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급 단결과 연대를 훼손한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를 비판하며
고용불안의 주범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모든 인종주의-민족주의 반대한다!!!
1.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결의대회
지난 2023년 12월 27일,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는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단속촉구, 출입국관리사무소 규탄, 지역민 일자리 사수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건설노조 일부에서는 일자리, 임금, 노동조건을 지키겠다며 불법 이주노동자 단속을 계속 주장해 왔다. 이는 윤석열 정권과 건설 자본의 건설노조 탄압으로 조합원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고 경기침체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배제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한국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유지하는 한 축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한국에서 자본과 정권은 매년 이주노동자 도입을 더 많은 업종으로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이주노동자 인권은 현대판 노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1,300억이 넘고, 이주노동자의 70% 이상이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 역대 자본가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권은 ‘불법체류자’를 양산해 온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이동의 제한에 더해, 지역이동마저 제한했고, 올해 이주노동자 도입을 16만 명으로 늘리면서도 체불임금과 산재 상담, 인권 상담을 담당했던 전국의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자본가들은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신분상 제약을 악용해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도 상습 체불해 왔다.
그런데도 대경 건설지부는 “가자 총파업!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퇴출시키자!”라는 반(反)노동자 슬로건을 걸고 조합원 2,000여 명을 집결시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방식은 정주 건설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본가의 분열정책에 부역하게 되어 그들의 공격에 맞설 힘마저 잃게 만든다. 국제주의자로서 우리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노동조합의 조직적 활동으로 더욱 확대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자본의 분할통제 정책(이용하든 이용당하든)에 따라 노동자를 불법/합법, 이주/정주, 정규직/비정규직, 원청/하청, 남성/여성 노동자로 분열시키는 계급 단결-연대의 방해 세력에 맞서 노동자 국제주의 기치 아래 싸워나갈 것이다.
2. 인종주의-민족주의는 자본의 노동자 통치 방식
자본의 노동자 지배와 통제방식의 전제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자본주의 주기적 공황과 그에 따른 차별 대우이다. 이것을 자본은 정의, 공정, 상대적 과잉인구, 인적 자본론, 성차별, 인종-민족주의로 포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형식적으로는 차별을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본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차별’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에게 수용하도록 한다. 이것이 지배계급이 주장하는 공정의 전제이다. 정당한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적 자본론’이다. 사람을 자본으로 보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교육, 훈련)를 많이 할수록 인적자본(사람)이 받는 보상도 크다는 것이 인적 자본론이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경영학에서는 능력에 따른 차별을 정당한 차별로 본다. 이 '능력'은 자본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이며, 그것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본이 원하는 방향의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소통과 연대보다 개인의 능력을 키우고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노동자 내부는 분열과 경쟁이 심해진다. 결국, 이것은 자본이 노동 전반을 통제하기 쉽게 만든다. 건설노동자 일부의 이주노동자 단속 주장은 바로 이러한 자본의 이데올로기와 지배계급의 시각이 여과 없이 투영된 결과이며, 민족주의-계급 협조주의에 기반을 둔 조합주의 병폐이다.
3. 노동계급 분열에 맞선 투쟁과 노동자 국제주의
“노동자 사이의 경쟁과 적대는 자본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계급의 연대를 약화하는데, 이것은 자본가계급이 민족국가의 형태로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배하는 것과 부합한다. 그동안 자본가계급은 외국인(이주노동자) 혐오와 인종주의를 노동계급을 분할 지배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
정주 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키고 부족한 노동력을 값싸게 채우는 역할, 불법 이주자의 지위와 존재를 이용하여 공공서비스와 복지를 하락시키고 국경의 군사화를 이루는 데 이용하고, 종교적 인종주의로 노동계급을 분할 지배하는 것이다. ……
노동자들이 인종주의로 분열되고 분할지배에 순응한다면 투쟁은 약화하고 착취의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종주의에 맞서 타협 없이 싸우는 것은 노동계급 단결을 복원하는 일이자 코뮤니스트 노동자의 시급한 과제이다.” (국제코뮤니스트전망 이혜원, ‘인종주의와 노동계급’, 「코뮤니스트」 8호)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대표적 통제방식인 인종주의-민족주의는 철저하게 자본의 이익과 맞물려있다. 조합원들의 고용안정과 생존권을 이유로 정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을 정당화하고, 노동조합이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단속하라는 집단행동을 하는 순간, 노동자들은 서로 분열되고 자본과 정권의 탄압에 무력해진다. 자본주의 쇠퇴기, 자본주의 위기를 노동자에 전가하며 상황을 모면하는 자본가계급에 이러한 노동계급 내부 분열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착취체제의 생명을 연장하고, 착취자들에게 새로운 이윤 창출 기회를 줄 뿐이다.
자본주의는 일반화된 제국주의 전쟁으로 향하고 있고, 모든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제국주의 전쟁, 경제위기, 기후위기, 팬데믹, 환경파괴, 에너지 위기, 생계비 위기⋯. 위기의 폭주는 2024년에도 계속되고,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이 체제에서 고용불안, 저임금, 실업, 빈곤은 일상화되었다.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노동계급 일부를 배척한다고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모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동의 적인 자본가계급에 맞서 다수 노동계급이 단결하여 싸우는 길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난민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모든 세력에 맞선 국제주의자의 입장은 단호하다.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모든 인종주의-민족주의 반대!
우리는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지배계급의 정책과 그에 부역하는 세력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싸울 것이다. 나아가 모든 차별과 위기의 원인이자, 노동계급에 일방적으로 위기를 전가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연대하여 투쟁할 것을 호소한다.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노동자 분열과 희생을 거부하고 자본가계급에 맞선 계급전쟁으로!
2024년 1월 24일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