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혁 (한국전자통신 연구원) 현대문명의 뿌리는 동양에서(1) 인류문명의 큰 시작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 TV …. 이제는 단 며칠도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문명의 이기들. 그런데 서양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라고 믿고있는 현대 문명의 시원이 사실은 동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빅뱅 우주론의 거장 스티븐 호킹은 “양자역학이 지금까지 해놓은 것은 동양철학의 기본 개념인 태극, 음양, 팔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한마디에 동양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음을 직감하였을 것입니다.
(중략 ) 인류문명의 아버지, 태호 복희 태호 복희씨는 5,700년 전 배달국의 5대 환웅인 ‘태우의’ 환웅의 막내아들로서, 성은 풍씨(風氏)요 이름은 방아(方牙)이며, 호는 태호(太昊)로서 ‘크게 밝다’는 뜻입니다. 어느 날 삼신(三神)이 강령하는 꿈을 꾸고 백두산에 가서 천제를 지내고 내려오다가, 천하(天河, 송화강)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나타난 상(象)을 보고 하도와 팔괘를 처음 그려 역(易)의 창시자가 되었습니다. 복희씨 때 상과 수로써 상징되는 하도와 팔괘가 만고불변의 진리로서 세상에 드러나자, 역학의 도맥은 문왕, 주공, 공자를 거쳐 이어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손룡자, 추연 등을 거쳐서 음양오행의 변화원리로 체계화되고, 노자 열자 장자에 의해 논리를 넘어 우주신비경의 궁극을 설명하는 우화형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로써 역(易)은 동양사상의 최고봉이자 문화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생활철학이 된 것입니다. 복희씨가 그린 하도를 간략히 살펴보면, ‘시간은 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흐르냐?’ 하는 사계절의 변화를 목화금수가 방위를 근거로 생하는 모습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수(數)가 성립하는 원리를 통해 시공간의 변화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데, 용마가 물에서 나왔듯이 수(數)의 시작도 북방에서부터 1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본체 1은 남방 2로 분열하게 되는데, 1과 2는 바로 통일과 분열의 수화(水火)운동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3은 분산작용으로 1에서 2로 발전하기 위한 협조자이고, 4는 1의 통일작용을 도와줍니다. 이와 같이 순환작용이 이루어지므로 1, 2, 3, 4의 서열이 정해지는 것입니다. 5는 발전과 통일작용에서 일어나는 모순을 조절하는데, 생명과 정신을 묶는 5가 다시 1, 2, 3, 4와 어우러져 6, 7, 8, 9가 나오게 됩니다. 10은 1+2+3+4의 합으로서 5가 스스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처럼 하도에는 자연 그대로의 형상을 상수학으로 기본법칙을 세워 놓은 것입니다 이제 복희왕이 밝혀놓으신 역(易)의 원리가 인간생활 문화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고, 인류 문명사의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사례를 통해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는 만물의 척도 수학은 서구문명의 발전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힘이 되었습니다. 수학은 과학의 등대 역할을 수행하면서, 과학이 현 문명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도달하도록 끊임없이 도움을 주어왔습니다. 현대 과학은 수학 때문에 발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대수학의 발전에 초석을 다진 인물은 B.C. 532년경에 활동한 피타고라스입니다. 에게해의 사모스섬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유학하는 동안 동양으로부터 전해진 낙서, 마방진 등의 지식을 얻게 되고, 이후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하게 됩니다. 탈레스는 우주의 근본을 물(Water)이라 보았고, 데모크리토스는 원자(Atom)라고 본 데 반해,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근본을 수(Number)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수, 수적 비례, 그리고 조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는 만물의 척도이다.”라고 하였으며, 사물은 수(數)들로 구성되어 있고 수(數)는 사물과 닮았으며 많은 경우 사물 자체라고도 했습니다. 즉 수학의 원리야말로 만물의 원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수들은 직선과 곡선, 정지와 운동 같은 사물의 대립된 성격을 설명해 주는데, 심지어 추상적인 개념들마저 고유의 수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가령 1은 사물의 기본이고, 최초의 짝수인 2는 여성의 수이며, 3은 최초의 홀수로서 남성을 상징합니다. 2와 3의 결합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습이기 때문에 5는 인간 그 자체라고 믿었습니다. 또 10은 우주가 수의 값으로 표현된 ‘완성수’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성분인 1, 2, 3, 4의 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하도에서 10이 성립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특히 10을 ‘만물의 주재자(the keyholder of all)’로 신성하게 여겨 10에 대한 거룩한 기도를 올릴 정도였습니다 역수(易數)는 미시와 거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즉 1이 나누어져 2가 되고, 2가 나누어져 4가 되며, 4가 나누어져 8이 되고 …, 이렇게 극한으로 가면 무한대가 됩니다. 이것은 기하급수의 매크로 현상입니다. 반면 마이크로 현상은 1/2, 1/4, 1/8, 1/16 … 식으로 반씩 쪼개져 가면서 분할하게 되면 나중에는 사실상 0이 됩니다. 0에서 무한 사이, 즉 미시로부터 거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가 나누어지면 둘이 되고, 둘이 합해지면 하나가 된다’는 법칙에 따르고 나아가 우주생성론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피타고라스가 ‘만물은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이 종합하여 생성하는 것이니, 이것은 수의 홀수와 짝수가 결합하여 변화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라고 말한 것은, 앞서 언급한 역학에서 수(數)의 나누어지고 합해지는 분합(分合)현상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처럼 고대 서양에서도 수에 대해서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상수원리와 밀접하게 관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방진의 비밀 마방진은 낙서(洛書)로부터 유래하고 있습니다.
