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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다온빌 단기사회사업 지원서>
어린 시절 이다정과 2024년 이다정은 여전히 꽃과 함께 지냅니다.
시선을 맞추며 함께하는 이다정입니다.따뜻하고 단단하고 싶은 사람, 이다정입니다.
지원사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 안에 따뜻한 풀과 소박한 꽃을 담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의 소소한 행복이자 일상입니다. 수많은 꽃 중에서 어디서든 콕콕 박혀 피어나는 민들레를 사랑합니다. 어디로든 ‘바람’ 따라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민들레 홀씨가 부럽습니다. 멋있습니다.
사회복지를 실천할 때 저의 바람은
첫 번째, 그저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사람, 좋은 이웃이 되는 것입니다. 영웅처럼 드러나지 않아도, 확실한 역할과 이름이 붙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린 시절, 마을의 인정 속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생인 저보다도 가냘파 보였던 뒷집 할머니의 등에 업혔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뒷집 할머니 댁에 가서 밥을 얻어먹었습니다. 동네 할머니 댁에 찾아가 앵두도 따다 먹었습니다. 가끔은 밤에 집 마당에서 옆집 아저씨들과 짜장면, 치킨을 같이 시켜 먹었습니다. 이웃집 동생과 골목길에서 씽씽이를 타며 놀았습니다. 옷도 주고받았습니다. 느 여름 방학식 날, 이웃 아주머니는 무거운 짐을 지고 집에 가는 저를 부르시더니 함께 짐을 들어주셨습니다. 추운 겨울, 동네 마트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시던 아주머니는 형제자매가 많은 저에게 "붕어빵 하나 더 넣었다!" 하시며 따뜻함을 건네주셨습니다. 대문이 늘 열려있던 삶을 살았습니다.
이 모든 일은 도시 속, 작은 우리 동네에서 일어났습니다. 다른 도시로 이사와 문을 닫고 사니 비로소 깨닫습니다. 나의 삶에 보호 요인이 참 많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는 둘레 사람에게 ‘인사’ 잘하고, 먼저 정을 나눈 어머니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음을 알았습니다. 그 안에 '사회복지사'라 칭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주민들에게 사회복지사가 아닌 지나가다 마주친 동네 주민, 동네 편의점 알바생, 이웃집 학생, 옆집 언니로서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인사 바르게 잘하겠습니다. 사회사업가라면 둘레 사람이 이리 할 수 있도록 거들겠습니다. 이번 활동은 실습생으로서 입주자와 함께하는 것임을 압니다. 당사자와의 관계를 헤아려 대하겠습니다. 예를 갖추고, 격식에 맞는 바른 호칭을 사용하겠습니다.
두 번째, 당사자의 강점을 더 살아나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다움이란 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선한 본성이 나올 때는 마음에 울림이 있을 때, 사람 간의 관계가 살아날 때입니다. 저는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모습도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모든 관계에 개입하여 움직일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합니다. 다행히 관계를 생동하게 하는 것은 저만의 역할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당사자와 둘레 사람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덕분에 걱정은 한 층 줄어들고 믿음과 기대감이 커집니다. 함께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강점을 함께 발견하고, 높이 사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나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기 주거, 저에게는 초행길입니다. 서투를 겁니다. 다행입니다. 연약하기에 묻고, 또 묻겠습니다. 의논하고 부탁하겠습니다.
세 번째,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이와 나눌 거리와 시간을 한편에 내어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상향을 추구하다 보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이야기나 관심 없는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됩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업무에 관한 내용 외에는 대화할 틈을 내지 못 합니다. 그러나 혼자 하는 일은 없고, 결국 다른 이에게도 도움을 받습니다. 다른 이와 나누다 보면 영감도 얻습니다. 저와 동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마련하겠습니다. 게으름과 지친 체력 때문에 교제할 때 미숙함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느 공동체에 속하든 적응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저의 강약 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 혼자 다 한다.’, ‘나라도 잘나야지.’라는 생각은 함께하는 이들을 잘 모르고, 본인이 가진 부족함을 모를 때 갖게 되는 오만입니다. 누구에게나 부족한 점, 배울 점이 있습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잘한 점과 실수를 모두 인정해야 합니다. 서로를 위해 숨김없이 소통하겠습니다.
네 번째, 유연해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대학교 1학년 <영화와 사회복지> 강의에서 학우들의 가치관과 지난 삶을 담은 자기소개를 들으며 되새겼습니다. 저는 한 발 한 발 성실히 내딛습니다. 쉽고 한 번에 건너뛰는 방법을 알아도 그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주어진 절차를 훌쩍 건너뛰어 갑니다. 이를 무어라 할 수 없습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정죄하기보다 먼저 내 삶을 충실히 살고, 다른 이를 지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듣고, 기록하고, 마음속에 품었던 것을 되돌아보니 사회사업 잘하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저 누군가의 이웃으로서, 지역주민으로서, 사회복지를 배우는 자로서 바르게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걸언’과 ‘관계가 생동함’이 진정 제가 꿈꾸던 현장입니다. 어떻게 실천하는지 궁금합니다. 실습생으로서, 예비 사회사업가로서 해야 할 역할과 가져야 할 비전을 가르쳐주신다면 이행하겠습니다. 고민하며 나아가겠습니다.
