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은 마음을 좁게 만들고 애국심은 마음을 넓게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국뽕’이라는 말이 있다. ‘국뽕영화’니 ‘국뽕사이트’니 ‘국뽕요소’니 하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러한 개념들이나 정신이 자주 유통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뽕’은 좋은 것일까? 즉 국뽕이라는 것은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그런데 이 말과 유사한 말은 ‘애국심’이다. 둘 모두 ‘자기나라’를 사랑하는 것, 자기 나라에 대해 충성을 다하는 것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뽕과 애국심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왜 요즘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애국심’이라는 말보다는 ‘국뽕’이라는 말을 ‘선호(?)하고 더 많이 말하는 것일까?
인터넷 사전에서 국뽕을 검색하면 다소 부정적인 개념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맹목적으로 자국을 찬양하는 것을 비꼬는 의미”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덧붙어 있다.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이다. 풀이해보면 국가라는 마약에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왜 이 같은 용어가 보통명사처럼 유통되고 있고, 또 국뽕을 이야기하는 전문 사이트들이 있는 것일까? 아마도 여러 가지 관점의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가장 일반적인 이유를 들자면 이러한 세태 자체가 현재 한국적 상황이나 세계적 상황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현 사회의 시대적 흐름이나 세계사조가 좋은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중세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사랑한다는 것을 “사랑하는 대상의 선(善)을 바라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 이를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 누군가가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면 나는 그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 모두에 해당되는 공통되는 것이다. 그러니 애국심 즉 자기나라를 사랑하는 것이란 ‘자신의 국가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뽕의 상태란 “우리나라는 잘 사는 나라이고, 우리나라 문화가 최고이고, 우리나라의 상품이 최고의 상품이고, 우리나라가 앞서가는 나라이고, 우리나라가 힘이 있고 비전이 있는 나라이며....”라고 생각하는 상태, 한 마디로 “우리나라 만세”라고 외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은 대개 우리나라와 적대적이거나 우리나라와 경쟁국인 타 나라와 비교하거나 경쟁시키면서 타국을 무시하거나 타국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위를 내세우는 형식을 취하기 마련이다.
반면 내가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 때, 나는 마냥 “우리나라 만세!”를 외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우리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잘된 것은 칭찬하고, 좋은 점 훌륭한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부끄러운 것에 대해서는 수치심을 느끼며, 진정으로 이상적이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하는 것이 아닐까?
내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가정의 자녀들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애국심을 가진 이들은 그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른 나라를 대할 때도 동일한 것이다. 그러니 국뽕은 타국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애국심은 타국마저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우선순위는 당연히 운명적으로 나와 한 몸인 우리나라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철학자 베르그송의 말을 빌리면 국뽕은 ‘닫힌사회의 행동양식’이며, 애국심은 ‘열린사회의 행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