 약 4천여년 전, 우(禹) 임금이 치수공사를 하던 중에 물 속에서 나온 거북이 등에 있는 무늬를 보고 낙서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낙서의 수를 그대로 옮기면 3차 마방진이 되는데, 가로·세로·대각선의 합계가 모두 15가 됩니다 그 후 사람들은 마방진의 부적같이 신비한 이미지에 매혹되었고, 인도·페르시아·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중동·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 마방진은 한마디로 숫자 속에 숨겨진 우주의 질서를 의미합니다. 내부의 숫자들이 제멋대로 존재하지 않듯, 백사장의 모래알이라든지 이른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혹은 숲속의 이름 모를 잡초라 할지라도 마방진의 숫자처럼 제 위치에서 전체 조건 값에 참여하면서 질서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자들도 수 천년 동안 숫자의 합이 일정한 마방진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명쾌한 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신비한 성질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실체가 무엇인지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비록 서양의 수학이 동양의 상수원리에 일관된 뿌리를 두고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수학의 기본개념이 역학의 상수원리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팔괘의 행렬은 선형방정식의 해법이고, 그 순열조합은 확률론과 게임이론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복잡한 수식을 떠나 수학은 인류문명사를 통해 예술·철학·종교·사회·과학에 개입하면서, 문화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어 살아있는 귀중한 사고 덩어리를 형성한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현대 서구 문명의 형성자 노릇을 아낌없이 실천하였던 것입니다. 팔괘에서 시작된 이진법의 원리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은 과연 무엇일까요? 비행기, 핵폭탄, 텔레비전, 장기이식, 유전자 복제 등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벅찬 일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대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컴퓨터의 발명’이야말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컴퓨터는 이진법의 계산원리에 의해 작동됩니다. 그 이진법에 관한 생각은 주역의 64괘 표기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서양에서 이진법은 17세기초에 고안되어 나왔는데, 이원론에 심취해 있던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주역 이론에 이진법이 함축되어 있는 것을 보고 체계를 정립시켰습니다. 그는 베이징에 있는 프랑스 전도사 부베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주역을 배우고 괘상(卦象)을 스스로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한문으로 쓰여진 주역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마테오 리치를 비롯한 동양을 다녀온 신부들의 보고서를 입수하여 주역을 공부하였습니다. 마침내 1697년 ‘파리 과학 학술원’에서 자신이 구상한 개념을 정리하여 「이진법 정수론 주해」 라는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것은 그 역사적인 논문의 부제가 ‘0과 1의 기호를 사용, 고대 동양 복희의 괘상에 나타난 이진법 산술이 갖는 의미와 그 효용성에 관한 고찰’ 이라는 것입니다.