바람 따라, ‘다온빌’. 좋은 일이 다 온다는 김희호 씨 집의 이름 따라, 좋은 사람으로 김희호 씨의 삶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사회사업하게 된 배경·과정·동기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기 전부터 잘 돕는 방법을 고민하였습니다
2019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독거노인 주거개선 봉사활동을 1년간 한 달에 한 번씩 하였습니다. 여러 기업에서 봉사자로 오신 선생님들, 고등학교 선생님과 고등학교 친구들이 함께하였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해서, 무기력해서, 필요함을 느끼지 못해서. 여러 이유로 집에 쓰레기가 가득하고, 곰팡이가 피고, 먼지가 가득한 어르신의 집을 찾아가 청소하였습니다. 청소를 다 하고 나면 다 함께 고생했다며 박수치고, 어르신은 감사 인사를 전하였습니다. 무척 행복하고 뿌듯했던 활동입니다. 대부분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나,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항상 마음에 찜찜함이 남아있습니다. 한 어르신은 망가진 우산들에 추억이 있다며 버리는 것에 미련을 보이셨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방 침대에 앉아 본인의 물건을 들추는 우리를 잠잠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안 계실 때, 같이 함께하던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이렇게 먼지가 쌓이지?, 너무 더럽다, 벌레가 나왔다.”라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었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봉사자 중 학생도 섞여 있음을 당일에 알게 되어 완강히 거부하셨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 옆에 계시던 봉사자 선생님께서 다 망가진 것이라 말하며 쓸만하다 싶은 우산 외에는 모두 버리셨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주저하다 친구들은 방을 지나치던 고등학교 선생님의 귀에 들어가 혼이 났습니다. 어르신도 이 모든 걸 듣고 계셨을까요. ‘어떻게 될까?’ 주차장에서 가만히 기다리다 집 문턱에 발 한 번 디뎌보지 못한 채 그대로 청소도구를 들고 돌아왔습니다. 함께한 이들을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게 맞는 건지 몰랐던 저는 나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 경험이 제가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저 선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단순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다양한 사람과 경험 속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단기사회사업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였습니다. 도시재생센터 사업인 지역주민의 마을 축제 기획 활동, 교내 학생회 활동, 교외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게 되면서 제게 맡겨진 책임감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학생회 활동에서 맡은 부학회장과 한사랑장애영아원에서 팀장으로 프로그램 기획을 맡으면서 사업의 예산, 지켜야 할 형식이나 갖가지 ‘공식적’인 것들에 매몰되었습니다. 평범한 관계보다 구색을 갖춰야 하는 관계들이 많아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 생활에서 큰 부담과 의무와 책임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2024년 3월 13일, 우리 대학에서 권대익 팀장님의 “가슴 뛰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 강의를 통해 단기사회사업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응답하라 1988>처럼 사람 냄새나는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다 해주는 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알아서 잘하는데, 왜 사회복지가 필요하냐?” 다시금 뛰는 심장 따라 4월 10일 남산 둘레길 걷기에 참여하였습니다. ‘관계가 어떻게 생동하는지’를 경험하였다는 사회사업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관계가 생동하는 과정에 있던 사람은 어떤 변화가 있고, 배움이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4월 27일의 대전과 군산 학습 여행에 참여하면서 시설의 입주자가 ‘자기 삶’을 저마다 각각 나름대로 살게 하고, 관계를 살아나게 했다는 사례들을 들었습니다. 호숫가 마을 어린이도서관은 당사자인 아이가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웃이 기여하는 바가 커진 것을 보고 잘 됐다고 말합니다. 5월에 다산복지학에서 배운 친민 사업은 서로 사이좋게 하는 사람살이입니다.
친민 사업이 곧 사회사업으로,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명덕(明德)을 밝혀 사람들이 친하게 함으로써,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를 이루도록 합니다.
학습 여행을 통해서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게 돕고, 사회 속에 복지가 흐르게 하는 것이 사회사업이라 배웠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사회사업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게끔 거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당사자인 어르신에게 ‘묻고 의논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주인 노릇’하게 도울 수 있었던 겁니다. 사회사업다운 방법과 목표를 배우고 몸에 새기고자 ‘다온빌’에 문 두드립니다.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일, 구상, 희망
자연, 그림, 사진. 일상이 주는 행복
사진 찍고 그리며 쉼과 행복을 가지는 사람입니다. 문득 길을 걷다 보면 때가 왔다는 듯 계절에 맞춰 꽃들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푸르른 풀로 변모합니다. 계절마다 제 향기를 풍기며 내가 돌아왔다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내 카메라를 꺼내어 자연의 여러 모습을 담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이가 있으면 다가가 바라봅니다. 들꽃도 지나칠 수 없어 굳이 발길을 멈추고 한동안 눈을 맞춥니다. 비가 내려 그냥 밟고 지나갈 수 있는, 바닥에 떨어진 벚꽃도 가만히 앉아 천천히 눈으로 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하얗던 신발 밑창이 분홍빛 벚꽃잎으로 채워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다시 카메라를 꺼내 사진과 그림으로 남깁니다.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자연을 둘러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들뜨기도, 차분해지기도 합니다. ‘자연스러움’을 발견하고 담는 것을 좋아합니다. 보고도 지나쳐 갈 피사체 앞에 멈추어 사진으로 잘 담습니다. 다른 이들이 그 존재를 다시 돌아보고, 진가를 알게 될 때 행복합니다.
길거리에 피어난 들꽃을 담고, 사람들이 막 깨어날 시간이라 보지 못할 아침을 담습니다. 이 순간들을 찾고자 구태여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 것들입니다. 참 감사한 순간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모든 학우가 오가는 계단에 멈추어 서서 아침 해가 뜨는 순간을 담은 적이 있습니다. 늦게까지 학과 행사를 준비하고, 아침 일찍 집에 잠시 들리러 학교 계단을 내려가는 길에 마주한 ‘일상’입니다. 분주함을 내려놓고 따스함만 담았습니다. 학교 사진 공모전에 제출하자,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상, 공간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학교 달력에도 실렸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사람과 관계를 살리는 홍보
졸업 후에는 관계 중심,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담은 홍보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홍보물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가 사람 간의 관계를 잇는 구실로 쓰이길 바랍니다. 구태여 노력할 것입니다. 마을에 알려져야 하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발로 뛰어 찾아낼 겁니다. 다만, 인위적이지 않도록, 제 것을 앞세우지 않도록 할 겁니다. 여전히 자연스러움을 추구할 겁니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노력입니다. 사회사업가인 제가 나서지 않고, 한 가지를 구실 삼아 모이게 된 이들이 서로의 세상을 나누고 제 세상에 들이고, 맞이하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 사진으로 차곡히 담겠습니다. 제 손을 타지 않고 당신의 온전함이 그대로 담겨도 좋습니다. 개인의 세상을 담는 것도 앞서 말했던 피사체를 담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고 원한다면 다른 이에게 전합니다. 관계 중심으로,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것에는 기쁨도, 행복도 있지만 슬픔과 어려움도 있습니다. 무엇을 담고 싶을지는 당사자와 함께 결정하겠습니다. 동정을 얻으려는 부자연스러움을 주의하겠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소개하며 현실을 담고, 강점, 감사와 사람을 세우는 작품을 만들겠습니다.
