나?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동안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들이 민족지상주의, 민주지상주의적 편향된 교육으로 장악하고 말았다.
1987년 제6공화국이 출범할 즈음 경제의 산업화 ․ 정치의 민주화를 모두 이룬 나라로 변신했다. 1995년엔 선진국클럽이라는 OECD에 서둘러 가입했다. 해방 50년만에 세계 최빈국이자 문맹국이던 대한민국이 역사적 기적의 나라로 탄생했다.
그렇다고 우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을까? 1997년 외환위기 앞에 대한민국의 근대화 기적은 물거품이 되었다. 민주화 10년만에 대한민국의 기적이 국가 부도 일보 직전의 IMF 위기를 맞이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경제 위기는 극복했지만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긴 근로시간, 가장 높은 자살율, 가장 높은 사교육비 지출, 남녀 임금 격차의 심화, 노인 빈곤율 1위, 청년 무직자 비율 최상위다. 행복 관련 지표가 거의 밑바닥을 기고 있을 동안 우리나라의 공공성 부재가 OECD국 중 최하위다.
민주시민교육이 왜 필요한가? 역사교육, 헌법교육과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이 시민들에게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법치교육과 권리, 참여, 의무, 책임에 대한 국민 교육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여소야대가 되어 국민이 불안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힘은 경쟁과 협동에 있다. 비로소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든지 시민운동으로 하든지 민주 시민의식 교육이 속히 동반되어야 이 나라 민주주의가 완성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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