 그 무렵 1701년 부베가 라이프니츠에게 ‘복희 64괘 차서도’와 ‘복희 64괘 방위도’를 보내왔습니다. 그는 이 도표를 받고 팔괘의 배열이 인류역사상 수학의 ‘이진법’ 원리를 제일 먼저 나타낸 것이라는 발견에 대해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1709년에 복희팔괘와 함께 이진수를 나타낸 분석표를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면서, “주역은 모든 과학의 열쇠이다.” 라는 부베 신부의 신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복희팔괘는 세 개의 효(爻)를 이용하여 ‘건태리진손감간곤’라는 여덟 개의 괘상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라이프니츠는 양(1)을 1, 음(0)을 0으로 생각하고 고쳐 쓰게 되는데, 팔괘를 이진수로 나타내면 111, 110, 101, 100, 011, 010, 001, 000과 같습니다. 이후 부호논리학의 대가가 되면서 “나의 불가사의한 이진법의 새로운 발견은 5천여 년 전 고대 동양의 복희왕이 발견한 철학서이며 문학서인 주역의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
컴퓨터는 0과 1로 ‘계산하는 사람’ 18세기 라이프니츠가 세상의 언어 표현을 몇 가지 간단한 기호 속에 모두 담으려는 꿈을 힐베르트, 괴델, 튜링으로 이어지는 수학자들이 실현하려고 애썼고, 그 과정에서 튜링이 최초의 컴퓨터를 발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computer)라는 단어에는 인간의 사고를 기계화하려는 소망이 담겨있는데 ‘계산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27세인 1938년에 이진법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튜링 기계’를 세상에 소개하면서 현대 디지털 컴퓨터의 추상적인 모델을 제시하게 됩니다. 또한 튜링은 1943년 12월, 콜로서스(Colossus)라는 세계 최초의 전기로 동작하는 연산 컴퓨터를 만들어 독일군의 무적 암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했습니다. 이는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미국의 에니악(ENIAC)보다 2년이나 빠른 것입니다. 그후 튜링의 아이디어는 1951년 ‘폰 노이만’에 의해 현대 컴퓨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박(EDVAC)이 만들어졌고, 과학자들은 수많은 계산 방식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디지털 컴퓨터의 핵심에 접근하게 됩니다. 이처럼 음양은 이진법을 낳고 이진법을 응용한 사칙연산 계산기는 컴퓨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만물에 수를 대응시켜서 짝수와 홀수로 분류하여 0과 1로 표시한 것은, 주역에서 만물을 음과 양으로 분류시킨 것과 동일합니다. 0이 곧 무극이며 1이 곧 태극입니다. 그리고 하나에서 많음으로 많음에서 하나로 귀착시키는 논리의 과정은 전체에서 부분에 이르기까지 질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문헌> 이인식, 『사람과 컴퓨터』, 1992. 한동석, 『우주변화의 원리』, 2001. Bertrand Russell, 『A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1995. Catherine Wilson, 『Leibniz』, 2001. Frank J. Swetz, 『Legacy of the Luoshu』, 2002.
주역의 원리를 닮은 인간의 유전자코드
생명의 설계도, DNA 이중나선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는 속담은 문자 그대로 따져도 옳은 말입니다. 인간의 삶도 부모가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성장하여 또 부모가 되어 혈통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동양철학에서는 흔히 인간을 소우주라고 말해왔으며, 자식이 부모를 닮듯이 인간은 천지를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최근 유전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에서 유전자에는 주역과 마찬가지로 음양의 논리가 들어있음을 발견하게 되었고, 인간의 생명은 자연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짜임새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천지의 이치를 담은 주역과, 신이 생명을 만드는데 사용한 언어인 유전자, 특히 천지의 열매인 사람의 유전자 사이의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아시아 투르판의 아스타나 석굴 천장에서 발굴된 <복희여와도>를 보면,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생명의 설계도인 DNA와 유사한 꽈배기 형상의 뱀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뱀은 신화에서 과거를 벗어던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생명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복희께서 들고 있는 직각자는 만물을 창조하는 하도의 방위를 상징하며, 여와는 낙서의 시간성과 태극의 원(圓)을 그리는 컴파스를 들고 있습니다. (『증산도의 진리』제4장, 『周算經』卷上: 직각자는 방위를 강조하는 하도의 공간성을, 컴파스는 시간성을 표현하는 낙서와 태극의 원을 그리는 상징의 도구. 또한 직각자는 9X9=81 윤도수로부터 나오는데, 선천 분열의 시발점이 9에서 시작하므로 남자(양)를 상징함) 복희씨는 주역의 원리를 내놓으시고 일부일처의 혼인제도를 세우신 분인데, 부부의 결합으로 새 생명을 잉태하는 모습이 마치 DNA의 이중나선이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한 가닥씩 받아서 만들어지는 법칙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유전자에는 생명활동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즉 유전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인체의 설계도입니다. 설계도에 맞추어 몸이라는 집을 짓다보니 눈의 색깔, 팔의 길이, 목소리 등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 유전자는 피부, 간, 심장 등의 모든 세포 안에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세포의 핵에 들어있는 핵산(DNA와 RNA)을 말합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접어들면서 관심이 고조되었습니다. 닐스 보어는 <빛과 생명>이라는 강연을 통해 주역의 상보성 원리가 생명현상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또한 슈뢰딩거는 생명의 언어가 점과 선으로 된 음양의 부호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말미암아 1953년 4월에 왓슨과 크릭은 「핵산의 분자구조」라는 논문을 통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해명하게 되었습니다.