말로 인해 배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대학 생활 2년간 학회의 홍보부로 활동하며 학회의 여러 사업을 홍보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었습니다. 이때 첫 번째로 고려한 점은 ‘우리 학우들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 공감을 살 수 있을까?’였습니다. 비자발적인 학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학우들이 행사에 참여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일지를 고민하였습니다. 같이 학교 생활한 동기로서, 선후배로서 모두가 친밀하게 느끼고, 공감할 거리를 찾았습니다. 학교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그들의 반응에 귀 기울였습니다. 두 번째로 고려한 것은 사용하는 언어였습니다. 대상은 주로 사회복지학과 전 학우들로 고정이었습니다. 이따금 교수님과 동문 선배님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생회 SNS에 올리면 학교 외부의 모든 이들이 보리라 생각하며 제작하였습니다. 집단을 대상으로 전할 때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특정한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낙인찍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였습니다. 짧은 몇 문장이지만 늘 고심하여 썼습니다. 졸업 축하 카드뉴스에 “4년 동안”이라는 말로 휴학과 복학 등을 이유로 4년 이상 다니는 이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입학 첫날부터 졸업하기까지”라는 문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로 오랜만에 MT 행사가 잡혔습니다. 당시 1학년 학우들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코로나를 겪어 단체 활동을 경험하지 못하였습니다. 3, 4학년도 MT를 경험하지 못한 채 선배가 되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보낸 23학번부터, 그 위 학번 학우님들까지 ‘2023 모꼬지’에서는 모두가 새내기입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부담을 덜고 즐거이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단어로 당사자를 소외시키지 않을 것, 친밀감을 느끼도록 할 것. 이 두 가지를 잃지 않고 앞으로도 발전시키려 합니다.
당신과 마주하며 담는 당신 이야기, 사진, 그림, 글
홍보를 카드뉴스로만 한 것이 아닙니다. 학회가 아닌 학우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였습니다. 과정 중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고, 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어떠하였는지 물었습니다. 직접 물으면 더 솔직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학회에 ‘누가’ 있고, 누가 이 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는지 알면 그를 아는 이들은 거리낌 없이 참여합니다. 관계가 이어져 있다면 대대적인 홍보가 없어도 소식은 자연스레 타고 흘러갑니다.
<홍보로 사회사업 하기> 책을 읽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사회사업을 안 사람답게, 사회사업다운 홍보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의 이야기를 더 내세우고, 감사함을 담고 싶습니다. 광장종합사회복지관 봉사활동에서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작품 콘서트를 끝내며 “모두가 이 콘서트의 주인공입니다”라는 연락을 남겨주셨습니다. 복지관의 겨울호 소식지에 우리의 활동이 담길 때 사진사용 동의를 구하셨습니다. 소식지도 보내주셨습니다. 그 소식지에는 활동일지의 일부, 작품 콘서트 대본 일부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떠한 비전으로 이 활동을 하였는지가 잘 담긴 페이지였습니다. 우리의 지난 추억을 잘 담아준 선생님께 감사하였습니다. 소중히 간직하게 됩니다. 우리가 한 일들을 알리니 복지관의 이름은 자연스레 뒤따라 알려집니다. 저도 이러한 홍보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주민 간의 합의와 공생을 위해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서로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대면하게 되면 첫 만남에도 오해할 것 없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약자도 더불어 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게 전하는 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로 뛰어다니고, 지역민을 만나야 합니다.
노는 것도 묻고, 의논하기 2
이번 실습이 끝난 이후에 한사랑 장애영아원에서의 활동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묻고 의논하는 방법을 잘 배워서 실제에 실천하고 싶습니다. 하나하나 신중히 준비하려 합니다. 세 번째로 하게 될 활동인 만큼, 그동안의 피드백을 잘 수용하여 진행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추구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담당 교수님과 담당 직원분들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슈퍼비전 요청하겠습니다. 모두가 인지하고 합의한 목표로 정하고, 활동하겠습니다.
실천(실습, 봉사활동, 실무 지원) 경험
“하다 보니 괜찮네”
대학교 1학년 때, 광장종합사회복지관에서 ‘행복으로의 여행’이란 제목으로 7회기 동안 청년-어르신 세대 교류 활동을 하였습니다. 한 어르신과 짝꿍이 되어 일대일로 관계를 형성하고,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출사 활동을 통해 사진으로 담습니다. 참여한 이들이 직접 작품 콘서트 장소와 주제를 정합니다. 직접 짠 대본으로 사람들 앞에서 사진을 소개합니다. 문화예술 활동이라기에 처음에는 예술성, 전문성을 강조한 활동과 사진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봉사활동이 끝날 즈음에는 사진에 담긴 어르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적 재능 향상보다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삶을 가치 있게 바라보도록 함이 더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어르신이 지난 삶을 ‘후회’에서 ‘나름 잘 살았다’로 바라보는,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노년 삶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외할머니, 친할머니께 자주 연락드리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닌, 다 해주는 게 아닌 공감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나가는 사회사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을 구실삼아 ‘관계’를 살리는 데 마음이 동하였습니다. 아직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요즘에도 짝꿍 어르신께 이따금 안부 묻고자 연락드립니다.
