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연구위원회
어제 저녁 국어모임 연구위 영상회의를 했다. 주제가 없는 듯 하면서 이야기는 이어졌고 어느 때보다 새로운 상상과 실천을 꿈꿨다.
특별한 주제나 안건 없이도 자연스레 삶이야기를 하고, 국어모임 방향, 선배들이 할 일, 혁신학교에서 살며 고민하는 것, 국어교육과정과 수업과 교재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장면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초등현장 교사들의 어려움과 눈물겨운 실천 과정이 녹아 있다.
내용으로 교육과정과 수업과 교재, 담아내는 그릇이나 틀로서 이야기(대화), 함께 하는 까닭(뜻)이 자연스레 몸과 삶에 배어 있다.
나는 지역에서 주마다 작은모임을 발령 이후 계속 해왔다. 그러다 국어모임도 하게 되었고 작은학교운동과 혁신학교운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우린 스스로 함께 만든 교육과정으로 가르친 적이 없다. 늘 밖에서 준 교육과정 눈치를 봤다. 그래서 혁신학교 교육과정은 지나치게 편성된 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려고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을 만들고 전국 백여 분 샘들과 같이 대안국어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만들었다. 교육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 교육과정 스스로 함께 만들어 가려면 여러 모임과 회의를 할 수 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여기서 비롯한다. 하지만 우린 어릴적부터 이야기 나누거나 토의하여 뭔가를 결정하고 실천하고 평가한 뒤, 다시 이야기 나눈 경험이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다. 이야기는 문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뚝딱 나아질 수 없다. 근데 우린 이것을 무시하고 끌고가거나 끌다 불만자가 나오면 그룹을 지어 비난하곤 한다. 저마다 근거를 대서 서로 잘못되었다고 논쟁하지만 사실은 이야기를 풀 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엄척 답답한 것이다. 어찌보면 혁신교육을 한다거나 교육계에서 함께 뜻깊은 일을 한다는 것은 나와 우리가 쓸 교육과정 만들기, 이야기가 가능한 삶 체험하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조급함과 남탓하기에서 벗어나야 지금 이 자리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삶이 보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꾸 결과물에 쫓겨 서로가 서로를 힘으로 말로 관리하려 들 것이다. 안을 챙기지 않고 자꾸 밖으로 범위를 넓힐 것이다.
새벽에 잠이 깼다.
2000년부터 구리 작은모임을 하다가 2005년 전국모임을 시작했다. 국어모임이 한일을 돌아보았다. 저마다 지나온 삶을 잘 돌아보고 이를 모아 다시 더 큰 이야기를 엮으면 20년 된 초등국어모임의 갈길이 보일 것 같다. 그대로 하던 일을 하더라도 5년, 10년 마다 서로 할일과 뜻에 대해 공유 공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교육 운동이다. 혁신 8년차 쌍령초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할 상황이다.
- 작은모임이 뿌리다. 국어모임은 온나라에 30여개 작은모임이 주마다 혹은 두 주 마다 모임을 하고 있다. 7백명 회원 중 4백명 정도가 작은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교재를 만들어 교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 방학마다 15년 째, 스스로 연수를 하고 있다. 여름은 대중연수로 강마을산마을배움터를 앞서서 연다. 겨울연수는 정회원 연수로 지역모임이 열어서 좀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혁신학교에 리더나 특히 교육청으로 들어간 분들은 이런 자율연수 개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자율연수라는 이름을 쓰면 관에서 열어도 자율연수기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진짜 자발 자생 교사 모임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혁신정책이나 학교가 관료주의에 물든다. 관연수는 관연수로 인정해야 연대를 하든 도움을 청하든 하며 다음 길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언제까지 관과 민을 구별지어야 하냐고 항변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기 때문에 현장 지원, 학생지원, 자율연수, 전학공, 혁신연수 등의 말은 무성한데 실제 새길은 볼 수 없게 된다. 결국 관에서 주도하여 자발적 힘은 줄어든다.
- <어린이와 함께 여는 국어 교육> 계간지를 꾸준히 내고 있다. 현장교사들이 계간지 원고를 모으고 편집하고 인쇄하여 택배로 회원에게 보내주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연수만큼이나 뜻을 세우고 나누고 펼칠 수 있는 길이 계간지임을 받아보면 알기에 작은모임이 돌아가며 계간지 일을 맡아왔다.
- 함께 교재 만들어, 나누어 보고! 가르치기를 꾸준히 했다. 우리말 우리글 대안교과서(휴머니스트), 아이들이 쓴 글로 어린이 시집 내기, 살말출판사를 만들어 교재 출판하기(일정 부분 수익이 넘어가는 것은 일반출판으로 넘겨 출판사가 이익을 소유하지 않게 함), 온작품읽기 운동과 실천물 출판 등의 일을 했다.
온길을 돌아보는 자리 마련하기, 강사에게 의지하는 연수가 아닌 우리 스스로 삶-말-씀 이야기 나누는 연수하기, 뜻을 단단하게 할 스승에 대해 배우기(방정환 이오덕 김수업 권정생 서정오 박문희), 지역 작은모임에 뿌리를 두고 지역의 다양한 교육운동에 참여하기 등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내 생각을 보탠다.
연구위원 대부분 50줄에서 왔다갔다 하는 나이다. 20년 전부터 함께 한 분들이다. 지역모임 회장, 전국모임회장, 계간지 편집장, 사무국장 등을 한 분들이다. 회원으로서 후배들과 모임을 위해 구멍을 메꾸려고 모인 분들이다. 이곳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배움터다.
코로나에도 겨울 계간지는 나왔다.
코로나에도 겨울정회원 연수가 진행된다.
국어모임 샘들 애써줘서 저같은 사람이 큰 은혜를 받아요. 고맙습니다.
스스로 문 열어준 박샘 고마워요.
함께 해준 샘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