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22대 국회가 나서라
: 윤 정부의 대북정책 독점 막고 남북 의회회담으로 출구 열어야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었던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제 22대 국회가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여기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22대 국회의 과제를 정리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
너무나도 무기력했던 21대 국회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21대 국회는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2020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의 혼란 속에 출범한 제21대 국회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절히 견제하거나 적극적인 입법 활동으로 남북관계의 안정을 꾀하지 못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적 협상 공간으로 활용되지도 못했다.
첫 번째로, 21대 국회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절히 견제하지도 적극 관여하지도 못했다. 전반기(2020-2022) 국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기(2022-2024) 국회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속에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문제에 적절히 개입하지 못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을 해산시킨 것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으며, 남북 교류협력 관련 지원은 줄어든 반면 해당 단체들에 대한 통제는 강화됐다는 점에서 21대 국회, 특히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견제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두 번째로, 국회 본연의 역할과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입법 활동도 부족했다.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6개 상임위원회(정보위 제외) 중 가장 적은 285건의 법률안이 상정되었고 이 중 처리된 법안은 102건으로 처리율(35.8%) 또한 저조했다.(참고 자료: 잠자는 국회, https://sleeping-assembly.org) 외교통일위원회 소관 법률이 적다 하더라도 부족한 입법 활동이라 하겠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처리된 법안을 살펴보면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 특정 법률 개정에 치우쳐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 남북관계와 교류협력에 관한 준거법률 개정은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다.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을 통해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에 대한 ‘평가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정부의 계획 수립과 집행의 효율성을 재고하고 국회의 견제 장치를 마련한 것은 몇 안 되는 입법 성과라 하겠다.(해당 자료: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세 번째로, 21대 국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적 협상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정권 교체와 함께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를 반복해 왔다. 이런 이유로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집권 세력이 야당의 의견을 최소한으로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야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에 미온적이었다.
특히 과거 국회에서 남북관계의 발전(개선)을 위한 국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운영되었던 남북관계발전(개선) 특별위원회의 활동 또한 21대 국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어달리기’를 강조하고 나름의 노력을 경주한 점은 이전의 보수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자세였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22대 국회, 한반도 평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이 정부의 ‘배타적 독점지대’화 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22대 국회는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첫 번째로, 22대 국회는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입법 활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이 제대로 될 때 선순환 할 수 있다. 다만, 우리 법제에서 ‘남북합의서’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관련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서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 정지와 재개를 위한 절차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의 각종 기본계획과 연차별 시행계획이 철저히 준비되고 이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적극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관련 기사: 늦어도 너무 늦은 계획수립, 통일부 왜 이러나, https://omn.kr/28vbb)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처벌 규정이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위축시키지는 않도록 법제를 정비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두 번째로, 22대 국회는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소통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21대 국회에서 운영되지 못한 ‘남북관계발전 특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국회가 국회-정부-시민사회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찾는 토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관련하여 22대 국회는 정권 교체로 대북정책이 리셋되는 폐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여야의 정치적 협상장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야당의 정책 제안을 최소한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면, 대북정책의 단절은 정권교체와 함께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관련 기사: 정권 교체하면 '리셋'? 남북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https://omn.kr/25iiu)
남북 의회회담 통해 한반도 평화 지켜내야
마지막으로, 22대 국회 스스로 한반도 평화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최근 남북 당국은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 재개 등으로 대화 없는 대결을 지속해가고 있다. 남북 당국 간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회가 남북 의회회담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과거 남북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총 12차례 만나 남북 의회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예비(준비) 접촉을 진행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현재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인 만큼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남북 의회 대표자가 직접 대화함으로써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길 기대한다.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