당장 보이는 문제에 매몰되기보다 강점에 초점을 두는 태도와 이 관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 여행이라 칭하며 어르신과 과거를 돌이켜 볼 때마다 마음 아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 마음대로 과거를 미화시키고 싶지 않아 그저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으로 지난 아픔이 해소되기를 바랐습니다. 매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르신의 과거와 현재에 여러 강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독학으로 한글 공부와 영어, 컴퓨터 등 끊임없이 배우려 하셨답니다. 배움으로 삶을 즐기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급식 배달 등 복지관에서 여러 활동도 해오셨답니다. 요즘에는 점심에 공원에서 친구들이랑 모여 논다고 하십니다. 멋지게 자란 자식들도 있습니다. 첫 만남부터 자랑할 게 없고, 후회되는 게 많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던 어르신에게서 좋아하는 것, 열심히 살아왔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여쭈니 알게 된 강점입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짝꿍끼리 의논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기를 바라고 거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다 계획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참여한 이들과 함께 고민하여 작품 콘서트의 방식을 결정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저에게 의존하는 짝꿍 어르신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학생이라 부르시다 글씨를 쓰거나 의견을 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선생님이라 부르셨습니다. 이쯤에서 되새겨야 할 점은 저는 사회사업가가 아닌 청년 활동가이자 참여자라는 겁니다. ‘함께 하는 것인데 이러다 내가 다 하는 게 되지 않을까, 분명 하실 수 있는데 왜 그러실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르신이 주저하는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 기다렸습니다. 하려 하는,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부탁드렸습니다. 분명 하실 거라 믿으니 당장은 대신 연필을 잡고, 먼저 의견을 내게 되더라도 잘못된 것은 아닐지 고민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후 어르신은 활동 내의 제 역할을 해내어 주셨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은 봉사활동 일지의 일부분입니다. 사회사업을 알고 나서 다시 읽으니 사회사업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실습을 앞둔 제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이기도 합니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고, 받아야 하는 관계가 아닌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하고 달리 살아온 삶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1회기 활동일지 소감 中
“뜻을 모를 때는 평범해 보이는 사진일 수 있다. (중략) 사진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속에 있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버릴 것 없이 다 귀한 사진들이다.” - 4회기 활동일지 中
“계속 내가 대본을 대신 써드렸다. 다음번에는 어르신께서 글자를 틀릴까 두려워하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배운 것을 맘껏 발휘하실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인 점은 의견을 나눌 때, 그리고 말을 정리해서 쓸 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본인의 의견을 조금씩 내신다. 연필은 내가 들었지만, 문장은 어르신과 함께 만들었다. 짧은 글이더라도 어르신 스스로 만들어낸 글이고, 그 내용이 온전히 본인의 것인 게 좋았다. 리허설할 때는 대본에 적혀있는 것보다 더 좋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중략) 양OO 어르신은 실전에 강하시다는 걸, 사실은 굉장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너무 감사하고, 이런 게 바로 어른의 노련미인가 싶었다.”- 5회기 활동일지 中
“마지막 날에는 처음 접하는 팔찌 만들기와 직접 글을 써야 하는 활동이 있었다. 여전히 어르신은 어렵다고 하시고, 소극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신다. 그러나 금방 “하다 보니 괜찮네.”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신다. 사람이 어떻게 한 번에 모두 변화될 수 있겠나 싶다. 천천히, 행복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라도 발견하고, 기뻐하면 된다.”- 7회기 활동일지 中
아이는 아이입니다
대학교 2학년 때 광주시 한사랑마을 장애영아원에서 1, 2학기에 약 한 달간, 한 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집단 활동이지만 팀원과 아동이 일대일로 짝꿍을 맺어 진행하였습니다. 프로그램 기획 당시에 영아원 측에서 건네준 아동의 정보는 ‘초등학교 1학년~3학년이며 여자 1명과 남자 3명’이 끝이었습니다. 담당 팀장님께서 놀이 규칙을 알 수 있는 활동, 게임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놀자, 놀게 하자!”라는 목적으로 신나게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우리가 기획한 것은 뒤로하고, 사전 모임 때 아이들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아이들이 희망하는 바와 우리가 준비한 바가 유사하여 ‘놀거리’는 큰 수정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 중 수정한 점은 아동의 짧은 집중력에 맞게 순서와 활동을 간소화시키거나 대부분 야외에서 진행하여 좋아하는 뛰어노는 시간을 늘렸다는 점입니다.
개별화. 그 나이대에 맞게, 각 사람에 맞게 다르게 대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어릴 적, 친한 친구의 동생이 장애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같이 논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친구 동생 외에는 외적으로 나와 다른 모습이기에, 평범하지 않게 보였기에 약간의 불편감이 있었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으니, 겉으로 티 내지 않고, 같이 잘 놀았습니다. 다만, 그런 기억이 있기에 장애영아원 아이들을 만나게 됐을 때 아직도 그때와 같은 불편감이 남아있다면,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우려하였습니다. 사전 모임에서 아이들을 만나자 바로 걱정거리가 사라졌습니다. 활동 중에는 이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특정 상황에서 ‘막힘’을 겪고 있는 아동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동은 누구나 ‘막힘’을 경험합니다. 저마다의 특성이라 생각할 뿐, 장애가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 타인을 알아갈 때처럼 다가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형태의 장애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지만, 그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임하였습니다.
이 활동은 분명 놀이를 통해 규칙을 배우고, 지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자원봉사자로서 영아원 내 선생님들처럼, 엄마처럼 단호하게 바로잡아도 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에게 상처 주기 싫었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가 미움받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이 활동에 선생님으로 온 이상, 선생님답게 정확히 알려주어야겠다고 태도를 다잡았습니다. 아이들이 집단 활동을 통해 규칙을 배우고, 앞으로 있을 사회생활에서도 잘 지내기를 바란다면 어른인 제가 잘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배워야 합니다.
