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목요일
강아지4
김미순
우리집은 할머니와 함께 사느라 17평 투룸오로 이사했다.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왼쪽 몸이 마비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할머니는 대형마트의 청소부로 돈을 벌어 할아버지의 병원비를 댔다. 나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벌써 중 3이 되었다.
어머니는 카페에 여전히 즐겁고 기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리선생님도 중학교 남자선생님과 결혼했다. 금술 좋기로 소문난 부부교사였다. 남자선생님이 내 진학에 대해 조언해 주시고 나는 어렴풋이 교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엄마는 정말 좋아하였다.
그런데 안타까운 뉴스가 발표되었다. 온 몸에 시퍼런 멍이 든 아이가 편의점에서 초코파이를 훔치다가 발견되었다. 그 아이는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냐는 말에 아무말도 안했다. 지문을 찍어보니 아버지가 아버지라는 게 밝혀졌다. 영진이었다. 함께 사는 여자가 범인이었다. 아버지는 엄마와 헤어진 후 미장원에 보조원이었던 여자와 재혼했다. 그리고 새 아이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그 여자는 그때부터 영진이를 학대하였다. 아버지도 알고 있었으나 모른 체 했다. 그들이 경찰세에 끌려가고 영진이는 친엄마인 우리 엄마와 실게 되었다. 아버지의 미장원과 피부샵은 휴업이 붙어있었다.
영진이는 멀이 없었다. 엄마와 나를 전혀 몰랐다. 하기야 아기였을 때 헤어졌으니 기억날 리가 없다.
나는 정말 영진이를 잘 돌봐 주었다. 일어나면 얽굴을 씻기고 양치질도 해 주었다. 내 일정도 바쁜데 그것만은 꼭 했다. 엄마는 늦게 출근을 하니까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고 끝나면 태권도 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가 돌아오면 영진이를 돏본다.
나는 어린이집 글쏘기 노트를 같이 풀어준다. 나도 선생님을 하면 잘 할 것 같았다. 영진이도 글쓰기를 빨리 배웠고 엄마는 무척 기뻐하였다. 그때마다 엄마는 옷도 사 주고 장난감도 사 주었다.그러나 할머니는 영진이한테 싸늘하게 대했다. 때리지는 않았으나 먹을 때나 놀 때 엄청 적게 주고 놀 때도 저리가라고 구석으로 밀곤 했다. 나한테는 정말 잘해 주었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중 1때 핸드폰을 사 준 사람도 할머니였다. 그래서 영진이는 할머니 눈치를 보고 엄마가 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엄마 품에 안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 두었다. 집에서 빨래 하시고 밥을 짓고 설거지도 하시면서 엄마와 내게 최선을 다해 일하셨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 고향을 떠났다. 이주일에 한 번씩 집에 왔다. 영진이도 중학생이 되었다. 내가 집에 왔을 때 공부도 돌봐주고 어떻게 지냈냐며 그동안의 일들을 물었다. 아버지의 미장원이 다시 문을 열고 영업을 잘 한다는 얘기, 아버시와 레스토랑에 기서 돈가스를 먹었다는 얘기, 같은 반 애들이 왕따시켰다는 얘기, 그애들과 싸워서 선생님께 혼났다는 얘기 등 영진이는 솔직하게 다 얘기했다.
할머니가 고등어를 구워
"너희 누나 줄 거니까 너는 손 치워"
하먼 영진이는
" 나도 사람이예요. 고등어 나도 좋아해요"
하고 대거리를 하였다.
어는 날 저녁이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동그랑땡을 할머니가 내게 접시를 밀어주었다.
"루영아 돠지고기가 많들어갔단다.많이 먹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영진이가 잣가락으로 할머니 손등을 찍었다. 피가 솟구쳤다. 나는 너무 놀라 헹주로 할머니 손등을 쌌다. 할머니는 굳은 표정으로
"저 새끼가"
엄마에게 전화하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일하다 상처를 냈다며 피를 멈추게 했다. 나는 엄마한테 엥진이의 소행이란 걸 감츠었다.
"엄마, 영진이를 엄마 카페에서 공부시켜. 모르는 게 있으면 할머니보다 엄마갸 가르칠 수 있잖아. "
나는 영진이한테 할머니한테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나는 학교에 있으면서도 영진이가 걱정되어 자주 전화했다. 엄마한테 할머니한데 별다른 소식이 없지? 하고 내 마음을 추스렸다.
그런데 할머니의 죽음 소식이 들렸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부검 결과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외부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고 그동안 앓야온 병력이 없는데 갑자기 죽다니, 심장마비도 아니고~ 아버지가 문제를 제기해 이틀이 지났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이었다. 엄마 말로는 할머니가 한 번도 잠을 못 잔 적이 없다고 한다. 수면제라니?
할 수 없이 초상을 치르고 엄마는 납골당에서 돌아오자마자 몸져 누웠다.
" 루영아, 너 한테 할알이 있어."
"무슨?"
"사실은"
" 못 할 말이면 하지 말고"
" 저, 할머니가 네 엄마야"
" 무슨 말이야?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닌란 말이야?"
" 너는 내 동생이야, 돌아가할아버지가 네 진짜 아빠야"
" 그럼 영진이는?"
" 영진이가 엄마가 낳은 진짜아들이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날 예뻐했는지, 아빠가 말한 씨가 누구였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49제를 마치고 납골당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진이가 조용히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엄마 커피숍으로 갔다. 구석진 자리로 갔다. 밝은 데로 가자고 해도 자꾸 우겼다.
"누나, 내가 범인이야. 내가 할머니한데 영양제라고 속였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