사상(四象)과 유전자코드
 두 가닥으로 된 DNA는 옆에서 보면 나선형의 사다리 구조이지만, 원통 위에서 보면 S자형 태극 모양입니다. 또 10계단을 진행하여 나선이 한 번 회전하고 있습니다. 주역과 유전자코드의 유사성을 알아보면, 유전자 코드는 우선 피리미딘과 퓨린을 음양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피리미딘 형은 다시 시토신(C)과 티민(T), 퓨린 형은 구아닌(G)과 아데닌(A)이라는 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짝짓기는 항상 C=G, T=A라는 음양으로 이루어져서 이중나선은 남녀가 껴안은 것처럼 서로 휘감기게 됩니다. 4종의 염기를 이진법으로 표기하면 C·T·G·A는 00, 01, 10, 11가 되는데, 주역의 사상(四象)과 연관됨을 알 수 있습니다. 팔괘와 유전자코드
이중나선을 따라서 늘어서 있는 염기들은 서로 짝을 맺고 있습니다. 한쪽 나선의 염기 배열이 정해지면 다른쪽 나선의 염기 배열은 자동으로 정해지는데, 이것은 백대 조상의 유전자가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시지를 전할 때는 DNA의 중간 부분이 ‘지퍼처럼 열려서’ 정보를 전달하고 다시 닫히게 됩니다. 이때 한 가닥은 DNA 원본으로부터 RNA라는 복사본을 생성하는 센스 사슬(+)이고, 다른 가닥은 원본의 정보를 보존하는 넌센스 사슬(-)로 체용(體用)의 관계처럼 정해져 있습니다. 변하지 않고 보존하는 그 한 가닥의 유전정보가 자손 대대로 전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복희팔괘가 서로 마주보며 대대를 이루듯이 4개의 염기가 센스 작용의 여부에 따라 이중나선에서 음양 쌍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팔괘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64괘와 유전암호의 단위 유전자의 정보는 DNA 위에 C·T·G·A 4개의 문자로 씌어 있는데, 이 4개의 문자가 3개씩 한 세트로 결합하여 하나의 코돈을 만듭니다. 그 코돈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암호의 기본단위입니다. 따라서 4가지 염기로부터 얻어지는 코돈의 가지 수는 4×4×4=64 해서 총 64종류의 코돈이 있습니다. 또한 코돈 한 개의 정보량은 6비트(64)입니다. 이는 주역의 괘가 6효로 구성되어 한 개의 효마다 0과 1로 표시하면 총 6비트(64)의 정보량을 가지는 것과 부합합니다. 이렇게 주역의 64괘를 64코돈에 배당해보면 1대 1의 대응관계가 성립하여 하나의 코돈을 하나의 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어떤 생물이고 64개 이상의 코돈은 없다는 것이며, 생물계가 천차만별인 것은 바로 64개의 유전암호가 무한순열에 의해서 구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DNA 이중나선을 통해 진리는 단순하면서도 우아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비록 대우주와 인간의 유사성을 찾아보기 위해 한 개의 세포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에 한정해서 이야기했지만, 한 사람에게 100조개의 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틀림없이 대우주에 버금가는 상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탐색은 생명의 본질을 엿볼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며, 완전한 인간생명에 대한 이해는 철학의 영역과 신의 문제로 확장해야 그 비밀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증산도의 진리』, 『周易』 무로후시 키미코, 『그림으로 보는 생명과학의 지식』, 1997. 제임스 D. 왓슨, 『DNA : 생명의 비밀』, 2003. 조셉 레빈·데이비드 스즈키, 『유전자 : 생명의 원천』, 1993. 武田時昌, 『역으로 본 현대과학』,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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