노는 것도 묻고, 의논하기 1
어떤 프로그램이든 묻고 의논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 함의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2학기에는 프로그램 당사자와의 사전 만남 당일 한 팀원이 코로나에 걸려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1회기에 첫 만남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욕구와 특성을 확인하지 못한 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에게 들은 아이들 특성은 1학기 때 아이들보다 얌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7세, 남아 3명, 여아 1명이고, 휠체어를 타는 아동이 한 명 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아이를 잘 알지 못한 채 실무자 선생님이 던져주신 키워드만으로 봉사자들끼리 프로그램을 기획하였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감기 걸릴 수 있으니까, 실내로. 얌전하다니까 그림그리기 활동으로. 휠체어를 타니까 뛰노는 것보다는 앉아서 하는 것으로. 추측을 근거 삼아 실내 위주의 예술 활동을 프로그램 전반에 넣었습니다. 총 5회기 활동에서 첫 만남이었던 1회기를 제외하고는 4회에서야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오랫동안 뛰어놀기를 하게 됐습니다. 중도에 탈락하는 친구도 없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3회기 동안 알아낸 특징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겁니다. 7살은 생각보다 손으로 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회기별 시작할 때 세운 약속도 잘 기억합니다. 휠체어가 있어도 밖에서 잘만 돌아다닙니다. 애초에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도록 공간도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한 번은 깊이 묻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질걸. 프로그램 계획서를 우리가 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토대로 같이 만들걸. 후회가 많이 남았습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이 활동을 바라보는 생각과 목적이 실무자 선생님들과 봉사자, 서로 달랐다는 겁니다. 한 선생님이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아동에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공부가 아니라 놀이 활동이었습니다. 실무자 선생님들과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깊이 논의하고,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올해 2학기 때 이 활동을 학교 후배들과 함께 이어가거나 연결해 줄 계획입니다. 제가 느낀 것을 반영해서 잘 준비하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동의 권리
4회기 때 우천으로 인해 실내 집단활동실에서 신체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때, 미끄럼틀에 머리부터 두고 내려가려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지체 장애가 있고, 아동이기에 저는 예의주시하며 통제하기 바빴습니다. 두 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가운데 두 손으로 땅을 짚고 걸어가는 아이의 상황이 위험해 보였습니다. 후회합니다. 이 아동을 오래 봤다면 노는 환경이 익숙하였을 겁니다. 처음이기에 몰랐던 겁니다. 이 아동에게 이는 일상이고, 위험하지 않은 환경임을. 제가 아동이 마음껏 놀 권리를 해친 겁니다. 5회기에는 다른 봉사자가 그 아이의 곁에 있었습니다. 똑같이 미끄럼틀을 거꾸로 탔습니다. 그 봉사자는 그저 지켜보았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니 낮고 푹신했던 미끄럼틀을 알아서, 신나게 잘 내려왔습니다. 다칠 권리, 위험을 감수할 권리를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격주로 한 번씩 만난 게 다라서, 이들의 일상을 몰랐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부터 즐거워야 한다.”
대학교 1학년 때 경안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2022 경안동 모두마을기획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기획’과 ‘마을 축제’에 마음이 동하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외 행사 도우미로서, 논골 축제에서 학교 홍보 목적으로 학과 부스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나서서 열심히 했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축제기획팀으로 들어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매주 화요일, 어떤 달은 격주 화요일에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회의하였습니다.
팀 내 가장 젊은이였던 제가 서기를 맡아, 남아있는 기록과 한편에 써둔 제 생각을 참고하며 본 글을 씁니다.
누가 이 축제의 주인인가?
어떻게 할지 방안을 구상하기보다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는 멘토님에 답답함을 느낀 팀원들은 다른 멘토님을 소개해달라고 센터에 요청했습니다. 몇 달간 팀원들과 나눴던 의견들을 뒤로 하고, 새로 온 전문가가 분석한 2022년의 트렌드를 들었습니다. 메인 프로그램, 홍보 대상, 업무 분담, 배치도, 준비들 등 기획에 대한 교육부터 축제 준비까지 2주 만에 마무리되었습니다.
고대하던 마을 축제 당시, 지역주민이자 기획팀인 우리의 것이 반영된 것은 축제 제목뿐이었고, 나머지는 본래 그들이 해오던 것, 전문가가 잘 해오던 것, 전문가의 인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행사 시 주인이라 제가 맡은 업무를 생각하며 열심히 하였습니다. 뒷정리하던 중 초등학생에게 “너무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열어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잠시 기뻤습니다. 다만, 축제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허했습니다. 우리가 한 것 중 무엇이 반영되었나 싶었습니다. 높은 지역의 인사들이 와서 인사하고, 그들이 높여지는 그 현장에서 이 축제를 기획한 지역민들은 뒤에서, 부스에서 각자 일할 뿐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내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축제의 현장이 담긴 사진 속에서 팀원들과 모여 찍은 사진, 스텝으로 일하고 있는 팀원 사진은 제대로 남은 것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축제 진행 당시 참여자로부터 민원이 들어와도 우리가 맡은 게 없기에, 그저 봉사자로서 일하였기에 나서서 해결해 줄 수 없었습니다. 센터 담당자, 전문가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허했습니다. 끝나고 남은 것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만났기에 가까워진 축제기획팀 사람들과의 관계였습니다. 그 관계마저도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몇몇만 남았습니다.
축제기획팀의 최OO 멘토님은 늘 “축제를 준비하는 우리부터 즐거워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알고자 한다면 공감대 형성이 먼저 된 후에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기획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의도이며 편견을 주의해야 한다, 관계를 살려야 한다, 소위 취약계층이라 불리는 이들을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팀원들부터 관계가 살아나야 한다. 기획은, 수단은 금방 만들 수 있다. 함께할 팀원과 지역주민과의 관계를 먼저 형성해라.”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인터뷰로 주민을 만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기를 바랐습니다. 축제는 공동체의 순기능을 느낄 수 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전문가 집단만 있다면 대중에게서 동떨어진 기획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단순한 자료조사로 기획하는 전문가, 내가 ‘안다’고 생각하고 기획하면 그리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할지 나눈 것들은 형태일 뿐, 어떻게 더 의미 있게 만날 것인지가 더 중요하며 ‘관계 형성’이 본질이라 합니다. 축제로 사람을 남기고자, 인적자원을 발굴하고자 기획한다고 합니다.
기업이 사라지자 사람도 흩어졌습니다
축제 준비 일정은 앞서 다룬 광장종합사회복지관의 봉사활동과도 일정이 겹쳤습니다. 분명 규모는 축제가 더 컸고,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규모도 작고 인원도 적었지만, 우리가 한 게 앞세워지고,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 콘서트가 더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결국, 도시재생센터가 빠지자 마을주민들은 다시 흩어졌습니다. 무언가를 할 자원도 인력도 사라졌습니다. 지역주민으로서 스스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축제의 목적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알겠습니다. “축제”의 규모가 컸느냐보다 이를 준비하고 함께한 주민들 간의 관계가 살아났는지가 「2022 경안동 모두마을기획학교」 프로그램의 핵심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간파하지 못하였습니다.
당사자가 주인 되게 하는 것, 관계를 살려 그들끼리 계속되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것이 관계를 생동하게 하는지 작품 콘서트와 축제라는 두 활동을 비교하며 배웠습니다.
교육(세미나·특강·연수·학술대회, 캠프·수련회), 견학 경험
‘사회복지’라 칭하지 않아도 복지는 흐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2022 경안동 모두마을기획학교」의 모두학·마을기획포럼에 참여하였습니다. 4월 4일에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팝업 작업실&놀이터>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린이에게 ‘놀이’란 UN아동권리협약에 있는 놀 권리로, 인권 보장 활동입니다. 플레이워크(Playwork)는 어린이의 놀이를 지시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플레이 워커(Playworker)는 서비스 제공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위험이 없는 게 아닌 어린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위험이 있는 놀이판을 제공합니다. 어린이 스스로 놀이의 본질과 가치를 바탕으로 자기다움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감당할 만큼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활동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4월 5일에 <치매와 함께 살아가는 재밌는 방법 <주문을 잊은 카페> 강의를 들었습니다. 치매 어르신은 어린이와 비슷하다. 즉, 충분히 마을에서 제 역할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치매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산다’가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다’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었습니다. ‘주문을 잊은 카페’ 사례를 들으며 “틀려도 괜찮아.”하며 직원의 실수에 상관없이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두 강의를 통해 사회복지라는 말이 붙지 않아도, 여러 수단을 통해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과 약자도 살 만한 사회가 되도록, 관계를 살리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당사자가 주인 노릇 하며 살아가려면 어떤 방안이 좋을지 수단과 방법을 섣불리 제한하지 않으려 합니다.
사회사업에 진심인 사람들의 모임 ‘학습여행’
대학교 3학년 때 학교 행사인 춘계수련회의 학과별 시간에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권대익 선생님의 “가슴 뛰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사람 냄새나는 사회사업’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올해 사회복지학생회는 소규모 모임과 문화데이 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 “학회 예산이 없어도 우리끼리 모이고, 놀 방법은 많잖아!”라며 두 사업을 기획하였습니다. 학과 지원금을 받게 되어 소규모 모임에 참여하는 학우들이 고루 지원받을 수 있게끔 고민하다 여러 규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원금을 받았으니 효과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활동 증명사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관계가 살아나기를 바랐던 마음에서 공적인 것에 매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이 특강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학회 사업, 사회사업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4월 10일 사회복지 대학생, 사회사업가와의 남산 둘레길 걷기를 참여하였습니다. 단기사회사업 경험을 나누는 시간에 한 친구가 ‘관계가 생동함’을 경험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마음이 동하여 대화하기를 청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응해주었습니다. 어떤 사회사업을 꿈꾸냐는 질문에 제가 잘하고, 관심 있는 사진과 그림을 접목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고 답하였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꼭 네가 잘하는 것으로 할 필요 없다.”였습니다. 복지요결에서도 사회사업가는 재주나 자원이 없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재주나 자원이 없는 편이 좋은 경우가 많고, 있어도 쓰지 않아야 잘되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어떤 당사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는데 내 마음대로 구실을 정해두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으로만 사회사업 하려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간 대부분 참여자로, 평가받는 진행자로 활동하다 보니 내가 잘하는 것으로 이끌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던 겁니다. 그간 꿈꿔온 사회사업, 제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소규모 모임을 운영하는 강감찬 종합사회복지관 실무자 선생님께는 소규모 모임 운영에 대해 질문하였습니다. 그때 얻은 답은 “그런 규칙, 규율 만들 필요 없다.”였습니다. 그 모임에 진심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모임은 굴러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할 것은 모임 시작 때 세 번 정도 같이 참여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 라고 알려주기만 할 뿐, 나머지는 그들 내에서 정하게끔 한다고 합니다. 학회에서 만든 규칙이 오히려 사업 이름 따라 소소한 모임이 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청 방법도 엑셀로 입력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운영하는 우리가 편해지고자 학우들을 존중하지 못한 채 신청부터 허들을 높여놨던 겁니다. 재정비하여 2학기 때 다시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단기사회사업을 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실습지로 추천받았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다를 게 없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동감하였습니다.
4월 27일 대전, 군산 학습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더숨99지원센터에서 입주자가 주인 되게, 주인 노릇하게 하는 사례를 들었습니다. 일을 세분화하여 묻고 의논하며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하였습니다. 실습생이 나서서 할 것이 없으니 실습 때 찍은 사진들 모두 당사자의 뒷모습뿐이었습니다. 호숫가 마을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주인 되어 기획, 섭외, 진행까지 도맡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사업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사회사업가의 자원으로 쓰이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관계가 이어지도록 거들어 그들의 자원으로 쓰이게 하였습니다. 문제가 될 상황들은 도전과제로 여겼습니다.
사회사업 홍보의 대가, 김종원 선생님도 뵈었습니다. 김종원 선생님이 저자인 ‘홍보로 사회사업 하기’도 미리 읽어갔습니다. 아직 읽고 있는 과정 중임에도 제가 생각한 홍보는 일반 기업이 하는 홍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회사업에서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관점을 바로 세우고, 다시 구상해 나가려 합니다.
5월 15일 학습여행은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강진 다산초당에 방문하여 다산복지학을 배웠습니다. 친민이란 임금이 백성을 친애하는 것이 아니고, 백성이 서로 사랑하게 한다는 사역동사라 합니다. 백성으로 하여금 어려운 이를 돕게 하는 것입니다. 사회사업의 지어지선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지선(약자도 살 만하고, 약자와 더불어 하는 사회,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에 머물게 하는 일 곧 사람들이 저마다 제자리에서, 자기 인간관계와 일상생활 속에서 꾸준히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일이라 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꾸준히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것이 실제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다른 대학교 학생과 사회복지 종사자 선생님들과의 이야기가 제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걸언하여 아버지가 자기 삶을 살도록 봉양한 증자와 묻지 않고 생존만 연명하도록 한 증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격적이고 사회적이고, 어른다운 생활을 하도록 거드는 게 어떤 것인지 배웠습니다.
첫째 날 저녁, 실무자 선생님들과 예비 사회복지사로서의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는 일과 삶의 조화였습니다. 일과 삶이 통합되면 가장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실습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단기사회사업을 활동에 참여해서 현장 사회사업가로서 더 깊이 성장하고 나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도전하는 ‘첫걸음, 첫 실습’을 잘 배워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록하기’로 하였습니다. 사회사업가로서 영향을 준 것들, 기억에 남는 것들을 딱 세 가지만 적기로 하였습니다. 사회사업 잘하고 싶은, 실습을 앞둔 학생으로서 지금은 그 무엇보다 사회복지사다운 바른 비전과 가치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일을 돌아가게 하는 과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와 태도를 가질 것인가, 어떤 자원을 끌고 올 것인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가 정리되면 어떤 일이든 돌아간다고 하셨습니다.
의미 있게 읽은 책
‘해배’하여 둘레 사람과 만나는 실제 삶, 자기 삶
월평빌라 실천가가 지은 <월평빌라 이야기 2>를 읽었습니다. 입주자가 어떻게 자기 삶을 살도록 하는지, 주인 되게 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묻고, 의논합니다. 위험도, 힘듦도 당신이 감당할 일로 여깁니다. 스스로 하기를 믿고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인상 깊은 두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씁니다. 첫 번째는 장애인 전용이 아닌 일반 스포츠 센터를 이용하며 강사와 회원들이 박옥선 아주머니를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수영 수업 첫날, 강사는 아주머니를 콕 집어 허락받았는지 묻습니다. 이삼 주 동안, 강사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 줄 몰랐습니다. 한 달 뒤 강사는 아주머니에게 개인교습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사도 겨우 나누던 회원들이 계모임으로 모이고 가까워졌습니다. 시설 직원이 나서서 사회통합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강사와 회원, 그들이 살던 세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약자를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만났을 뿐이었습니다. “제 삶터 한 가운데서 만나면 어떻게 말을 걸고 어떻게 돕고 어떻게 어울리는지 자연히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알고 나면 만나 보면 곧 익숙하게 잘 대합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내 삶에 원래 존재하던 것들은 나와 다르더라도 익숙하게 다가갑니다. 처음 맞이할 때는 누구나 서투르고 방법을 모르지만 함께하려다 보면 상대를 알게 됩니다. 이해하게 됩니다. 약자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은 다른 게 없습니다. 한없이 분리,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만나야 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만나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설에 사는 장애인’이라 확신하지 않도록 당사자를 그 집 주인이라 여기게 하고, 손님을 맞았다는 데서 당사자의 삶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느꼈습니다.
두 번째 사례로 성윤 씨와 직원이 할머니와 함께하는 여행을 의논하였습니다. 당사자의 강점을 ‘가상’에 두지 않고 자기 여행의 ‘실제’에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회성 프로그램, 그저 직원이 짜주는 일정을 따르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실제’ 삶이기에 잘 익혔을 겁니다. 이후 직원이 없더라도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잠시 그동안의 저의 활동을 돌아봤습니다. ‘실제’가 아니기에 그 순간에만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행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봅니다. 그 순간에만 몰입하였다가 나의 일상에서 실천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실천하지 아니한 것이 있다면 ‘가상’이라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이번 실습의 과업을 프로그램이 아닌 실제 삶임을 알고 거들겠습니다. 시설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일상을 잃지 않도록 ‘해배’를 이루기 위해 묻고, 의논하겠습니다.
사회사업 인맥
현재 깊이 교류하는 사회사업 인맥은 없습니다. 제가 먼저 좋은 사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학습 여행과 현장에서 만났던 인연들을 이어가겠습니다. 실습하며 만나게 될 사회사업가 선생님들에게 잘 배우겠습니다.
사회사업에 영향을 미친 인물이 있다면 서울장신대학교의 장혜림 교수님과 차유림 교수님입니다. 두 교수님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하십니다. 학생 저마다의 강점을 알고 계시고, 이를 높이 세워주십니다. 해낼 때까지 오래 참고, 기다리십니다. 감정을 헤아리고, 앞으로 해야 할 행동을 제안해 주십니다. 무엇 하나 쉽게 하지 않고, 잘하고 싶어 하는 저에게 학교라는 울타리와 제 품에 있을 때 언제든 넘어지라고 하십니다. 존경합니다. 두 분을 보며 사회사업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깨닫습니다. 닮고 싶은 인물이 곁에 있어 감사합니다.
커뮤니티 활동
삶의 언어, 수어
작년 12월,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동기 2명과 경기 광주시 자원봉사센터 소속 동아리를 설립하였습니다. 수어 동아리로, 수어에 관심 있는 사람부터 수어 통역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합니다. 한국어, 영어와 같이 수어를 하나의 언어라고 인지하며 배웁니다.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화요일, 수어 교실에서 수어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문장, 단어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농문화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수어는 ‘빠르게’ 하기보다는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뒤에서 몸을 건드리면 농인은 놀라고, 당황합니다. 앞에 먼저 선 다음, 농인의 시선에 닿게 손을 휘저으며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들리지 않아도 손으로, 눈으로 보며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아리 사람들과 강의실, 식당에서 만나면 멀리서도 수어로 대화 나눕니다. 수어도 하나의 ‘언어’라서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합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학교에서 기존 회원들과 신입생까지 모여 수어를 배웁니다. 이때, 동아리 대표와 부대표가 수어를 가르쳐 줍니다. 총무인 저는 옆에서 진행을 거듭니다. 임원들은 늘 진지합니다. 신입생과 멤버들이 수어를 장난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취미이고, 즐길 수단으로 가볍게 여길 수 있으나 누군가에게는 삶의 필수임을 늘 설명합니다. 언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데 있어 ‘가상’이 아닌 ‘실제’라 생각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아직은 청인으로서 수어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게 더 앞서는 듯합니다. 겸손히 배우겠습니다. 세 명이 시작한 수어동아리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기뻤습니다. 나와 다른 이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였습니다. 2학기에는 교내에서 수어, 농문화를 알리는 캠페인을 계획 중입니다.
강점
지금의 제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책임감, 성찰과 인사입니다.
어떤 일이든, 제 것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해나갑니다. 여러 걱정과 어려움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겨낼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합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찾습니다. 오래 활동하면 당연히 생기는 갈등 상황에서 어떤 태도가 잘못되었고, 최선인지를 돌아봅니다. 이는 ‘여러 해째’라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대학교에서 3년째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년째 인포레이터와 굿네이버스 인형극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4년째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와 청소년부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식과 요령'이라는 강점도 쌓이게 합니다. 모든 경험은 소중하고, 어떤 형태로든 저에게 다 돌아옵니다.
책임감과 진심이라는 것은 강점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약점으로 작동합니다. 책임감으로 다른 이의 역할까지 대신 해버릴 때가 있습니다. 저의 진심이 다른 이에게 아집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의 일을 두고 쏟는 책임감의 정도가 서로 다를 때 충돌이 생깁니다. 특히, '내가 선택한 일'이고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이 클 때 더더욱 그러합니다. 공동체를 신뢰하며 책임과 역할을 나누어야 합니다.
올해도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부서의 팀원이 아닌 부회장입니다. 리더로서 학회원을 이끌어야 하고,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하는 자리라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가 생각하는 학생회의 역할, 능력의 수준이 함께하는 이들의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각 부서의 업무, 제가 잘하는 것이라고 해서 이들이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학회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장할 때를 기다리며 여러 방안을 알려줍니다. 그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그들의 일이 되도록 맡기고 있습니다. 학우들에게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거들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 애씁니다. 한 번은 총학생회에 문의해야 할 것을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에 문의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에 한 학회원은 이 사안을 우리가 맡아, 총학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대신 답변해 주자고 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우리 학과 학생이니 편의를 주고 싶은 마음은 공감합니다. 하지만 공지글에도 총학생회 학우회 비라 명확히 명시해 두었으니 학우들이 잘 읽어보면 될 사항이고, 혹 혼동이 있어 우리 학생회에 물어보는 이들은 총학생회로 안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멀리 보면, 우리도 지금부터 잘 안내하고 분담해 주어야 학생들이 ‘아, 총학 학생회비는 총학에 물어봐야 하는 것이구나, 이 건은 학교에, 학생회에, 조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구나’하고 알아가지 않을까요?”라 답하였습니다. 학우들 스스로, 본인이 필요한 것을 알아가고 적절한 곳에 문의할 힘을 길러주려 합니다. 여러 번 그리 안내하자 스스로 알아가는 학우들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사회복지학생회 하나만 의존하지 않도록 다른 방안도 안내합니다. 지금의 제가 추구하는, 저의 과한 책임감을 덜어내는 자세이자 각자의 것으로 나누는 방법입니다.
나의 것이 온전하지 않고, 뒤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때야, 새로운 경험들로 다시 채워지고 적절하지 않은 것은 걸러집니다. 먼저 '감정 일기'를 통해서 깨달음과 경험을 기록합니다. 복합적인 감정이 정리되고 앞으로 취해야 할 태도가 보입니다. 다음으로 지식을 채우려 합니다. 대인관계는 쌍방향이나 학문적인 공부는 한 방향입니다. 답이 확실하여 개인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영역부터 차분히 회복합니다. 사회복지의 실천도 사회복지의 이론부터 잘 배워야 현장에서 적용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에 속한 사람 한 명 한 명 만나며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학회원들과는 각자가 생각하는 학생회의 방향과 기대하는 수준을 이야기합니다. 일상 이야기도 물론 나눕니다. 만약 함께하는 공동체 속에서 갈등이 있었다면 섣불리 판단하여 행동하지 않습니다. 나의 현재를 돌아보고 상대방의 이유와 상황을 살핍니다. 기다렸다가 때가 되면 대화를 나눕니다. 대화할 자리가 마련되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갑니다. 진솔히 나눠주는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인사’를 잘하여 관계를 이어갑니다. 알고자, 묻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인사부터 합니다. 인사를 잘하면 서로를 기억하게 됩니다. 바르게 인사하면 더욱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잦은 인사를 통해 ‘아는 사람’이 되면 나눌 거리가 많아집니다. 어렸을 적, 동네 사람들과 인사하며 지냈고, 덕분에 인정 속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등하굣길에 인도 쪽으로 마당이 나와 있는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 할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먼저 인사드리고, 반복되자 어르신은 저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마당에서 키운 고구마도 챙겨주십니다. 힘들 때 격려와 지지하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지나다닐 수 있는 길목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등하굣길은 인근 초등학교 등하굣길과 겹칩니다. 이 때문에 아침마다 교통지도를 담당하는 어르신 두 분을 뵙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인 지금까지 “감사합니다.” 인사드립니다. 매번 “잘 가~ 얼른 가~” 해주십니다. 오전수업이 없는 날에는 가끔 교통지도를 마친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간단한 먹거리도 주고받습니다. 대학교 졸업하는 날이 오면 이 순간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한 번 건넨 인사로 관계가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2024년, 사회복지 학습 여행을 통해 ‘걸언하기’를 배웠습니다. 저의 판단대로 앞서가는 것이 아닌, 당신 삶이게 묻고 의논하며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겠습니다. 인사하며 관계를 이어가겠습니다.
첫댓글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이다정 학생을 환영합니다.
다온빌 단기사회사업 2기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을 읽다 보니 준비된 사회사업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을 아는 당신에게서 기본의 중요함을 배웁니다.
반갑고 환영 합니다~~
글을 읽으며 이렇게 귀한 마음을 가진 학생이 우리 기관에 단기사회사업 하겠다고 와 준 것이 기쁘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여름 다온빌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사회사업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하며 절차탁마 하겠습니다. 이다정 학생 고맙고 고맙습니다.
다온빌에서 10분? 아주 가까운 곳, 증평에, '홍보로 사회사업하기'의 저자 김종원 선생님이 살고 계십니다.
반가워요~ 글을 읽으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준비된 사회사업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응원하고 환영합니다.
작고 소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이다정 학생의 성품이 엿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온빌의 단기사회사업이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경험이 되기를 바람니다.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다정 선생님, 환영합니다.
사람을 잘 돕고 싶은, 사회사업 바르게 하고 싶은, 근본 있는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은 이다정 선생님의 마음이 귀합니다.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 다온빌과 함께 해주어 고맙습니다.
걸언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다름을 존중하고, 끊임 없이 성찰하며 배움을 이어가는 이다정 선생님이라면 분명 좋은 사회사업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희호 씨와 이다정 선생님이 정겹게 다온빌을 나설 그 날이 기대됩니다. 희호 씨와 이다정 선생님의 단기사회사업을 응원합니다.
남산 둘레길 걷기 시간에 다정이와 했던 대화가 기억나요. 깊이 생각하고 자기 실천의 근거를 확립하려는 열정이 느껴집니다. 응원합니다!
환영합니다
귀한 마음이 다온빌과 함께 향기롭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틈틈히 단기사업사업 보고 느끼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